古文眞寶(고문진보)

後集35-鰐魚文(악어문)-韓愈(한유)

耽古樓主 2024. 3. 18. 20:52

古文眞寶(고문진보)

鰐魚文(악어문)-韓愈(한유)

 

 

昔先王旣有天下, 列山澤, 罔繩擉刃, 以除蟲蛇惡物, 爲民害者, 驅而出之四海之外.
옛날 선왕이 천하를 소유하고 나서, 산과 연못에 그물·올가미·작살·칼을 벌려놓아서 벌레와 뱀 따위의 백성에게 해를 끼치는 나쁜 사물을 없애거나, 이 세상 밖으로 몰아내었다.
罔繩擉刃(망승착인) : 그물·올가미·작살·. 모두 동물을 잡는데 쓰는 도구들.

及後王德薄, 不能遠有, 則江漢之間, 尙皆棄之, 以與蠻ㆍ夷ㆍ楚ㆍ越. 況潮嶺海之間, 去京師萬里哉.
후세의 임금은 덕이 엷어져서 멀리까지 통치하지 못하였으니, 곧 長江과 漢水 지방조차도 모두 포기하고 오랑캐와 楚·越에게 주었는데, 하물며 潮州는 嶺南 바다 곁에 있고 長安에서 만 리나 떨어졌는데 어떠하였겠는가?
江漢 : 지금의 長江과 그 지류인 한수.
: 潮州. 지금의 廣東省에 있던 고을 이름.
嶺海 : 興安嶺과 바다. 潮州는 이른바 영남의 바닷가에 있었다.

鰐魚之涵淹卯育於此亦固其所.
악어들이 이곳에 잠복하여 알을 낳고 새끼를 기름도 정말로 적당한 장소이었다.
鰐魚(악어) : 조주의 惡溪(악계)에 살면서 가축과 농산물을 먹어치워 백성을 못살게 했다는 물속에 사는 동물
涵淹(함엄) : 잠복하다.

今天子嗣唐位, 神聖慈武, 四海之外, 六合之內, 皆撫而有之.
지금 천자께서는 당나라 帝位를 계승하시어, 신령스럽고 성인다우시며 자애롭고 용맹스러우시매, 온 세상 밖과 온 천하를 모두 달래어 잘 다스리고 계시다.
六合 : 동서남북 사방과 천지.

況禹跡所揜揚州之近地, 刺史縣令之所治, 出貢賦以供天地宗廟百神之祀之壤者哉.
하물며 禹의 발자국이 거쳤던 揚州의 부근 지역이며, 刺史와 현령이 다스리는 곳으로 貢物과 세금을 바침으로써 천지와 宗廟와 온갖 신을 제사 지내도록 하는 땅이랴?
() : 손으로 가리다. 덮다.
揚州 : 九州의 하나로 남쪽의 江蘇·安徽·江西·浙江·福建지방이 이에 속하였다.

鰐魚其不可與刺史, 雜處此土也.
악어는 자사와 함께 이 땅에 섞여 지내서는 안 된다.

刺史受天子命, 守此土, 治此民.
자사는 천자의 명을 받고 이 땅을 지키고 이곳 백성을 다스린다.

而鰐魚睅然不安溪潭, 據食民畜熊豕鹿麞, 以肥其身, 以種其子孫, 與刺史亢拒, 爭爲長雄.
그런데 악어가 눈을 부릅뜨고 계곡과 호수를 불안하게 하며, 그곳에 웅거하여 백성의 가축과 곰·멧돼지·사슴·노루를 잡아먹어서 그 몸을 살찌우고 새끼를 치면서, 자사에게 항거하여 우두머리 자리를 다투고 있다.
睅然(한연) : 눈을 부릅뜬 모양.
長雄 : 우두머리로서 뛰어난 사람.

刺史雖駑弱, 亦安肯爲鰐魚低首下心, 伈伈睍睍, 爲民吏羞, 以偸活於此邪.
자사가 비록 우둔하고 약하다 하더라도, 어찌 악어에게 머리를 숙이고 기가 죽고 두려워서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면서, 백성의 官長으로서 치욕을 느끼며 여기에서 구차히 살아가겠는가?
下心 : 마음으로 풀이 죽다. 기가 죽다.
伈伈(심심) : 두려워하는 모양.
晛晛(현현) : 두려워서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하는 모양.

且承天子命, 以來爲吏, 固其勢不得不與鰐魚辨.
더욱이 천자의 명을 받들어 와서 관장이 되었으니, 본래 형세상 악어를 분별하게 하지 않을 수 없다.
: 분별을 지어 주다.

鰐魚有知, 其聽刺史言.
악어도 지각이 있다면 자사의 말을 잘 따르라!

潮之州大海在其南, 鯨鵬之大, 蝦蟹之細, 無不容歸, 以生以養, 鰐魚朝發而夕至也.
조주의 남쪽에 큰 바다가 있어서, 고래나 鵬새 따위의 큰 동물과 새우나 게 따위의 작은 동물도 모두 받아들여 生長하게 하는데, 악어가 아침에 출발하여 저녁에는 조주에 도착한다.
鯨鵬 : 고래와 붕새. 莊子逍遙遊편에 보면, 북극해에 이라는 큰 물고기가 있는데, 이 고기가 으로 변하여 한번에 남극해까지 날아간다 하였다.
容歸 : 귀의를 용납하다. 받아들여 의지하게 하다.

今與鰐魚約, 盡三日, 其率醜類, 南徙于海, 以避天子之命吏.
그래서 악어에게 기약하노니, 3일이 다하기 전에 추악한 너의 무리를 이끌고 남으로 바다로 옮겨가서 천자의 명을 받은 관리를 피하여라.

三日不能, 至五日, 五日不能, 至七日.
3일에 불가능하면 5일까지 하되 5일에 불가능하면 7일까지 떠나라.

七日不能, 是終不肯徙也. 是不有刺史, 聽從其言也.
7일에도 불가능하면 이는 끝내 옮겨가지 않으려는 것이고, 자사를 무시하고 그의 말을 듣지 않는 것이다.

不然則是鰐魚冥頑不靈, 刺史雖有言, 不聞不知也.
그렇지 않다면 악어가 어리석고 완고하며 신령스럽지 못하여 자사가 비록 말하더라도 듣지도 못하고 알지도 못하기 때문일 터이다.

夫傲天子之命吏, 不聽其言, 不徙以避之, 與冥頑不靈, 而爲民物害者, 皆可殺.
어떻든 천자의 명을 받은 관리를 업신여겨서 그의 말을 듣지 않고 옮겨 피하지 않으며, 우매하고 완고하며 신령스럽지 못하여 백성과 만물에 해를 끼치는 것은 모두 죽여야 한다.
冥頑 : 어둡고 완고하다.

刺史則選材技吏民, 操强弓毒矢, 以與鰐魚從事, 必盡殺乃止, 其無悔.
자사가 재능이 있는 관리와 백성을 골라 强弓과 독화살로써 악어를 공격하여 기필코 모조리 죽이고야 말 터이니, 후회가 없도록 하라!

 

 

 해설


이 글은 한유가 元和 30년(819)에 廣東省 潮州로 귀양가서 지은 것이다작자가 潮州刺史로 부임하니 그곳 사람들이 惡溪에 鰐魚라는 놈이 살고 있는데수시로 나와서 가축과 농산물을 먹어치우매 살 수가 없다고 호소하였다.

한유는 곧 아랫사람들에게 한 마리의 양과 한 마리의 돼지를 잡아 악계에 던져주어 악어에게 먹게 하고는 이 글을 지었다 한다이 글을 지어 물에 던지자그날 저녁 폭풍이 불고 우레가 악계 가운데서 일어나며 수일이 지나자 물이 모두 말라 서쪽으로 60리나 땅이 생겨나고이로부터 악어의 해가 없어졌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