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文眞寶(고문진보)

後集36-柳州羅池廟碑(유주라지묘비)-韓愈(한유)

耽古樓主 2024. 3. 19. 05:58

古文眞寶(고문진보)

柳州羅池廟碑(유주라지묘비)-韓愈(한유)

 


羅池廟者, 故刺史柳侯廟也.
羅池廟란 전 刺史 柳宗元의 묘당이다.
羅池 : 柳州에 있는 못 이름. 뒤에 이곳에 柳州刺史를 지낸 柳宗元을 제사지내는 를 세웠다.
柳侯 : 유종원을 가리킴. 그는 元和 10(815)에 유주자사가 되었다. 유주는 지금의 廣西省에 있던 고을 이름.

柳侯爲州, 不鄙夷其民, 動以禮法, 三年民各自矜奮曰:
유종원이 州를 다스림에 그곳 백성을 촌스럽다 여기지 않고 禮法으로 감동시키기 3년, 백성이 각자 긍지를 갖고 분발하여 말하였다.
矜奮 : 긍지를 갖고 분발함.

“玆土雖遠京師, 吾等亦天氓.
今天幸惠仁侯, 若不化服, 我則非人.”
“이 고장은 비록 장안에서 머나 우리도 역시 천자의 백성이다.
지금 천자께서 다행히 어진 자사를 보내셨으니, 만약 교화되어 복종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사람이 아니다.”

於是老少相敎語, 莫違侯令.
이에 老少가 서로 가르치고 말해주어 자사의 명령을 어김이 없었다.

凡有所爲於其鄕閭及於其家, 皆曰:
그 마을이나 집안에 어떤 행사가 있을 적에는 모두 말하기를,

“吾侯聞之, 得無不可於意否?”
“우리 자사께서 들으시고 그분 뜻에 맞지 않는 점은 없겠는가?"

莫不忖度而後從事.
라고 하면서, 잘 헤아린 연후에야 일을 행하지 않음이 없었다.
付度(촌탁) : 마음속으로 헤아림.

凡令之期, 民勸趨之, 無有後先, 必以其時.
모든 명령의 기일을 준수하라고 백성이 서로 권하매, 기일에 뒤지거나 앞서지 않고 반드시 그 시기를 지켰다.

於是民業有經, 公無負租, 流逋四歸, 樂生興事.
이에 백성의 하는 일에 법도가 생기고, 관청에는 밀린 租稅가 없었으며, 떠돌아다니던 사람이 사방에서 돌아와 생활을 즐기며 생업을 진흥하였다.
民業有經 : 백성의 업무에 법도가 있음.
負租 : 밀린 조세. 내지 못하고 있는 세금.
流逋 : 딴 고장으로 도망쳐 떠돌아다니는 사람들.

宅有新屋, 步有新船, 池園潔修, 猪牛鴨鷄, 肥大蕃息.
집에 새 건물이 생기고 나루터에는 새 배가 뜨고, 연못과 정원이 깨끗이 수리되었고, 돼지·소·오리·닭이 살지고 잘 번식하였다.
() : 나루터.

子嚴父詔, 婦順夫指, 嫁娶葬祭, 各有條法, 出相弟長, 入相慈孝.
자식은 아버지의 명령을 嚴守하고 부인은 남편의 지시에 순종하고 시집가고 장가들고 葬事와 祭事에 모두 법칙이 있고, 나가서는 長幼의 예를 지키고 들어와서는 父子의 예를 다하였다.
弟長 : 아랫사람을 잘 돌보아주고 윗사람을 잘 받드.

先時民貧, 以男女相質, 久不得贖, 盡沒爲隸.
이전에는 백성이 가난하여 남녀가 서로 人質이 되어 오래도록 贖錢을 물지 못하면 모두가 종이 되어버렸다.
: 저당물, 저당으로 잡힌 물건.
沒爲隷(몰위례 : 호적에서 빼어 노예로 삼다. 종으로 삼다.

我侯之至, 按國之故, 以傭除本, 悉奪歸之.
우리 자사께서 부임하시자, 나라의 古法을 감안하여 품삯으로 본전을 공제하고 나머지는 모두 돌려주었다.

大修孔子廟, 城郭巷道, 皆治使端正, 樹以名木, 柳民旣皆悅喜.
孔子廟를 크게 수리하고 성곽과 도로를 모두 정비하여 반듯하게 만들고, 거기에 유명한 나무를 심으니 유주의 백성이 모두 즐거워하고 기뻐하였다.
: 옛 습관. 옛 법도
以傭除本 : 일한 품삯으로 본전을 제하다.

嘗與其部將魏忠ㆍ謝寧ㆍ歐陽翼, 飮酒驛亭, 謂曰:
일찍이 그의 部將인 魏忠·謝寧·歐陽翼과 함께 驛亭에서 술을 마시다가 말하였다.
驛亭(역정) : 옛날 역마제도에는 5리마다 短亭, 10리마다 長亭이 있었다.

“吾棄於時而寄於此, 與若等好也, 明年吾將死.
死而爲神, 後三年爲廟祀我,”
“나는 시국에 버림을 받아 이곳에 기착하여 그대들과 잘 지냈으나 내년에는 내가 죽을 터이오.
죽어서 神이 될 터이니 3년 뒤에 廟를 짓고 나를 제사지내시오”

及期而死, 三年孟秋辛卯, 侯降于州之後堂, 歐陽翼等, 見而拜之, 其夕夢翼而告之曰:
기일이 되자 그는 죽었고, 3년 뒤 7월 辛卯일에 유종원의 신이 유주의 後堂에 내리매, 구양익 등이 보고서 절하였는데, 그날 저녁 구양익에게 현몽하여 말하였다.
若等 : 그대들

“館我於羅池.”
“나의 묘를 羅池에 지어 주시오!”
: 집을 짓다. 묘를 짓다.

其月景辰, 廟成. 大祭, 過客李儀醉酒, 侮慢堂上, 得疾, 扶出廟門卽死.
그달 丙辰일에 묘가 완성되어 큰 제사를 지내는데, 過客 李儀라는 사람이 술에 취하여 묘당에서 함부로 굴다가 병이 났는데, 묘문 밖으로 메어내자마자 곧 죽어버렸다.
(경진 : 丙辰, 당나라 때에는 지를 하여 자로 썼다.

明年春魏忠ㆍ歐陽翼, 使謝寧來京師, 請書其事于石.
이듬해 봄에 위충과 구양익이 사영을 시켜 장안으로 가서 그 일을 돌에 새기기를 요청하였다.

余謂柳侯, 生能澤其民, 死能驚動禍福之, 以食其土, 可謂靈也已.
내 생각으로는 유종원은 살아서 그곳 백성에게 은택을 끼치고, 죽어서는 화복을 내려주되 놀라게 함으로써 그 땅에서 제사를 받게 되었으니 신령스럽다 할 수 있겠다.

作迎享送神詩, 遺柳民, 俾歌以祀焉, 而幷刻之.
신을 제향에 맞이하고 전송하는 시를 지어 유주 백성에게 주어 노래하면서 제사지내도록 하고, 아울러 이를 비석에 새기도록 하는 바이다.
迎享(영향) : 신을 마중하여 제사를 모심.

柳侯河東人, 諱宗元, 字子厚.
유종원은 河東 사람이고, 이름은 종원이고, 자는 子厚이다.

賢而有文章, 嘗位於朝, 光顯矣, 已而. 擯不用.
현명하고 글을 잘 지었으며, 일찍이 조정에 벼슬하여 영예가 드러났으나 뒤에는 내쳐져서 등용되지 않았다.
() : 버림받다. 내쳐지다.

其辭曰:
그 시는 다음과 같다.

“荔子丹兮蕉黃, 雜肴蔬兮進侯堂.
는 빨갛고 바나나는 노란데, 안주와 채소 음식 섞어 자사의 묘당에 올리네.
荔子(여자) : 荔枝. 남방에 나는 과일 이름

侯之船兮兩旗, 度中流兮風泊之.
자사가 타신 배엔 두 폭 깃발 꽂혀 있는데, 물 한가운데까지 건너와서는 바람 때문에 머무르네.
: 香蕉. 바나나. 역시 남쪽에 나는 과일 이름. 모두 제물로 바친 것임.
看蔬 : 육류로 만든 제물과 채소로 만든 제물.
兩旗 : 두 개의 깃발. 옛날 남쪽 지방의 풍습이었다 한다.

待侯不來兮, 不知我悲.
자사님 기다려도 오시지 않으니 우리 슬픔을 아시지 못하네.

侯乘駒兮入廟, 慰我民兮不嚬以笑.
자사님께서 망아지 타고 묘로 들어오시니, 우리 백성 위로받아 상 찡그리지 않고 모두 웃네.
() : 상을 찡그림.

鵝之山兮柳之水, 桂樹團團兮白石齒齒.
거위 노는 산이여 버드나무 늘어선 물이여! 계수나무의 이슬이여 흰 돌이 늘어 섬이여!
團團 : 이슬이 방울방울 맺혀 있는 모양,
齒齒 : 돌이 늘어서 있는 모양, 돌이 대굴대굴거리는 모양.

侯朝出遊兮暮來歸, 春與猿吟兮秋鶴與飛.
자사께서 아침에 나가 노시다가 저녁에 돌아오시네, 봄에는 원숭이와 더불어 시 읊고 가을에는 학과 더불어 날아다니시네.

北方之人兮爲侯是非, 千秋萬歲兮侯無我違,
북쪽 사람은 자사에게 시비하나, 천년 만년 자사께서 우리를 버리지 않으시기를!
北方之人 : 북쪽 長安의 조정 사람들.

福我兮壽我, 驅厲鬼兮山之左,
우리에게 복을 주고 우리를 오래 살게 하시네. 악귀를 쫓으시네 산 저쪽으로.

下無苦濕兮高無乾, 秔稌充羡兮蛇蛟結蟠.
낮은 곳에 습기의 괴로움이 없고 높은 곳은 메마름이 없으며, 메벼와 찰벼가 들에 가득 차고 뱀과 蛟龍은 몸을 사리어 숨네.
厲鬼(여귀) : 사람들에게 병을 주거나 해를 끼치는 귀신들.
秔稌(갱도) : 메벼와 찰벼.
充羡(충선) : 넘쳐흐르다. 넘쳐나다.

我民報事兮無怠, 其始自今兮, 欽于世世.”
우리 백성 제사지내서 보답하는 일 게을리하지 않으니, 지금 이 일 시작하여 대대로 공경하리라.
() : 공경하다.

 

 

 

 해설


유종원은 원화 10년(815)에 柳州刺史로 가서 원화 14년에 세상을 떠났다그는 남쪽 먼 고장 유주의 자사로서 훌륭하게 정치하여 그가 죽은 뒤 유주 사람들은 羅池란 곳에 그의 묘를 세우고 제사지냈다.

유종원은 죽기 전에 사람들에게 자기의 죽음을 예언하고 자신의 묘를 나지에 짓고 제사지내 줄 것을 부탁했다는 전설 같은 얘기가 전한다.

한유는 그 시대 古文運動의 동지로서 유종원의 생전의 업적을 기리는 한편 죽어서도 신이 되어 영험을 발휘하는 그의 위대함을 칭송하는 碑文을 짓고 있다이 글은 보통 비문과는 다른 형식을 지닌 빼어난 문장이다특히 초사체를 활용한 끝머리의 頌辭는 더욱 음미할 만한 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