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文眞寶(고문진보)

後集128-西銘(서명)-張載(장재)

구글서생 2024. 4. 20. 15:09

古文眞寶(고문진보)

西銘(서명)-張載(장재)

 

 


乾稱父, 坤稱母, 予玆藐焉, 乃混然中處.
하늘[乾]을 아버지라 부르고 땅[坤]을 어머니라 부르는데, 나는 여기 미미한 존재로서 거기에 뒤섞여서 존재한다.
乾稱父·坤稱母 : 건을 아버지라 부르고 곤을 어머니라 부름. 易經說卦傳은 하늘이다. 그러므로 아버지라 부른다. 곤은 땅이다. 그러므로 어머니라 부른다[乾天也, 故稱乎父坤地也,故稱乎母.]'라고 하였다.
藐焉(묘언) : 형체가 작은 모양. 미미한 모양.
混然中處(혼연중처) : 천지만물과 뒤섞이어 그 가운데에 존재하고 있다는 뜻.

故天地之塞, 吾其體, 天地之帥, 吾其性, 民吾同胞, 物吾與也.
그러므로 천지에 가득 찬 기운이 나의 몸 그 자체이고, 천지를 주재하는 이치가 나의 本性이매, 사람들과 나는 동포이고 만물과 나는 同類이다.
() : 막혀 있음. 꽉 차 있음. 곧 천지간의 를 가리킨다.
() : 장수, 주재자. 여기서는 ''를 가리킨다.
() : 과 통하여 모든 사람.
同胞(동포) : 같은 어머니에게서 나온 사람들. 곧 형제자매를 뜻한다.
吾與(오여) : 나와 同類, 나의 벗.

大君者吾父母宗子, 其大臣宗子之家相也.
위대한 임금은 내 부모님의 長子이고, 그의 大臣은 長子의 家臣이다.
宗子(종자) : 집안 가계를 잇는 맏아들. 장남.
家相(가상) : 봉건시대 대부 이상의 領地를 관장하던 사람의 호칭. 家臣.

尊高年所以長其長, 慈孤弱所以幼吾幼.
연장자를 존경함은 자신의 존장을 모시는 근거요, 고아나 어린아이에게 자애로움은 나의 아이를 사랑하는 근거이다.
長其長(장기장) : 그의 어른을 어른으로 모시는 것 孟子離婁 .
幼吾幼(유오유) : 나의 어린 자식을 사랑하고 돌보는 孟子梁惠王上편에 보임.

聖其合德, 賢其秀者也.
聖人은 그 덕이 천지의 덕과 합치되는 사람이고 賢人은 그 덕이 다른 사람보다 뛰어난 사람이다.
合德(합덕) : 그의 덕이 천지의 덕과 합치됨.

凡天下疲癃殘疾惸獨鰥寡, 皆吾兄弟之顚連而無告者也.
모든 천하의 노쇠하고 지친 사람, 병들고 상한 사람, 형제가 없는 외아들, 늙어서 자식이 없는 사람, 홀아비, 과부들은 모두 나의 형제이면서 어려운 처지에 놓인 채 의지할 곳이 없는 자이다.
疲癃(피륭) : 노쇠하여 지친 사람.
殘疾(잔질) : 병들어 건강이 나빠진 사람.
惸獨(경독) : 형제가 없는 외아들과 늙도록 자식이 없는 사람.
鰥寡(환과) : 홀아비와 과부.
顚連(전련) : 어려운 처지에 빠져 있음.

于時保之, 子之翼也, 樂且不憂, 純乎孝者也.
때에 맞게 保養함은 자식이 부모를 공양함과 같고, 즐기면서 걱정하지 않게 되어야 어버이에 대한 순수한 효도가 된다.
于時(우시) : 於是와 같은 말. 이에, 이러므로.
() : 공경함.
樂且不憂(낙차불우) : 천명을 즐기고 빈천함도 걱정하지 않음을 뜻한다.

違曰悖德, 害仁曰賊, 濟惡者不才, 其踐形惟肖者也.
도리를 어김을 悖德이라 하고, 仁을 해침을 賊이라 한다. 惡행을 이룸은 못난 짓이며, 몸소 할 도리를 실천함은 똑똑한 짓이다.
() : 올바른 도리를 어김.
濟惡(제악) : 악을 이루게 하다. 악을 조장하는 것.
踐形(천형) : 孟子盡心 상편에 '신체와 얼굴 모습은 천성이다. 오직 성인이 된 후에야 신체의 바른 도를 실천할 수 있다[形色天性也,性聖人然後可以踐形]'고 하였다. 은 실천을 뜻하며, 은 신체의 여러 기관을 가리킨다. 곧 천형이란 하늘로부터 부여받은 신체의 기능을 충분히 활용하고, 몸으로 행하여야 할 바른 도리를 실천한다는 뜻이다.
() : 닮다. 천지 또는 부모의 덕과 닮은 것을 뜻한다.

知化則善述其事, 窮神則善繼其志.
변화의 道를 알면 천지의 사업을 이어받을 터이고, 神明을 잘 추궁하면 천지의 뜻을 계승할 터이다.
善述其事(선술기사) : 천지·부모의 사업을 잘 이어 발전시키다. 中庸'효도란 부모의 뜻을 잘 계승하고, 부모의 사업을 잘 이어 발전시킴이다[夫孝者, 善繼人之志, 善述人之事者也]'라고 하였다.
窮神 : 천지의 신명함을 추궁하여 이에 통달함.

不愧屋漏爲無忝, 存心養性, 爲匪懈.
집안 구석에서도 부끄러움이 없어야 욕됨이 없으며, 마음을 지키고 본성을 키워나감에 게으름을 피지 않아야 한다.
不愧屋漏(불괴옥루) : 방의 북서쪽 모퉁이 [屋漏]인 아무도 보지 않는 데 있다 해도 부끄러울 것이 없다.
無忝(무첨) : 욕될 것이 없다.
存心養性(존심양성) : 하늘에서 부여받은 마음을 보존하고 天性을 배양하다. 孟子盡心 상편에 '자신의 마음을 보존하고 자신의 천성을 기름이 하늘을 섬기는 방법이다[存心養其性,所以事天]’라고 하였다.
匪懈(비해) : 게을리하지 않음. 해이하지 않음.

惡旨酒崇伯子之顧養, 育英才, 穎封人之錫類.
맛있는 술을 싫어함은 崇伯의 아들 禹가 양친을 봉양하고자 함이었고, 영재를 기름은 穎谷의 封人이 동류를 속출하였기 때문이었다.
惡旨酒(오지주) : 맛있는 술을 싫어함. 旨酒는 맛있는 술.
崇伯子之顧養(숭백자지고양) : 숭백의 아들이 부모를 봉양하는 일에 마음을 씀. 숭백은 나라 禹王의 아버지인 으로, 崇國伯爵에 봉하여졌으므로 숭백이라 한 것이다. 우왕이 儀狄이란 사람이 만든 술을 마셔 보니 매우 맛이 있었다. 그러나 그는 그것 때문에 아버지인 숭백을 봉양하지 못할까 두려워 의적을 멀리했을 뿐만 아니라 술을 마시지 않았다고 한다.
穎封人之錫類(영봉인지석류) : 穎封人은 효로 이름 높은 穎考叔을 가리키는데, 봉인은 국경을 지키는 관리를 말한다. 錫類란 효자의 덕행이 퍼져 남에게 미침을 말한다. 春秋左氏傳隱公 원년에 실려 있는 이야기이다. 춘추시대, 나라 武公의 부인인 武姜莊公共叔段을 낳았는데, 姜氏는 장공을 싫어하고 동생인 을 사랑하였다. 강씨는 단으로 하여금 무공의 뒤를 잇게 하고자 공에게 여러 번 청했으나, 무공은 허락하지 않았다. 후에 무공이 죽고 장공이 즉위하자, 단은 어머니 강씨와 공모하여 모반을 꾀하였다. 이에 장공은 어머니 강씨를 城穎에 유폐시키며 맹세하기를 황천에 가기 전에는 만나지 않겠다.”라고 하였다. 그 무렵, 潁谷의 국경을 지키는 사람으로 영고숙이라는 자가 있었다. 그가 장공에게 토산물을 바치러 갔더니, 장공은 그에게 치하하느라 먹을 것을 내렸다. 그런데, 영고숙은 고기를 먹지 않고 옆으로 비켜놓았다. 장공이 그 까닭을 물으니, 영고숙은 제게 어머니가 한 분 계시는데, 제가 먹은 것은 무엇이든 알고 계십니다. 그런데, 공께서 내려주신 음식은 아직 모르시니, 이것을 어머니께 가져다 드리려 합니다.”라고 대답하였다. 그 말을 듣자 장공이 탄식하며, “그대에게는 음식을 가져다 드릴 수 있는 어머니가 계시는구나. 아아, 내게는 그럴 어머니가 없다!”라고 말하였다. 장공이 탄식하는 말을 듣고 영고숙이 그 까닭을 묻자, 장공은 모든 이야기를 하고는 "몹시 후회스럽지만 지금은 어쩔 도리가 없다."라고 하였다. 이에 영고숙이, "물이 나오도록 땅을 깊이 파서, 어머니가 계신 곳까지 땅굴을 만드십시오. 그 길을 따라가 어머니와 만나신다면, 아무도 주군께서 맹세를 어겼다고 말하지 않을 것입니다."고 말하였다. 장공은 영고숙의 말대로 하여 어머니를 만나 다시 母子의 정을 되찾았다. 이 일을 두고 군자는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영고숙은 참으로 효를 행하는 자이다. 그 어머니를 사랑하는 마음이 깊어, 그것이 장공에게까지 미친 것이다. 시경大雅旣醉'효자는 다함이 없으니, 영원토록 복 내리시겠네 [孝子不世, 永錫爾類]'라고 하였는데, 이것은 바로 영고숙 같은 사람을 두고 말한 것이다.”

不弛勞而底豫, 舜其功也, 無所逃而待烹, 申生其恭也.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아 마침내 양친을 기뻐하게 함은 舜이 功을 이룸이요, 도망가지 않고 烹殺을 기다림은 申生의 공경함이다.
不弛勞而底豫(불이로이저예) : 이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아, 부모의 마음이 감동되어 기쁘게 됨. 의 뜻, 는 기쁘다는 뜻. 순임금의 아버지 고수는 순의 계모의 꾐에 빠져 여러 번 아들을 죽이려고 하였다. 그러나, 순은 아버지를 원망하지 않고 열심히 일하여 부모님께 효도하였더니 마침내 아버지가 기뻐하였다고 한다. 孟子離婁상편부모의 마음을 얻지 못한 사람은 사람 노릇을 할 수 없고, 부모를 따르지 않고는 자식 노릇을 할 수 없다. 순임금이 부모 섬기는 도리를 다하자, 그의 아버지 고수가 기뻐하기에 이르렀다. 고수가 기뻐하게 되자 온 천하가 감화되었고, 고수가 기뻐하게 되자 온 천하의 부자관계가 안정되었다. 바로 이런 것을 큰 효도라 일컫는다 [不得乎親,不可以爲人, 不順乎親,不可以爲子.舜盡事親之道, 而暮眼底豫瞽眼底豫,而天下化. 瞽眼底豫, 而天下之爲父子者定,此之謂大孝]’라고 하였다.
無所逃而待烹(무소도이대팽) : 달아나지 않고 烹殺을 기다림. 춘추좌씨전僖公 4년에 실려 있는 이야기이다. 춘추시대, 나라 獻公에게는 驪姬라는 愛妾이 있었다. 그녀는 태자인 신생을 죽이고 자기가 낳은 아들 奚齊를 태자로 삼으려는 계획을 꾸몄다. 어느 날 여희가 태자에게, “공께서 齊姜(:태자의 생모)님의 꿈을 꾸신 모양입니다. 태자께서는 곧 그분의 제사를 지내십시오라고 말하였다. 태자는 곧 곡옥에서 어머니의 제사를 지내고, 그 음식을 헌공에게 보냈다. 여희는 그 음식에 독을 넣어 헌공에게 가져갔다. 헌공은 그 음식을 먹기 전에 땅에 제사지냈다. (음식물을 한 숟가락 땅에 뿌리는 의식). 그러자 곧 땅이 부풀어 올랐다. 개에게 먹여 보니 맥없이 죽었다. 여희가 울면서 소리쳤다. "나쁜 사람들이 태자님 곁에 붙어 있습니다." 헌공은 노하여, 태자의 스승인 杜原款을 죽였다. 어떤 사람이 태자에게 사실을 밝히라고 하였지만, 태자는 "아버님은 여희가 없으면 앉아서도 불편하시고 맛있는 음식을 잡수셔도 그 맛을 모르시는 듯하다. 내가 사실을 밝히면 필시 여희의 죄가 드러날 것이다. 아버님은 이미 늙으셨다. 아버님으로부터 여희를 빼앗고 싶지 않다."라고 말하며, 사실을 밝히기를 거절하였다. 그 사람은 태자에게 도망치라고 권유하였다. 태자는 아니다. 아버님을 죽이려 했다는 더러운 누명을 쓰고서야, 내가 다른 나라로 도망친들 누가 나를 받아주겠느냐?"라고 하며 도망치라는 권고마저도 물리쳤다. 그리고는 목을 매어 자살하였다. 사람들은 이 소식을 듣고 신생을 恭世子라 하였다. 아버지를 생각하는 신생의 효심이 지극했기 때문이었다. 본편에는 烹殺된 것으로 되어 있으나 잘못이다.

體其受而歸全者, 參乎, 勇於從而順令者, 伯奇也.
받은 몸을 온전히 되돌려 보낸 사람은 曾子이며, 부모의 뜻을 따름에 용감하고 명령에 순종한 사람은 백기이다.
體其受而歸全(체기수이귀전) : 부모에게서 받은 몸을 보전하였다가 죽을 때 온전히 돌려줌. 曾子에 관한 이야기로, 증자는 공자보다 46세나 아래이며, 이름은 이다. 학문과 덕행이 뛰어나 공자의 학문을 계승하여 후세에 전했으며, 특히 효행이 극진하여 出天之孝(:천성으로 타고난 효성)라 불린다. 증자가 편찬한 孝經첫머리에 몸과 털과 살갗은 부모에게서 받은 것이다. 손상시키지 않음이 효의 시작이다[身體髮膚 受之父母, 不敢毁傷,孝之始也]’라는 말이 있다.
勇於從而順令者(용어종이순령자) 伯奇也(백기야) : 부모의 뜻을 따르는데 용감하고 부모의 명령에 순종한 사람은 伯奇이다. 周 宣王의 신하 尹吉甫는 후처에게 빠져, 전처의 몸에서 난 아들 백기를 미워하였다. 겨울날, 길보는 아들에게 옷도 주지 않고 신발도 없이 내쫓아 수레를 끌도록 명령하였다. 이에 백기는 연잎으로 몸을 감싸고 나무 열매를 따 먹으면서 새벽에 서리를 밟으며 수레를 끌면서 아버지의 명령에 따라 열심히 일했다는 전설이 있다

富貴福澤, 將以厚吾之生也, 貧賤憂戚, 庸玉汝於成也, 存吾順事, 沒吾寧也.
富貴福澤은 나의 삶을 풍부하게 하는 것이요, 貧賤憂戚은 너에게 옥을 갈게 하여 완성시키려 함이니, 살아서 내가 사리를 따르면 죽어서도 내가 편안할 터이다.
厚吾之生(후오지생) : 나의 생을 풍부하게 하다.
憂戚(우척) : 근심과 슬픔.
庸玉汝於成(용옥여어성) : 너를 옥처럼 갈고 다듬어 훌륭하게 완성시키려 함.
存吾順事(존오순사) : 살아서 내가 일을 순리대로 하다.
沒吾寧(몰오녕) : 죽게 되어도 내가 편안할 것이다. 천지나 부모에게 부끄러울 것이 없다는 뜻.

 

 

 해설


송나라 초기 성리학 선구자의 한 사람인 張載가 쓴 글이다.
그는 神宗 熙寧 초기에 崇政殿說書라는 벼슬을 했으나王安石의 新法을 반대하여 결국은 벼슬을 버리고 자기 고향인 郿縣 橫渠로 돌아왔다고향으로 돌아와 제자를 모아 글을 가르치다가 세상을 떠났는데이 글은 횡거에서 제자들에게 글을 가르칠 때 쓴 글이다.

장재가 글을 가르치던 서원에는 두 개의 창문이 동서로 나 있었는데그는 동쪽 창문 위에 '砭愚'라는 제목의 명을 써 걸었다그 제목은 어리석은 마음에 돌침을 놓아 그 어리석음을 치료한다는 뜻이다서쪽 창문에는 ‘訂頑'이라는 명문을 써 걸었다그 제목은 완고한 마음을 바르게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程頤가 이것을 보고이런 이름은 논쟁의 실마리가 되겠다고 생각하여차라리 이것을 단지 ‘東銘’, ‘西銘’이라 하는 편이 어떠냐고 하여횡거가 그의 말에 따랐다이중 특히 ‘서명’은 많은 사람에게 명문으로 읽혔다정이 같은 이는, “지극히 순수하여 잡된 것이 없으며 秦漢이래 학자들이 이르지 못한 경지에 이르고 있다.”라고 하고는 언제나 학자들에게 보였다고 한다.

송대 성리학자의 사상을 간결하게 서술한 글로 周敦頤의 太極圖說과 함께 쌍벽을 이루는 명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