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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조선-황진이(黃眞伊)

구글서생 2023. 5. 14.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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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황진이(黃眞伊)

 

김태준(金台俊)
생몰 연대 미상평론가성대(城大조선문학과 졸업점차 극좌적인 평론 활동을 하다 6·25 전에 월북․
저서에 「조선소설사」「고려가사 주해」「조선문학사」「조선가요집성」「청구영언」등이 있음.

 

황진이는 황진(黃眞) 혹은 진랑(眞娘)이라고도 한다. 개성 황진사의 외딸로서 실절(失節)한 후 기생이 되었다고도 하며 혹은 개성 천가(賤家) 맹녀(盲女)의 딸이었다고도 한다. 인물이 절색일 뿐 아니라 시에 능하여 스스로 말하되 서화담 선생과 박연폭포와 자기를 합해서 송도3절(松都三絶)이라고 하였다. 서화담 선생으로 말하면 동시의 송도 선배로 도학의 명망이 일국에 관(冠)한 분이요, 박연폭포도 그 형승(形勝)이 동국에 으뜸이 되는 것인데 자기를 그와 합해서 3절이라 한 것은 그의 자부심이 얼마나 강한 것임을 알겠다.

 

더구나 서화담 선생은 마음 수양이 충분히 된 분으로 어떤 사물에도 움직이지 않는다는 평판이 높은지라.

황진이는 말하되

 

“세상에 제아무리 억센 남자가 있다 할지라도 여색에 동하지 않는 이가 어디 있으리오.”

 

하면서 선생을 자주 찾아가서 술을 따르고 거문고 뜯고 노래 부르고 백방으로 추파를 보냈어도 선생은 눈도 까딱 흘겨보지도 않았다고 한다. 일설에는 그때에 지족선사(知足禪師)라는 도승이 있는데 자기는 어떠한 미희요첩(美姬妖妾)이 있어도 거기에 빠지는 일은 없다고 단언하면서 산중생활 30년에 곧잘 엄숙하게 지내오던 것을 황진이가 파계시켰다고 한다. 소위 〈망석(忘釋)중〉의 노래라는 것은 그래서 생긴 것이라고 한다.

 

황진이는 호사가요 풍류 여랑(女郞)이라. 더구나 몸이 노류장화의 신세로 되어 있는 만큼 남의 억센 간장을 녹인 것이 한둘이 아니다. 자기를 이별하고 가는 벽계수를 보고는

 

“청산영리(靑山影裏) 벽계수(碧溪水)야 수이 감을 자랑마라

일도창해(一到滄海)하고 보면 다시 오기 어려우니

명월(明月)이 만공산(滿空山)한데 쉬어 간들 어떠리”

 

이렇게 읊어 벽계수도 가던 길을 멈추고 황진이의 만류를 좇았다고 한다.

 

서화담·지족선사·벽계수에 대한 전설은 고증의 여지가 없는 한낱 전설로 그는 그만큼 황진이의 재색이 당시 사림공모(士林共慕)의 촛점이어서 가장 화제가 되고 인기를 끌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자료임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이야기는 얼마든지 있었던 모양이다.

 

또 양곡(陽谷) 소세양(蘇世讓)이라는 당세의 문호가 평생에 자기의 철석 간장을 자랑하여 색에 빠지는 사나이는 남자답지 못하다고 하면서 여러 친구들과 약속하되 내가 개성에 가서 송도 명기 황진이와 30일 동숙을 하고 곧 그날 떠나올 터인데 하루라도 더 놀다가 오면 사람이 아니라고 하더니 소씨가 개성에 가서 급기야는 황진이를 보고 그의 요염에 정신이 허둥지둥한데 30일을 유숙하고 용맹스럽게 떠나오려 한즉 황진이가 좋은 시를 자작 자필로 써주는데

 

“오동잎은 달빛에 지고

들국화는 서리에 누렇게 되네

누대는 높아 하늘과 한 자 되니

사람은 취하되 천 잔 술을 마셨구나

흐르는 물소리는 거문고 소리처럼 차갑고

피리소리 구성지니 매화가 향기롭다

내일 아침 이별한 후에도

정은 다시 치솟아 푸른 물결처럼 끝없겠지” (편집자 역)1)

1)“月下庭梧盡 霜中野菊黃 樓高天一尺 人醉酒千觴 流水和琴冷 梅花入笛香 明朝相別後 情意碧波長

 

소씨도 이 명구(名句)에는 참지 못하고 친구들의 약속을 어기고 다시 일석(一夕)을 머물렀다고 한다.

 

그의 만월대 회고시, 박연시 등 경구(警句)가 많고 시조에도 능하여 그의 작품

 

“동짓달 기나긴 밤 한허리를 둘에 내어

춘풍 이불 아래 서리서리 넣었다가

얼운 님 오신 밤이면 구비구비 펴리라”

 

같은 노래를 절창이라고 한다.

 

그는 기절하기가 남자 같은 성격이라 노래, 한시, 거문고 다 잘하고 성질이 산천을 좋아해서 금강산, 태백산, 지리산으로부터 금성(錦城)까지 갔는데 관청에 잔치가 있어 성기(聲妓)가 만당한데 황진이는 폐의구면(弊衣垢面)2)으로 천연스럽게 이를 잡고 있어 좌중을 놀라게 했다고 한다.

2)폐의구면(弊衣垢面): 떨어진 옷과 때 낀 얼굴.

 

일찌기 비(雨)를 긋노라고 길가 어느 선비집에 들어갔는데 선비가 등잔불 밑에 심상치 않은 요야(妖冶)한 미희가 와서 선 것을 보고 행여나 귀신이나 호정(狐精)이 아닌가 하고 단정히 앉아 임랑(琳琅)3)히 옥추경(玉樞經)을 읽는데 진이는 하도 어이가 없어 고소를 하면서 외쳐 말하되

3) 임랑(琳琅):옥이 부딪혀서 나는 소리같이 아름다움.

 

“당신도 귀가 있거든 천양간(天壤間)에 명기 황진이가 있다는 말을 들었을 것입니다. 그가 즉 저올시다.”

하고 가버렸다고 한다.

실로 수많은 일화를 남긴 명기이다. (韻護堂集,詩話彙成漫錄,五山說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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