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의 탄식(秋雨歎)-두보(杜甫)
▶ 秋雨歎 : 가을비의 탄식. 《杜詩》 권1에 실린 3수 가운데 제1수이다.
雨中百草秋爛死, 階下決明顏色新.
빗속에 온갖 풀은 가을이 되어 시들어 죽었는데, 섬돌 아래 결명초는 빛깔이 새롭구나.
▶ 爛(란) : 무르익다.
▶ 決明 : 풀 이름. 눈병에 쓰이던 약초라서 決明이란 이름이 붙었다.
▶ 顏色 : 결명초의 꽃 빛깔.
著葉滿枝翠羽蓋, 開花無數黃金錢.
가지 가득히 붙은 잎새는 푸른 깃의 車蓋 같고, 무수히 핀 꽃은 황금돈과 같구나.
▶ 翠羽蓋 : 비취빛 깃으로 만든 수레 위 덮개.
涼風蕭蕭吹汝急, 恐汝後時難獨立.
서늘한 바람 쌀쌀히 그대에게 세차게 불어오니, 그대가 때늦게 홀로 버티기 어려울까 두렵네.
▶ 蕭蕭 : 바람이 쓸쓸히 부는 모양.
▶ 後時 : 때에 뒤늦게. 철 늦게.
堂上書生空白頭, 臨風三嗅馨香泣.
당상의 서생은 공연히 머리만 희었으니, 바람을 맞으며 몇 번이고 향내 맡으며 우네.
▶ 堂上書生 : 두보 자신을 가리킨다.
▶ 三嗅(삼후) : 세 번 냄새 맡음. 《論語》 鄕黨편에 일렀다.
‘子路가 모이를 주니 세 번 냄새를 맡아보고 날아올랐다.’
여기서는 여러 번 냄새를 맡는 것.
▶ 馨(형) : 향내가 멀리까지 나감.
해설
《杜詩》 錢謙益의 注에 일렀다.
‘天寶 13년(754) 가을 장맛비가 60여 일 계속되었다. 玄宗이 비가 곡식을 해칠까 걱정하고 있었는데, 楊國忠이 벼 가운데서 잘 자란 것을 가져다 바치면서 비가 많이 오기는 하였으나 곡식을 해치지는 않았다고 아뢰었다. 이해 가을 두보는 長安의 旅舍에서 앓고 누워 있으면서 이 얘기를 듣고 이 시를 지었다.’
이 시는 이처럼 간신이 들끓는 세상에서도 군자는 환난을 이기고 독립함을 노래한 것이다.
비가 많이 와서 백성들은 모두 궁지에 몰려 있으나, 고난 속에서도 군자는 꿋꿋이 결명초처럼 자기의 지조를 지켜나간다. 그러나 계절은 어느 때고 바뀌듯이 시간은 흘러가매, 자기도 군자의 행실을 본뜨려 하지만, 아무런 한 일도 없이 머리만 희끗희끗하여졌다. 그러기에 거듭거듭 군자의 德行에 비견하는 결명초의 향내를 맡으며 눈물짓고 있다.
더구나 고난에 허덕이는 백성들과 날로 날뛰는 간신배를 어찌할 터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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