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명심보감 준례편(遵禮篇)
有子는 "예절을 적용함에는 조화를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禮之用, 和爲貴)라고 하였고,
孔子는 "예절이란 사치스럽기보다는 차라리 검소한 것이다."(禮與其奢也, 寧儉也)라고 하였으니,
예절이 폐단으로 흐르지 않고 실제 생활에 적용되기가 그리 쉽지 않음을 두고 한 말씀일 것이다.
<1>
子曰
居家有禮故長幼辨 閨門有禮故三族和
朝廷有禮 故官爵序
田獵有禮故戎事閑 軍旅有禮故武功成.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집안에 거처함에 禮가 있으므로 어른과 아이는 분별이 있고,
閨門에 예가 있으므로 三族이 화목하다.
조정에 예가 있으므로,
官爵에 서열이 있다.
田獵에 예가 있으므로 軍事가 익숙해지며,
군대에 예가 있으므로 武功이 이루어지느니라.”
▶辨: 분별할 변.
▶閨: 안방 규. 閨門: 아녀자들이 거처하는 곳을 말한다.
▶爵: 벼슬 작. 官爵: 관직과 작위.
▶田獵: 사냥. ‘田’은 ‘사냥하다’[佃]의 의미로 ‘田獵’은 유사관계로 이루져 있다.
▶序: 차례 서.
▶獵: 사냥할 렵. 예]狩獵, 獵奇的.
▶戎: 군사 융. 戎事 : 군사에 관한 일. 軍事. ‘戎’은 ‘병장기, 兵車, 汝, 相, 서쪽 오랑캐’의 의미인데, ‘戎事’는 兵事, 軍事, 戰爭의 의미이다. 戎은 병장기 ‘융’.
▶閑은 ①한가할 한. ②익숙할 한. ③ 막다[防, 禦]. 여기서는 ②의 뜻이다. 물론 현대에는 ①의 뜻으로만 쓰이고, ②,③의 뜻으로는 전혀 쓰이지 않는다.
▶旅: ①나그네 려. ②군사 려. 예]旅團.
[출전]
1) 이 글은 《禮記》 〈仲尼燕居〉에 보이는 다음의 글을 변형한 것이다.
《仲尼燕居》
子曰:「明乎郊社之義、嘗禘之禮,治國其如指諸掌而已乎!是故,以之居處有禮,故長幼辨也。以之閨門之內有禮,故三族和也。以之朝廷有禮,故官爵序也。以之田獵有禮,故戎事閑也。以之軍旅有禮,故武功成也。
2) 《孔子家語》 〈論禮 第二十七〉에도 이와 거의 비슷한 글이 보인다.
明乎郊社之義、禘嘗之禮,治國其如指諸掌而已。
是故居家有禮,故長幼辯;
以之閨門有禮,故三族和;
以之朝廷有禮,故官爵敘;
以之田獵有禮,故戎事閑;
以之軍旅有禮,故武功成。
<2>
子曰
君子有勇而無禮爲亂 小人有勇而無禮爲盜.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군자가 용맹만 있고 禮가 없으면 난리를 일으키고,
소인이 용맹만 있고 禮가 없으면 도둑이 되느니라.”
▶爲: 될 위.
▶盜: 도둑 도. 훔칠 도. 예]盜賊.
▶君子: 인격을 갖춘 有德者 또는 높은 지위에 있는 집정관을 말하는데, 여기서는 후자, 곧 윗자리에 있는 사람[在上之人]을 말한다.
[출전]
이 글은 《논어》 〈陽貨 二十三章〉에 보이는 다음의 글이 약간 변형된 것이다.
子路曰:「君子尚勇乎?」
子曰:「君子義以為上。君子有勇而無義為亂,小人有勇而無義為盜。」
<3>
曾子曰
朝廷莫如爵
鄕黨莫如齒
輔世長民莫如德
증자께서 말씀하셨다.
“조정에는 벼슬 만한 것이 없고,
鄕黨에는 나이 만한 것이 없고,
보세장민에는(세상을 돕고 백성의 우두머리·어른노릇 하는 데에는) 德 만한 것이 없느니라.”
▶《孟子》 〈公孫丑章句 下 二章〉에 나온다.
▶曾子: 춘추시대 魯나라 사람(約 B.C.505~B.C.435). 이름은 參이고, 자는 子輿이다. 증자는 그에 대한 尊稱이다. 공자의 제자로 효성이 지극하였고, 일반적으로 그가 《大學》을 서술하고, 《孝經》을 지었다고 알려져 있다.
하루에 자기 몸을 세 가지로 반성한다는 글이 《論語》 〈學而 四章〉에 보인다.
“曾子曰 吾日三省吾身 爲人謀而不忠乎 與朋友交而不信乎 傳不習乎”
▶莫如: ~와 같은 것이 없다. ~만한 것이 없다. ~이 제일 낫다. 莫은 금지사로도 쓰이고 여기서는 "없을 막"의 뜻이다. 예]莫强, 莫大, 莫重.
▶鄕과 黨은 각각 마을을 뜻하는 말이다. 자세히 말하면, 鄕은 12,500戶의 마을을, 黨은 500戶의 마을을 뜻하는 말이다. 즉, 지금으로 말하자면, 鄕黨은 지금의 邑面里에 해당하는 행정 구역인 셈이다. 그러나 鄕黨이라고 하면 단순히 "마을"을 뜻하는 한 단어로 쓰인다.
▶齒: ①이 치. ②나이 치. 爵, 德과 더불어 三達尊(벼슬, 나이, 덕)이라 한다.
▶輔는 도울 보.
▶長은 술어로 ①길 장. ②기를 장. ③~의 우두머리가 되다. ~의 장(長)이 되다. 여기서는 ③의 뜻이다. 어떤 책에서는 ②의 뜻으로 보아 ‘세상을 돕고 백성을 다스린다.’라고 해석하기도 하는데 이는 의역이 아니면(?), 오류이다. 儒家에는 어리석은 다수의 백성을 위해 덕을 갖춘 소수의 군자가 계도해야 한다는 사상이 깃들어 있다. 특히 大學은 바로 그러한 소수의 군자가 갖춰야 할 덕목을 서술한 책이다.
<4>
老少長幼天分秩序,
不可悖理而傷道也.
老少長幼는 하늘이 나눈 질서이니,
이치를 거슬러 도를 해쳐서는 안 되느니라.
▶少: ①적을 소.(少+명사구:~이 적다). ②어릴 소. 여기서는 후자의 뜻.
▶分: 나눌 분.
▶秩: 차례 질. 예]秩序.
▶不可+술어~: ~하는 것은 불가하다. ~할 수 없다. ~해서는 안된다.
▶悖: 거스를 패. 예]悖倫, 行悖.
▶傷: 해칠 상.
<5>
出門如見大賓,
入室如有人.
밖에 나설 때는 큰 손님을 뵙는 듯이 하고,
방에 들어와 있을 때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하여라. (홀로 있어도 몸가짐을 삼가야 한다)
[출전]
‘出門如見大賓’은 《논어》 〈顔淵 二章〉에 보인다.
<6>
若要人重我,
無過我重人.
만약 남이 나를 중하게 여기기를 바란다면,
내가 남을 중하게 여기는 것보다 나은 것은 없다.
▶要: 명사로는 요체, 요점, 요긴한 것 등등의 뜻이고, 술어로는 "~하기를 요하다. 바라다."의 뜻이다.
▶重: 술어로 ①무겁다. ②(행동이나 성격이나) 진중하다. 신중하다. ③중요하다. ④(타동사) ~을 중히 여기다.
▶無過~: ~에 지나는 것은 없다. ~보다 나은 것은 없다. 예]不過하다.
<7>
父不言子之德,
子不談父之過.
아버지는 아들의 덕을 말하지 않으며,
자식은 아버지의 허물을 말하지 않는다.
[해설] 자식 자랑은 輕妄스러워 三不出에 들고, 부모의 허물을 말하는 것은 미덕이 아님을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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