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비곡, 왕안석 시에 화작함(明妃曲和王介甫)-구양수(歐陽修)
▶ 明妃曲和王介甫 : 〈明妃曲〉, 王安石에 和作함.
앞 왕안석의 〈명비곡〉 其二에 和한 작품임.
胡人以鞍馬為家射獵為俗, 泉甘草美無常處, 鳥驚獸駭爭馳逐.
오랑캐는 안장 얹은 말을 집으로 삼고 射獵이 풍습이며, 샘물 달고 풀 좋은 곳을 찾되 정처가 없고, 鳥獸가 놀라서 뛰면 다투어 말달려서 뒤쫓는다네.
▶ 無常處 : 일정한 거처가 없다.
▶ 爭馳逐 : 다투어 말달리어 쫓다. 다투어 말달리어 쫓아가 잡다.
誰將漢女嫁胡兒? 風沙無情面如玉. 身行不遇中國人, 馬上自作思婦曲. 推手為琵却手琶, 胡人共聽亦咨嗟.
누가 漢女를 胡兒에게 시집보냈던가? 風沙는 무정하게 옥 같은 얼굴을 치는데, 가도 가도 중국 사람은 만나지 못하여, 말 위에서 스스로 思婦曲을 지어, 비파 줄을 밀거나 당기니, 오랑캐가 함께 듣고 역시 탄식하였다네.
▶ 思歸曲 : 고향으로 돌아가고픈 생각을 담은 곡. 琵琶曲인 〈昭君怨〉을 가리킴.
▶ 推手爲琵却手琶 : 손을 앞쪽으로 밀어 琵가 되고 손을 뒤편으로 끌어당겨 琶가 된다. 비파를 연주할 때 이리저리 뜯음을 말하는데, 비파의 語源에 대하여 《釋名》에서 ‘推手前曰琵, 引手却曰琶’라 한 데서 빌은 표현임.
비파는 본래 말 위에서 타던 악기였는데, 손을 앞으로 밀 적에 ‘삐이’ 소리를 내고 뒤로 당길 때에 ‘빠아’ 소리가 나는 이 西域의 악기를, 그 소리를 형용하여 琵琶라 불렀다.
▶ 咨嗟 : 긴 한숨짓다. 탄식하다
玉顏流落死天涯, 琵琶却傳來漢家. 漢宮爭按新聲譜, 遺恨已深聲更苦.
玉顏이 흘러가서 저 하늘가에서 죽었으나, 비파곡은 도리어 한나라로 전해지매, 한나라 궁궐에선 다투어 새 曲譜를 연주하니, 남긴 한이 깊어서 비파 소리 더욱 마음 아팠네.
▶ 爭按 : 다투어 연주하다.
▶ 新聲譜 : 새로운 曲譜, 〈昭君怨〉의 곡보.
纖纖女手生洞房, 學得琵琶不下堂. 不識黃雲出塞路, 豈知此聲能斷腸?
곱고 여린 손은 깊은 방에서 자라며, 비파를 배웠으되 문밖에 출입하지 않았으매, 누런 구름이 이는 국경을 나가는 길은 알지도 못했으니, 그 곡조가 사람들을 애끊게 할 줄이야 어이 알았으랴?
▶ 纖纖 : 여자 손이 곱고 여린 모양.
▶ 洞房 : 집의 깊숙한 곳에 있는 방.
▶ 不下堂 : 대청을 내려오지 않았다. 곧 대청에서 내려와 문밖 출입을 한 일이 없다는 뜻.
해설
여기에서는 왕소군이 흉노로 가면서 연주하였다는 琵琶曲인 〈昭君怨〉을 중심으로 하여 왕소군이란 미인의 비극을 노래하고 있다.
이 시가 구양수 〈明妃曲〉의 제1수이고, 앞에 나온 〈明妃曲〉이 제2수인데, 歐陽修 자신이 이르기를 “〈明妃曲〉의 제2수는 李太白도 짓지 못하고, 杜甫나 지을 수 있을 터이다. 그러나 제1수는 두보도 지을 수 없는 수준의 것이다. 나만이 지을 수 있다.”라고 하였을 정도로 자부한 시이다 [葉夢得《石林詩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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