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의 허사(虛詞) 阿 |
阿堵 이것 阿儂 나 阿奴 나 阿你 너 너희들 阿誰 누구 “阿호칭아”는 고대 이래 명사의 접두사로 쓰였다. 阿는 ① 대부분 行列이나 兒名 혹은 姓 앞에 쓰여 친밀한 뜻을 나타내며, ② 친족 관계의 칭호 앞에 쓰인다. |
¶ 阿母常仁惻. 《後漢蔡文姬詩》
○ 어머니께서는 항상 매우 사랑해주셨다.
¶ 阿婆不嫁女, 那得外孫抱? 《樂府詩集 梁折楊柳枝歌》
○ 어머니는 딸을 시집보내지 않았는데, 어디서 외손주를 안아보나?
¶ 阿爺無大兒. 《木蘭詩》
○ 아버지는 큰아들이 없었다.
“阿姨”[이모, 아주머니]는 현대 생활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쓰이는 단어가 되었다.
¶ 阿姨欲去何處? 《雜阿含經卷45》
○ 아주머니는 어디로 가고자 하십니까?
☞그밖에 阿는 중고 시대에 쓰였던 “이” “이것”을 가리키는 近指代名詞인 “堵”자 앞에 쓰였다. 선인들은 또한 “堵” 대신 그냥 “者”만으로도 썼다. 이 용례는 五代 前蜀(907-925) 시대의 及時行樂人[궁중 어릿광대]이었던 王衍의 醉粧詞 중 “者邊走, 那邊走”[이쪽으로 가고, 저쪽으로 간다.]에 보인다.
¶ 夷甫晨起, 見錢阂行, 呼婢曰: “擧却阿堵物!” 《世說新語 規箴》
○ 왕이보가 아침 일찍이 자리에서 일어나, 길을 막고 있는 돈을 보자, 놀라서 계집종을 부르며 소리질렀다: “이 물건을 치워라!”[왕연은 “돈”이란 말조차 입에 담기 싫어했던 사람이었으므로 “돈을 치워라!” 하지 않고 “이 물건을 치워라!” 하고 말한 것이다.]
¶ 顧長康畵人, 或數年不點目精. 人問其故. 顧曰: 四體姸蚩, 本無關於妙處. 傳神寫照, 正在阿堵中. 《世說新語 巧藝》
○ 고장강이 인물화를 그려놓고, 수년 동안 눈동자를 그려넣지 않고 있었다. 어떤 사람이 그 이유를 물어보자 고가 말했다: “사지의 곱고 추함은 본래 오묘함과 무관하니, 생동감 있는 묘사는 바로 이 [눈동자] 속에 있다.”
☞육조 시대에는 阿儂이란 단어가 쓰였다. “儂나 농”는 “나”라는 뜻의 자칭 대명사이다. 이 말은 오늘날 吳語에 남아있는데, 대칭 대명사인 “너”라는 뜻으로 변했다.
¶ 阿儂已復得壺矣. 《太平廣記》
○ 나는 이미 호를 손에 넣었다.
“돈황 변문”에 보이는 阿奴는 자칭[나]이다. 阿儂의 音轉으로 생각된다.
¶ 阿奴無德, 濫處爲君. 《敦煌變文集 韓擒虎話本》
○ 나는 덕이 부족하여 군왕이 되기에 부실하다. [“阿奴”는 수나라 문제 ‘양견’의 자칭이다.]
¶ 阿奴今擬興兵, 收伏狂秦. (同上)
○ 나는 지금 군사를 일으켜 광란의 진나라를 정벌하고자 한다. [“阿奴”는 陳侯主陳叔寶의 자칭이다.]
☞이후에 “너” “너희들”이란 뜻으로 阿你라는 말이 쓰이기 시작했는데, 극히 드물게 보인다. 오직 당, 오대 시대의 속문학에서만 보인다.
¶ 水謂茶酒曰: “阿你兩個, 何用忿忿?” 《敦煌卷子唐人茶酒論》
○ 물이 차와 술에게 말했다: “너희 둘은 구태여 화낼 필요가 있는가?”
¶ 鷦鹩隔門遙喚: “阿你莫漫輒藏!” 《敦煌卷子唐人燕子賦》
○ 뱁새와 메추라기가 문을 사이에 두고 길게 소리쳐 불렀다: “그대는 곧바로 숨지 말라!”
☞阿는 “誰”자 앞에 쓰이는 예가 적지 않다. 阿誰는 “누구” “어느 것”을 의미한다.
¶ 先主謂曰: “向者之論, 阿誰爲失?” 《三國志 蜀志 龐統傳》
○ 선주가 물었다: “방금 이야기는 누구의 잘못인가?”
¶ 道逢鄕里人: “家中有阿誰?” 《樂府詩集 紫騮馬歌辭》
○ 길에서 만난 동향인이 그에게 물었다: “집안에는 또 누가 있습니까?”
☞阿는 또한 사람의 성과 이름 앞에 붙여 친근하게 부르는 말로 쓰는 경우가 많은데, 이에 관하여는 남송의 王楙가 지은 《野客叢書》에 다음과 같이 기술되어 있다.
“ 阿는 阿阮과 같이 성 앞에 붙여 쓰고, 阿戎과 같이 이름 앞에 붙여 쓰며, 阿平과 같이 자 앞에 붙여 쓰고, 阿大[맏이, 장남]와 같이 항렬 표시 글자 앞에 붙여쓰기도 한다.”
그 밖에 조조의 아명을 阿瞞이라 부르고, 유비 아들 유선의 아명을 阿斗라고 부르는 것은 잘 알려진 바이다.
阿의 용법을 정리해보면,
① 의문 대명사인 誰자 앞에 붙여 쓰는 경우를 비롯하여, 몇 개의 대명사와 함께 쓰인다.
② 사람의 성과 이름 앞에 붙여 쓰며, 특히 아명 앞에 즐겨 쓰인다.
③ 老大[맏이, 장형, 형님]에 상당하는 阿大[맏이, 장남]와 같이 항렬 표시 글자 앞에 붙여 쓰인다. 이 글자는 단독으로는 쓰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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