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의 허사(虛詞) 安 |
安所 어디 安은 고음(古音)이 焉자와 같았기 때문에 安의 어법적 기능은 焉자에 모두 들어 있다. 다만 焉자 용법의 일부는 安자에 없다. |
(1) 安은 의문 대명사로서 사물에 대하여 묻는다. “무엇” “무슨”
☞安은 동사의 목적어로 쓰인다.
한문 문법에 의하면, 동사의 목적어로 쓰이는 의문대명사는 동사 앞에 놓이는데, 특히 이 安자가 그러하다.
이 글자는 동사 뒤에 놓이는 일이 없고, 의문 대명사이지만 주어로 쓰이는 일이 없다.
¶ 泰山其頹, 則吾將安仰?
梁木其壞, 哲人其萎, 則吾將安放? 《禮記 檀弓上》
○ 태산이 무너지면, 내 장차 무엇을 우러러볼 것인가?
대들보가 쓰러지고, 철인이 시들어지면, 내 장차 무엇을 본받을 것인가?
(2) 安은 장소를 묻는 의문 대명사로서 용법이 비교적 많다.
☞이 용법은 상기 (1)목과 같지만, 사물과 장소 중 어떤 것을 나타내는지에 관하여는 상하 문맥에 따라 결정된다.
¶ 行賢而去自賢之行, 安往而不愛哉? 《莊子 山木篇》
○ 훌륭한 행동을 하면서도 스스로 그 행동을 드러내지 않는다면, 어디를 가나 사랑받지 못할까?
¶ 苟天下擾攘, 逃將安之? 《三國志 魏志 袁渙傳 引袁宏漢紀》
○ 만약 천하가 혼란되면, 도망하여 어디로 가지?
☞安자가 장소를 표시할 때에는, 동사나 전치사의 목적어가 되는데, 이때 安은 동사나 전치사의 앞에 놓인다. 현대 중국어로 번역을 해보면, 역시 전치사 뒤에 위치한다. 이 용법은 사물을 묻는 安자와 용법이 같은데(즉 (1)목의 용법) 고서 중에는 이러한 용법은 없다.
¶ 女安從知之? 《漢書 黥布列傳》
○ 그대는 어디에서 그를 알았는가?
☞만약 安자가 “어디”라는 뜻으로 쓰였다면, 달리 목적어가 있을 것이므로, 이 安은 이미 목적어가 아니고, 마치 부사어와 같은 지위에 놓이게 된다.
이것은 다른 말로 하자면, 安자 다음에 전치사가 생략되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介賓構造”[전치사+목적어 구조]가 부사어로 쓰인 것이다.
¶ 王室多故, 予安逃死乎? 《史記 鄭世家》
○ 주나라 왕실에는 항상 사고가 발생하는데, 내가 이를 피하여 어디로 도망가 죽을 수 있겠는가?
¶ 問曰: “安得此?” 《史記 大宛列傳》
○ 물었다: “어디로부터 이것을 얻었는가?”
(3) 安所는 일종의 連語[둘 이상의 음절의 결합]이다. “어디”
☞이것은 安자가 특수 명사인 所자 앞에 놓여서 의문형용사가 된 것이다. 安은 오직 所자와 결합하여 “어디”라는 뜻을 나타내며, 다른 글자와는 결합하지 않는다.
예를 들면 何方, 何地는 가능하지만, 安方, 安地는 없다. 이것은 단지 고대인들의 언어 습관일 뿐이다.
¶ 欲令農士工女安所讎其貨乎? 《史記 循吏列傳》
○ 농부와 베 짜는 여인들은 어디에서 그 물건들을 팔아야 한다는 말인가?
¶ 安所求子死? 桓東少年場. 《漢書 尹賞傳》
○ 어디에서 아들의 시체를 찾았는가? 돌기둥 동편에 있는 어린이 놀이터에서.
☞상기 두 가지 예문에서 安所는 모두 動賓構造 앞에서 부사어로 쓰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若徐州不定, 將軍當安所歸乎? 《三國志 魏志 荀稶傳》
○ 만약 서주를 평정하지 못한다면, 장군께서는 장차 어디로 가시겠습니까?
☞상기 예문에서 安所는 歸의 목적어가 된다.
이것을 다시 써보면, 歸于何處[어디로 돌아가다]가 되는데 여기서 “于”자가 생략되었다.
한문에서는 동사가 자동사인지 타동사인지의 구별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4) 安은 의문 부사로 쓰인다. 일반적으로 동사의 앞에 놓인다. “어떻게”
¶ 子非魚, 安知魚之樂? 《莊子 秋水篇》
○ 그대는 물고기가 아닌데, 어떻게 물고기의 즐거움을 아는가?
¶ 吾亦欲東耳, 安能鬱鬱久居此乎? 《史記 淮陰侯列傳》
○ 나는 동쪽으로 나아가 천하를 다투고자 합니다. 어찌 답답하게 이런 곳에서 오래 있겠습니까?
(5) 焉자와 爰자도 접속사로 쓰이는 경우가 있는데, 安자도 같은 접속사 용법으로 쓰이는 경우가 있다. 모두 “이에” “그래서” “그리하여”로 해석한다.
¶ 犀首得見齊王, 因久坐, 安從容談. 《戰國策 魏策》
○ 서수(공손연)는 제나라 왕을 접견했다. 그리하여 편안하게 담화를 나누었다.
¶ 秦與韓爲上交, 秦禍安移于梁矣. 《戰國策 趙策》
○ 진나라와 한나라가 최상의 우의를 누리고 있었기 때문에, 진나라에 재난이 닥치자 곧 위나라로 침입했다.
☞이와 같은 安자의 접속사 용법은 그 쓰이고 있는 문장이 서술문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상기 (1) 내지 (4) 목은 모두 “의문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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