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의 허사

한문의 허사(虛詞) 微

耽古樓主 2022. 12. 22. 17:16
한문의 허사(虛詞) 微
微는 ① 표태부사, ② 부정부사, ③ 접속사로 쓰인다. 이외에 몇 가지 용법이 있는데,

① 하나는
《孟子 萬章上》에 보이는
“微服而過宋”[변복하시고 송나라를 지나가셨다.]의
微服[변장하다]과 微行[미행하다]의 微는 서로 통하는 바가 있다.
다만 微服이라는 단어는 당시에 이미 일상어가 되어서 두 글자를 떼어서 쓰지 않았다.


② 다른 한 가지 용법으로서는 微자를 非자로 쓰는 용법이다. 이 용법은 《詩經 邶風 柏舟》에 보이는
“微我無酒, 以敖以遊”[내가 술이 없어 즐기고 놀 수 없는 것이 아니다.]의
微자로서 이 微는 허사가 아니라 동사이다.

③ 또 하나의 용법으로서는 “작다”는 뜻으로 쓰이는 형용사적 용법이다.
《穀梁傳》에서는 “小國”을 항상 “微國”이라고 쓰고 있다.

④ 또한《穀梁傳》에 보이는 “微之也”라는 표현이 있는데 이는
“輕視之”[그것을 경시한다.]의 뜻이다.

그러나 이상과 같은 비허사적 용법은 이 책이 논하고자 하는 바가 아니다.


(1) 는 표태부사로서 약간” “조금” “다소를 뜻한다.


¶ 諸將微聞其計, 以告項羽. 《史記 項羽本紀》
○ [제후(諸侯)군이 승리를 틈타 항복한 진(秦)나라 병사들을 함부로 대하자, 진(秦)나라 측은 제후군이 패하게 되면 제후군을 포로로 삼을 것이고, 진나라는 그들의 가족을 찾아 다 죽일 것이라는 소문을 퍼뜨렸다.] 이런 이야기를 약간 들은 제후군의 장수가 이를 항우에게 보고했다. [이에 초군(楚軍)은 항복해 있는 진군(秦軍) 진영에 야습을 감행하여 진(秦)의 병졸 20여만 명을 신안성 남쪽에 산 채로 파묻었다.(BC206)]

¶ 秦始皇、漢武帝之儔, 才具微不及耳. 《三國志 魏志 明帝紀注引世語》
○ 위나라 명제는 진시황이나 한무제 류의 인물인데, 다만 재능이 약간 모자랄 뿐이다.

¶ 莽色勵而言方, 欲有所爲, 微見風采, 黨與承其指意而顯奏之. 《漢書 王莽傳》
○ 왕망은 안색이 엄숙하고 말이 점잖았는데, 하고자 하는 바가 있으면 기색을 약간 드러냈다.

(2) 는 표태부사로서 조용히” “몰래” “비밀리에를 뜻한다.


¶ 上始爲微行. 《漢書 成帝紀》
○ 황제는 비밀리에 외출을 시작했다.

¶ 季辛與爰騫相怨, 司馬喜新與季辛惡, 因微令人殺爰騫, 中山之君以爲季辛也, 因誅之.《韓非子 內儲說下篇》
○ 계신과 원건은 서로 미워하고 있었다. 사마희도 최근 계신을 미워하게 되었다. 그래서 사마희는 몰래 사람을 시켜 원건을 죽이게 했다. 중산의 군주는 계신이 원건을 죽인 것으로 여겨, 계신을 사형에 처했다.

(3) 는 부정부사로서 不과 같은 뜻으로 쓰인다.


¶ 然而以理義斫削, 神農、黃帝猶有可非, 微獨舜禹. 《呂氏春秋 離俗篇》
○ 그러므로 이치에 맞는 기법으로 먹줄을 긋고 마름질을 하면, 신농과 황제에게도 오히려 비난할 만한 것이 있을 것이고, 유독 순임금과 탕임금에게만 비난이 그치지는 않을 것이다.

¶ 左師公曰: “今三世以前, 至於趙之為趙, 趙王之子孫侯者, 其繼有在者乎?” 曰: “無有.” 曰: 微獨趙, 諸侯有在者乎?” 曰: “老婦不聞也.” 《戰國策 趙策4》
○ 촉섭이 다시 물었다: “삼세 이전에, 조씨가 대부에서 제후나라로 될 때까지, 조왕의 자손으로 지금 제후에 봉해진 사람이 있습니까?” “없습니다.” “조나라뿐 아니라, 다른 제후 나라 중에서, 자손 중에 지금 제후로 봉해진 자가 있습니까?” “이 늙은이로서는 들어본 일이 없습니다.”

(4) 는 가설 접속사로 쓰인다사실은 그러한데 그렇지 않은 것을 가정할 때 이 자를 써서 표현한다. “이 없었더라면” “이 아니라면


¶ 吳王曰: 微子之言 吾亦疑之. 《史記 伍子胥列傳》
○ 오나라 왕이 말했다: “경이 말이 없었더라도, 나 역시 그를 의심 하고 있었습니다.”

¶ 且垓下之會, 微彭王, 項氏不亡. 《史記 欒布列傳》
○ 게다가 해하의 회전에서 팽월이 없었더라면, 항우는 멸망하지 않았지도 모릅니다.

¶ 微君之故, 胡爲乎中露? 《詩經 邶風 式微》
○ 그대 때문이 아니라면, 어이해서 이슬을 맞고 있을까?

¶ 微先生, 不能成光武之大, 微光武, 豈能遂先生之高哉? 《范仲淹: 嚴先生祀堂記》
○ 선생이 아니라면, 광무제의 위대함이 이루어질 수 없었으며, 광무제가 아니라면, 어찌 선생의 고결함이 이룩되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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