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문의 허사(虛詞) 微 |
微는 ① 표태부사, ② 부정부사, ③ 접속사로 쓰인다. 이외에 몇 가지 용법이 있는데, ① 하나는 《孟子 萬章上》에 보이는 “微服而過宋”[변복하시고 송나라를 지나가셨다.]의 微服[변장하다]과 微行[미행하다]의 微는 서로 통하는 바가 있다. 다만 微服이라는 단어는 당시에 이미 일상어가 되어서 두 글자를 떼어서 쓰지 않았다. ② 다른 한 가지 용법으로서는 微자를 非자로 쓰는 용법이다. 이 용법은 《詩經 邶風 柏舟》에 보이는 “微我無酒, 以敖以遊”[내가 술이 없어 즐기고 놀 수 없는 것이 아니다.]의 微자로서 이 微는 허사가 아니라 동사이다. ③ 또 하나의 용법으로서는 “작다”는 뜻으로 쓰이는 형용사적 용법이다. 《穀梁傳》에서는 “小國”을 항상 “微國”이라고 쓰고 있다. ④ 또한《穀梁傳》에 보이는 “微之也”라는 표현이 있는데 이는 “輕視之”[그것을 경시한다.]의 뜻이다. 그러나 이상과 같은 비허사적 용법은 이 책이 논하고자 하는 바가 아니다. |
(1) 微는 표태부사로서 “약간” “조금” “다소”를 뜻한다.
¶ 諸將微聞其計, 以告項羽. 《史記 項羽本紀》
○ [제후(諸侯)군이 승리를 틈타 항복한 진(秦)나라 병사들을 함부로 대하자, 진(秦)나라 측은 제후군이 패하게 되면 제후군을 포로로 삼을 것이고, 진나라는 그들의 가족을 찾아 다 죽일 것이라는 소문을 퍼뜨렸다.] 이런 이야기를 약간 들은 제후군의 장수가 이를 항우에게 보고했다. [이에 초군(楚軍)은 항복해 있는 진군(秦軍) 진영에 야습을 감행하여 진(秦)의 병졸 20여만 명을 신안성 남쪽에 산 채로 파묻었다.(BC206)]
¶ 秦始皇、漢武帝之儔, 才具微不及耳. 《三國志 魏志 明帝紀注引世語》
○ 위나라 명제는 진시황이나 한무제 류의 인물인데, 다만 재능이 약간 모자랄 뿐이다.
¶ 莽色勵而言方, 欲有所爲, 微見風采, 黨與承其指意而顯奏之. 《漢書 王莽傳》
○ 왕망은 안색이 엄숙하고 말이 점잖았는데, 하고자 하는 바가 있으면 기색을 약간 드러냈다.
(2) 微는 표태부사로서 “조용히” “몰래” “비밀리에”를 뜻한다.
¶ 上始爲微行. 《漢書 成帝紀》
○ 황제는 비밀리에 외출을 시작했다.
¶ 季辛與爰騫相怨, 司馬喜新與季辛惡, 因微令人殺爰騫, 中山之君以爲季辛也, 因誅之.《韓非子 內儲說下篇》
○ 계신과 원건은 서로 미워하고 있었다. 사마희도 최근 계신을 미워하게 되었다. 그래서 사마희는 몰래 사람을 시켜 원건을 죽이게 했다. 중산의 군주는 계신이 원건을 죽인 것으로 여겨, 계신을 사형에 처했다.
(3) 微는 부정부사로서 不과 같은 뜻으로 쓰인다.
¶ 然而以理義斫削, 神農、黃帝猶有可非, 微獨舜禹. 《呂氏春秋 離俗篇》
○ 그러므로 이치에 맞는 기법으로 먹줄을 긋고 마름질을 하면, 신농과 황제에게도 오히려 비난할 만한 것이 있을 것이고, 유독 순임금과 탕임금에게만 비난이 그치지는 않을 것이다.
¶ 左師公曰: “今三世以前, 至於趙之為趙, 趙王之子孫侯者, 其繼有在者乎?” 曰: “無有.” 曰: 微獨趙, 諸侯有在者乎?” 曰: “老婦不聞也.” 《戰國策 趙策4》
○ 촉섭이 다시 물었다: “삼세 이전에, 조씨가 대부에서 제후나라로 될 때까지, 조왕의 자손으로 지금 제후에 봉해진 사람이 있습니까?” “없습니다.” “조나라뿐 아니라, 다른 제후 나라 중에서, 자손 중에 지금 제후로 봉해진 자가 있습니까?” “이 늙은이로서는 들어본 일이 없습니다.”
(4) 微는 가설 접속사로 쓰인다. 사실은 그러한데 그렇지 않은 것을 가정할 때 이 微자를 써서 표현한다. “…이 없었더라면” “…이 아니라면”
¶ 吳王曰: 微子之言 吾亦疑之. 《史記 伍子胥列傳》
○ 오나라 왕이 말했다: “경이 말이 없었더라도, 나 역시 그를 의심 하고 있었습니다.”
¶ 且垓下之會, 微彭王, 項氏不亡. 《史記 欒布列傳》
○ 게다가 해하의 회전에서 팽월이 없었더라면, 항우는 멸망하지 않았지도 모릅니다.
¶ 微君之故, 胡爲乎中露? 《詩經 邶風 式微》
○ 그대 때문이 아니라면, 어이해서 이슬을 맞고 있을까?
¶ 微先生, 不能成光武之大, 微光武, 豈能遂先生之高哉? 《范仲淹: 嚴先生祀堂記》
○ 선생이 아니라면, 광무제의 위대함이 이루어질 수 없었으며, 광무제가 아니라면, 어찌 선생의 고결함이 이룩되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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