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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살리고 싶은 버릇-77. 그네

耽古樓主 2023. 6. 16. 03:28

한국인의 살리고 싶은 버릇

 

그네는 북방기마민족(騎馬民族)들이 城塞를 뛰어넘고 몸을 날렵하게 하는 무술(武術)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50세 이상 된 분으로 시골에서 자란 분이면 오월 단오날의 그네뛰기를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정자나무에 그네를 매고 권투나 역도 체급 가르듯이 장정그네 · 댕기(處女)그네 · 때때(어린이)그네로 나누어 높이뛰기, 방울차기, 쌍그네를 겨루었던 것이다. 남녀노소가 더불어 겨루고 어울려 즐기는 이만한 스포츠성(性)의 오락이 그네 말고 또 있었던가 싶다.

 

보다 높이 매어놓은 방울을 찰 때마다 성장한 치어 걸(妓女)들이 지화자를 외치며 너울너울 춤을 추었던 것이다. 이렇게 해서 뽑힌 챔피언을 장사(壯士), 댕기 챔피언을 장녀(壯女)라 했는데, 이들을 마련된 꽃바구니에 태워 공중 높이 던지는 것으로 그네잔치가 절정을 이루었다.

 

몸도 단련하고 스피드도 있는, 역동적이며 신도 나고 흥분도 시키며 겨루기도 하는 이 그네는 이 세상의 다른 어떤 스포츠보다 완벽한 스포츠임에 틀림없다. 근간 중국의 소수민족 대운동회(大運動會)에 그네경기가 있었는지 우리 한국 동포들이 1, 3, 4, 5, 6등까지를 차지했다는 보도를 접하고 보니 별난 느낌이 든다. 그네는 북방 기마민족(騎馬民族)들이 성새(城塞)를 뛰어넘고 몸을 날렵하게 하는 무술(武術)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제(齊)나라 환공(桓公)이 북쪽 오랑캐를 치고 돌아올 때 전래시켰다 했으며, 우리나라 문헌상 그네가 처음 등장하는 것은 고려 무신정권 시대다. 최충헌(崔忠獻)이 단오날 백정동궁(栢井洞宮)에 그네를 매고 문무사품(文武四品) 이상의 높은 벼슬아치들을 모두 모아 사흘 동안이나 그네경기를 베풀고 있다.

 

"수놓은 장막과 긴 휘장을 둘러치고 그 가운데 그네를 매어 수를 놓은 비단과 꽃으로 꾸몄으며, 은동이에 얼음덩이를 담고 술을 부어놓았으며, 술잔에는 이름난 꽃가지가 꽂혀 현란하였다."

 

1천여 명의 치어 걸들이 풍악을 잡고 상금만도 몇만 금이었다 했으니 상상을 초월한 스포츠 잔치였다. 고려말의 우왕(禑王)도 그네 챔피언으로 수창궁(壽昌宮)에 어용(御用) 그네가 매여 있어 여가만 생기면 중신들과 더불어 그네를 겨루었다 한다.

 

힌두교의 예식(禮式)으로 인도에서도 옛날부터 그네를 뛰었다. 태양의 힘이 가장 약해지는 동짓날 생식력이 왕성한 여인을 그네에 태워 태양 가까이 접근시키면 태양의 힘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알았다. 방콕의 유적에도 거대한 그네들이 남아 있고, 동짓날에는 태국 왕실의 주술사(呪術師)가 동서방향으로 의례적인 그네를 뛴다고 한다.

 

티베트에서도 동짓날 그네를 뛰며, 중국에서는 한식날 그네를 띈다. 기원전 5세기의 그리스 꽃병에 그네 뛰는 그림이 있고, 북구의 에스토니아 지방에서는 지금도 하짓날에 그네를 뛴다. 하니 어디까지나 그네는 아시아 전역에 분포돼 있는 아시아의 유희, 스포츠임을 알 수 있다. 남자의 씨름, 여자의 그네는 우리 민속 스포츠의 두 기둥이었다. 씨름이 부활되어 각광을 받고 있다면, 그네도 규격화하여 부활시키면 각광 못 받을 아무런 결격이 없음을 확인하고 싶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