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우리 선조들은 1백여 년 그러니까 자손 3대까지 물려가며 묵은 된장을 먹었다는 기록이 있으며 간장은 5년 10년 묵혀 먹는 것이 관례였었다.
흔히들 우리 선조들을 두고 독창성이 없었다고 말하지만 그것은 우리 한국인들이 우리 자신의 것을 잘 관찰해보지 않고 하는 말에 불과하다. 먹는 것 하나만 놓고 보더라도 우리 선조들처럼 가짓수 많고 변화 많은 음식을 먹어 본 민족은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일 것이다. 이같이 많고 변화있는 음식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집요한 실험 정신과 체험에 의한 독창적인 발상 없이는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다.
이를테면 소금 하나를 놓고 보아도 자명해진다.
오늘날 우리들이 먹고 있는 소금은 이온분해법으로 만들어 낸 순수한 염화나트륨이다. 보기에도 희고 깨끗하고 염분의 순도도 높다. 보기에 희고 깨끗하고 염분의 순도가 높다는 것과 영양이 좋고 맛이 좋다는 것과는 전혀 별개의 문제다. 소금의 경우에 있어서는 순도가 높을수록 오히려 맛을 죽이고 영양이 없을 뿐더러 간장까지 해치는 요인이 된다.
옛날 할머니들이 담갔던 김치를 먹어 본 사람들은 요즈음 김치가 맛없다는 것을 한 사람 예외없이 절감하고 있을 것이다. 그 맛이 떨어진 원흉이 곧 과학적으로 만든 순도 높은 소금임이 일련의 과학자들에 의해 규명, 학계에 보고되고 있다. 김치나 간장 등에 맛을 돋구고 영양분을 높여 주는 것은 옛날 바닷가에서 걷어낸 거무튀튀하고 굵은 거친 소금, 황염(荒塩)인 것이다. 이 거친 소금에는 염화(塩化)마그네슘 등 인체에 필요한 각종 미네랄류와 비타민류가 포함돼 있어 맛과 건강을 좋게 해준다. 이 거친 소금을 응달에 쌓아두어 간수를 뺀 다음 김치, 간장을 담갔던 것이다. 과학적으로 산답시고 순도 높은 염화나트륨을 만들어 먹는 현대인과 거친 소금을 먹었던 우리 선조들과 어느 편이 더 과학적인가는 자명해질 줄 안다.
서양 사람들의 음식에 짠맛을 내게 하는 것은 소금밖에 없다. 그러기에 식탁에는 반드시 소금이 놓여 있다. 하지만 우리 한국인의 밥상에는 설렁탕을 먹는 이외에는 소금으로 짠맛을 낸다는 법이 없다.
소금보다는 한결 맛있게 조미가 된 간장이나 된장, 젓갈로 짠맛을 낸다. 소금을 넣고 끓인 국과 간장이나 된장을 넣고 끓인 국과 어느 쪽이 더 맛이 나는가는 먹어보지 않아도 자명하다.
간장, 된장, 그리고 젓갈로 불리우는 어장은 우리 선조들의 지혜가 외국 사람들의 지혜에 비해 한결 뛰어났다는 증거일 것이다.
소금이 공기에 닿으면 품질이 곧잘 변하고 또 녹아 흐른다. 소금은 오래 보관할 수 없는 그런 식품 가운데 하나인 것이다. 이 소금을 공기에 접촉시키지 않고 소멸시키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소금이라는 형태를 변화시킬 필요가 생긴다. 그러기 위해서는 동식물의 단백질이나 섬유 속에 소금기를 흡수시켜 두면 소금기가 보존될 뿐 아니라 맛도 좋아진다는 것을 알아낸 것이다. 그 발상이 젓갈, 김치, 간장, 된장의 원리인 것이다. 어류나 야채나 콩류에 소금을 넣어 두면 그 물질들의 발효가 중지하는 동시에 소금기가 공기에 직접 접촉되지 않기에 반영구적으로 보존이 된다. 일거양득이 아니라 일거삼득이랄 것이다.
우리 옛날 선조들은 1백여 년 그러니까 자손 3대까지 물려가며 묵은 된장을 먹었다고 기록이 있으며 간장은 5년, 10년 묵혀 먹는 것이 관례였었다. 된장, 간장, 어장 등은 묵힐수록 맛이 더 난다는 사실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특히 이 같은 전통적인 발효 식품들은 한국인의 주식인 쌀에 결합된 염분, 단백질, 미네랄, 비타민류의 보급을 하므로써 영양은 완벽하게 해주고 또 전신을 성장시키는 글루타민산소이다. 그리고 머리를 좋게 하는 아미노산 등이 포함돼 있으니 얼마나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식생활의 지혜였는가를 실감할 수 있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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