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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살리고 싶은 버릇-5.간인주의

耽古樓主 2023. 6. 13. 05:35

한국인의 살리고 싶은 버릇

 

근대화 과정에서 구미의 개인주의는 마치 개선장군이나 승전한 영웅처럼 우리 한국인의 정신영역에 군림했었던 것이다.

 

한 한국인 부인의 아파트 맞은편 집에 맞벌이 미국인 부부가 살고 있었다. 어느 날, 그 미국인 부인이 고장으로 열리지 않는 아파트 자물쇠를 여는 데 도움을 청해온 것이다.

 

다행히 이전에 일곱 살 난 자기 딸의 가는 손을 우편투입함으로 넣게 하여 안으로 잠긴 자물쇠를 연 경험이 있는지라 도와주고 싶었지만 막상 그 방법을 가르쳐 주어야 하는가, 말아야 하는가에 주저하게 된 것이다. 만약 그 방법으로 문을 열어주고 난 후에 그 이웃집이 도난당하는 일이 생기면 의심을 받을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또한 그 어린 딸에게 '남으로부터 의심을 받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고 가르쳐야 하느냐의 양자택일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그런 곤경에 처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 한국의 어머니는 인생의 대부분을 한국인과 더불어 살아갈 자기 딸에게 서로 돕고 사는 지혜가 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해, 딸로 하여금 우편함에 손을 넣어 문을 열어주게 했다는 것이다.

 

물론 이웃 외국인 부인으로부터 많은 감사를 받았지만 그 집에 도난사고가 일어나지 않기를 수년이 지난 후까지 조바심을 가지고 기원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구미 문화는 타인을 의심하는 데서 시작되고 타인을 불신하는 기반 위에 이룩되어 있는 '개(個)'의 문화다. 반면에 한국 문화는 그 부인의 판단처럼 자신은 '개(個)'를 지키기보다 남 곧 타인에 대한 선의와 도움이 우선되고 있다. 이처럼 한국 문화는 타인 신뢰의 '간(間)'의 문화인 것이다.

 

이 구미의 '개(個)'의 논리를 개인주의라 한다면 한국의 '간(間)'의 논리는 간인주의라 한다.

 

개인주의와 간인주의에는 제각기 세 가지의 속성이 있다.

개인주의의 첫째 속성으로는 자기야말로 인간 세계의 중심이라고 여기어 어떤 남이나 집단제도가 자기의 권리를 침해도 박탈도 하지 못한다고 여기는 자기중심주의가 그 하나이다.

 

두 번째의 속성은 자기 생활상의 모든 필요는 스스로가 충족한다는 자립자족주의다. 곧 남에게 의존하거나 남으로부터의 의존은 거부한다. 이 속성에서는 장점도 있으나 남을 믿지 않는 타자 불신의 단점도 내포한다.

 

셋째 속성은 남과의 관계, 곧 대인관계를 어디까지나 자기 존립을 위해 이로운 수단으로써 이용하려 한다. 남과의 관계는 나에게 이로울 때 맺어지며 이롭지 않을 때는 해소해 버린다.

 

이에 비해 간인주의의 제1속성은 상호 의존주의이다. 서로 속에 나(個)를 매몰시켜 운명공동체로서 결속한다.

 

둘째 속성은 상호 신뢰주의이다. 상호 의존관계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서로가 신뢰하지 않으면 안 된다. 좋고 나쁘고, 많고 적고, 있고 없고 등에서 벗어나 있는 그대로를 모두 노출시키고 그 벌거숭이 상태에서 서로가 결속될 때 신뢰가 생긴다. 앞서 아파트의 한국 부인은 이 상호 신뢰의 속성에서 그 고장난 문을 열어주었다.

 

셋째 속성은 개인주의가 대인관계를 수단시했던 것과는 달리 간인주의는 대인관계를 본질시한다.

써먹을 속만 따져 관계를 맺는 것이 아니라 그 같은 타산적, 수단적 목적 이전에 인간적 관계가 곧 간인주의 인간관계인 것이다.

 

오늘날 우리 한국의 직장 생활에서 개인주의와 간인주의가 가장 나쁜 상태로 복합 맥락되어 있다고 본다. 근대화 과정에서 구미의 개인주의는 마치 개선장군이나 승전한 영웅처럼 우리 한국인의 정신영역에 군림했었던 것이다.

 

하지만 간인주의는 직장에서 보이지 않는 원칙으로 크게 작동해 왔고 지금도 작동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작동해 나갈 것이다.

 

이 간인주의의 장점을 발굴 경영자와 피경영자, 관리자와 비관리자 그리고 세일즈맨과, 고객, 이같은 상대적 '사이'를 그 간인주의의 윤리와 논리로 재정립하고 결속시킬 때 비상한 발전이 가능해지리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