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승을 해치면 동티가 나 죽게 된다는 터부가 있었으며, 이 같은 터부가 있게 된 것은 그것에 초자연적인 신령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한국의 고전소설에 나오는 여주인공 가운데 으뜸가는 탕녀(蕩女)는 <변강쇠전>의 옹녀다. 옹녀가 상대한 사나이의 호칭만 보아도 그것을 알 수 있다. 정부(情夫)·간부(夫)·애부(愛夫)·기둥서방·눈흘레·입마치·젖쥔치·새후루기·거드모리………
이 천하의 탕녀와 천하의 탕부 변강쇠가 만나 마음을 돌리고 내외 삼아 함양(咸陽) 땅에 살림을 차렸다.
잡질 이외에는 전혀 재간이 없는 강쇠란 놈 나무 해오라고 시키니까 동구 밖에 서 있는 천하대장군(天下大將軍), 지하여장군(地下女將軍)… 하는 장승만을 뽑아 와서 이를 패어 때고 뜨근뜨근한 방에서 옹녀와 놀아나는지라, 원통한 함양 장승의 우두머리가 서울 노량진 선창에 있는 팔도 두목 장승을 찾아가 원정(原情)을 한다. 이에 성난 두목 장승은 사발통문을 팔도에 돌려 수만 장승을 새남터에 모이게 해놓고 변강쇠란 놈을 어떻게 응징할 것이냐를 놓고 팔도 장승회의를 연다. 그 결과 조선 땅에 있는 8백 가지 병(病)으로 강쇠에게 병도배를 해서 즉사하게 한다. <변강쇠전》
장승을 해치면 이렇게 동티가 나 죽게 된다는 터부가 있었으며, 이 같은 터부가 있게 된 것은 그것에 초자연적인 신령(神靈)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좁아지는 국제화 사회에서 한국을 상징하고 또 한국의 이미지처럼 부각되고 있는 장승………
시골의 동구 밖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이 잊혀져 가는 장승이 근간에 서울의 도심 도처에서 재생 부활되고 있다. 지난 주말에 서울 남산 기슭 장충단께 있는 국립극장에 새길을 내면서 이 한 쌍의 장승을 세우고 '길고내기'란 굿판을 벌이고 있다. 전통적 장승제를 부활시킨 것이다.
다치거나 해치면 동티가 나는 이 장승의 기능으로,
① 신성한 지역표시 기능,
② 마을이나 절의 경계표시 기능,
③ 재앙이나 병액을 몰아오는 악귀로부터의 수호기능,
④ 소원성취를 비는 기복(祈福)기능,
⑤ 이정표로서의 도표(道標)기능을 들 수 있다. 마을의 경계인 동구에 서 있으면서 복을 들이고 화를 내쫓는 장승은 가장 오래되고 또 가장 널리 퍼져 있는 민중 종교랄 수 있다.
아들 낳고 싶은 여인은 이 대장군 장승의 코를 베어 달여 먹었으며, 젖이 안 나는 여인은 여장군 장승의 젖가슴에 자신의 젖가슴을 접촉시킴으로써 효험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알기까지 했다. 이 장승의 神效를 입어 아들을 낳은 여인을 '장승첩'이라 불렀고, 장승 신효로 젖을 얻은 여인을 '장승 유모(母)'라 불렀으니 장승신앙의 침투가 얼마만 했던가를 알 수 있다.
기록상 장승이란 말이 처음 나오는 것이 신라통일 90년후(759)에 세워진 비석인 것으로 미루어 장승 신앙의 역사는 유구하다. 지금은 한국을 상징하는 일개 마스코트로 전락했지만, 그 앞에서 선량해졌던 정신적 순화력과 더불어 도시 공간에 장승이 부활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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