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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살리고 싶은 버릇-46. 선(禪)

耽古樓主 2023. 6. 15. 08:54

한국인의 살리고 싶은 버릇

 

경화증에 걸린 간뇌를 마사지하는 것이 명상이며그 실효를 거두고 있기에 실용주의가 아니면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미국에서 그토록 이 동양주의가 성행하고 있을 것이다.

 

미국에 요가 · 좌선(坐禪) · TM 같은 동양적인 명상수도(溟想修道)의 풍조가 크게 일고 있다는 것은 알려진 일이다.

하이 콕스 박사의 《동양회귀(東洋回歸)》란 저서를 보면 이 미국의 동양회귀 현상을, 첫째 개인주의의 당연한 귀결인 고독, 둘째 인간적 인격적 만남의 격감, 신(神)·아버지의 권위 타락으로 새로운 의존체의 모색등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런데 근간 《헤럴드 트리뷴> 지(紙)에 보니 미국의 세계적 대기업들뿐 아니라 정치 · 행정 · 군대에까지 사고체계의 전환, 잠재능력의 개발, 경쟁력 향상 등 경영 효과를 높이는 수단으로 이 명상이 왕성하게 도입되고 있다 했다. 그 방법도 인사이트 · 실버 마인드 컨트롤 · 라이프 스프링 등……다양화해 가고 있다.

 

《캘리포니아 비지니스》 지(誌)가 5백 개 기업을 상대로 조사해 본 결과, 절반 이상이 사원 교육에 이 명상수법을 도입하고 있다고도 했다. 최첨단의 과학 · 합리 · 실용주의 사회에서 이 같은 신비스런 동양주의(東洋主義)가 판치고 있다는 것은 괄목할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명상의 효용은 대뇌생리(大腦生理)학자들이 과학적으로 입증하고 있어 보다 설득력을 갖는다고 한다. 사람의 뇌는 이성을 관장하는 좌뇌와 감정을 관장하는 우뇌로 돼 있는데, 이 좌우뇌를 조절하는 전화교환대 구실을 하는 간뇌(間腦)가 가운데 끼여 있다.

 

이를테면 버스 속에서 옆에 앉아 있는 사람이 내 무릎을 찰싹 쳤다 하자. 그럼 이 자극이 간뇌를 통하여 감정을 다스리는 우뇌에 전달되면 카악! 하고 공격자세를 취하도록 간뇌에 하명을 한다. 하지만 간뇌는 냉정하다. 왜냐하면 그 자극을 이성을 다스리는 좌뇌에도 전달해 놓았기 때문이다. 그럼 좌뇌는 모기가 앉아 있어 이를 쫓아주기 위한 행위일 수 있다고 회답해 온다. 그러면 다시 간뇌는 우뇌로 하여금 감사하도록 사인을 보낸다.

 

이같은 자극을 중계하고 판단을 조절하는 간뇌는 하루종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이렇게 바쁘다 보니 불쾌하거나 불평불만이 있거나 억울하거나 분하거나 울화 같은, 적응하기를 거부하는 자극들이 겹치고 쌓이면 간뇌의 配線이 동맥 경화처럼 굳어버린다. 그래서 교환되는 이성과 감정을 조절하는 가능이 마비되기에 사고가 경직되고 이성을 잃은 행동이나 감정에 치우친 단세포적 행동이 야기된다. 그렇다면 이 굳어 있는 배선을 나긋나긋하게 녹여줄 필요가 생긴다. 그 방법으로 가장 효과적인 것이 명상이다.

 

세조 때 학자 김수온(金守溫)은 얽히고 설킨 실낱 같은 정사를 명쾌하게 풀어낸 정승으로 소문나 있는데,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절에 달려가 참선을 했던 것이다. 그 연유를 물으니 참선을 하고 나면 실마리가 풀리기 때문이라 했다. 곧 경화증(硬化症)에 걸린 간뇌를 마사지하는 것이 명상이며, 그 실효를 거두고 있기에 실용주의가 아니면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미국에서 그토록 이 동양주의가 성행하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