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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살리고 싶은 버릇-24. 삼세동당(三世同堂)

구글서생 2023. 6. 13. 08:56

한국인의 살리고 싶은 버릇

 

노인에게 있어 마지막까지 남는 최후의 욕망은 누군가와 같이 있고 싶은 '집단'이라 한다집단욕이란 바로 고독의 반대로 식욕과 정욕과 더불어 3대 본능 가운데 하나다.

 

문호(文豪) 괴테는 81세가 되던 어느 날 자신으로부터 멀어져가는 가족을 자신의 곁으로 끌어들이고자 모든 식품 창고와 식기 찬장의 열쇠를 자신의 베개 속에 숨겨 두었다 한다. 그 열쇠를 얻기 위해 끼니때마다 찾아오는 가족들과 어울림으로써 공포에 가까운 고독을 발산시키려는 발악적인 수단이었던 것이다.

 

그 가족과 더불어 있는 시간을 연장시키고자 그날 그날 먹는 빵을 낱낱이 저울질해서 내주었다 하니 눈물겹기만 하다.

 

노인에게 있어 마지막까지 남는 최후의 욕망은 누군가와 같이 있고 싶은 '집단욕(集團欲)'이라 한다. 집단이란 바로 고독의 반대로 식욕, 성욕과 더불어 3대 본능 가운데 하나다.

 

나치 강제수용소에 수용되었던 정신의학자 프랑클의 관찰에 의하면 가족이나 친지와 격리 수용된 노인은 격리된 지 며칠 만에 죽게 마련이요, 할머니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으면 할아버지가 그 며칠 사이에 죽는 데 예외가 없었다 한다. 곧 고독은 노인에게 점진살인의 독약인 것이다.

 

그래서 노부모에게 집단욕을 충족시켜주는 조(祖)·부(父)·자(子) 삼세동당(三世堂)이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인 추세로 대두된 배경이 이에 있는 것이다. 문제는 삼세동당할 수 있게끔 가옥구조가 돼 있지 않은 데 있다.

 

우리 선조들이 달에다까지 지어놓고 살고 싶어했던 초가삼간은 최소 단위의 작은 집이다. 이 게딱지만한 초가삼간일지라도 삼세동당할 수 있게끔 구조가 돼 있었다. 왼쪽 한 칸인 큰 방에 할아버지 할머니가 살고, 오른쪽 한 칸인 작은 방에 아버지 어머니가 산다. 가운데 한 칸인 마루방은 큰 방 • 작은 방을 정신적으로 갈라놓는 차단공간이다. 여기에서 마루는 요즈음 개량식 주택의 마루방처럼 가족들이 이합집산하는 거주공간이 아니다. 그곳은 제사를 지내고 식량을 저장해 두는 신성(神聖)공간으로 물리적인 벽보다 더한 정신적 차단공간이다. 그러기에 3대가 그토록 좁은 집에서 가까이 살더라도 격리 효과를 십분 누리고 살 수 있었던 것이다.

 

개량주택은 아무리 넓더라도 동일평면의 연장(延長) 위에 있기에 차단효과가 없어 서로가 불편하다. 우리나라처럼 삼세동당하는 전통이 있는 네덜란드에서는 근래에 노부모 모시고자 가옥구조를 개조한다는데, 1, 2층의 통로를 완벽하게 차단하고 2층에 오르내리는 통로를 별도로 냄으로써 별세대(別世帶)처럼 동거하는 것이 유행이라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삼세동당하는 다세대 아파트를 짓기로 하고 그 구조에 부심하고 있다는데, 이층집이 됐건 아파트가 됐건 노부모가 사는 공간을 별세대처럼 차단함으로써 각기 독립된 공간에서 살면서 식사를 같이한다든가, 저녁시간을 같이한다든가, 가까이 지낼 수 있도록 설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한 지붕 밑 별처동거(別處同居)형태로 집단욕을 충족시켜주는 그런 구조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