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에 가르쳐 이끌어주는 것을 편달이라 하고, 가르치는 스승을 敎鞭 잡는다고 했음은 바로 매(鞭)가 교육적 수단으로서 차지한 비중을 암시해 준다.
매로써 사람들 다스리는 편달 문화(鞭達文化)가 무척 발달했던 우리나라였다. 날이 몹시 가물거나 윤상(倫常)을 문란시키는 일이 자주 일어나면 그 고을을 다스리는 원님은 자신의 惡政에 대한 천심의 응징으로 보고 천심매(天心鞭)를 자청했던 것이다. 원님은 동헌앞에 편대(鞭臺)를 쌓아놓고 그 위에 바짓가랑이를 걷고서 올라선다. 그러면 복면한 포졸들이 가죽채찍을 들고 그 종아리를 피가 나도록 후려친다. 집무처인 동헌의 가장 복판에 있는 기둥을 천심이 하달되고 또 인심(人心)이 상달되는 천주(天柱)라 일컬었는데, 원님은 상체를 벌거벗은 다음 이 천주에 머리를 조아리고 가죽 채찍으로 자신의 등짝을 피가 맺히도록 치기도 했다. 이것이 천심매다.
스스로의 종아리나 등짝을 치는 自責매로 獨功매라는 것도 있었다. 판소리나 궁도 같은 수업을 할 때 심산이나 폭포나 동굴 속에서 수년씩 은거하며 도를 닦는 것을 독공이라 하는데 이 독공을 할 때 사심(邪心)이 들면 회초리가 닳도록 매질을 한다. 이때 닳은 매의 수가 많을수록 50편 독공이니 80편 독공이니 하여 높이 평가받았던 것이다.
매질 잘한다는 영국에서도 상상할 수 없는 '조상(祖上)매'야말로 우리 한국의 편달 문화를 과시하는 단적인 증거랄 수 있겠다. 아들이나 손자가 그릇된 짓을 했을 때 무조건 잡아다가 초달을 치는 것이 아니라, 조상의 무덤이나 조상의 신주를 모셔놓은 사당으로 데리고 간다. 조상에게 엎드려 큰절을 하면서
“제가 불초하여 이런 못된 아들놈이나 손자놈을 있게 했으니 조상님들이 보는 앞에서 제가 벌을받겠습니다.”
라고 아뢴다. 그리고는 회초리를 아들 • 손자들에게 들려주고는 상(床) 돌 위에 올라서 바짓가랑이를 걷고 힘껏 매질을 하라고 시킨다. 이것이 조상매다. 아들 • 손자가 맞을 매를 조상 앞에서대신 맞음으로써 간접적인 편달 교육을 노린 것이다. 그 자손이 어찌 또다시 그릇된 짓을 할 수 있었겠는가.
《고암가훈(顧菴家訓)》에 보면 50세 난 노장년이 70세 난 어머니로부터 초달을 맞고 우는 이야기가 적혀 있다. 초달을 맞고 아파서 우는 것이 아니라, 초달 치는 노모의 기운이 쇠약해진 것을 느끼고 우는 효심의 울음인 것이다. 초달은 이렇게 늙어서도 맞았던 것이다. 우리말에 가르쳐 이끌어주는 것을 편달이라 하고, 가르치는 스승을 교편(敎鞭)을 잡는다고 했음은 바로 매(鞭)가 교육적 수단으로서 우리나라에서 차지했던 비중을 암시해 주는 것이 되기도 했다.
연전에는 서울의 모 중학교 체벌교사가 면직되고 유죄판결을 받은 데 대해 전국의 일선교사들이 체벌 노이로제에 걸려 학생 생활지도에 큰 차질을 빚었던 일이 있었다. 곧 교편에서 편을 놓아버린 것이다. 우리 역사와 전통에서 '편'이 가져온 그 큰 긍정적 효과가 사라져 가고있는 것이다. 사랑의 매를 비교육적 매로부터 구제 못하는 당국이 안타깝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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