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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살리고 싶은 버릇-23.수험계

구글서생 2023. 6. 13. 08:55

한국인의 살리고 싶은 버릇

 

삼불(三不)은 입지 않았던 새 옷을 입혀 과장에 내보내지 말라는 것으로 입던 옷을 입히고 또 먹던 음식을 먹임으로써 평상시의 생체리듬을 유지시킨다는 점에서 과학적이랄 수 있다.

 

옛 중국에서 15세 전후에 치르는 첫 과거를 현시(縣試)라고 한다. 이 현시가 있는 날 새벽 축시(丑時, 3~4시)에 수험생들에게 起寢을 알리는 대폿소리가 요란스럽게 울린다. 인시(寅時, 5~6시)에 두 번째의 대폿소리가 울리는데 이 소리를 듣고 수험생은 필묵과 도시락을 들고 시험장을 향해 떠난다. 이 축포와 인포 사이에 수험생에 대해 부모들이 하지 말아야 할 다섯 가지 일이 있었다.

 

‘오불심요(五不心要)'로 속칭되는 이 가르침은 요즈음 세상에도 딱 들어맞는 지혜이기에 되뇌어볼까 한다.

 

그 하지 말아야 할 일불(一不)이 수험생에게 간밤의 꿈을 묻지 말라는 것이다. 그것이 나쁜 꿈이면 수험생에게 부담을 줄 것이고, 좋은 꿈이면 요행을 믿고 소홀해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 전통적 꿈의 해석은 길흉(吉凶)을 역으로 풀이하는 관습이 있어 더 그렇다.

 

《대동야승(大東野乘)》에 이런 이야기가 실려 있다. 꽃이 우수수 떨어지는 낙화몽(落花夢)을 꾼 수험생이 해몽가를 찾아갔다. 마침 해몽가는 출타 중이고 그의 아들이 대신 해몽을 하는데 과거에 떨어질 조짐이라고 했다. 그러는 사이에 해몽가가 돌아와서 그 꽃은 가화가 아니라 뿌리는 산화(散花)이기에 영광이 깃들일 조짐이라는 역의 풀이를 하고 있다.

 

이불(二不)은 신불(神佛)에게 급제의 축원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신불에게 의지하고 싶은 어머니의 심정은 알고도 남음이 있다. 하지만 신불에게 축원하는 것을 수험생이 보면 그 막중한 기대치에 노예가 되어 부담스럽고, 부담이 수험생에게 악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옛사람도 통찰하고 있었던 것이다. 굳이 신불에게 빌지 않고 배기지 못하겠거든 전혀 내색하지 않고 아무도 모르게 빎으로써 스스로를 달래는 것으로 하여야 할 것이다. 엿을 마련하여 집을 떠나는 아들에게 먹이거나 교문에 갖다 붙이는 행위도 이불 차원에서 고려해 볼 일이다.

 

삼불(三不)은 입지 않았던 새 옷을 입혀 과장(科場)에 들여보내지 말라는 것이다. 이것은 입던 옷을 입히고 또 먹던 음식을 먹임으로써 평상시의 생체리듬을 유지시킨다는 점에서 과학적이랄 수 있다. 생체리듬이 깨지면 사고(思考) 리듬도 깨지기 때문이다.

과장에서 쓰는 필묵을 새것으로 바꾸어 주지 말라는 것이 사불(四不)이다. 쓰던 붓, 쓰던 먹, 쓰던 벼루로써 손에 익어야 잘 쓰여지기 때문이다.

 

오불(五不)이 부모형제가 과장까지 따라가지 말라는 것이다. 부모가 따라가는 것은 정서적 의존 시간이 길어지는 것이 된다. 이것은 냉정한 자아로 돌아가 있어야 할 시간을 부모가 빼앗는 행위가 되기 때문이다.

 

옛사람들도 오늘날에 못지않은 수험 심리를 냉철하게 갈파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으며 수험생을 가진 70여만 부모들이 익혀두었으면 하는 오불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