醉來臥空山,天地卽衾枕.(이백 우인회숙)
술에 취해 빈 산에 누우니 하늘땅이 이불과 베개로구나.
-來: 어세를 강조하는 조사.
판단 작용을 겸하는 부사 : 卽, 乃, 則, 必, 誠, 實, 亦
卽은 부사어로 쓰일 때 '곧', '바로'라는 뜻을 지니는 한자입니다.
보통은 동사, 형용사로 이루어진 서술어나 문장 전체를 수식하지만 간혹 명사 앞에 놓여 판단 작용을 겸할 때가 있습니다.
이 경우 명사에 '~이다'를 붙여 풀이하고, 문맥에 따라 부사적 의미를 생략하고 해석합니다. 天地卽衾에서 卽이 그렇게 쓰인 예이지요.
이 卽이 爲나 是처럼 우리말 '~이다'에 대응하는 뜻을 내포했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앞에서 말했듯이 한문에서 명사는 서술어 자리에 놓이는 것만으로 서술어로 쓰일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卽의 부사적 의미가 판단의 효과를 강조한다고 볼 수는 있습니다.
한문에는 이처럼 부사로 쓰일 때 판단 작용을 겸하는 한자가 꽤 있습니다. '卽' ‘則', '乃', '誠', '實', '必', '亦' 등이 그런 한자들입니다.
是乃仁術也. 이것이 바로 인간적인 방법이다.(맹자 양혜왕 상)
此則岳陽樓之大觀也. 이것이 악양루의 장대한 볼거리이다.(범중엄 악양루기)
子誠齊人也. 그대는 정말 제나라사람이다.(맹자 공손추상)
앞에서 잠깐 언급했지만 이 한자들은 모두 명사뿐 아니라 동사나 형용사 앞에서도 부사 기능을 합니다. 이때는 당연히 '~이다'라는 말을 덧붙여 풀이할 수 없지요. 또 다양한 의미의 부사로 변주되므로 문장의 앞뒤를 잘 살필 필요가 있습니다.
연습
▶ 此乃天授, 非人力也.(사기 효문본기)
이는 하늘이 준 것이지 사람이 힘쓴 일이 아니다.
- 乃가 부사어로 쓰이면 '이에, 바로'가 기본 뜻이지만 문맥에 따라 '비로소', '단지', '도리어' 등으로 풀이한다. 판단의 의미가 강조된 경우 우리말의 자연스러움을 위해 해석을 생략하기도 한다.
- 此는 기원전 180년 여태후(한고조 유방의 부인)가 죽은 뒤 여씨 일족의 반란이 일어나자 이를 유씨들이 진압했던 일을 지칭한다.
▶ 此誠危急存亡之秋也(제갈량 전출사표)
이는 진실로 위급한 존속과 멸망이 갈리는 때이다.
▶ 容乃公, 公乃王. (노자 16장)
포용하면 곧 공평하고 공평하면 곧 왕이 된다.
-“容은 곧 公이고 公은 곧 王이다.”라는 뜻이지만 우리말로는 容과 公을 조건(~면)의 의미로 풀어야 자연스럽다.
▶ 非知之難也, 處之則難也.(한비자 세난)
아는 것이 어려운 일이 아니라 처신이 이렵다.
- 知之難의 之는 조사로 쓰였고 處之의 之는 대명사
- 則이 판단의 의미를 강조한 사례이다. 하지만 則은 보통 '~하면'이란 뜻으로 쓰여 가정과 조건의 의미를 나타낼 때가 많다.
▶ 實事求是, 此言乃學問最要之道.(김정희 완당집)
실제 사실에서 옳음을 구한다. 이 말이 학문하는 데서 가장 중요한 방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