耽古樓主의 한문과 고전 공부
A(惟,唯) B 본문
爾惟風, 下民惟草.(서경 군진)
너는 바람이고 아래 백성은 풀이다.
『尙書』라고도 하는 『書經』은 고대 중국의 역사서입니다. 요순시대부터 하나라, 상나라, 주나라까지 왕이나 신하들의 어록이나 포고, 훈계, 대화 등을 모아 놓은 기록물이지요. 기원전 600년경에 쓰인 상당히 이른 시기의 한문 자료입니다.
그러나 내용의 상당 부분이 후대의 위작으로 평가받는 터라 역사자료로서 갖는 가치는 떨어집니다. 사건의 진실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서경』은 사실보다 내용에 깃들인 이념적, 문학적 가치 때문에 중요하게 다루어졌던 책입니다.
A(惟,唯) B
惟는 보통 '생각하다'라는 뜻으로 새기는 한자입니다. 思惟라는 단어에 그런 뜻의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그렇지만 부사어로 쓰면 '오직', '단지', '바라건대'라는 뜻을 나타냅니다. 흔히 이런 뜻으로 사용되는데 이때 惟는 발음이 같은 '維’나 ‘唯'와 통용됩니다.
• 惟(唯)獨 여럿 가운데 오로지 홀로.
• 唯一無二 오직 하나이고 둘은 없음.
그런데 이 惟, 維, 唯가 爲나 是 같은 구실을 할 때가 있습니다.
『논어』, 『맹자』보다 앞선 시기에 쓰인 『시경』나 『서경』 같은 텍스트에서 그렇게 쓰였습니다. 이 시기에 惟는 부사적 의미가 약화된 채 판단의 의미를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惟B를 '오직 B이다'로 풀이했을 때 '오직'보다 이다'에 방점이 찍힌 용법이라 할 수 있습니다. 爾惟風도 그런 예이지요.
『논어』, 『맹자』 시기 이후에는 이런 용법이 사라지고 '오직', '단지' 처럼 부사적 의미가 분명해집니다.
연습
▶人亦有言后, 進退維谷.(시경 대아 상유)
사람들이 또한 말들 하기를 나아가고 물러남이 골짜기로다.
- 亦: 문맥에 따라 '단지', '이미'의 뜻을 내포할 수 있다.
- 앞 구절에 어지러운 시국과 조정을 묘사한 대목들이 나온다. 이런 상황이 예전부터 전해 오던 進退維谷이란 말에 부합한다는 의미이다.
- 이 구절에서 進退維谷이란 고사성어가 나왔다. 진퇴유곡은 궁지에 빠져서 어쩌지 못하는 상황이다.
- 惟, 唯, 維가 통용될 때 『시경』에서는 주로 維를 쓴다.
▶ 禍福無門, 唯人所召.(좌전 양공 23년)
재앙과 행복에는 문이 없으니 오직 사람이 불러오는 것이다.
- '所+동사' 구조는 '~하는 것'이란 뜻을 나타낸다.
- 唯가 부사어로 쓰인 예이다. 惟, 唯, 維가 통용될 때 「좌전」에서는 주로 唯를 쓴다.
▶ 嘩彼小星, 維參與昴.(시경 소남 소성)
희미한 저 작은 별. 삼별과 별
▶ 唯仁之為守, 唯義之爲行.(순자 불구)
오직 仁을 지키고, 오직 義를 행한다.
- 之가 목적어가 전치됐다는 표지로 쓰이면 '~을(를)'로 풀이한다.
- 為守, 爲行처럼 동사 앞에서 爲가 '하다'로 쓰일 때는 爲를 빼고 해석해야 우리말에 자연스러울 때가 있다.
爲守는 守와 같고, 爲行은 行과 같다. 이런 표현법은 순자』, 『맹자』 등에서 자주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