耽古樓主의 한문과 고전 공부
태평한화골계전51-虎前乞肉 본문
太平閑話滑稽傳
虎前乞肉
獨谷成文景公 愛淮陽妓月纖纖.
獨谷 成文景公이 淮陽의 기생 월섬섬(月纖纖)을 사랑했다.
▶獨谷成 文景公: [成石璘, 고려 충숙왕 복위 7년(1338)~조선 세종 5년(1423)]. 麗末鮮初의 문신으로 자는 자수(自修), 독곡은 호이다.
▶淮陽: 淮陽都護府. 강원도에 있는 지명이다.
▶月纖纖: 기생의 이름이나 더 이상은 알 수 없다.
嘗判開城府 一日忽起訪纖纖之興 移病直抵淮陽郡 淮陽太守某獨谷同年友也.
일찍이 개성부(開城府) 판윤(判尹)이었는데, 하루는 문득 월섬섬을 찾아가고 싶은 흥(興)이 일어나 稱病하여 사직하고는 곧바로 회양군으로 갔는데, 회양태수 아무개는 독곡의 同年友이었다.
▶開城府: 고려의 옛 수도이자 오늘날의 황해도 개성이다.
▶判尹: 벼슬의 이름이다. 오늘날의 특별시 시장 정도의 벼슬이라고 보면 무난할 터이다.
▶移病: 옛날에 관원이 병을 칭탁해서 上書하여 관직을 그만 둠.
▶同年友: “동년(同年)”은 과거 시험에 함께 급제한 사람들이 서로 부를 때에 사용하는 말이다.
行到金化縣 報先聲 太守方與纖纖私焉 聞獨谷來 携纖纖往場楊屬縣避之.
행차가 김화현(金化縣)에 도착하자 사람을 시켜 먼저 그 사실을 알렸는데, 원님이 바야흐로 월섬섬과 좋아하는 사이였기 때문에, 독곡이 온다는 소식을 듣고는 월섬섬을 이끌고 속현(屬縣)인 長楊縣으로 피해버렸다.
▶金化縣: 강원도의 지역 이름이다.
▶屬縣: 부속된 현
▶場楊縣: 회양도호부의 속현이다.
獨谷至則旣不見邑宰 又不見情人 空館寂寥 長夜夐漫情 不自聊 題一絶云
龍鐘嗜酒判開城 獨對孤燈白髮明
早識主人嫌宿客 莫敎郵吏報先聲
독곡이 이르러 보니 원님은 보이지 않고, 또한 情人도 만날 수 없어서, 빈 客館은 쓸쓸하고 긴 밤은 끝없이 지루하니 스스로 감정을 억제할 수 없어 절구(絶句)한 수를 지었는데 이러하였다.
"노쇠하고 술을 좋아하는 개성판윤이 홀로 외로운 등잔을 대하니 백발이 훤하네.
主人이 묵을 손님을 싫어하는 줄 일찍 알았더라면 역참의 관리에게 소식을 전하게 하지 말 것을.”
▶客館: 客舍와 같은 말이다. 闕牌를 모셔 두고, 임금의 명을 받아 내려오는 벼슬아치를 대접하고 묵게 하는 집으로, 고을마다 마련되어 있었다.
闕牌: 조선 때, 임금의 상징으로 ‘궐(闕)’ 자를 새긴, 위패 모양의 나무패 《그 앞에서 망궐례(望闕禮)를 행함》.
▶龍鐘: '노쇠한 모양', '늙어서 앓는 모양'
▶主人: 여기서는 회양 태수를 지칭함.
比曉促駕而還 郵吏語曰
令何倏來倏返若是.
새벽녘에 가마를 재촉해 돌아가는데, 역참의 관리가 말하였다.
“令公께서는 속히 오셨다가 속히 돌아가시기를 어찌 이같이 하십니까?”
▶令公: 令監과 같은 말이다. 원문에는 그냥 “令”이라고 되어 있어서 문맥이 잘 통하지 않는다. 그러나 백영본에는 "令公"이고, 문맥상으로 보아 이것이 옳은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에 이에 따라 보충하고 해석하였다.
▶倏(숙): 갑자기. 倏往倏來(바쁘게 왔다 감)
獨谷曰
我愛纖纖乘興而來 不見纖纖興盡而返.
독곡이 말하였다.
“내가 월섬섬을 사랑하여 흥을 타고 왔다가, 월섬섬을 보지도 못하매 흥이 다해서 돌아가네.”
▶乘興而來 興盡而返: ≪진서(晉書)≫<王羲之傳>에 나온 구절이다. 왕희지가 눈 내리는 밤에 戴逵를 찾아 섬계(剡溪)로 갔다가 그 집 앞에서 그냥 돌아왔다는 고사로 “자유심대(子猷尋戴)”라고 한다.
郵吏曰
自古未聞 虎前乞肉者也.
역참의 관리가 말하였다.
“예로부터 호랑이 앞에서 고기를 구걸한다는 말은 들어 본 적이 없습니다.”
獨谷大笑
독곡이 크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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