博學而篤志, 切問而近思, 仁在其中矣. -논어 자장
폭넓게 배우고 뜻을 돈독히 하며, 절실하게 묻고 가까이에서 생각하면 인이란 그 가운데 있다.
而
而는 훈을 새기는 방식이 독특합니다.
而는 말을 잇는다는 문법적 기능을 들어서 ‘말 이을 이’라고 새기지요. 오늘날 접속사라고 부르는 기능을 조선 시대 용어로 표현한 말입니다.
새김에서 알 수 있듯이 한문에서 접속사를 대표하는 한자입니다. 단어와 단어, 구와 구, 절과 절 사이를 이어서 병렬이나 나열, 시간의 전후, 상반이나 전환, 가정, 인과관계 등을 나타냅니다.
우리말로는 ‘~와(과)’, '~하고(시)', '~한 후에', '~하지만', ‘~한 데다(게다가)’, '만약(~면)', '~하여(서)' 등으로 해석합니다. 뜻의 범위가 무척 넓은 단어입니다.
그렇지만 이때 而가 앞뒤 구절을 어떤 관계로 연결 짓는지는 而가 지닌 고유의 뜻이 결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앞뒤 구절의 의미 관계에 따라 좌우되므로 문맥을 통해 추론해야 합니다.
博學而篤志, 切問而近思에서는 일반적으로 나열(~고, ~며)로 해석합니다.
이처럼 而의 사용 범위가 넓기는 하지만 아예 문법적인 제한 조건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而는 주로 동사(동사)나 형용사(형용사)를 연결합니다. 명사나 대명사의 병렬 관계를 나타낼 때는 주로 與를 쓰지요.
그래서 而가 명사와 동사 사이에 쓰일 경우 그 명사는 동사적으로 해석합니다.
또 而는 부사어와 서술어를 연결할 수 있습니다.
관형어와 체언 사이에는 주로 之를 사용합니다.
한편 而는 접속사뿐 아니라 대명사로도 쓰입니다. 이때는 발음이 비슷하거나 같은 汝, 爾와 통용해서 쓴 것으로 보고 ‘너’라고 해석합니다.
빈도로 보면 접속사로 네 번 쓰일 때 대명사로 한 번 정도 쓰이니까 비중은 낮습니다. 그렇지만 대명사로 쓰인 而를 접속사로 해석하면 그 한문은 암호문이 됩니다.
연습
▶天地本寬, 而鄙者自隘. -채근담 후집
천지는 본래 넓으나 비루한 이가 스스로 좁힌다.
-而가 상반(~지만, ~나)의 뜻을 나타낸 예이다.
▶欲富而家, 先富而國. -한비자 외저설우 하
네 집안을 부유하게 하려면 먼저 네 나라를 부유하게 하라.
-而: 2인칭 대명사(너)로 쓰인 예이다.
▶念天地之悠悠, 獨滄然而悌下. -진자앙 등유주대가
천지의 아득함을 생각하다가 홀로이 슬퍼져 눈물이 흐른다.
-然은 형용사 뒤에서 접미사로 쓰이면 '~하는 모양'을 나타낸다.
▶默而識之, 學而不厭, 誨人不倦, 何有于我哉 -논어 술이
묵묵히 기억하고, 배우되 싫증내지 않고, 남을 가르침에 게으르지 않는 것, 이 중에 무엇이 나에게 있던가?
-哉: 何와 호응해 의문의 어기를 나타낸다.
-默而識之: 而가 부사어와 서술어 사이에 쓰인 사례이다. 學而不厭도 같은 사례이지만 여기 而는 동시(~면서)나 나열(~고, ~며)로 해석하기도 한다.
-일본 학자인 미야자키 이시다, 중국학자인 리쩌허우는 이 구절을 우리나라 학계의 일반적 관례와 정반대로 해결한다. “이 세 가지 외에 무엇이 있겠는가? 그것뿐이다”라는 맥락으로 풀이한다.
▶淵深而魚生之, 山深而獸往之, 人富而仁義附焉. -사기 화식열전
연못이 깊으면 물고기가 살고 산이 깊으면 짐승이 몰려가며 사람이 부유하면 인과 의자가 따라붙는다.
-而가 가정(~면)의 의미로 사용된 예이다. 당위(~어야)로 해석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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