有爲神農之言者許行, 自楚之滕, 踵門而告文公曰:
「遠方之人聞君行仁政, 願受一廛而爲氓.」
신농씨의 학설을 전공하는 사람인 許行이 초나라에서 등나라로 가서, 궁궐의 문에 이르러 문공에게 아뢰었다.
“먼 지방의 사람이 군주께서 인정을 행한다는 말을 듣고, 거처할 곳을 받아서 백성이 되기를 원합니다.”
▲爲:다스리다. 전공하다
▲踵: 발꿈치. 이르다.
文公與之處, 其徒數十人, 皆衣褐, 捆屨·織席以爲食.
문공이 그들에게 거처할 곳을 주니, 그 무리 수십 명이 모두 갈옷을 입고, 미투리를 두드려 만들고 자리를 짜서, 그것으로 양식을 마련하였다.
▲신발: 草왈 屝, 麻왈 屨(구), 皮왈 履
▲자리: 짚으로 짜면 薦, 莞浦로 짜면 席
▲單왈 席 重왈 筵
神農, 炎帝神農氏. 始爲耒耜, 敎民稼穡者也.
新農은 炎帝神農氏이니, 처음으로 쟁기와 보습을 만들어서 백성들에게 稼穡을 가르친 사람이다.
▲耒耜:농기구 斲木爲耜(쟁기 날) 楺木爲耒(쟁기 자루)
▲稼穡: 농사 稼:種 穡:收
爲其言者, 史遷所謂農家者流也.
‘爲其言者’는 사마천이 말한 農家者流라는 것이다.
▲史遷: 史記를 지은 司馬遷(農家者는 사실은 한서에 나오는 말이다)
許, 姓, 行, 名也.
許는 姓이요, 行은 이름이다.
踵門, 足至門也.
踵門은 발이 대궐 문에 이른 것이다.
仁政, 上章所言井地之法也.
仁政은 윗 장에서 말한 井田法이다.
廛, 民所居也.
廛은 백성이 거주하는 곳이다.
氓, 野人之稱.
氓은 농사짓는 사람의 稱號이다.
褐, 毛布, 賤者之服也.
褐은 毛布이니, 賤한 자의 의복이다.
捆, 扣肯之欲其堅也.
捆은 두드림이니, 堅固히 하고자 함이다.
以爲食, 賣以供食也.
以爲食은 팔아서 양식을 공급하는 것이다.
程子曰:
「許行所謂神農之言, 乃後世稱述上古之事, 失其義理者耳, 猶陰陽·醫·方稱黃帝之說也.」
程子가 말하였다.
‘許行이 말한 神農氏의 학설은, 바로 後世에서 上古의 일을 稱述할 때 그 義理를 잃는 것이니, 陰陽家와 醫方家에서 黃帝氏의 말이라고 칭하는 것과 같다.’
陳良之徒陳相與其弟辛, 負耒耜而自宋之滕, 曰:
「聞君行聖人之政, 是亦聖人也, 願爲聖人氓.」
陳良의 門徒인 陳相이 그 아우 辛과 더불어 농기구를 지고 송나라로부터 등나라로 가서 말하기였다.
“군주께서 성인의 정사를 행한다고 들었습니다. 이 또한 성인이시니, 성인의 백성이 되기를 원합니다.”
陳良, 楚之儒者.
陳良은 楚나라의 儒學者이다.
耜, 所以起土.
耜는 땅을 일구는 것이요,
▲耜所以起土의 以는 ‘이것(耜)으로써’
耒, 其柄也.
耒는 그 자루이다.
陳相見許行而大悅, 盡棄其學而學焉.
陳相이 許行을 보고 크게 기뻐하여, 그 배운 것을 다 버리고 그에게 배웠다.
陳相見孟子, 道許行之言曰:
「滕君, 則誠賢君也;
雖然, 未聞道也.
賢者與民並耕而食, 饔飧而治.
今也滕有倉廩府庫, 則是厲民而以自養也, 惡得賢?」
陳相이 孟子를 만나서 許行의 말을 전하였다.
“滕나라 군주는 진실로 어진 인군입니다.
비록 그러나 아직 道는 알지 못합니다.
賢者는 백성들과 함께 농사를 짓고 양식을 마련하며, 아침밥과 저녁밥을 짓고서 政治를 합니다.
지금에 滕나라에는 倉廩과 府庫가 있으니, 이는 백성을 해쳐서 자기를 奉養하는 것이니, 어찌 현군이 될 수 있겠습니까?”
▲穀藏曰倉 米藏曰廩(쌀광) 財藏曰府 車藏曰庫
饔飧, 熟食也. 朝曰饔, 夕曰飧.
饔飱은 익은 밥이니, 아침밥을 饔이라 하고, 저녁밥을 飱이라 한다.
言
當自炊爨以爲食, 而兼治民事也.
마땅히 스스로 밥을 짓고 불을 때어 음식을 만들고 兼하여 백성의 일을 다스려야 함을 말한 것이다.
厲, 病也.
厲는 해침이다.
許行此言, 蓋欲陰壞孟子分別君子野人之法.
허행의 이 말은 대개 맹자가 君子와 野人을 分別하는 法을 은연중에 무너뜨리고자 한 것이다.
孟子曰:
「許子必種粟而後食乎?」
孟子가 말하였다.
“許子는 반드시 곡식을 심은 뒤에 먹는가?”
曰:
「然.」
“그렇습니다.”
「許子必織布而後衣乎?」
“許子는 반드시 삼베를 짠 뒤에 입는가?”
曰:
「否.許子衣褐.」
“아닙니다. 許子는 갈옷을 입습니다.”
「許子冠乎?」
“許子는 冠을 쓰는가?”
曰:
「冠.」
“冠을 씁니다.”
曰:
「奚冠?」
“무슨 관을 쓰는가?”
曰:
「冠素.」
“흰 비단으로 冠을 씁니다.”
曰:
「自織之與?」
“스스로 그것을 짜는가?”
曰:
「否.以粟易之.」
“아닙니다. 곡식으로써 바꿔옵니다.”
曰:
「許子奚爲不自織?」
“許子는 어찌하여 스스로 짜지 않는가?”
曰:
「害於耕.」
“농사일에 妨害되기 때문입니다.”
曰:
「許子以釜甑爨, 以鐵耕乎?」
“許子는 가마솥과 시루로써 밥을 지으며, 쇠붙이로써 밭을 가는가?”
▲釜:국을 끓임 甑:밥을 찜 (우리나라는 솥에서 밥과 국을 모두 요리함)
曰:
「然.」
“그렇습니다.”
「自爲之與?」
“자기가 스스로 만드는가?”
曰:
「否.以粟易之.」
“아닙니다. 穀食으로써 바꿉니다.”
釜, 所以煮. 甑, 所以炊. 爨, 然火也.
釜는 그것으로 삶는 것이요, 甑은 그것으로 밥을 짓는 것이고, 爨은 불을 때는 것이다.
鐵, 耜屬也.
鐵은 쟁기의 付屬이다.
此語八反, 皆孟子問而陳相對也.
이 장의 대화에서 여덟 번 反問한 것은 모두 맹자가 물으심에 진상이 대답한 것이다.
「以粟易械器者, 不爲厲陶冶;
陶冶亦以其械器易粟者, 豈爲厲農夫哉?
且許子何不爲陶冶 舍皆取諸其宮中而用之?
何爲紛紛然與百工交易?
何許子之不憚煩?」
“곡식으로써 械器와 바꾸는 것이 陶工과 冶工을 해치는 것이 아니니,
陶工과 冶工도 그 계기로써 곡식과 바꾸는 것이 어찌 농부를 해침이 되겠는가?
그리고 許子는 어찌 陶冶場을 운영하여 모두 그 집안에서 취하여 쓰지 아니하는가?
어찌하여 紛紛하게 百工들과 交易하는가?
어찌하여 허자는 번거로움을 꺼리지 않는가?”
▲且:=而
▲舍:다만
▲宮: 家
曰:
「百工之事, 固不可耕且爲也.」
“百工의 일은 본래 농사를 지으면서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此孟子言而陳相對也.
이는 孟子의 말에 진상이 대답한 것이다
械器, 釜甑之屬也.
械器는 가마솥과 시루의 등속이다.
陶, 爲甑者. 冶, 爲釜鐵者.
陶는 시루를 만드는 자요, 冶는 가마솥과 쇠붙이를 만드는 자이다.
舍, 止也.
舍는 다만이다.
或讀屬上句. 舍謂作陶冶之處也.
혹은 윗 句에 붙여 읽으니, 舍는 陶冶의 장소를 이른다.
「然則治天下獨可耕且爲與?
“그렇다면 天下를 다스리는 것은 유독 농사를 지으면서 할 수 있겠느냐?
有大人之事, 有小人之事. 且一人之身, 而百工之所爲備.
大人의 일이 있고 小人의 일이 있는데, 한 사람의 몸에 百工의 하는 일을 具備해야 한다.
如必自爲而後用之, 是率天下而路也.
만일 반드시 자기가 만든 뒤에 써야 한다면, 이는 천하 사람을 거느리고서 길로 분주히 왕래하는 것이다.
故曰:
或勞心, 或勞力;
勞心者治人, 勞力者治於人;
治於人者食人, 治人者食於人: 天下之通義也.
옛말에 이르기를,
‘혹은 마음을 수고롭게 하며, 혹은 힘을 수고롭게 하나니,
마음을 수고롭게 하는 자는 남을 다스리고, 힘을 수고롭게 하는 자는 남에게 다스려진다.
남에게 다스려지는 자는 남을 먹여주고, 남을 다스리는 자는 남에게 받아먹는다.’라고 하니 天下의 共通된 義理이다.
▲食: 밥(사) 먹이다(사) 먹다(식)
此以下皆孟子言也.
이하는 모두 孟子의 말이다.
路, 謂奔走道路, 無時休息也.
路는 도로에 奔走하여 休息할 때가 없음을 말함이다.
治於人者, 見治於人也.
治於人은 남에게 다스림을 받는 것이다.
食人者, 出賦稅以給公上也.
食人은 賦稅를 내어서 公上에 공급하는 것이다.
食於人者, 見食於人也.
食於人은 남에게 얻어먹는 것이다.
此四句皆古語, 而孟子引之也.
이 네 구는 다 옛 말씀인데 맹자께서 인용하신 것이다.
君子無小人則飢, 小人無君子則亂. 以此相易, 正猶農夫陶冶以粟與械器相易, 乃所以相濟而非所以相病也.
군자는 소인이 없으면 굶주리고, 소인은 군자가 없으면 혼란하니, 이것으로써 서로 交易함은 바로 농부와 陶冶가 곡식과 계기를 가지고 서로 교역함과 같으니, 곧 서로 도우는 방법이요, 서로 해치는 방법은 아니다.
治天下者, 豈必耕且爲哉?
천하를 다스리는 자가 어찌 반드시 농사를 지으면서 다스려야 하겠는가?
當堯之時, 天下猶未平, 洪水橫流, 氾濫於天下.
堯임금 시대를 당하여, 천하가 아직 평정되지 못하여, 洪水가 멋대로 흘러 천하에 氾濫하였다.
▲猶:尙(아직)
草木暢茂, 禽獸繁殖, 五穀不登, 禽獸偪人.
초목이 울창하게 우거졌으며 禽獸가 번식하여 불어났고, 五穀이 성숙하지 않고 금수가 사람을 逼迫하였다.
▲登: 익다.
▲五穀:稻(벼) 黍(기장) 稷(메기장, 조) 菽(콩) 麥(보리). 이것은 우리나라의 오곡이며 중국은 다르다. 稷은 피(稗)가 아니다. 稗似稻而非
獸蹄鳥跡之道, 交於中國.
짐승과 새가 왕래하는 길이 中土에 교차하였다.
堯獨憂之, 擧舜而敷治焉.
요임금이 홀로 이를 근심하시어 舜을 등용하여서 다스림을 펴게 하였다.
舜使益掌火, 益烈山澤而焚之, 禽獸逃匿.
순임금이 益으로 하여금 불을 관장하게 하였는데, 익이 山澤에 불을 질러 태우니 금수가 도망하여 숨었다.
▲烈:불지르다.
禹疏九河, 瀹濟漯, 而注諸海; 決汝漢, 排淮泗, 而注之江, 然後中國可得而食也.
禹임금이 九河를 소통하고 濟水와 漯水를 疏通하여 바다로 주입하였고, 汝水와 漢水를 텄고, 淮水와 泗수를 排水하여 長江으로 주입하고서야 중국이 곡식을 얻을 수 있었다.
當是時也, 禹八年於外, 三過其門而不入, 雖欲耕, 得乎?
이때를 당하여 禹임금이 八年 동안 밖에 있으면서, 세 번이나 집의 문 앞을 지나면서도 들어가지 않았으니, 비록 농사를 짓고자 하여도 가능하였겠는가?
天下猶未平者, 洪荒之世, 生民之害多矣; 聖人迭興, 漸次除治, 至此尙未盡平也.
天下猶未平者는 洪荒의 세대에 생민의 해로움이 많더니, 성인이 차례로 일어나서 점차 제거하고 다스렸으나, 이때를 이르기까지도 아직도 다 평정되지 못한 것이다.
洪, 大也.
洪은 큰 것이다.
橫流, 不由其道而散溢妄行也.
橫流는 물길을 말미암지 않고 흩어져 넘쳐서 멋대로 흐르는 것이다.
氾濫, 橫流之貌. 暢茂, 長盛也.
氾濫은 횡류하는 모양이고 暢茂는 울창하게 우거짐이다.
繁殖, 衆多也.
繁殖은 많아짐이다.
五穀, 稻·黍·稷·麥·菽也.
五穀은 벼, 기장, 조(메기장), 보리, 콩이다.
▲小豆:팥 小麥:밀
登, 成熟也.
登은 成熟함이다.
道, 路也.
道는 길이다.
獸蹄鳥跡交於中國, 言禽獸多也.
獸蹄鳥跡交於中國은 禽獸가 많음을 말한다.
敷, 布也.
敷는 폄이다.
益, 舜臣名.
益은 순임금의 신하 이름이다.
烈, 熾也.
烈은 불이 성함이다.
禽獸逃匿, 然後禹得施治水之功.
금수가 도망하여 숨은 뒤에야 우왕이 치수하는 일을 시행할 수 있었다.
▲功:일
疏, 通也, 分也.
疏는 통함이고 분산함이다.
九河: 曰徒駭, 曰太史, 曰馬頰, 曰覆釜, 曰胡蘇, 曰簡, 曰潔, 曰鉤盤, 曰鬲津.
九河는 도해, 태사, 마협, 복부, 호소, 간, 결, 구반, 격진이다.
瀹, 亦疏通之意.
약(瀹)도 또한 疏通한다는 뜻이다.
濟漯, 二水名.
濟와 탑(漯)은 두 물의 이름이다.
決·排, 皆去其壅塞也.
決과 排는 모두 물길이 막힘을 제거하는 것이다.
汝·漢·淮·泗, 亦皆水名也.
汝, 漢, 淮, 泗는 또한 다 물 이름이다.
據禹貢及今水路, 惟漢水入江耳. 汝泗則入淮, 而淮自入海. 此謂四水皆入于江, 記者之誤也.
書經의 우공과 지금의 물길을 근거해 보면 오직 한수만이 양자강으로 들어갈 뿐이요, 여수와 사수는 회수로 유입되고 회수는 따로 바다로 들어가니, 여기에서 네 물이 다 강으로 들어간다고 말한 것은 기록한 자의 誤謬이다.
▲及(고대)->與(중세)->和(근대)
后稷敎民稼穡. 樹藝五穀, 五穀熟而民人育.
后稷이 백성들에게 곡식을 심고 거두는 법을 가르쳐서 五穀을 심고 가꾸게 하니, 오곡이 성숙하여 인민이 잘 길러졌다.
▲育: 잘 기르다.
人之有道也, 飽食·煖衣·逸居而無敎, 則近於禽獸.
사람에게 도리가 있으니, 배불리 먹고 따뜻하게 옷을 입어서 편안히 거처하되 가르침이 없으면, 곧 禽獸와 가까워진다.
聖人有憂之, 使契爲司徒, 敎以人倫: 父子有親, 君臣有義, 夫婦有別, 長幼有序, 朋友有信.
성인이 이를 근심하시어, 契(설)로 하여금 司徒로 삼아서 人倫을 가르치시니, 父子간에는 친함이 있으며, 君臣 간에는 의리가 있으며, 夫婦간에는 분별이 있으며, 長幼 간에는 차례가 있으며, 朋友 간에는 믿음이 있다.
▲夫婦有別: 內外倡隨之別. 천륜이면서 인륜
▲朋友: 朋은 同門 友는 同志
放勳曰:
『勞之來之, 匡之直之, 輔之翼之, 使自得之, 又從而振德之.』
放勳이 말하였다.
‘수고로운 사람은 위로하고 오게 하며, 바로잡아주고 펴주며, 도와주고 부축해 주어서 백성이 스스로 本性을 얻게 하고, 또 일에 따라서 진작하고 은혜를 베풀어 준다.’
▲放勳: 堯의 별호
聖人之憂民如此, 而暇耕乎?
성인이 백성을 걱정함이 이와 같으니, 어느 겨를에 밭을 갈겠는가?
言
水土平, 然後得以敎稼穡; 衣食足, 然後得以施敎化.
水土가 평정된 뒤에 稼穡을 가르칠 수 있고 衣食이 풍족한 뒤에 敎化를 베풀 수 있음을 말하였다.
后稷, 官名, 棄爲之.
后稷은 官名이니, 棄가 이것을 하였다.
然言敎民, 則亦非並耕矣.
그러나 백성을 가르쳤다고 말했으니 곧 또한 백성들과 함께 농사짓지는 않았다.
樹, 亦種也.藝, 殖也.
樹는 또한 심는 것이요 藝는 가꾸는 것이다.
契, 亦舜臣名也.
契(설)도 순임금의 신하 이름이다.
司徒, 官名也.
司徒는 벼슬이름이다.
人之有道, 言其皆有秉彝之性也.
人之有道라 함은 사람은 모두 秉彛의 性을 가지고 있음을 말한 것이다.
然無敎則亦放逸怠惰而失之, 故聖人設官而敎以人倫, 亦因其固有者而道之耳.
그러나 가르침이 없으면 또한 放逸하고 怠惰하여 이것을 잃으므로, 聖人이 官을 설치하여 인륜을 가르치게 하시니, 또한 그 固有한 것을 因하여 引導했을 뿐이다.
書曰:
「天敍有典, 敕我五典五惇哉.」 此之謂也.
書經 皐陶謨에 이르기를, ‘하늘이 有典(五典)을 펴셨으니, 우리의 五典을 바르게 하여 다섯 가지(오륜)를 돈독히 한다.’라고 함이 이것을 말한 것이다.
放勳, 本史臣贊堯之辭, 孟子因以爲堯號也.
放勳은 본래 史臣이 堯임금을 찬양하는 말인데, 孟子가 인하여 요임금의 별호로 삼은 것이다.
德, 猶惠也.
德은 惠와 같다.
堯言, 勞者勞之, 來者來之, 邪者正之, 枉者直之, 輔以立之, 翼以行之, 使自得其性矣, 又從而提撕警覺以加惠焉, 不使其放逸怠惰而或失之.
요임금이 말하였다.
‘수고로운 자를 위로하며, 먼 데서 온 자를 오게 하며, 부정한 자를 바르게 해주며, 굽은 자를 펴주며, 뜻을 도와서 세워주고 날개가 되어 행하게 하여, 백성들로 하여금 스스로 그 본성을 얻게 하라. 또 따라서 提撕하고 警覺하여 은혜를 가해주어서, 그 放逸하고 怠惰하여 혹시라도 본성을 잃지 않게 하라.’
蓋命契之辭也.
이는 契(설)에게 명령한 말씀이다.
堯以不得舜爲己憂, 舜以不得禹·皐陶爲己憂.
堯임금은 舜임금을 얻지 못함을 자기의 근심으로 삼고, 舜임금은 禹임금과 皐陶를 얻지 못함을 자기의 근심으로 삼았다.
夫以百畝之不易爲己憂者, 農夫也.
대저 百畝가 다스려지지 못함을 자기의 근심으로 삼는 자는 農夫니라.
易, 治也.
易(이)는 잘 다스림이다.
堯舜之憂民, 非事事而憂之也, 急先務而已.
堯·舜이 백성을 근심한 것은 일마다 근심한 것이 아니요, 먼저 해야 할 일을 急히 했을 뿐이다.
所以憂民者其大如此, 則不惟不暇耕, 而亦不必耕矣.
백성을 근심함이 그 대략이 이와 같았으니 오직 농사지을 겨를이 없을 뿐만 아니요, 또한 반드시 농사지을 필요도 없는 것이다.
分人以財謂之惠, 敎人以善謂之忠, 爲天下得人者謂之仁.
남에게 재물을 나누어 줌을 惠라 이르고, 남에게 善을 가르쳐 줌을 忠이라 이르고, 천하를 위하여 人材를 얻음을 仁이라고 이른다.
是故以天下與人易, 爲天下得人難.
이러한 연고로 천하를 남에게 주기는 쉽고, 천하를 위하여 인재를 얻기는 어렵다.
分人以財, 小惠而已.
남에게 財物을 나누어 줌은 작은 恩惠일 뿐이다.
敎人以善, 雖有愛民之實, 然其所及亦有限而難久.
남에게 善을 가르쳐 줌은 비록 백성을 사랑하는 실제가 있으나, 그 미치는 바가 또한 限界가 있고 오래하기 어렵다.
惟若堯之得舜, 舜之得禹皐陶, 及所謂爲天下得人者, 而其恩惠廣大, 敎化無窮矣, 此其所以爲仁也.
오직 堯임금이 舜을 얻음과 舜임금이 禹와 皐陶를 얻음과 같은 것은 곧 소위 천하를 위하여 인재를 얻는 것이어서 그 은혜가 廣大하고 敎化가 無窮할 터이니, 이것이 仁이 되는 까닭이다.
孔子曰:
『大哉堯之爲君!
惟天爲大, 惟堯則之, 蕩蕩乎民無能名焉!
君哉舜也!
巍巍乎有天下而不與焉!』
孔子께서 말씀하시기를
‘위대하도다 堯의 임금노릇하심이여!
오직 하늘만이 偉大하거늘 요임금이 이것을 본받았으니, 蕩蕩하여 백성들이 능히 덕을 形容할 수가 없도다!
인군답다 舜이여!
巍巍하여 천하를 소유하고도 關與하지 않았다.’라고 하였다.
堯舜之治天下, 豈無所用其心哉?
요순이 천하를 다스림에 어찌 그 마음을 쓰신 바가 없으시리오?
亦不用於耕耳.
역시 농사짓는 데는 쓰지 않았을 뿐이다.
則, 法也.
則은 法이다.
蕩蕩, 廣大之貌.
蕩蕩은 넓고 큰 모양이다.
君哉, 言盡君道也.
君哉는 군주의 도리를 다함을 말한 것이다.
巍巍, 高大之貌.
巍巍는 높고 큰 모양이다.
不與, 猶言不相關, 言其不以位爲樂也.
不與는 相關하지 않는다는 말과 같으니, 그 地位를 樂으로 삼지 않았음을 말한 것이다.
吾聞用夏變夷者, 未聞變於夷者也.
陳良, 楚産也. 悅周公·仲尼之道, 北學於中國.
나는 諸夏(中華)의 법을 써서 오랑캐의 도를 變化시켰다는 말은 들었고, 오랑캐에게 변화를 입었다는 말은 듣지 못하였다.
陳良은 楚나라 태생이지만 周公과 仲尼의 도를 좋아하여 북쪽으로 가서 중국에서 游學하였다.
北方之學者, 未能或之先也. 彼所謂豪傑之士也.
北方의 학자들이 누구도 그보다 앞서지 못하니, 그들이 소위 豪傑의 선비라고 말한 사람이다.
子之兄弟事之數十年, 師死而遂倍之.
그대의 형제가 진량을 섬기기를 數十년 동안 하다가, 스승이 죽으니 마침내 배반하였다.
此以下責陳相倍師而學許行也.
이하는 陳相이 스승을 저버리고 許行을 배움을 꾸짖은 것이다.
夏, 諸夏禮義之敎也.
夏는 諸夏의 禮義의 가르침이다.
變夷, 變化蠻夷之人也. 變於夷, 反見變化於蠻夷之人也.
變夷는 蠻夷의 사람을 변화시킴이요, 變於夷는 도리어 蠻夷의 사람에게 변화를 당하는 것이다.
産, 生也.
産은 출생함이다.
陳良生於楚, 在中國之南, 故北遊而學於中國也.
陳良이 楚나라에서 出生하였으니, 중국의 남쪽에 있으므로 북쪽으로 가서 중국에서 배웠다.
先, 過也.
先은 뛰어남이다.
豪傑, 才德出衆之稱, 言其能自拔於流俗也.
豪傑은 재주와 德이 出衆한 칭호이니, 능히 스스로 流俗에서 빼어남을 말함이다.
倍, 與背同.
言陳良用夏變夷, 陳相變於夷也.
倍는 背와 같으니 진량은 中華의 법을 써서 오랑캐를 變化시켰는데, 陳相은 오랑캐에게 변화 당함을 말하였다.
▲倍:배반하다.
昔者孔子沒三年之外 門人治任將歸 入揖於子貢相嚮而哭 皆失聲然後歸.
昔者孔子沒, 三年之外, 門人治任將歸, 入揖於子貢, 相嚮而哭, 皆失聲, 然後歸.
옛날에 공자께서 별세하시거늘, 三年이 지난 다음에 門人들이 행장을 꾸려 돌아갈 새 들어가서 자공에게 揖하고 서로 향하여 慟哭하여 모두 목이 잠긴 뒤에 돌아갔다.
▲外: 後
▲治任:행장을 꾸리다
子貢反, 築室於場, 獨居三年, 然後歸.
자공은 다시 돌아와 墓場에 집을 짓고서 홀로 3년을 거처한 뒤에 돌아갔다.
他日, 子夏·子張·子游以有若似聖人, 欲以所事孔子事之, 彊曾子.
후일에 子夏·子張·子游가 有若이 성인의 풍모와 비슷하다는 이유로, 공자를 섬기던 禮로써 그를 섬기고자 하여 曾子에게 강권하였다.
曾子曰:
『不可.
江漢以濯之, 秋陽以暴之, 皜皜乎不可尙已.』
증자가 말하였다.
‘불가합니다.
(공자의 도는 純全하여서) 江漢으로써 씻은 것과 같으며, 가을볕으로써 쪼인 것과 같아서 皜皜하여 더할 수 없다.’
三年, 古者爲師心喪三年, 若喪父而無服也.
三年은 옛날에 스승을 위하여 心喪 三年을 입었으니, 아버지를 잃은 것과 똑같이 하되 服이 없다.
▲事師의 도리: 無犯無隱 左右就養無方 服勤至死 心喪三年.
▲心喪: 若喪父而無服
任, 擔也.
任은 짐이다.
▲任背曰負 任首曰戴 任肩曰擔.
場, 冢上之壇場也.
場은 무덤가의 땅을 돋구어서 편평하게 한 곳이다.
有若似聖人, 蓋其言行氣象有似之者, 如檀弓所記子游謂有若之言似夫子之類是也.
有若似聖人라 함은 그의 언행과 기상에 孔子와 비슷함이 있는 것이니, 이를테면 예기 檀弓에 子游가 이르기를 ‘유약의 말은 부자와 비슷하다.’라고 기록한 따위가 이것이다.
所事孔子, 所以事夫子之禮也.
所事孔子라 함은 夫子를 섬기던 禮를 말한다.
江漢水多, 言濯之潔也.
江漢은 물이 많으니 씻기를 깨끗이 함을 말한 것이다.
秋日燥烈, 言暴之乾也.
가을 햇볕은 건조하고 따가우니, 햇볕을 쬐어 말림을 말한 것이다.
▲乾(마르다): 본음은 간이나 俗音은 건이다
皜皜, 潔白貌.
皜皜는 潔白한 모양이다.
尙, 加也.
尙은 더함이다.
言夫子道德明著, 光輝潔白, 非有若所能彷彿也.
부자의 도덕이 밝게 드러나서 광휘가 결백하니, 有若이 능히 彷佛할 수 있는 바가 아님을 말하였다.
或曰:
「此三語者, 孟子贊美曾子之辭也.」
或者는 말하기를 이 세 말은 孟子가 曾子를 찬미한 말이라 하였다.
今也南蠻鴃舌之人, 非先王之道, 子倍子之師而學之, 亦異於曾子矣.
지금에 남쪽 오랑캐의 왜가리소리 하는 사람은 先王의 도가 아니거늘, 그대는 그대의 스승을 배반하고 이를 배우니, 또한 曾子와 다르도다.
▲蠻-오랑캐 만 鴃-백로
鴃, 博勞也, 惡聲之鳥.
鴃은 백로이니, 소리가 나쁜 새이다.
南蠻之聲似之, 指許行也.
남쪽 오랑캐의 소리가 이와 類似하니, 許行을 가리킨 것이다.
吾聞出於幽谷遷于喬木者, 末聞下喬木而入於幽谷者.
나는 깊은 골짜기에서 나와서 높은 나무로 옮겨간다는 말은 들었고, 높은 나무에서 내려와 깊은 골짜기로 들어간다는 말은 듣지 못하였노라.
▲截章取義이다. 오랑캐를 배워서 중화를 버려서는 안되는 것을 말함.
小雅伐木之詩云:
「伐木丁丁, 鳥鳴嚶嚶, 出自幽谷, 遷于喬木.」
小雅 伐木의 시에 이르기를 ‘나무 베기를 쩡쩡하거늘, 새 울음은 嚶嚶하도다. 깊은 골짜기에서 나와 높은 나무로 옮겨가네.’라고 하였다.
▲ 幽-그윽할 유 遷-옮길 천 喬-높을 교 雅-바를 아 嚶-새소리 앵
魯頌曰:
『戎狄是膺, 荊舒是懲.』
시경 魯頌에 일렀다.
‘戎狄을 응징하니, (남만의) 荊·舒가 이에 懲戒되었다.’
▲戎狄是膺: =膺戎狄. ‘是’는 도치
周公方且膺之, 子是之學, 亦爲不善變矣.」
周公이 바야흐로 이들을 膺懲하여 다스렸는데, 그대는 이것을 배우니, 또한 잘 變化하지 못하는 것이다.”
魯頌閟宮之篇也.
魯頌은 시경 閟宮篇이다.
膺, 擊也.
膺은 침이다.
荊, 楚本號也.舒, 國名, 近楚者也.
荊은 楚나라의 본래 칭호이고 舒는 나라 이름이니, 초나라와 가까운 나라이다.
懲, 艾也.
懲은 다스림이다.
按今此詩爲僖公之頌, 而孟子以周公言之, 亦斷章取義也.
지금 살펴보건대 이 시는 僖公의 頌이거늘 孟子가 周公이라고 말하였으니, 또한 章을 잘라 뜻만을 取한 것이다.
「從許子之道, 則市賈不貳, 國中無僞.
雖使五尺之童適市, 莫之或欺.
布帛長短同, 則賈相若;
麻縷絲絮輕重同, 則賈相若;
五穀多寡同, 則賈相若;
屨大小同, 則賈相若.」
(陳相이 말하였다)
“許行의 道를 따르면 市場의 가격이 다르지 않으며 온 나라에 거짓이 없을 터입니다.
비록 五尺의 童子를 시장에 가게 하여도, 혹시라도 그를 속이는 자가 없을 터입니다.
布帛의 길고 짧음이 같으면 값이 서로 같고,
삼과 실, 생사와 솜의 무게가 같으면 값이 서로 같고,
五穀의 양이 같으면 값이 서로 같고,
신의 크기가 같으면 값이 서로 같을 터입니다.”
陳相又言許子之道如此.
陳相이 또 許子의 도가 이와 같다고 말하였다.
蓋神農始爲市井, 故許行又託於神農, 而有是說也.
아마도 神農氏가 처음으로 市井을 만들었기 때문에 허행이 또 신농씨에게 假託하여 이러한 주장을 한 듯하다
.
五尺之童, 言幼小無知也.
五尺의 童子라는 것은 어려서 無知함을 말함이다.
許行欲使市中所粥之物, 皆不論精粗美惡, 但以長短輕重多寡大小爲價也.
허행은 시중에서 파는 물건을 모두 精粗와 美惡을 따지지 않고, 다만 長短과 輕重과 多寡와 大小로써 값을 매기려고 하였다.
▲市井:시장
曰:
「夫物之不齊, 物之情也; 或相倍蓰, 或相什伯, 或相千萬.
子比而同之, 是亂天下也.
巨屨小屨同賈, 人豈爲之哉?
從許子之道, 相率而爲僞者也, 惡能治國家?」
孟子가 말하였다.
“대저 물건의 품질이 같지 않음은 물건의 實情이어서, 혹은 倍가 되고 五倍가 되며, 혹은 十倍가 되고 百倍가 되며, 혹은 서로 千倍가 되고 萬倍가 된다.
그대는 이것을 비등하게 보아 같은 값을 매기려 하니, 이는 天下를 어지럽히는 것이다.
큰 신과 작은 신을 같은 값을 매기면 사람들이 어찌 큰 신을 만들겠는가?
許子의 도를 따르면 서로 이끌고서 거짓을 행할 것이니, 어찌 능히 국가를 잘 다스릴 수 있으리오?”
倍, 一倍也. 蓰, 五倍也. 什伯千萬, 皆倍數也.
倍는 一 倍요, 사(蓰)는 五倍요, 什伯千萬은 모두 倍數也이다.
比, 次也.
比는 나란히 하는 것이다.
孟子言
物之不齊, 乃其自然之理, 其有精粗, 猶其有大小也.
若大屨小屨同價, 則人豈肯爲其大者哉?
今不論精粗, 使之同價, 是使天下之人皆不肯爲其精者, 而競爲濫惡之物以相欺耳.
孟子는 말하였다.
‘물건이 가지런하지 않음은, 곧 그 自然의 理致이니, 그 精美와 粗惡이 있음은 大小가 있음과 같다.
만일 큰 신과 작은 신이 값이 같다면 사람들이 어찌 그 큰 것을 만들려고 하겠는가?
이제 精粗를 따지지 않고 값을 같게 한다면, 이는 天下의 사람으로 하여금 모두 즐겨 그 精美 것을 만들지 않고, 다투어 濫惡한 물건을 만들어서 서로 속이게 할 뿐이니라.’
▲濫:규격에 맞지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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