漢詩와 漢文

虎叱(호질)-朴趾源(박지원)

耽古樓主 2023. 3. 20. 04:53

1.虎叱 筆寫하게 된 過程


壁上懸一篇奇文 鷺紙細書 爲格子塗之橫 竟一壁.
벽 위에 한 편의 기이한 문장이 걸려 있는데, 백로지에 가늘게 써서 격자를 만들어 가로 붙인 것이 한폭 벽에 가득하다.

筆又精工, 就壁一讀 可謂 絶世奇文.
글씨가 또한 정밀하고 공교로워, 벽에 다가가 한 번 읽어보니 세상에 없는 기이한 문장이라 할 만하다.

余因還座, :

“壁上所揭誰人所作?”
나는 자리에 돌아와서 묻는다.
벽에 걸린 것은 누가 지은 것이오?”

主人曰:

“不知誰人所作也”
주인이 말한다.
누가 지은 것인지 모릅니다.”

鄭君問:
此似是近世文 無乃主人先生所題耶?”

정군이 묻는다.
이것은 근세의 문장인 듯한데, 주인선생이 지은 것 아니오?”

沈由朋曰:
主人不解文字 旣無作者姓名 不知有漢 何論魏晉?”

심유붕이 대답한다.
저는 문자를 이해하질 못하고 지은이의 성명도 없으니, 한나라가 있는 줄도 모르는데 어찌 魏나라와 晉나라를 논하겠습니까?”

余曰:
然則何從得此?”

내가 말한다.
그렇다면 어디서 이걸 얻은 것이오?”

沈曰:

“曩於薊州市日收買.”
沈由朋이 말한다.
며칠 앞서 계주의 장날에 산 것입니다.”

余曰:
可許謄去否?”

내가 말한다.
베껴 가도 되겠습니까?”

沈首肯曰:

“不妨”
沈由朋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관계없습니다.”

約持紙更來.
종이를 가지고 다시 오겠다고 약속한다.

飯後與鄭君更往, 堂中已點兩燭矣.
밥을 먹은 후에 정군과 다시 가니, 대청 안에 이미 두 개의 초가 켜져 있다.

余就壁欲解下格子, 沈招侍者捧下.
내가 벽으로 다가가 격자를 풀어 내리려 하니, 심유붕이 심부름하는 사람을 불러 내려준다.

余復問:

“此先生所作否?”
내가 다시 묻는다
이것은 선생이 지은 것 아니오?”

沈掉頭曰:
有如明燭, 長齋奉佛, 懺誡譫妄.”

심유붕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한다.
저는 거짓이 없기가 밝은 촛불과 같소. 저는 오래토록 재계하며 부처를 받들어 왔기 때문에, 헛소리와 망언을 뉘우치고 경계합니다.”

余囑鄭君, 自中間起筆, 余從頭寫下.
나는 정군에게 부탁하여 중간부터 쓰라고 하고, 나는 서두부터 베껴 내려간다.

沈問:

“先生謄此何爲?”
심유붕이 묻는다.
선생은 이걸 베껴서 무얼 하려오?”

余曰:

“歸令國人一讀, 當捧腹軒渠, 嗢噱絶倒, 噴飯如飛蜂, 絶纓如拉朽.”
나는 말한다.
귀국하여 나라 사람들에게 한 번 읽게 하면, 마땅히 배를 움켜잡고 웃고, 웃다가 넘어질 것이오. 입안에 든 밥알이 뿜어져 벌처럼 날아갈 것이고, 갓끈이 썩은 새끼처럼 끊어질 것이오.”

及還寓, 點燈閱視, 鄭之所謄, 無數誤書漏落字句, 全不成文理.
거처로 돌아와서, 등을 켜고 훑어보니, 정군이 베낀 곳은 잘못 쓴 것과 누락된 자구가 많아서, 온전히 문맥이 닿지 않는다.

故略以己意點綴爲篇焉.
그래서 대강 나의 뜻으로 고치고 보충해서 한 편을 만들었다.


2.虎叱 本文


, 睿聖文武, 慈孝智仁, 雄勇壯猛, 天下無敵.
범은 착하고도 성스럽고, 문무를 겸비하고, 인자롭고도 효성스럽고, 슬기롭고도 어질고, 웅장하고 용감하며, 씩씩하고 사나워서 천하에 대적할 자 없다.

然狒胃食, 竹牛食虎, 食虎, 五色獅子食虎於巨木之岫, 玆白食虎, 䶂犬飛食虎豹, 黃要取虎豹心而食之, 無骨, 爲虎豹所呑, 內食虎豹之肝, 酋耳遇虎, 則裂而啖之.
그러나 비위(狒胃)는 범을 잡아먹고, 죽우(竹牛)도 범을 잡아먹고, ()도 범을 잡아먹고, 오색사자(五色獅子)는 큰 나무 꼭대기에서 범을 잡아먹고, 자백(玆白)도 범을 잡아먹고, 표견(䶂犬)은 날아서 범과 표범을 잡아먹고, 황요(黃要)는 범과 표범의 염통을 꺼내어 먹고, ()은 뼈가 없어서, 범이나 표범에게 삼켜져서, 배속에서 虎豹의 간을 먹으며, 추이(酋耳)가 범을 만나면 찢어서 그것을 먹는다.

虎遇猛㺎, 則閉目而不敢視 人不畏猛㺎而畏虎, 虎之威其嚴乎.
범이 맹용(猛㺎)을 만나면 눈을 감고 감히 뜨질 못하는데, 사람은 맹용(猛㺎)을 두려워하지 않고 범을 무서워하니, 범의 위엄이 몹시 엄혹한 것이리라.

虎食狗則醉, 食人則神.
범이 개를 먹으면 취하고 사람을 먹으면 신령스러워 진다.

虎一食人, 其倀爲屈閣, 在虎之腋, 導虎入廚, 舐其鼎耳, 主人思饑, 命妻夜炊.
범이 한 번 사람을 먹으면, 倀鬼(창귀)屈閣이 되어서, 범의 겨드랑이에 붙어살면서, 범을 부엌으로 이끌어서 솥전을 핥기만 해도, 주인이 시장기를 느껴서 아내더러 밤중에도 밥을 지으라 하게 된다.

虎再食人. 其倀爲彛兀, 在虎之輔, 升高視虞, 若谷穽弩, 先行釋機.
범이 두 번 사람을 먹으면, 그 창귀가 彛兀(이올)이 되어서, 범의 볼에 붙어살면서, 높은 곳에 올라가서 우환을 살필 수 있다. 만약 산골짜기에 함정이나 쇠뇌가 있으면, 먼저 가서 덫을 풀어 놓는다.

虎三食人, 其倀爲鬻渾, 在虎之頤. 多贊其所識朋友之名.
범이 세 번 사람을 먹으면, 창귀가 鬻渾(육혼)이 되어서, 범의 턱에 붙어살면서 그가 알던 붕우의 이름을 불러댄다.

虎詔倀曰:

“日之將夕, 于何取食?”
범이 세 귀신을 불러 놓고 말한다.
곧 날이 저무는데, 어디서 먹을 것을 구할까?”

屈閣曰:

“我昔占之, 匪角匪羽, 黔首之物, 雪中有跡, 彳亍踈武, 瞻尾在腦, 莫掩其尻.”
굴각이 말한다.
제가 전에 점찍어 두었는데, 뿔을 가진 짐승도 아니고 날짐승도 아니며 검은 머리를 가진 것이, () 위에 발자국을 삐뚤삐뚤 성긴 걸음을 하고, 뒤통수에 꼬리가 붙어서 꽁무니를 감추지 못합니다.

彛兀曰:

“東門有食, 其名曰醫. 

口含百草, 肌肉馨香. 

西門有食, 其名曰巫. 

求媚百神, 日沐齊潔. 

請爲擇肉於此二者.”
이올이 말한다.
동문에 먹을 것이 있는데, 이름은 의원(醫員)이라고 합니다.

입에는 백초를 머금고 있으니, 고기도 향기롭습니다.
서문에 먹을 것이 있는데, 이름은 무당(巫堂)이라고 합니다.

온갖 신에게 구미(求媚)하고, 매일 목욕재계(沐浴齋戒)를 하여 깨끗합니다.

청컨대 이 둘 중에서 고기를 고르십시오.”

虎奮髯作色曰:

“醫者疑也. 

以其所疑而試諸人, 歲所殺常數萬. 

巫者誣也. 

誣神以惑民, 歲所殺常數萬. 

衆怒入骨, 化爲金蚕, 毒不可食.”
범이 수염을 거스르고 얼굴색이 변하며 말한다.
이란 의()이다. 자신이 의심스러운 것을 모든 사람들에게 시험하여, 해마다 죽이는 것이 수만을 헤아린다.

란 무()이다. 귀신을 빙자하여 백성을 미혹함으로써, 해마다 죽이는 것이 수만을 헤아린다.

여러 사람의 노여움이 뼈 속에 스며들어 금잠이란 독벌레가 되어 있으니, 독이 있어 먹을 수 없다.”

鬻渾曰:

“有肉在林. 

仁肝義膽, 抱忠懷潔, 戴樂履禮, 口誦百家之言, 心通萬物之理, 名曰碩德之儒. 

背盎軆胖, 五味俱存.”
육혼이 말한다.
어떤 고기가 숲속(儒林)에 있사옵니다.

인자한 간과 의로운 쓸개를 가지고 있으며, 충성스런 마음을 지니고 순결한 지조를 품었으며, 은 이고 는 신고 있습니다. 입으로는 제자백가(諸子百家)의 말들을 외며, 마음은 만물의 이치를 통했으니, 이름은 석덕지유(碩德之儒)라 하옵니다.

등살이 오붓하고 몸집이 기름져서, 오미(五味)를 갖추어 지녔답니다.”

虎軒眉垂涎, 仰天而笑曰:

“朕聞如何?”
범이 눈썹을 치키고 침을 흘리며 하늘을 쳐다보고 웃으면서 말한다.
()이 자세히 듣고 싶은데 어떠하냐?”

倀交薦虎曰:

“一陰一陽之謂道, 儒貫之. 

五行相生, 六氣相宣, 儒導之, 食之美者無大於此.”
창귀들이 서로 다투어 범에게 추천한다.
一陰一陽을 도()라 하옵는데 儒者가 이를 꿰뚫습니다.

오행(五行)이 상생하고 육기(六氣)相宣하는데, 儒者가 이를 조화시킨다고 하니 먹는 맛이 이보다 좋은 것은 없사옵니다.”

虎愀然變色易容而不悅曰:

“陰陽者, 一氣之消息也而兩之, 其肉雜也. 

五行定位, 未始相生, 乃今强爲子母, 分配醎酸, 其味未純也. 

六氣自行, 不待宣導, 乃今妄稱財相, 私顯己功, 其爲食也, 無其硬强滯逆而不順化乎.”
범이 추연히 얼굴빛이 변하고 기쁘지 않은 어조로 말한다.
·양이란 것은 한 기운의 생성과 소멸에 불과하거늘 두 가지로 나뉘었으니, 그 고기가 잡될 것이다.

오행이 제 자리가 정해져 있어서 애당초 서로 낳는 것은 아니거늘, 이제 그들이 억지로 자모를 정하고 짜고 신맛을 분배하였으니, 그 맛이 순하지 못할 것이다.

육기는 스스로 운행하는 것이어서 남이 이끌어줌을 기다리지 않거늘, 이제 그들이 망령되이 재성(財成)과 보상(輔相)이라 일컬어서 사사로이 제 공을 세우려 하니, 그것을 먹는다면 어찌 딱딱하여 가슴에 체하거나 구역질이 나서 순하게 소화가 되지 않을 것이 아니냐.”

鄭之邑 有不屑宦之士 曰北郭先生.
이 때 정나라 어느 고을에 벼슬을 탐탁하게 여기지 않는 선비가 있으니 북곽선생(北郭先生)이다.

行年四十 手自校書者萬卷 敷衍九經之義 更著書一萬五千卷 天子嘉其義 諸侯慕其名.
나이 마흔에 손수 교정(校訂)해 낸 글이 1만 권이고, 구경(九經)의 뜻을 부연해서 다시 저술한 책이 일만 오천 권이나 되어, 천자(天子)가 그의 행의(行義)를 가상히 여기고, 제후(諸侯)들은 그 이름을 사모한다.

邑之東 有美而早寡者 曰東里子.
고을의 동쪽에는 미모의 청상과부가 있는데, 동리자(東里子)라 부른다.

天子嘉其節 諸侯慕其賢 環其邑數里而封之 曰東里寡婦之閭.
천자가 그 절개를 가상히 여기고 제후가 그 현숙함을 사모하여, 그 마을의 둘레 몇 리를 봉()해서 '東里寡婦之閭'라고 한다.

東里子善守寡 然有子五人 各有其姓.
동리자는 수절하는 과부이지만, 다섯 있는 아들이 각기 성이 다르다.

五子相謂曰:

“水北鷄鳴, 水南明星.
室中有聲, 何其甚似北郭先生也?”

다섯 아들이 서로 말한다,
강 북쪽엔 닭 울음소리 강 남쪽엔 별이 반짝이네.
방 안 소리 자아하니 어찌 그리 북곽선생을 닮았을까?”

兄弟五人 迭窺戶隙.
형제 다섯 놈이 차례로 문틈으로 들여다본다.

東里子請於北郭先生曰 :

“久慕先生之德 今夜願聞先生讀書之聲.”
동리자가 북곽 선생에게 말한다.
오랫동안 선생님의 덕을 사모했는데, 오늘밤은 원컨대 선생님 글 읽는 소리를 듣고자 하옵니다.”

北郭先生 整襟危坐而爲詩曰:

“䲶鴦在屛 耿耿流螢
維鬵維錡 云誰之型 

興也
북곽선생은 옷깃을 여미고 정좌하여 시()를 읊는다.
병풍에는 원앙새요, 반짝반짝 반딧불을.
가마솥과 세발솥은, 무얼 본떠 만들었나?
흥이라

五子相謂曰:

“禮不入寡婦之門 北郭先生賢者也.”

吾聞鄭之城門壞而狐穴焉.”

吾聞狐老千年 能幻而像人 是其像北郭先生乎.”
다섯 놈이 서로 말한다.
예기(禮記)에 이르기를, ‘과부의 문엔 함부로 들지 않는다.’ 하였는데 북곽선생은 어진이라서 그런 일 없을 거야.”
나는 듣자 하니, 우리 고을의 성문이 무너져서 거기에 여우 구멍이 생겼다더라.”
내 듣기로 여우가 천 년을 묵으면 사람 모양으로 둔갑할 수 있단다. 이것이 북곽선생으로 둔갑했을 것이다.”

相與謀曰:

“吾聞得狐之冠者 家致千金之富 得狐之履者 能匿影於白日 得狐之尾者 善媚而人悅之 何不殺是狐而分之?”
함께 의논한다.
내 들으니 여우의 갓을 얻으면 집이 천금의 부자가 되고, 여우의 신발을 얻으면 대낮에 그림자를 감출 수 있고, 여우의 꼬리를 얻으면 애교를 잘 부려서 남의 사랑을 받을 수 있다더라. 어찌 이 여우를 죽여서 나눠 갖지 않으랴?”

於是五子共圍而擊之.
이리하여 다섯 놈이 함께 둘러싸고 쳐들어 간다.

北郭先生大驚遁逃 恐人之識己也 以股加頸 鬼舞鬼笑 出門而跑 乃陷野窖 穢滿其中.
북곽 선생은 크게 놀라서 도망치는데, 남들이 자기를 알아볼까 해서 두 다리 사이에 목을 들이박고, 귀신처럼 춤추고 낄낄거리며 문을 나가서 내닫다가, 그만 들판의 구덩이에 빠지는데, 그 속에는 똥이 가득 차 있다.

攀援出首而望 有虎當徑.
간신히 휘어잡고 기어올라 머리를 내밀고 바라보니, 범이 길목에 앉아 있었다.

虎顰蹙嘔哇 掩鼻左首而噫曰:

儒 句 臭矣.”
범은 얼굴을 찌푸리고 구역질을 하며 코를 싸쥐고 머리를 왼쪽으로 돌리고 이르기를,
유자여! 냄새가 구리도다.”

北郭先生頓首匍匐而前 三拜以跪 仰首而言曰:
虎之德其至矣乎 大人效其變 帝王學其步 人子法其孝 將帥取其威 名並神龍 一風一雲 下土賤臣 敢在下風

북곽선생은 머리를 조아리고 앞으로 기어가서 세 번 절하고 꿇어앉아 머리를 우러러 아뢴다.
범님의 덕은 지극하시지요. 대인(大人)은 그 변화를 본받고, 제왕(帝王)은 그 걸음을 배우며, 자식된 자는 그 효성을 본받고, 장수는 그 위엄을 취하며, 이름은 신령스런 용()과 짝이 되어 아우르는지라, 한 분은 바람을, 또 한 분은 구름을 일으키시니, 하토(下土)의 천신(賤臣)은 감히 하풍(下風)에 있습니다.”

虎叱曰:

“毋近前. 

曩也吾聞之 儒者諛也 果然. 

汝平居集天下之惡名 妄加諸我 今也急而面諛 將誰信之耶?”
범이 꾸짖는다.
앞에 가까이 오지 말아라.

접때 내가 듣건대 유()는 유()라 하더니 과연 그렇구나.

네가 평소에 천하의 악명을 모아서, 망령되이 나에게 덮어씌우더니, 이제 사정이 급해지자 면전에서 아첨을 떠니 장차 누가 이를 곧이듣겠느냐?”

夫天下之理一也 虎誠惡也 人性亦惡也 人性善則虎之性亦善也.

汝千語萬言 不離五常 戒之勸之 恒在四綱 然都邑之間 無鼻無趾 文面而行者 皆不遜五品之人也.

然而徽墨斧鉅 日不暇給 莫能止其惡焉 而虎之家自無是刑 由是觀之 虎之性不亦賢於人乎?”
대개 천하의 이치는 하나이니, 범이 진정 모질다면 인간의 성품도 모질 것이요, 사람의 본성이 선()하다면 범의 본성도 선할 것이다.
너희들의 천만가지의 말은 오상(五常)을 떠난지 않으며, 경계하고 권면하는 말은 항상 사강(四綱)에 머물러 있기는 하나, 도회지에 코 베이고, 발꿈치 잘리고, 얼굴에다 자자(刺字)하고 다니는 것들은 다 오륜을 지키지 못한 자들이다.
포승줄과 먹실, 도끼, 톱 같은 형구(刑具)를 매일 공급하기에 겨를이 없는데도 그것으로 죄악을 중지시키지 못하는구나. 그러나 범의 세계에서는 원래 그런 형벌이 없으니, 이로 보면 범의 본성이 인간보다 어질지 않느냐?”

虎不食草木 不食虫魚 不嗜麴蘖悖亂之物 不忍字伏細瑣之物.

入山獵麕鹿 在野畋馬牛 未甞爲口腹之累飮食之訟.

虎之道 豈不光明正大矣乎?”
범은 초목을 먹지 않고, 벌레나 물고기를 먹지 않고, 강술 같은 좋지 못한 음식을 좋아하지 않으며, 새끼나 기르는 것 같은 자질구레한 것도 차마 먹지 않는다.
산에 들어가면 노루나 사슴 따위를 사냥하고, 들에서는 말이나 소를 잡아먹되 먹기 위해 구차해지거나 음식으로 다투는 일이 없다.

범의 도리가 어찌 광명 정대(光明正大)하지 않은가?”

虎之食麕鹿 而汝不疾虎 虎之食馬牛 而人謂之讐焉 豈非麕鹿之無恩於人 而馬牛之有功於汝乎?

然而不有其乘服之勞戀效之誠 日充庖廚 角鬣不遺 而乃復侵我之麕鹿 使我乏食於山 缺餉於野 使天而平其政 汝在所食乎所捨乎?”
범이 노루나 사슴을 잡아먹을 때는 사람들이 미워하지 않다가, 말이나 소를 잡아먹을 때는 사람들이 원수라고 떠들어 대니, 노루나 사슴은 사람들에게 은공이 없고 소나 말은 유공(有功)하기 때문이 아니냐?
그러나 태워 주고 일해 주는 공로와 따르고 충성하는 정성도 저버리고, 날마다 (죽여서) 푸줏간을 채우고, (심지어는) 뿔과 갈기까지도 남기지 않고, 다시 우리의 노루와 사슴을 침노하여 우리들로 하여금 산에서 먹을 것이 없고 들에서도 끼니를 굶게 하니, 하늘로 하여금 정사를 공평하게 한다면, 너희는 나에게 먹혀야 되겠느냐, 놓아주어야 되겠느냐?”

夫非其有而取之 謂之盜 殘生而害物者 謂之賊 汝之所以日夜遑遑 揚臂努目 挐攫而不恥 甚者 呼錢爲兄 求將殺妻 則不可復論於倫常之道矣.

乃復攘食於蝗 奪衣於蚕 禦蜂而剽甘 甚者 :醢蟻之子 以羞其祖考 其殘忍薄行 孰甚於汝乎?”
대저 제 것이 아닌 것을 취함을 도()라 하고, ()을 빼앗고 물()을 해치는 것을 적()이라 하나니, 너희가 밤낮으로 쏘다니며 팔을 걷어붙이고 눈을 부릅뜨고 노략질하면서도, 부끄러운 줄 모르고, 심한 놈은 돈을 불러 형님이라 하고, 장수가 되려고 아내를 죽이기도 하는즉, 다시 倫常之道를 논할 수도 없다.
뿐만 아니라 메뚜기에게서 먹이를 빼앗고, 누에에게서 옷을 빼앗으며, 벌을 막아서 꿀을 따며, 심한 놈은 개미 알을 젓담아서 조상께 제수로 쓰니, 殘忍하고 薄行함에 있어서 무엇이 너희보다 더하겠느냐?”

汝談理論性 動輒稱天 自天所命而視之 則虎與人 乃物之一也.

自天地生物之仁而論之 則虎與蝗蚕蜂蟻與人並畜而不可相悖也.

自其善惡而辨之 則公行剽刦於蠭蟻之室者 獨不爲天地之巨盜乎?

肆然攘竊於蝗蚕之資者 獨不爲仁義之大賊乎?”
너희가 이()를 말하고 성()을 논할 적에 걸핏하면 하늘을 들먹이지만, 하늘의 소명(所命)으로 보자면 범이나 사람이나 다 같이 만물 중의 하나이다.
천지가 만물을 낳은 인()으로써 논하자면 범과 메뚜기누에개미 및 사람이 다 같이 길러지는 것으로 서로 해칠 수 없는 것이다.
그 선악을 분별해 보자면 벌과 개미의 집을 공공연히 노략질하는 것이야말로 천지간의 큰 도적이 아니겠는가?

방자하게 메뚜기와 누에의 살림을 약탈하는 것이야말로 仁義大賊이 아니겠는가?”

虎未甞食豹者 誠爲不忍於其類也.

然而計虎之食麕鹿 不若人之食麕鹿之多也.

計虎之食馬牛 不若人之食馬牛之多也.

計虎之食人 不若人之相食之多也.”
범이 일찍이 표범을 잡아먹지 않음은 실로 차마 겨레를 그럴 수 없어서이다.
그런데 범이 노루와 사슴을 먹는 것을 헤아려도, 사람이 노루와 사슴을 먹는 것만큼 많지 않을 것이다.

범이 말과 소를 먹는 것을 헤아려도, 사람이 말과 소를 먹는 것만큼 많지 않을 것이다.
범이 사람을 잡아먹은 것을 헤아려도, 사람이 서로를 잡아먹는 것만큼 많지 않을 것이다.”

去年關中大旱 民之相食者數萬 往歲山東大水 民之相食者數萬.

雖然 其相食之多 又何如春秋之世也?

春秋之世 樹德之兵十七 報仇之兵十三 流血千里 伏屍百萬.”
지난해 關中이 크게 가물자 백성들이 서로 잡아먹은 것이 수만이었고, 이미 잊을 듯 지나간 해에는 산동(山東)에 홍수가 났을 때에도 백성들이 서로 잡아먹은 것이 수만이었다.
비록 그러하나 사람들이 서로 잡아먹음이 많기로야 어찌 춘추(春秋) 시대만 하였으랴?
춘추 시대에 공덕을 세우기 위한 싸움이 열에 일곱이었고, 원수를 갚기 위한 싸움이 열에 셋이었는데, 흘린 피가 천 리에 물들었고, 거꾸러져 죽은 시체가 백만이나 되었더니라.”

而虎之家水旱不識 故無怨乎天 讐德兩忘 故無忤於物 知命而處順 故不惑於巫醫之姦 踐形而盡性 故不疚乎世俗之利 此虎之所以睿聖.”
범의 세계는 큰물과 가뭄을 모르기 때문에 하늘을 원망할 것도 없고, 원수도 공덕도 다 잊고 지내므로 다른 물건에게 미움을 입지 않고, 천명을 알고 순종하므로 무()와 의()姦詐에 속지 않고, 타고난 바탕을 그대로 지녀서 천명을 다하므로 세속의 이해에 병들지 않으니, 이것이 범이 착하고 성스러운 것이다.”

窺其一班 足以示文於天下也 不藉尺寸之兵 而獨任爪牙之利 所以耀武於天下也.”
몸의 얼룩무늬 한 점만 엿보더라도 족히 문채(文彩)를 천하에 보일만하고, 한 자 한 치의 칼날도 빌리지 않고, 다만 발톱과 이빨의 날카로움에 맡겨, 무용(武勇)을 천하에 떨치고 있다.”

彛卣蜼尊 所以廣孝於天下也.
一日一擧而烏鳶螻螘 共分其餕 仁不可勝用也.
讒人不食 廢疾者不食 衰服者不食 義不可勝用也.”
종이(宗彛)와 유준(蜼尊)은 효()를 천하에 넓힌 것이다,
하루 한 번 사냥을 해서 까마귀나 솔개참개구리개미 따위에게까지 대궁[먹다 남은 음식]을 함께 나누어 먹으니 그 한 것을 이루 쓸 수 없다.
讒訴하는 자를 잡아먹지 않고, 廢疾者를 잡아먹지 않고, 상복(喪服) 입은 자를 잡아먹지 않으니 그 로운 것을 이루 쓸 수 없다.”

不仁哉! 汝之爲食也!
機穽之不足 而爲罿也罞也罛也罾也罦也罭也 始結網罟者 裒然首禍於天下矣.”
不仁하구나! 너희들의 먹이를 얻는 것이!
덫이나 함정을 놓는 것만으로도 오히려 모자라서 새그물, 고라니그물, 물고기그물, 통발, 덮치기, 어망을 만들었으니, 처음 그물을 뜬 자야말로 뚜렷이 천하에 화근을 퍼뜨린 놈일 것이다.”

有鈹者 戣者 殳者 斨者 叴者 矟者 鍜者 鈼者者.
有礮發焉 聲隤華嶽 火洩陰陽 暴於震霆.
是猶不足以逞其虐焉 則乃吮柔毫 合膠爲鋒 體如棗心 長不盈寸.

淬以烏賊之沫 縱橫擊刺 曲者如矛 銛者如刀 銳者如釖 歧者如戟 直者如矢 彀者如弓 此兵一動 百鬼夜哭.
其相食之酷 孰甚於汝乎?”
게다가 큰바늘과 쥘 창, 날 없는 창과 도끼, 세모창과 한길 여덟 자 창, 뾰족 창과 작은 칼, 긴 창까지 가지고.
화포(火砲)란 것이 있어서, 터뜨리면 소리는 華山을 무너뜨릴 듯, 불 기운은 음양을 누설하여 그 무서움이 우레보다 더하다.그래도 아직 잔학(殘虐)을 부린 것이 부족하여, 이제는 부드러운 털을 빨아서 아교를 녹여 붙여 을 만들어 냈으니, 그 몸은 대추씨 같고 그 길이는 한 치도 못 되는 것이다.

이것을 오징어의 물에 적셔서 종횡으로 치고 찔러 대는데, 굽음은 세모창 같고, 날카로움은 칼 같고, 예리함 낫같고, 갈라짐은 가지창 같고, 곧음은 화살 같고, 팽팽함은 활 같아서, 이 병기(兵器)를 한번 휘두르면 온갖 귀신이 밤에 곡()을 한다.
서로 잡아먹는 잔혹함에 누가 너희들보다 심하겠느냐?”

北郭先生離席俯伏 逡巡再拜 頓首頓首曰:

傳有之 雖有惡人 齋戒沐浴 則可以事上帝 下土賤臣 敢在下風.”
북곽 선생은 자리를 옮겨 俯伏해서, 머뭇거리며 재배하고, 머리를 조아리고 아뢴다.
孟子 離婁篇에 일렀으되 비록 惡人이라도 목욕재계하면 上帝를 섬길 수 있다.’ 하였사오니 이 下土에 살고 있는 賤臣이 감히 下風에 섭니다.”

屛息潛聽 久無所命 誠惶誠恐 拜手稽首 仰而視之 東方明矣 虎則已去.
숨을 죽이고 가만히 듣되, 오랫도록 아무 명령이 없기에, 참으로 황공해고 적이 두렵기도 해서 손을 맞잡고 머리를 조아리며 쳐다본즉 동녘이 밝았는데 범은 이미 떠나고 없다.

農夫有朝菑者問:

“先生何早敬於野?”
일찍 밭 갈러 나온 농부가 묻는다
선생님, 무슨 일로 이 꼭두새벽에 벌판에다 대고 어찌 절하십니까?”

北郭先生曰:
吾聞之 
謂天蓋高 不敢不局
謂地蓋厚 不敢不蹐.”

북곽선생이 말한다.
내가 들으니 시경에 하늘이 높다 해도 머리를 아니 굽힐 수 없고, 땅이 두텁다 해도 조심스럽게 딛지 않을 수 없다.’라 한다.”

3. 虎叱後識(이가원 역)



燕岩氏曰: “篇雖無作者姓名, 而盖近世華人悲憤之作也.

世運入於長夜, 而夷狄之禍甚於猛獸, 士之無恥者, 綴拾章句, 以狐媚當世, 豈非發塚之儒, 而豺狼之所不食者乎? 今讀其文, 言多悖理, 胠篋」「盜跖同旨. 然天下有志之士, 豈可一日而忘中國哉?

今淸之御宇纔四世, 而莫不文武壽考, 昇平百年, 四海寧謐, 此漢唐之所無也. 觀其全安扶植之意, 殆亦上天所置之命吏也. 昔人甞疑於諄諄之天, 而有質於聖人者. 聖人丁寧體天之意曰: ‘天不言, 以行與事示之.’ 小子甞讀之, 至此其惑滋甚. ‘敢問以行與事示之, 則用夷變夏, 天下之大辱也. 百姓之寃酷如何? 馨香腥膻, 各類其德, 百神之所饗何臭?’

故自人所處而視之 則華夏夷狄, 誠有分焉. 自天所命而視之, 則殷冔周冕, 各從時制, 何必獨疑於淸人之紅帽哉? 於是天定人衆1之說, 行於其間, 而人天相與之理, 乃反退聽於氣. 驗之前聖之言而不符, 則輒曰: ‘天地之氣數如此.’

嗚呼! 是豈眞氣數然耶? ! 明之王澤已渴矣, 中州之士自循其髮於百年之久, 而寤寐摽擗, 輒思明室者何也? 所以不忍忘中國也. 淸之自爲謀亦踈矣, 懲前代胡主之末效華而衰者, 勒鐵碑埋之箭亭. 其言未甞不自恥其衣帽, 而猶復眷眷於强弱之勢, 何其愚也? 文謨武烈, 尙不能救末主之陵夷, 况區區自强於衣帽之末哉? 衣帽誠便於用武, 則北狄西戎, 獨非用武之衣帽耶? 力能使西北之他胡, 反襲中州舊俗, 然後始能獨强於天下也. 囿天下於僇辱之地, 而號之曰: ‘姑忍汝羞恥, 而從我爲强.’ 吾未知其强也. 未必新市綠林之間, 赤其眉黃其巾以自異也2. 假令愚民一脫其帽而抵之地, 淸皇帝已坐失其天下矣. 向之所以自恃而爲强者, 乃反救亡之不暇也. 其埋碑垂訓於後, 豈非過歟? 篇本無題, 今取篇中有虎叱二字爲目. 以竢中州之淸焉.”

연암씨(燕巖氏) 가로되,
이 편()이 비록 지은이의 성명은 없으나 대체로 근세 중국 사람이 비분(悲憤)함을 참지 못해서 지은 글일 것이다.

요즘 와서 세운(世運)이 긴 밤처럼 어두워짐에 따라 오랑캐의 화()가 사나운 짐승보다도 더 심하며, 선비들 중에 염치를 모르는 자는 하찮은 글귀나 주워 모아서 시세에 호미(狐媚)하니, 이는 바로 남의 묘혈(墓穴)을 파는 유학자(儒學者)로서 시랑 같은 짐승으로도 오히려 먹기를 달갑게 여기지 않은 것이 아닐는가 싶다. 이제 이 글을 읽어 본즉, 말이 많이들 이치에 어긋나서 저 거협(胠篋)ㆍ도척(盜跖)과 뜻이 같다. 그러나 온 천하의 뜻있는 선비가 어찌 하룬들 중국을 잊을 수 있겠는가. 이제 청()이 천하의 주인이 된 지 겨우 네 대째건마는 그들은 모두 문무가 겸전하고 수고(壽考)를 길이 누렸으며, 승평을 노래한 지 백 년 동안에 온 누리가 고요하니, 이는 한()ㆍ당() 때에도 보지 못했던 일이었다. 이처럼 편안히 터를 닦고 모든 건설하는 뜻을 볼 때에 이 또한 하느님의 배치(配置)한 명리(命吏 제왕을 일컬음)가 아닐 수 없겠다. 옛날 어느 학자가 일찍이 하늘이 순순(諄諄)히 명령하신다는 말씀을 의심하여 성인(맹자)에게 질문했더니, 그 성인은 똑똑히 하느님의 뜻을 받아서,
하느님은 말씀으로 하진 않으시고 모든 실천과 사실로서 표시하는 거야.’
하셨으니, 소자(小子) 일찍이 이 글을 읽다가 이곳에 이르러선 퍽 의심스러웠다. 이제 나는 감히 묻노니,
하느님께선 모든 실천과 사실로써 그의 의사를 표시하실진대, 저 오랑캐의 제도로써 중국의 것을 뜯어 고친다는 것은 천하의 커다란 모욕인만큼 저 인민들의 원통함이 그 어떠하며, 향기로운 제물과 비린내 나는 제물은 각기 그들의 닦은 덕()에 따라 다른 것이니, 백신(百神)은 그 어떤 냄새를 응감할 것인가.”
요컨대, 사람으로서 보면 중화(中華)와 이적의 구별이 뚜렷하겠지마는 하늘로서 본다면 은()의 우관(冔冠)이나 주()의 면류(冕旒)도 제각기 때를 따라 변하였거니, 어찌 반드시 청인(淸人)들의 홍모(紅帽)만을 의심하리오. 이에 천정(天定)ㆍ인중(人衆)의 설()이 그 사이에 유행되고는, 사람과 하늘의 서로 조화되는 이()는 도리어 한 걸음 물러서서 기()에게 명령을 받게 되며, 또 이런 문제로써 옛 성인의 말씀에 체험하여도 맞지 않으면 문득 이르기를,
이건, 천지의 기수(氣數)가 이런 것이야.’
한다. 아아, 슬프다. 이것이 어찌 참으로 기수의 소치라 이르고 말 것인가. 아아, 슬프다. ()의 왕택(王澤)이 끊인 지 벌써 오래여서 중원의 선비들이 그 머리를 고친(치발(薙髮)) 지도 백 년의 요원한 세월이 흘렀으되, 자나 깨나 가슴을 치며 명실(明室)을 생각함은 무슨 까닭인고. 이는 차마 중국을 잊지 못함이다. 그러나 청이 저를 위한 계책도 역시 허술하다 하리로다. 그는 전대(前代) 오랑캐 출신의 말주(末主)들이 항상 중화의 풍속과 제도를 본받다가 쇠망했음을 징계하여 철비(鐵碑)를 새겨서 전정(箭亭 파수 보는 곳)에 묻었으나, 그들 평소에 하고 버리는 말 가운데에는 언제나 스스로 그의 옷과 벙거지를 부끄러워하지 않음이 없건마는, 오히려 다시 강약의 형세에만 마음을 두니 그 어찌 어리석은 일이 아니겠는가. 저 문왕(文王)처럼 깊은 꾀와 무왕(武王) 같은 높은 공렬로도 오히려 말주(은의 주왕(紂王))의 쇠퇴함을 구해 내지 못했거늘, 하물며 구구(區區)하게 저 의관 제도의 하찮은 것을 고집해선 무엇할 것인가. 그들의 옷과 벙거지가 진정 싸움에 경편하다면 저 북적(北狄)이나 서융(西戎)의 그것인들 아니될 이유는 없을 것인즉, 그들은 의당 힘껏 저 서북쪽의 오랑캐들로 하여금 도리어 중국의 옛 습속을 따르게 한 연후에야 비로소 천하에 홀로 강한 체할 것이어늘, 이제 온 천하의 인민들을 모두 욕된 구렁에 몰아넣고는 홀로 호령하되,
잠깐 너희들의 수치를 참으면 우리를 따라 강하게 될지어다.’
하나, 나는 그 강하다는 것이야말로 알 수 없는 일이다. 굳이 의관 제도만으로 강함이 된다면, 저 신시(新市)ㆍ녹림(綠林) 사이에 그 눈썹을 붉게 물들이거나 또는 그 머리 수건을 노란 빛깔로 고쳐서 보통 사람들과 다르게 했던 도적놈이라야 되는 것은 아니리라. 가령 어리석은 인민들로 하여금 한번 일어나서 그들이 씌워 주었던 벙거지를 벗어서 땅에 팽개친다면, 청 황제(淸皇帝)는 벌써 천하를 앉은 자리에서 잃어버리게 될지니, 지난날 이를 믿고서 스스로 강하다고 뽐내던 것이 도리어 망하는 실마리가 되지 않겠는가. 이렇게 된다면 그 빗돌을 새겨 묻어서 후세에 경계한 일이야말로 어찌 부질없는 짓이 아니리오. 이 편은 애초엔 제목(題目)이 없으므로 이제 그 글 중에 호질(虎叱)’이란 두 글자를 따서 제목을 삼아 두어 저 중원의 혼란이 맑아질 때까지 기다릴 뿐이다.”
하였다.

호랑이의 꾸짖음



참조:http://blog.naver.com/osj1952/100024984969
https://blog.naver.com/hahnguibok/201303572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