漢詩와 漢文

春夜宴桃李園序(춘야연도리원서)/李白(이백)

耽古樓主 2023. 3. 15. 04:36

 

이런 모습이었을까?

 

1. 原文

夫天地者萬物之逆旅, 光陰者百代之過客.而浮生若夢. 爲歡幾何.
古人秉燭夜遊, 良有以也.
況陽春召我以煙景, 大塊假我以文章.
會桃李之芳園, 序天倫之樂事.
群季俊秀, 皆爲惠連.
吾人詠歌, 獨慚康樂.
幽賞未已, 高談轉淸.
開瓊筵以坐花, 飛羽觴而醉月.
不有佳作, 何伸雅懷.
如詩不成, 罰依金谷酒數.

<천지는 만물이 묵어가는 여관이요 세월은 백대의 나그네이니
떠도는 인생 꿈과 같으니 기쁨이 얼마나 되겠는가?
옛사람들이 촛불을 잡고 밤에 노닌 것도 실로 까닭이 있었다.
하물며 화창한 봄날이 아름다운 경치로 나를 부르고 조물주가 나에게 문장을 빌려줬음에랴!
복사꽃 오얏꽃 아름다운 동산에 모여 형제들끼리 즐거운 일들을 말하네.
여러 아우들준수하기가 모두 사혜련과 같은데 내가 읊는 노래만 강락후에 부끄러울 뿐이네.
그윽한 감상은 아직 끝나지 않고 옛 이야기는 갈수록 맑아지네.
옥자리 깔고 꽃을 마주하고 앉아 술잔을 날려 달 아래 취하네.
아름다운 작품이 없으면 어찌 고아한 회포를 펴리오?
만약 시를 이루지 못한다면 金谷의 술잔 수만큼 벌주를 내리리라. >

 

2. 註釋

1) 逆旅: 객사와 같으며 여관을 의미한다. ‘역’은 마중하다, 곧 나그네를 맞이하는 곳.
2) 光陰: ‘광’은 일, ‘음’은 월, 곧 세월을 말한다.
3) 浮生: 인생을 가리키는 말인데, 인간 세상이 헛되고 안정됨이 없는 것을 부생이라고 한다.
4) 爲歡: 즐겁게 노는 것을 가리킨다.
5) 秉燭夜遊: 촛불을 가지고 밤에 노는 것을 말한다. ‘병’은 잡다, 들다.
6) 良有以: 진실로 매우 까닭이 있다는 것이다. ‘양’은 진실로, 틀림없이. ‘이’는 원인, 근거.
7) 煙景: 아지랑이 낀 봄날의 경관.
8) 大塊: 천지, 대자연을 의미한다. 《莊子ㆍ齊物論》에 “대자연이 트림한다”라 하였다
9) 假: 借와 같은 의미로 ‘빌려주다’라는 뜻이다.
10) 文章: 아름다운 색깔 혹은 무늬인데, 여기에서는 봄날의 아름다운 경치를 가리킨다.
11) 芳園: 꽃이 핀 정원.
12) 群季: 여러 동생이란 뜻이다. 옛 사람들은 伯ㆍ仲ㆍ叔ㆍ季로 형제간의 長幼의 순서를 나타내었다.
13) 惠連: 謝惠連을 말한다. 남조 송나라 陳群 陽夏 사람으로, 謝靈運과 더불어 시를 잘 지었다.
14) 康樂: 사령운을 말한다. 康樂公에 봉해졌으므로 사강락이라고 한다.
15) 瓊筵: 구슬방석. 화려한 연회 자리를 비유한다.
16) 坐花: 사방이 꽃으로 둘러싸인 곳에 앉는다.
17) 羽觴: 두 개의 귀가 달린 참새 모양의 술잔이다.
18) 醉月: 달 아래에서 술에 취한다는 뜻.
19) 伸: 토로하다.
20) 金谷酒數: 晉나라 巨富인 石崇이 金谷園에 손님들을 초대하여 주연을 베풀고 이 자리에서 시를 짓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벌로 술 세 말을 마시게 하였다고 한다.

3. 解說

이시의 저자인 李白(701∼762)의 자는 太白이며, 호는 靑蓮居士이다. 詩聖 杜甫와 더불어 盛唐의 대표적인 시인이다. 청신하고 화려한 시구에 자유분방한 천재적인 시풍과 도가적인 풍모가 있었으므로 사람들은 그를 詩仙이라 불렀다. 賀知章은 이백을 귀양온 신선[謫仙]이라 칭하기도 하였다. 저서로는 《李太白集》 30권이 있다. <춘야연도리원서>는 이백이 봄날 화려한 정원에서 여러 형제들과 모여 잔치를 벌이며 서로 시와 부를 지으며 놀았는데, 이때 지은 시들을 모아 책으로 만들면서 그 서문으로 쓴 글이다. 꽃피는 정원에서 화려한 잔치를 벌이면서도 인생무상의 짙은 애수를 느끼고 있는 것이 특색이다.
처음 시작 부분에서 천지를 여관에, 시간을 나그네에, 인생을 꿈에 비유하고 있다. 당시 이백이 살던 때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60세가 채 되지 않아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이백은 이러한 세상을 잠시 왔다가 가는 여관으로 표현하여 인생무상의 짙은 애수를 나타내며 글을 시작하고 있다. 또한 인생을 ‘부생’이라 하여 알 수 없는 운명에 의해 떠다니는 삶은 연못 위의 부평초에 비유했다. 이 또한 인생에 대한 허무함을 나타내고 있다. 이에 이백은 촛불을 들고 밤늦게까지 노닐던 옛사람들은 다름이 아니고 짧은 삶의 기쁨을 누리려는 것이니 이는 실로 당연한 것이라며 공감을 하고 있다. 이어서 봄날에 아름다운 경치 속에서 사랑하는 형제들과 詩會를 하고 있는 장면이 이어진다. 이백이 시를 짓고 읊는 것을 ‘천지가 나에게 문장을 빌려주었다’라고 표현하였는데, ‘빌려주다’라는 것은 시를 짓는 능력 또한 이백이 삶을 살아가는 동안에만 유효한 것이기 때문에 이 또한 유한한 삶을 말하고 있다. 함께 시를 읊고 술을 마시는 장면에서 새 모양의 술잔을 주고받는 모습은 새가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을 연상케 하여 잔치의 분위기가 고조되었음을 나타낸다. 또한 마지막에 이러한 분위기에서는 시가 빠질 수 없다며 좋은 시를 짓지 못하면 벌주를 마시자라는 부분에서는 술 한 말에 시 백편을 지어내던 이백의 호방함이 드러난다.

 

4. 鑑賞

人間의 삶이란 시작도 알 수 없고 끝도 알 수 없는 時間의 x축과 무한대로 확장하는 空間의 y축이 교차한 어딘가에 찍히는 한 점에 불과하다. ‘시간’이라는 말 또한 끝없이 이어지는 時를 토막 낸 것에 불과하거니와, ‘공간’ 역시 虛空의 특정부분을 나눈 것에 지나지 않으며, ‘인간’이라는 말 자체도 “사람은 사람 사이에서 사람다운 삶을 산다”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태어나면 죽을 수밖에 없는 유한 존재인 사람은 ‘間’에서만 존재의 의미를 찾을 수 있는 바, 고대 중국인들이 시간-공간-인간의 三間을 중시했던 것도 그 때문이었고, ‘삼간’에서의 有限을 얼마나 유용하고 의미 있게 만드느냐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진다고 믿었다. ‘時空’를 초월한다는 말도 그래서 생겨났다.
사람에게 있어서 ‘시간’은 출생과 사망 사이, ‘공간’은 그가 위치한 곳의 하늘과 땅 사이, ‘인간’은 그가 그의 시공에 머무르는 동안 만나는 사람과 사람 사이, 중국 당나라 때의 시인 李白 또한 그 三間을 꽤나 의식했던 듯하다. ‘춘야연도리원서’는 이백이 복사꽃과 오얏꽃 만발한 봄날의 정원에서 형제와 친족들이 모여 詩會를 여는 것을 기념하여 지은 글, ‘천지’를 만물이 묵어가는 여관에 비유하고 ‘세월’은 그 여관에 묵어가는 나그네에 지나지 않는다는 통찰이 너무 기발하여 감탄을 금할 수 없거니와, 밤에 촛불을 들고서라도 짧은 인생의 의미를 실컷 찾아보자는 너스레 깨달음이 너무 진지하여 농담으로만 들리지 않는다. 미려한 문장도 일품이지만 詩才가 뛰어나 康樂候에 봉해졌던 南宋 시인 謝靈運이나 晋의 거부 石崇의 金谷園 고사를 天衣無縫으로 차용하여 흥취를 고조시키는 이백의 글 솜씨에 名不虛傳이라는 말이 절로 떠올려진다.

‘罰依金谷酒數’도 씹으면 씹을수록 인생의 참맛이 우러나오는 名句다. 晉나라 때 형주자사를 지내면서 장사꾼들과 결탁하여 큰 부자가 됐다는 石崇은 낙양 서쪽 골짜기에 金谷園을 지어놓고 호화로운 詩會을 베풀면서 시를 짓지 못하는 사람에게는 벌로 세 말의 술을 마시게 하였다는 일화로 유명한 인물, 그는 지금도 중국서 福-祿-壽의 三仙 가운데 祿을 상징하고 있지만, 당대의 실력자 사마륜을 제거하려다 실패한 후 愛妾 綠珠와 함께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다고 전해지는데, 녹주의 미색을 탐하다가 거절당했던 사마륜의 측근 孫秀가 앙심을 품고 죽음으로 몰아넣었다고도 한다. 인생무상, 생전에 1백여명의 처첩과 8백여명의 하인을 거느리면서 온갖 부귀영화를 다 누렸던 석숭이지만 죽은 후엔 ‘금곡원의 벌주’만 인구에 회자되고 있지 않느냐는 이백의 은근한 경고에 누군들 시를 제대로 짓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떠도는 인생 꿈과 같으니 기쁨이라고 해봤자 얼마나 되겠느냐고? ‘춘야연도리원서’를 한 번 읽으면 봄날의 흥청망청 야유회 정경이 떠오르지만 두 번 읽으면 각자에게 주어진 시간-공간-인간에서 최선을 다해 아름다운 삶의 의미를 찾아보라는 충고가 또렷하게 감지된다.

春夜宴桃李園序 필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