漢詩와 漢文

進三國史表(진삼국사표)/金富軾(김부식)

耽古樓主 2023. 3. 15. 04:02

進三國史表(진삼국사표)/金富軾(김부식)

▶왕명을 받은 김부식은 1145년 《삼국사기》의 편찬을 완수하고 인종에게 표(表)를 올렸는데, 이 글은 《삼국사기》에는 수록되어 있지 않고 《동문선》 권44에 수록되어 있다.

▶아래 글은 왕성순(王性淳)이 김택영의 麗韓九家文鈔를 증보한 麗韓十家文鈔를 번역한 것이다. 말미의 “謹撰述本紀二十八卷年表三卷志九卷列傳十卷。隨表以聞上塵天覽” 구절은 동문선에는 없다. 동문선에는" 進三國史記表" 라고 실려 있다.

▶1975년 인문계고등학교 1학년 국어교과서에 실렸던 글이다.

 

 

고등학교 국어교과서-75년

고등학교 국어교과서-75년 1975년부터 사용한 다음 국어 교과서의 차례를 올립니다. 국어 1 (1975년 발행 문교부) 국어 2 ( 〃 ) 국어 3 ( 〃 ) 인문계고등학교 국어 1 아름다운 청춘 1. 3월의 고향 박두

koahn.tistory.com

 

臣金富軾言.
臣 金富軾이 아뢰옵니다.

 

古之列國 亦各置史官 以記事.

옛 열국도 또한 각각 사관(史官)을 두어 일을 기록하였습니다.

 

故孟子曰 “晉之乘 楚之檮 魯之春秋 一也”

그러므로 맹자(孟子)는 “진(晉)나라의 『승(乘)』과 초(楚)나라의 『도올(檮杌)』과 노(魯)나라의 『춘추(春秋)』는 같은 것이다.” 라고 말하였습니다.

 

惟此海東三國 歷年長久 宜其事實 著在方策.

우리들 해동(海東) 삼국도 역사가 오래되었으니, 사실이 역사책에 기록되어야 합니다.

 

乃命老臣 俾之編集 自顧缺爾 不知所爲.

그래서 노신에게 그것을 편집하도록 명하신 것인데, 스스로 돌아보니 지식이 부족하여 어찌할 바를 모르겠습니다.

 

中謝.

황송하여 머리를 조아립니다.

 

伏惟.

엎드려 생각해보옵니다.

 

聖上陛下 性唐高之文思 體夏禹之勤儉 宵旿餘閒 博覽前古 以謂

“今之學士大夫 其於五經諸子之書 秦漢歷代之史 或有淹通而詳說之者 至於吾邦之事 却茫然不知其始末 甚可歎也”

성상폐하(聖上陛下)께서는 요(堯)임금과 같은 문사(文思)를 타고나시고, 우(禹)임금과 같은 근검(勤儉)을 체득하시어, 정무에 골몰하던 여가에 전고(前古)를 두루 살펴보시고,

“요즈음의 학사(學士)와 대부(大夫) 중에 『오경(五經)』, 『제자(諸子)』와 같은 책이나 진(秦)ㆍ한(漢) 역대의 역사에 대해서는 두루 통달하고 상세히 설명하는 자가 간혹 있으나, 우리나라의 일에 대해서는 도리어 아득하여 그 처음과 끝을 알지 못하니 참으로 한탄스럽다.”

고 말씀하셨습니다.

 

況惟新羅氏 高句麗氏 百濟氏 開基鼎峙 能以禮通於中國 故范曄漢書 宋祁唐書 皆有列傳 而詳內略外 不以具載.

하물며 생각건대, 신라ㆍ고구려ㆍ백제가 나라를 세우고 솥발처럼 대립하면서 예를 갖추어 중국과 교통하였으므로, 범엽(范曄)의 『한서(漢書)』나 송기(宋祁)의 『당서(唐書)』에는 모두 열전(列傳)을 두었는데, 중국의 일만을 자세히 기록하고 외국의 일은 간략히 하여 갖추어 싣지 않았습니다.

 

又其古記 文字蕪拙 事迹闕亡 是以君后之善惡 臣子之忠邪 邦業之安危 人民之理亂 皆不得發露以垂勸戒.

또한 그 고기(古記)라는 것은 글이 거칠고 졸렬하며 사적(事跡)이 누락되어 있어서, 임금된 이의 선함과 악함, 신하된 이의 충성과 사특함, 나라의 평안과 위기, 백성들의 다스려짐과 혼란스러움 등을 모두 드러내어 경계로 삼도록 하지 못하였습니다.

 

宜得三長之才 克成一家之史 貽之萬世 炳若日星.

그러므로 재주와 학문과 식견을 갖춘 인재를 얻어 일가(一家)의 역사를 이루어서 만세(萬世)에 이르도록 해와 별처럼 빛나게 해야 마땅할 것입니다.

 

如臣者 本匪長才 又無奧識 洎至遲暮 日益昏蒙 讀書雖勤 掩卷卽忘 操筆無力 臨紙難下.

그러나 저라는 사람은 본래 재주가 뛰어나지도 않고, 또한 학식이 깊은 것도 아니었는데, 늙어서는 날이 갈수록 정신이 흐릿해져서 부지런히 글을 읽어도 책을 덮으면 곧바로 잊어버리고, 붓을 잡으면 힘이 없어서 종이에 대고 써 내려가기가 어렵습니다.

 

臣之學術 蹇淺如此 而前言往事 幽昧如彼.

저의 학술의 둔하고 얕음이 이와 같으며, 예전의 말과 일에 대해 어두움이 이와 같사옵니다.

 

是故疲精竭力 僅得成編 訖無可觀 祗自媿耳.

이런 까닭으로 혼신의 힘을 다하여 겨우 책을 완성하였지만 볼만한 것이 되지 못하였으니, 그저 저 자신이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伏望聖上陛下 諒狂簡之裁 赦妄作之罪 雖不足藏之名山 庶無使壞之醬.

엎드려 바라옵나니, 성상 폐하께서는 소홀하고 거친 솜씨를 이해해주시고 멋대로 지은 죄를 용서하시며, 비록 명산(名山)에 보관하기엔 부족하더라도 간장 단지를 덮는데 쓰이지는 않았으면 하옵니다.

 

區區妄意 天日照臨.

저의 구구하고 망령된 뜻을 하늘과 해님께서 굽어 살펴주소서.

 

謹撰述本紀二十八卷年表三卷志九卷列傳十卷。隨表以聞上塵天覽。

삼가 본기(本紀) 28권, 연표(年表) 3권, 지(志) 9권, 열전(列傳) 10권을 찬술하고, 표(表)와 함께 아뢰어 임금님의 눈을 더럽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