木假山記(목가산기)-蘇洵(소순)
木之生或蘖而殤, 或拱而夭.
나무의 생장함에 혹은 움이 나다가 죽거나, 혹은 한줌 굵기도 못되어 일찍 죽기도 한다.
▶ 蘖(얼) : 나무의 움이 돋음. 여기서는 싹이 돋음도 아울러 뜻할 터이다.
▶ 殤(상) : 일찍 죽다.
▶ 拱 : 두 팔로 끌어안음. 그러나 여기에서는 '拱把'에서 把을 생략한 한줌 굵기로 보아야 할 터이다.
▶ 夭(요) : 일찍 죽음. 夭折.
幸而至於任爲棟樑則伐, 不幸而爲風之所拔, 水之所漂, 或破折或腐.
다행히 기둥이나 들보가 될 만하면 잘리고, 불행히 바람에 뽑히거나 물에 떠내려가거나 부서지거나 꺾여지고 썩기도 한다.
▶ 任爲棟樑 : 기둥이나 들보가 될 만한 것.
幸而得不破折不腐, 則爲人之所材, 而有斧斤之患.
다행히 깨어지고 꺾여지거나 썩지 않아도 사람에게 재목이라 여겨져서, 도끼와 자귀의 재난을 겪는다.
▶ 斧斤之患 : 도끼나 자귀에 찍히는 환난
其最幸者, 漂沈汨沒於湍沙之間, 不知其幾百年, 而其激射齧食之餘, 或髣髴於山者, 則爲好事者取去, 强之以爲山.
그중에서 가장 다행스러운 놈은 여울물 모래 사이를 떠올랐다 가라앉았다 하고 솟아올랐다 묻혀 버렸다 하며, 몇백 년인지 모른 채, 물에 씻기고 모래에 부딪히며 뜯기고 깎인 나머지가 간혹 산과 비슷한 놈이 있으면, 好事家들이 그것을 가져다가 억지로 산처럼 만들어 놓는다.
▶ 漂沈 : 떴다 가라앉았다 함.
▶ 汨沒(골몰) : 물 위로 솟았다 물속으로 들어갔다 함.
▶ 湍沙(단사) : 여울물과 모래.
▶ 激射(격석) : 물에 부딪히고 물건에 부딪히고 함.
▶ 齧食(요식) : 씹히고 먹히다. 뜯기고 부식되고 함.
▶ 髣髴(방불) : 비슷함. 흡사함.
然後可以脫泥沙而遠斧斤.
그런 뒤에는 진흙과 모래에서 벗어나고 도끼와 자귀를 멀리할 수 있다.
而荒江之濱, 如此者幾何, 不爲好事者所見而爲樵夫野人所薪者, 何可勝數.
그러나 거친 강가에 그런 것이 몇이나 될 것이며, 호사가에게 뜨이지 않고 나무꾼이나 농부의 땔나무가 되는 것을 어찌 이루 헤아리겠는가?
▶ 所薪者 : 땔나무가 되는 것.
則其最幸者之中, 又有不幸者焉.
그러니 그 가장 다행한 것 중에도 또 불행한 것이 있다.
予家有三峰, 予每思之, 則疑其有數存乎其間.
나의 집에는 세 봉우리의 나무 산이 있는데, 내가 매양 생각해보면 거기에는 운수가 있다고 추측하게 된다.
▶ 三峰 : 세 봉우리의 모양을 이룬 나무토막.
▶ 數 : 運數.
且其蘖而不殤, 拱而不夭. 任爲棟樑而不伐, 風拔水漂而不破折不腐.
그 움이 나서 일찍 죽지 아니하고, 한줌 굵기가 되어서도 일찍 죽지 아니하고 棟樑이이 될 만하여도 잘리지 아니하고, 바람에 뽑히어 물에 떠내려오면서도 깨어지거나 꺾이지 아니하고 썩지도 아니하였다.
不破折不腐. 而不爲人所材以及於斧斤. 出於湍沙之間而不爲樵夫野人之所薪而後, 得至乎此, 則其理似不偶然也.
깨어지거나 꺾이지 아니하고 썩지도 아니하면서, 사람에게 재목이라 여겨져서 도끼질을 당하지 않고, 여울물과 모래사이를 뚫고 나와서도 나무꾼이나 농부의 땔나무가 되지 아니하고 나서야 이곳으로 왔으매 그 이치가 우연만은 아닌 듯하다.
然予之愛之, 則非徒愛其似山. 而又有所感焉. 非徒感之. 而又有所敬焉.
그러니 내가 이것을 사랑함은 그것이 산을 닮았기 뿐만이 아니라 거기 감회가 있기 때문이며, 감회가 있을 뿐만이 아니라 또한 공경심이 있기 때문이다.
▶ 所感 : 느끼는 바. 감회.
予見中峰, 魁岸踞肆, 意氣端重, 若有以服其旁之二峰.
내가 가운데 봉우리를 보건대, 장대한 모양으로 떡 웅크리고서 의기도 장중하게 보이어 마치 그 곁의 두 봉우리를 거느리고 있는 듯하다.
▶ 魁岸 : 장대한 모양.
▶ 踞肆(거사) : 멋대로 편안히 앉아 있는 모양.
▶ 端重 : 단아하고 장중한 것.
二峰者 莊栗刻削, 凜乎不可犯, 雖其勢服於中峰, 而岌然決無阿附意.
두 봉우리는 장엄하면서도 빼어나서 엄연히 범할 수가 없는 형세이니, 비록 그 형세가 가운데 봉우리에 복종하면서도 우뚝하여 아부하는 뜻은 전혀 없다.
▶ 莊栗 : 장엄한 모양,
▶ 刻削(각삭) : 산이 높이 솟은 모양.
▶ 凜乎(늠호) : 엄연한 모양. 위엄이 있는 모양. 높이 솟은 모양.
▶ 岌然(급연) : 산이 높이 솟은 모양.
吁其可敬也夫, 其可以有所感也夫.
아아! 존경할 만한 하도다! 감회가 있다고 여길 만하도다!
해설
큰 나무토막이 물과 모래 사이를 흘러 내려오는 중에 몇백 년을 지나 큰 산 모양을 이룬 것을 '木假山'이라 한 것이다.
이 글은 소순이 자기 집에 있는 세 봉우리로 이루어진 목가산을 두고 지은 글이다. 그는 이 목가산이 이루어지기까지의 험난한 과정과 행운을 논하면서, 이 나무토막의 산 모습을 자기 3부자에 은근히 비기고 있는 듯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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