上歐陽內翰書(상구양내한서)-蘇洵(소순)
洵布衣窮居, 常竊自歎, 以爲天下之人, 不能皆賢, 不能皆不肖. 是以賢人君子之處於世, 合必離, 離必合.
저는 평민으로 궁하게 살면서 늘 남몰래 스스로 탄식하면서 생각하기를, 천하의 사람이 모두 현명할 수 없고 모두가 못날 수도 없으매, 현자와 군자가 처세함에 합쳐졌다가는 반드시 떨어지고 떨어졌다가 반드시 합쳐진다고 하였습니다.
▶ 布衣 : 베옷, 평민이 입는 옷으로, 평민 또는 서민을 뜻함.
▶ 竊 : 몰래. 속으로
往者天子方有意於治, 而范公在相府, 富公在樞密, 執事與富公蔡公爲諫官, 尹公馳騁上下, 用力於兵革之地, 方是之時, 天下之人, 毛髮絲粟之才, 紛紛而起, 合而爲一.
예전에 천자께서 막 정치에 뜻을 세우고 계실 때는, 范仲淹이 參知政事로 계셨고, 富弼이 樞密副使로 계셨으며, 선생님과 富靖과 蔡襄이 諫官이었으며, 尹洙는 아래위로 뛰어다니면서 전쟁이 있는 고장에서 힘쓰고 있어서, 당시에는 천하 사람이 머리털·실낱·좁쌀 같은 재능을 가지고도 분분히 일어나서 하나로 합쳐졌습니다.
▶ 天子 : 송나라 仁宗을 가리킴. 이때는 인종 慶曆 3년(1042)임.
▶ 范公 : 范仲淹. 자는 希文. 進士가 된 뒤 西夏의 침입을 막은 공으로 인종 때 樞密副使를 거쳐 參知政事가 되었다. 사람됨이 후하고도 곧고 뜻이 높아 많은 사람의 존경을 받았다.
▶ 相府 : 宰相의 官府. 송나라 때는 同平章事가 재상, 참지정사가 副相의 지위였다.
▶ 富公 : 富弼. 자는 彦國. 인종 때 契丹을 제어하는 데 큰 공을 세워 추밀부사가 되었다. 英宗 때는 추밀사가 되었고, 王安石의 新法에 반대하여 致仕했는데, 司空 벼슬을 가하고 韓國公에 봉하였다.
▶ 樞密 : 樞密院. 송대에는 中書省과 함께 兩府라 일컬었고, 추밀사와 추밀부사가 그곳의 우두머리로 나라의 軍事를 장악하였다.
▶ 執事 : 일을 집행하는 분. 상대방을 높이어 부르는 말.
▶ 余公 : 余靖, 자는 安道. 인종 초에 과거에 급제한 뒤 正言이 되어 歐陽修·王素·蔡襄과 함께 '四諫'이라 불리었다. 뒤에 벼슬은 工部尙書까지 지냈다.
▶ 蔡公 : 蔡襄, 자는 君謨. 인종 때 進士가 된 뒤 諫院에서 활약하였고, 뒤엔 福州·泉州·杭州 등의 知事를 역임하였다. 성질이 충성스럽고도 곧았으며, 시문과 서법에도 뛰어났다.
▶ 尹公 : 尹洙, 자는 師魯. 박학하였고 古文에도 뛰어났다. 인종 초에 과거에 급제하여 이때엔 陝西經略으로 활약하였다. 뒤에는 벼슬이 起居舍人에 이르렀다.
▶ 兵革 : 본시는 무기와 갑옷의 뜻. 전쟁을 가리킨다.
▶ 合而爲一 : 군자들이 올바른 도리를 따라서 합쳐져서 하나가 됨.
而洵也自度其愚魯無用之身, 不足以自奮於其間. 退而養其心, 幸其道之將成, 而可以復見於當世之賢人君子.
그러나, 저는 스스로 판단하기를, 어리석고 魯鈍하여 쓸 데가 없는 몸이라 그 속에서 자신을 내세우기는 부족하다 여기고, 물러나서 마음을 保養하여 다행히 道德이 완성되면 다시 당세의 賢人君子를 뵐 수 있겠다고 하였습니다.
▶ 自度 : 스스로 헤아리다. 스스로 생각하다.
▶ 愚魯(우로) : 어리석고 우둔한 것.
▶ 幸 : 다행히, 또는 바라다.
▶ 其道 : 올바른 도 여기서는 修身과 학문을 총칭하는 말임.
▶ 西 : 서쪽으로 가다. 이때 범중엄은 陝西宣撫로 나갔다.
▶ 北 : 이때 부필은 河北宣撫로 나갔다.
▶ 分散四出 : 흩어져 사방으로 나가다. 구양수는 河北都轉運, 여정은 吉州, 채양은 福州의 知事로 나갔다.
不幸道未成, 而范公西, 富公北, 執事與余公蔡公, 分散四出, 而尹公亦失勢奔走於小官.
불행히도 도덕을 이룩하지도 못하여, 범공은 서쪽으로 나가셨고, 부공은 북쪽으로 나갔으며, 선생님·여공·채공은 흩어져 사방으로 나갔고, 윤공도 세력을 잃고 작은 벼슬에서 분주합니다.
▶ 小官 : 윤수는 濠州의 通判이란 작은 벼슬로 밀려나 있었다.
洵時在京師, 親見其事, 忽忽仰天歎息, 以爲斯人之去, 而道雖成, 不復足以爲榮也.
저는 그때 서울에 있으면서 직접 그 일을 보고 맥없이 하늘을 우러러 탄식하며, 이분들이 떠나간 마당에 도덕이 비록 완성되더라도 또한 영화라 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여겼습니다.
▶ 忽忽 : 뜻을 잃은 모양. 맥이 빠져 있는 모양,
旣復自思念, 往者衆君子之進於朝, 其始也, 必有善人焉推之, 今也亦必有小人焉間之.
그 뒤 다시 스스로 생각해 보니, 지난날 군자가 조정에 진출하였음은 처음에 필시 착한 사람이 그곳에서 추천했기 때문일 터이고, 지금은 또한 필시 소인이 그곳에서 이간질하기 때문입니다.
▶ 推 : 추천함.
▶ 間 : 이간질을 함.
今世無復有善人也則已矣, 如其不然也, 吾何憂焉?
지금 세상에 다시는 착한 사람이 없다면 그만이지만, 만약 그렇지 않다면 제가 무엇을 걱정해야겠습니까?
▶ 如其不然 : 만약 그렇지 않다면, 곧 '올바른 사람을 추천해 줄 착한 사람들이 있다면'의 뜻.
姑養其心, 使其道大有成而待之, 何傷.
우선 마음을 보양하면서 도덕이 크게 이룩되기를 기다림이, 저에게 무슨 해로움이 되겠습니까?
退而處十年, 雖未敢自謂其道有成矣, 然浩浩乎其胸中, 若與曩者異, 而余公適亦有成功於南方, 執事與蔡公, 復相繼登於朝, 富公復自外入爲宰相, 其勢將復合于一.
물러나 10년을 지나니, 비록 감히 스스로 도를 이룩하였다고 말하지 못하여도 가슴속이 탁 트여서 옛날과는 다른 듯하고, 여공께서 마침 남방에서 공을 세우고, 선생님과 채공이 다시 연이어 조정에 오르시고, 부공이 다시 외지에서 들어와 재상이 되셨으니, 그 형세가 다시 하나로 합쳐지려는 것이었습니다.
▶ 浩浩乎 : 탁 트인 모양, 광대한 모양.
▶ 曩者 : 전날. 옛날.
▶ 成功於南方: 남쪽에서 공을 이룩하다. 여정은 桂州지사로 있으면서 반란을 일으킨 儂智高를 평정하는 데 큰 공을 세워, 뒤에 工部侍郞이 되었다. 이 대목은 인종 至和 3년(1056)의 일임.
喜且自賀, 以爲道旣已粗成, 而果將有以發之也.
기뻐하고 또 스스로 축하하면서, 도덕도 이미 조잡하나마 이루었으니 이제는 정말로 그것을 발휘할 수 있다고 여겼습니다.
▶ 粗成 : 대강 이루어지다.
▶ 發之 : 발휘함.
旣又反而思其向之所慕望愛悅之而不得見之者, 蓋有六人焉, 今將往見之矣, 而六人者, 已有范公尹公二人亡焉, 則又爲之潸焉出涕以悲.
그런 후에 또 돌이켜 생각해 보니, 그 전에 慕望愛悅하면서도 뵙지 못한 분이 모두 6인으로, 지금에야 찾아가 뵈려니, 여섯 분 가운데 이미 범공과 윤공 두 분은 돌아가셨으매, 그분들 때문에 눈물을 줄줄 흘리며 슬퍼하였습니다.
▶ 向之 : 전에, 그 전에,
▶ 慕望愛悅 : 흠모하고 우러러보며 사랑하고 좋아함. 앞에 든 여섯 사람에 대한 작자의 감정을 표현한 말임.
▶ 濟焉(산언) : 눈물을 줄줄 흘리는 모양.
嗚呼, 二人者不可復見矣, 而所恃以慰此心者, 猶有四人也. 則又以自解, 思其止於四人也. 則又汲汲欲一識其面, 以發其心之所欲言.
아아! 그 두 분은 다시 뵐 수 없으나 의지하여 이 마음을 위로받을 분이 아직도 네 분이 있으므로, 스스로 마음을 풀고 생각이 네 분께로 향하니, 또 서둘러 그 얼굴을 한번 뵙고 마음속으로 말하려던 바를 말하려 하였습니다.
▶ 汲汲 : 쉬지 않는 모양. 서두르는 모양.
而富公又爲天子之宰相, 遠方寒士, 未可遽以言通於其前, 而余公蔡公, 遠者又在萬里外.
그러나 부공은 다시 천자의 재상이 되셨으니, 먼 곳의 빈한한 선비로서는 갑자기 말로써 그분 앞에 통할 수 없고, 여공과 채공은 또 멀리 만 리 밖에 계십니다.
▶ 遽 : 갑자기. 황급히.
▶ 萬里外 : 만리 밖에. 여정은 靑州, 채양은 福州의 지사로 나가 있었다.
獨執事在朝廷間, 而其位差不甚貴, 可以叫呼攀援而聞之以言, 而飢寒衰老之病, 又痼而留之, 使不克自至於執事之庭.
선생님만이 조정에 계시고 그 지위의 등급도 심히 존귀하지는 않으시니, 소리쳐 부여잡고 올라가 말로써 아뢸 수가 있을 듯하나, 飢寒衰老의 병이 또한 고질로 남아 있어, 스스로 선생님댁 마당으로 갈 수 없게 합니다.
▶ 叫呼 : 소리침.
▶ 攀援(반원) : 부여잡고 올라감.
▶ 痼 : 고질. 병이 깊이 들어오래됨.
夫以慕望愛悅其人之心, 十年而不得見, 而其人已死, 如范公尹公二人者, 則四人者之中, 非其勢不可遽以言通者, 何可以不能自往而遽已也.
그 사람을 慕望愛悅하는 마음을 가지고 10년이 되도록 뵙지 못하였으니, 범공과 윤공처럼 이미 작고한 이가 두 분이고, 네 분 중에 형편상 황급히 말로써 뜻을 통하지 못할 이가 아니라면, 어찌 스스로 찾아가지 못하고 갑자기 그만두겠습니까?
▶ 遽已 : 갑자기 그만두다. 갑자기 중지하다.
執事之文章, 天下之人, 莫不知之, 然竊以爲洵之知之也特深, 愈於天下之人.
선생님의 문장이라면 천하 사람에 알지 못하는 이가 없으나, 삼가 제가 그것을 앎은 특히 깊어서 천하 사람보다 낫다고 여깁니다.
何者?
어째서이겠습니까?
孟子之文, 語約而意深, 不爲巉刻斬截之言, 而其鋒不可犯, 韓子之文, 如長江大河, 渾浩流轉, 魚黿蛟龍, 萬怪惶惑, 而抑遏蔽掩, 不使自露.
孟子의 글에는, 말이 간략하면서도 뜻이 깊어 巉刻斬截의 말을 하지 않았어도, 그 예봉은 범할 수가 없고, 韓愈의 글에는 마치 長江·大河가 질펀히 흐르며 감도는 듯하여 물고기·큰 자라·교룡·용 등 만 가지 괴물을 當惑시키되, 억누르고 막고 가리고 덮어서 자신을 노출하지 않습니다.
▶ 巉刻(참각) : 劖刻. 깎고 새김.
▶ 斬截 : 베고 자름. 모두 문장을 심하게 다듬음을 비유한 말임.
▶ 渾浩流轉 : 큰 물이 질펀히 흐르며 감돎.
▶ 黿(원) : 큰 자라.
▶ 蛟 : 교룡.
▶ 萬怪 : 만 가지 괴이한 것.
▶ 惶惑 : 당혹하고 미혹케 함. 정신을 못차리게 함..
▶ 抑遏蔽掩 : 억누르고 막고 가리고 덮음.
而人望見其淵然之光, 蒼然之色, 亦自畏避, 不敢迫視.
그러나, 사람들이 그 깊숙한 빛과 蒼然한 古色을 바라보고는 역시 스스로 두려워하고 피하면서 감히 가까이 가보지도 못합니다.
▶ 淵然 : 깊숙한 모양. 심오한 모양.
▶ 蒼然 : 고색이 창연한 모양.
▶ 迫視 : 가까이 가서 봄.
執事之文, 紆餘委備, 往復百折, 而條達疏暢, 無所間斷, 氣盡語極, 急言竭論, 而容與閑易, 無艱難辛苦之態, 此三者皆斷然自爲一家之文也.
선생님의 글에는 이리저리 굽어지며 모든 것을 다 갖추고, 왔다 갔다 하며 무수히 꺾이되, 조리가 疏暢에 이르고 중간에 끊임이 없으며, 기운과 언어가 극진하며 언론을 다급히 다 펴되, 여유가 있고 한가하여 艱難辛苦의 모양이 없으매, 이 세분은 모두가 단연 스스로 一家를 이룬 문장이라 하겠습니다.
▶ 紆餘(우여) : 이리저리 굽은 모양.
▶ 委備 : 모든 것을 두루 갖춤.
▶ 往復 : 왔다 갔다 함.
▶ 百折 : 무수히 꺾이어짐.
▶ 疏暢 :글뜻이 거침없이 잘 소통됨.
▶ 急言 : 다급히 말하다. 급박하게 표현하다.
▶ 竭論 : 이론을 다 폄.
▶ 容與 : 여유가 있음.
▶ 閑易 : 한가하고 안락한 것.
惟李翶之文, 其味黯然而長, 其光油然而幽, 俯仰揖遜, 有執事之態, 陸贄之文, 遣言措意, 切近的當, 有執事之實, 而執事之才, 又自有過人者. 蓋執事之文, 非孟子ㆍ韓子之文, 而歐陽子之文也.
李翶의 글에는 의미가 어두운 듯하나 悠長하고, 그 빛은 빛나는 듯하면서도 그윽하며, 俯仰이 겸손하여 선생님의 意態가 있고, 陸贄의 글에는 말의 사용과 뜻의 표현이 매우 가깝고 정확하여 선생님과 같은 실속이 있으나, 선생님의 재능에는 또 남을 넘어서는 점이 있으니, 대체로 선생님의 글은 맹자나 韓子의 글도 아니고 歐陽子의 글이라는 것입니다.
▶ 翶(이고) : 唐대의 문인. 자는 習之. 韓愈에게 古文을 배웠다. 進士가 된 뒤에도 성질이 강직하여 벼슬길은 여의치 못하였다. 山南東道節度使를 지냈다.
▶ 黯然 : 맥이 빠지고 기운이 없는 모양, 어두운 모양.
▶ 油然 : 새로 솟아나는 모양.
▶ 俯仰 : 몸을 숙이고 젖히고 함. 곧 몸가짐. 태도.
▶ 揖遜 : 겸손한 것. 점잖은 것.
▶ 陸贄 : 唐나라 때의 학자. 자는 敬與. 성격이 충실하고 곧았으며, 진사가 된 뒤 德宗 때 翰林學士가 되었다. 많고 좋은 계책을 내고 곧은 말을 많이 하여, 나라의 중요한 일들이 그에 의하여 결정되었으므로 사람들이 '內相'이라 불렀다 한다. 中書侍郞·同平章事까지 지냈으며, 그의 글은 奏議로써 특히 유명하다.
▶ 遣言 : 말의 사용. 문장의 표현.
▶ 措意 : 뜻의 표현.
▶ 切近 : 매우 사실에 가깝게 표현함.
▶ 的當 : 정확하게 표현함.
夫樂道人之善而不爲謟者, 以其人誠足以當之也.
남의 훌륭함을 말하기 좋아하되 아첨이 되지 않음은, 그 사람이 진실로 거기에 해당하기에 충분하기 때문입니다.
▶ 不爲謟 : 아첨이 되지 않다.
▶ 當之 : 그 칭송하는 말을 듣기에 합당한 것.
▶ 譽人以求其悅 : 남을 칭송함으로써 그 사람이 자기를 좋아하기를 구함.
彼不知者, 則以爲譽人以求其悅己也, 夫譽人以求其悅己, 洵亦不爲也.
저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남을 칭찬함으로써 그가 자기를 좋아하기를 구함이라 여기나, 남을 칭찬함으로써 그가 자기를 좋아하기를 바라는 짓은 저도 역시 하지 않습니다.
而其所以道執事光明盛大之德而不自知止者, 亦欲執事之知其知我也.
선생님의 光明盛大한 덕을 얘기하며 스스로 멈추기를 알지 못하는 까닭은, 또한 선생님께서 제가 선생님을 알고 있음을 아시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雖然執事之名, 滿於天下, 雖不見其文, 而固已知有歐陽子矣, 而洵也不幸, 墮在草野泥塗之中, 而其知道之心, 又近而粗成, 欲徒手奉咫尺之書, 自托於執事.
그러나 선생님의 명성은 천하에 가득 차서 비록 그 글을 보지 않더라도 구양자가 계심을 본래 알고 있으나, 저는 불행하여 草野·泥塗에 떨어져서, 도덕을 알려는 마음을 근래에야 대략 이루어서, 맨손으로 咫尺之書를 받들고 자신을 선생님께 의탁하려 합니다.
▶ 草野泥塗 : 초야의 진흙. 시골에 형편없는 처지로 지냄을 뜻함.
▶ 徒手 : 맨손.
▶ 哭尺之書 : 짧은 글. 길지 않은 편지.
▶ 自托 : 스스로 위탁하다. 스스로 기탁하다.
將使執事, 何從而知之, 何從而信之哉.
어찌하면 선생님께서 알게 하고, 어찌하면 선생님께서 믿게 하겠습니까?
洵少年不學, 生二十五歲, 始知讀書, 從士君子游, 年旣已晩, 而又不遂刻意厲行, 以古人自期, 而視與己同列者, 皆不勝己, 則遂以爲可矣.
저는 젊어서는 배우지 못하다가, 25년을 살고 나서 비로소 讀書를 알게 되어 선비를 따르며 교유하였고, 나이가 이미 많았으나 뜻을 세워 행실을 닦기를 마치지 않았는데, 옛사람을 기약하지는 못하고, 저와 동렬의 사람이 모두 저보다 낫지 않음을 보기만 하면 된다고 여겼습니다.
▶ 刻意 : 뜻을 세움.
▶ 厲行 : 힘써 행함. 올바른 행실에 힘씀.
其後困益甚, 復取古人之文而讀之, 始覺其出言用意與己大異.
그 뒤로 곤궁이 더욱 심해져서 다시 古人의 글을 가져다 읽어 보고는 비로소 그 말씀의 뜻이 저와는 크게 다름을 깨달았습니다.
時復內顧, 自思其才, 則又似夫不遂止於是而已者.
그때 다시 안을 돌아보며 스스로 재능을 생각해 보니. 또 거기에서 그칠 따름이 아닌 듯하였습니다.
▶ 內顧 : 안으로 돌아보다. 반성함.
由是, 盡燒其曩時所爲文數百篇, 取『論語』ㆍ『孟子』ㆍ韓子及其它聖人賢人之文, 而兀然端坐, 終日以讀之者, 七八年矣.
그래서 옛날에 지었던 글 수백 편을 모두 태워 버리고, 《論語》·《孟子》·《韓愈文集》과 기타 성인과 현인의 글을 가져다 꼿꼿하게 단정하게 앉아서 종일 그것을 읽기 7, 8년이 되었습니다.
▶ 兀然 : 우뚝한 모양. 꼿꼿한 모양.
▶ 端坐 : 똑바로 앉다. 단정히 앉다.
方其始也, 入其中而惶然以惑, 博觀於其外而駭然以驚, 及其久也, 讀之益精, 而其胸中, 豁然以明, 若人之言, 固當然者. 然猶未敢自出其言也.
막 그렇게 시작했을 때는 그 속에 들어가 당황하여 의혹을 품었으나, 그 밖에서 널리 보고서는 깜짝 놀라다가, 오래되어 더욱 정심하게 읽자 가슴속이 탁 트이며 밝아져서, 사람들의 말이 진실로 당연하였으나, 감히 스스로 자기의 이론을 표현하지는 못하였습니다.
▶ 惶然 : 당황하는 모양. 어쩔 줄 모름.
▶ 駭然 : 놀라는 모양.
▶ 豁然 : 탁 트이는 모양, 환한 모양.
▶ 自出其言 : 스스로 그러한 말을 내다. 자신이 그러한 글을 지음.
時旣久, 胸中之言, 日益多, 不能自制. 試出而書之, 已而再三讀之, 渾渾乎覺其來之易也.
시일이 오래 胸中의 말이 날로 많아져서 자제할 수가 없으매, 시험삼아 표현하여 글을 쓰고, 그런 후 거듭하여 읽어 보니 渾渾하게 (글짓기가) 쉬움을 깨달았습니다.
▶ 渾渾乎 : 깊고 큰 모양, 深大해짐.
然猶未敢自以爲是也.
그러나 아직도 감히 자신이 옳다고 여기지는 못합니다.
近所爲『洪範論』ㆍ『史論』凡七篇, 執事觀其如何.
근래 지은 〈洪範論〉·〈史論〉 등 7편은 선생님께서 보시기에 어떻습니까?
▶ 洪範論 : 史論과 함께 소순이 지은 글
噫嘻, 區區而自言, 不知者又將以爲自譽以求人之知己也.
아아! 區區하게 자신을 변명하였으되, 알지 못하는 사람은 여기기를, 자신을 칭찬함으로써 남이 자신를 알아주기를 구한다고 할 터입니다.
▶ 區區 : 잡다한 모양.
▶ 求人之知己 : 남이 자기를 알아주기를 바람.
惟執事思其十年之心, 如是之不偶然也而察之.
바라노니, 선생님께서는 10년을 기다린 마음을 생각하시어, 이렇게 함이 우연이 아님을 살펴 주십시오.
不宣. 洵再拜.
이만 줄이며 소순이 再拜합니다.
▶ 不宣 : 하고 싶은 말이 많으나 다 하지 못하고 이만 그친다는 뜻.
해설
구양수에게 올린 글이다.
內翰은 翰林의 별칭으로, 이때 구양수는 翰林院의 侍讀學士로 있었다. 구양수뿐만이 아니라 范仲淹 등 당시 조정에서 활약하던 강직한 여섯 군자를 흠모하는 정을 나타낸 뒤에, 구양수의 문장을 극구 칭송하면서 만나 뵙기를 요청하고 있다.
그리고 자기 자신의 학문과 문장 능력에 대하여도 스스로 선전하는 일도 잊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대방에 대한 칭송과 自讚이 아첨으로 보이기 쉽다는 점은 소순 자신도 의식하고 있는 일이다. 그러나 이러한 칭송과 자찬은 사실이고 진정한 것이기에 아첨이 될 수 없다는 신념을 갖고 이 글을 쓰고 있다.
이 글을 읽어 보면 소순이 그의 아들 蘇·轍과 함께 구양수의 문하로 들어가 古文의 대가가 되고, 한때 문호로서 이름을 날리게 되었음은 당연한 일이라 여겨진다. 더구나 25세에 공부를 시작하여 스스로 大成한 위에 두 아들까지 대가로 길러낸 소순의 의지와 노력에는 머리가 숙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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