相州晝錦堂記(상주주금당기)-歐陽修(구양수)
仕宦而至將相, 富貴而歸故鄕, 此人情之所榮, 而今昔之所同也.
벼슬길에 나아가 장상이 되어 부귀하여 고향으로 돌아옴은, 人情이 영예롭게 여기는 바이며 고금이 같은 바이다.
▶ 仕宦 : 벼슬을 함.
▶ 人情 : 세상의 일반적 인심.
▶ 榮 : 명예. 영광을 뜻하는 動詞
蓋士方窮時, 困阨閭里, 庸人孺子皆得易而侮之, 若季子不禮於其嫂, 買臣見棄於其妻.
대체로 선비가 곤궁하여 시골에서 괴롭게 생활할 때, 凡庸한 사람과 철부지도 가벼이 여기고 멸시를 당하기 일쑤이니, 예를 들면, 蘇秦이 그 형수에게 푸대접을 받고, 朱買臣이 그의 아내로부터 버림을 받았음 따위이다.
▶ 困阪(곤액) : 고생하다.
▶ 閭里(여리) : 마을, 향리의 작은 촌락. 25가구가 모여 사는 곳을 閭, 50가구가 모여 사는 곳을 里라 하였다.
▶ 庸人孺子(용인유자 : 범용한 사람과 어린아이.
▶ 易而侮之 : 가벼이 여겨 업신여김. 易는 輕의 뜻.
▶ 季子不禮於其嫂 : 季子는 蘇秦의 자. 소진이 형수에게서 제대로 대접받지 못한 것을 두고 하는 말임. 소진은 洛陽사람으로 鬼谷先生에게 배웠으나 성공하지 못하고 초라한 모습으로 고향에 돌아왔다. 그러자 모두들 소진을 업신여겨, 아내는 베틀에서 내려오지도 않았고 형수는 밥조차 주지 않았다. 소진은 각고의 노력 끝에 六國의 재상이 되어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이번엔 아내도 형수도 모두 눈을 아래로 깐 채, 바로 보지도 못하였다. 소진이 웃으며 그리도 거만하더니 이번엔 어찌하여 이토록 공손하냐고 묻자 그 형수는 “지위가 높고 돈이 많아졌기 때문이오”라고 대답했다 《史記》蘇秦列傳 참조.
▶ 買臣見棄於其妻 : 매신이 그의 아내로부터 버림받다. 漢의 朱買臣은 吳의 會稽 사람으로, 호는 翁子이다. 가난하였지만 책읽기를 무척 좋아하였다. 땔나무를 해다 팔아서 연명하였는데, 나무를 지고 가는 동안에도 손에는 항상 책이 들려 있었다. 하루는 가난을 부끄럽게 여긴 그의 아내가 인연을 끊자고 하였다. 매신이 달래며 “나는 50세쯤 되면 부귀해질 터인데 이제 내 나이 40세이니, 그동안 고생이 많았소. 부귀하게 되면 그때에는 꼭 당신의 은공을 갚으리다.”라고 하였다. 그의 아내는 “그 꼴에 무슨 부귀요? 필경 도랑 옆에서 물만 마시다 굶어 죽게 될 것이오”라고 말하며 화를 내었다. 이에 매신은 더이상 붙잡을 수 없음을 알고 가게 하였다. 뒤에 매신은 한무제에게 발탁되었는데, 무제는 “부귀하여 고향에 돌아가지 않은, 비단옷을 입고 밤길을 감과 같소(富貴不歸故鄕 如衣繡夜行.)”라고 말하며 매신을 그의 고향 회계의 태수로 보내주었다. 고향에 돌아오니, 그를 버리고 갔던 옛 아내와 그녀의 새 남편이 몹시 부끄러워하였다. 매신은 전에 자신에게 은혜를 베풀었던 사람들에게 보답하고, 옛 아내와 그녀의 남편에게도 祿을 주어 편히 먹고살도록 하였다. 그러나 그의 옛 아내는 부끄러운 나머지 목매어 죽고 말았다. 《한서》 朱買臣列傳 참조. 《몽구》 참조
一旦高車駟馬, 旗旄導前而騎卒擁後, 夾道之人, 相與騈肩累跡, 瞻望咨嗟, 而所謂庸夫愚婦者, 奔走駭汗, 羞愧俯伏, 以自悔罪於車塵馬足之間.
하루아침에 말 네 필이 끄는 마차에 높이 올라 의장용 기가 앞에서 인도하고 기마병이 뒤에서 옹위하자, 길 양편의 사람들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발꿈치를 맞댄 채 우러러보며 탄식하니, 소위 庸夫愚婦는 분주하며 놀라서 땀을 흘리고 부끄러워 땅에 엎드린 채, 수레 먼지와 말발굽 사이에서 자신을 회개하였다.
▶ 高車駟馬 : 네 마리 말이 끄는 덮개가 높은 마차.
▶ 旗旄 : 의장용 깃발
▶ 擁後 : 뒤에서 옹위함.
▶ 騈肩累跡 : 어깨를 나란히 하고 발꿈치를 맞댐. 구경하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든 것을 형용함.
▶ 瞻望咨嗟 : 우러러보며 탄식함.
▶ 駭汗 : 놀라 식은땀을 흘림.
▶ 差愧俯伏 : 부끄럽게 여겨 고개 숙이고 땅에 엎드림.
▶ 車塵 : 수레가 지나간 뒤에 일어나는 먼지.
此一介之士, 得志當時, 而意氣之盛, 昔人比之衣錦之榮也.
이것은 일개 선비가 당시에 뜻을 이루어 意氣가 융성함이니, 옛사람은 衣錦之榮에 견주었다.
▶ 衣錦之榮 : 출세하여 고향으로 돌아오는 영광.
惟大丞相魏國公則不然, 公相人也.
오직 丞相 魏國公은 그렇지 않았으니, 公은 相州 安陽 사람이다.
▶ 魏國公 : 韓琦는 위국공에 封해졌다.
▶ 相人 : 相州 安陽 사람.
世有令德, 爲時名卿.
대대로 아름다운 德을 쌓았고 당시의 유명한 公卿이었다.
▶ 世有令德 : 대대로 덕망이 있음. 영덕은 미덕의 뜻.
▶ 名卿 : 이름있는 고관.
自公少時, 已擢高科, 登顯仕, 海內之士, 聞下風而望餘光者, 蓋亦有年矣.
공은 어렸을 때 이미 뛰어난 성적으로 발탁되어 높은 벼슬에 오르매, 세상의 선비들이 공의 덕망을 들으려 하고, 미덕을 보려 한 지가 여러 해이었다.
▶ 擢高科 : 높은 성적으로 과거에 급제함. 탁은 選과 같은 뜻.
▶ 顯仕 : 높은 지위의 관직.
▶ 下風 : 본래는 바람이 불어간다는 뜻인데, 여기서는 아래로 미치는 높은 사람의 덕을 뜻함.
▶ 餘光 : 美德
▶ 有年 : 經過很多年
所謂將相而富貴, 皆公所宜素有, 非如窮阨之人, 僥倖得志於一時, 出於庸夫愚婦之不意, 以警駭而誇耀之也.
이른바 ‘장상이 되어 부귀함’은 모두 공이 본래부터 가진 것이지, 곤궁했던 사람이 요행히 일시의 뜻을 얻어 庸夫愚婦가 예기치 못한 중에 출세하여, 깜짝 놀라게 하고 영예를 뽐냄은 아니다.
▶ 窮陁之人 : 곤궁한 사람. 앞서 예를 든 소진이나 주매신과 같은 사람.
▶ 誇耀 : 크게 자랑하고 떠듦.
然則高牙大纛不足爲公滎, 桓圭袞裳不足爲公貴.
그러므로, 高牙大纛이 공의 영예가 되기에는 부족하며, 桓圭袞裳도 공에게 귀중함이 되기에는 부족하다.
▶ 高牙大纛(고아대독) : 高牙는 위를 상아로 장식한 旗로, 임금이나 장군이 행차할 때에 세운다. 大牙라고도 한다. 大纛은 털이 긴 쇠꼬리를 단기로 수레 앞에 세우는 것이다. 따라서 고아대독은 大将的牙旗이다. 泛指居高位者的仪仗。
▶ 桓圭袞裳 : 桓圭는 고대에 제후가 조회· 회동할 때 손에 드는 길쭉한 玉으로, 위가 둥글고 아래가 모나게 생겼다. 임금은 鎭圭, 公은 桓圭, 侯는 信圭, 伯은 躬圭를 드는데, 환규는 길이가 아홉 치, 신규와 궁규는 길이가 일곱 치이다.
袞裳은 袞龍의 관복이다.
惟德被生民 而功施社稷, 勒之金石, 播之聲詩, 以耀後世而垂無窮, 此公之志, 而士亦以此望於公也, 豈止夸一時, 而榮一鄕哉.
오직 덕이 백성에 미치고 공훈이 사직에 미쳐서, 金石에 새기고 시와 음악으로 퍼뜨려서 후세까지 빛나고 무궁토록 전함이 바로 공의 뜻이며 선비들도 이것을 공에게 바라고 있다. 어찌 한때의 자랑과 한고을의 영예에 그치겠는가?
▶ 施(이) : 옮기다, 미치다의 뜻이 있고 이때는 ‘이’라 읽는다. 被와 施는 뜻이 같다.
▶ 社稷: 社는 토지신이며, 稷은 곡물의 신. 군주가 나라를 세우면 반드시 壇을 세우고 이 두 신께 제사를 지냈기 때문에 나라와 조정을 상징하는 말로 자주 쓰인다.
▶ 勒之金石 : 공적을 금석에 새김. 勒은 刻과 같은 뜻.
▶ 播之聲詩 : 시를 지어 그것을 음악으로 옮겨 널리 폄. 播는 布와 같은 뜻.
▶ 耀後世 : 후세에까지 빛냄.
▶ 夸一時(과일시) : 한때에 뽐냄.
公在至和中, 嘗以武康之節, 來治於相.
공은 仁宗 至和 원년에, 武康郡의 節度使가 되어 고향인 상주를 다스리게 되었다.
▶ 至和 : 인종 때의 연호
▶ 武康之節 : 武康郡의 절도사. 절은 천자의 사자가 지니는 부절.
乃作晝錦之堂于後圃, 旣又刻詩於石, 以遺相人.
그때 후원에 晝錦堂을 짓고, 또 시를 지어서 돌에 새겨 상주 사람들에게 남겼다.
▶ 圃 : 원래는 밭이란 뜻이지만, 여기서는 園의 뜻.
其言以快恩讐矜名譽爲可薄, 蓋不以昔人所夸者爲榮, 而以爲戒.
그 시에 이르기를,
“은혜나 원한을 시원하게 처리하거나 명예를 자랑함은 경박한 짓이다.”라고 하였으니, 옛사람이 자랑하던 바를 영예라 생각하지 않고, 그것을 경계한 것이다.
▶ 快恩讐 : 과거에 은덕을 입었던 사람에게는 보답하고, 원한이 있던 사람에게는 마음대로 원수를 갚음.
於此見公之視富貴爲如何, 而其志豈易量哉.
이것에서 공이 富貴를 보기를 어떻게 하였는지 알 수 있으니, 어찌 공의 뜻을 쉽게 裁量하겠는가?
故能出入將相, 勤勞王家, 而夷險一節.
그런 까닭에 조정을 나가서는 장군이 되고, 조정에 들어서는 재상이 되어 王家를 위해 힘써 일하며, 나라가 태평할 때나 험난할 때나 한결같이 절개를 지킬 수 있었다.
▶ 夷險 : 夷는 平夷, 곧 태평한 때. 險은 나라가 어지러운 때.
▶ 一節 : 절개가 변함이 없음.
至於臨大事, 決大議, 垂紳正笏, 不動聲色, 而措天下於泰山之安, 可謂社稷之臣矣.
국가의 大事에 임하여 큰 논의를 결정함에는, 띠를 드리우고 홀을 바로잡고 말과 얼굴빛이 동요하지 않으면서도, 천하를 泰山같이 안전한 곳에 두었으매 社稷之臣이라 할 만하다.
▶ 垂紳 : 紳을 늘어뜨림. 紳은 고귀한 사람이 衣冠束帶할 때 매는 큰 띠.
▶ 正笏 : 홀을 바르게 함. 홀은 조회할 때에 朝服을 입고 손에 잡는 물건으로, 신분에 따라 재료 크기의 차이가 있다. 보통 길이가 한 자가량이며 너비가 두 치 정도로 얇고 갸름하게 생겼다.
▶ 不動聲色 : 목소리와 얼굴빛이 변하지 않음.
▶ 泰山之安 : 태산과 같은 안정.
其豊功盛烈, 所以銘彛鼎而被絃歌者, 乃邦家之光, 非閭里之榮也.
공의 풍부하고 성대한 공훈을 祭器와 솥[鼎]에 새기고, 악기로 연주되고 노래로 불림은 곧 국가의 영광이지, 고향 마을의 영광만은 아니다.
▶ 豐功盛烈 : 많은 공훈과 성대한 공업.
▶ 銘彛鼎 : 祭器와 솥에 이름이 새겨짐. 이정은 항상 종묘에 갖추어 두는 동으로 만든 제기.
▶ 被絃歌 : 국가 공신의 공적을 시가로 지어서 이를 음악으로 연주함.
▶ 邦家 : 국가.
余雖不獲登公之堂, 幸嘗竊誦公之詩, 樂公之志有成而喜爲天下道也, 於是乎書.
내가 비록 공이 지은 주금당에 아직 올라가 보지 못했으나, 다행히도 삼가 공의 시는 외우고 있어서, 공의 뜻이 성취되었음을 기쁘게 여겨 기꺼이 세상 사람에게 알리려고 이에 글을 짓는다.
▶ 道也 : 널리 알림, 道는 言과 같은 뜻.
해설
송대에 재상을 지낸 韓琦와 歐陽修는 매우 가까운 친구였다. 한기는 相州 사람으로 자를 稚圭라 한다. 20세의 약관에 진사에 급제하고, 뒤에 송 인종 때 武康郡의 節度使가 되어 고향인 상주로 錦衣還鄕하였다. 그는 관저의 후원에 堂을 짓고 晝錦堂이라고 이름을 붙였다. 錦衣還鄕을 밤중에 비단옷을 입고 돌아다님(錦衣夜行)에 견주어 자신의 귀향은 금의야행이 아니란 자부심의 발로이리라.
구양수는 친구로서 그의 성공을 축복함과 함께, 그가 立身하였다고 하여 교만한 마음을 가지지 말라고 勸戒하는 뜻에서 이 글을 지었다고 한다.
소진과 주매신의 금의환향에 얽힌 일화를 상기시키면서 한기의 금의환향이 갖는 의미를 설명한 것은 매우 인상적이고 호소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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