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文眞寶(고문진보)

後集72-獨樂園記(독락원기)-司馬光(사마광)

耽古樓主 2024. 4. 1. 03:05

古文眞寶(고문진보)

獨樂園記(독락원기)-司馬光(사마광)

 


迂叟平日讀書, 上師聖人, 下友群賢, 窺仁義之原, 探禮樂之緖.
나 迂叟는 평소 독서함에 있어 위로는 聖人을 스승으로 모시고 아래로는 어진 이들을 벗삼아서, 仁義의 근원을 살피고, 禮 樂의 실마리를 탐색한다.
迂叟 : 작자 司馬光의 호. 자기를 가리킴.
: 실마리. 始端.

自未始有形之前, 曁四達無窮之外, 事物之理, 擧集目前.
만물의 형체가 형성되지 않았을 때부터, 사방으로 이르는 끝없는 외부세계까지, 사물의 이치가 온통 눈앞에 모인다.
自未始有形之前 : 아직 만물의 형태가 이루어지기 전의 때로부터. 未始有形은 아직 物形이 이루어지지 않은 원초의 상태를 말한다.
: 과 같은 뜻으로, 미치다.
四達無窮之外 : 사방에 이르는 끝없는 이 세상 밖.

可者學之未至, 夫可何求於人, 何待於外哉.
배워야 할 것을 배워도 이르지 못하였는데, 저 배워야 할 것을 어찌 남에게 찾으며, 어찌 밖에서 배우기를 기대하겠는가?
可者 : 옳은 것. 가능한 것.

志倦體疲, 則投竿取魚, 執衽采藥, 決渠灌花, 操斧剖竹, 濯熱盥水, 臨高縱目, 逍遙徜徉, 惟意所適.
뜻이 권태롭고 몸이 피곤하면 낚싯대를 던져 고기를 낚거나, 옷자락을 걷고 약초를 캐거나, 아니면 도랑을 터서 꽃에 물을 대거나, 도끼를 잡고 대나무를 쪼개거나, 한 대야의 물에 더위를 씻어버리거나, 높은 곳에 올라 눈이 가는 대로 경치를 보고, 이리저리 거닐며 오직 마음 내키는 대로 하기도 한다.
投竿 : 낚싯대를 던짐. 竿은 본래 대나무 장대.
執衽采 : 옷자락을 거머쥐고 약초를 캠.
決渠灌花 : 도랑을 터 꽃나무에 물을 줌.
操斧剖竹 : 도끼를 잡고 대를 쪼갬.
濯熱盥水 : 더위를 식히기 위해 물을 끼얹음.
臨高縱目 : 높은 데에 올라가 눈 가는 대로 바람봄.
逍遙徜徉 : 逍遙는 목적없이 거님. 徜徉도 같은 뜻으로 일 없이 배회함.
惟意所適 : 오직 마음 가는 대로 함.

明月時至, 淸風自來. 行無所牽, 止無所柅.
明月이 때맞추어 떠오르고, 淸風이 저절로 불어오면, 이끄는 것이 없어도 이끌려 가고, 붙잡는 것이 없어도 멈추게 된다.
() : 와 같은 뜻으로 멈추게 하다.

耳目肺腸, 卷爲己有, 踽踽焉, 洋洋焉.
耳·目·肺·腸을 모두 거두어 내 소유로 하고, 홀로 멋대로 걷고 마음은 넓고 넓도다!
卷爲己有 : 거두어들여 모두 자기 소유로 하다. 의 뜻.
踽踽(우우) : 홀로 걷는 모양을 형용하는 말.
洋洋 : 마음이 끝없이 넓어 거리낄 것이 없음. 원래는 물이 한없이 넓은 것을 형용하는 말.

不知天壤之間, 復有何樂, 可以代此也.
하늘과 땅 사이에 다시 어떤 즐거움이 있어서, 이것을 대신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天壤 : 천지와 같은 뜻으로 하늘과 땅.

因合而命之曰獨樂.
그런 까닭에 이 모든 이유를 합쳐 獨樂이라 이름짓는다.

 

 

 

 해설


작자 사마광은 宋의 명재상이며 청렴 고결하게 살았던 사람이다그는 조정에서 퇴근한 뒤에는 언제나 동산에서 홀로 소요하며 책을 읽었다고 한다그리하여참된 즐거움이란 이런 것이라고 하면서 정원의 이름을 獨樂園이라 하였다.

이 글은 〈독락원기〉 가운데 앞뒤 글을 끊어내고 독락이란 이름의 유래를 밝힌 대목만 실은 것이다짧고 간결한 글 속에작자의 맑고 격조있는 마음이 잘 나타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