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文眞寶(고문진보)

後集74-上范司諫書(상범사간서)-歐陽修(구양수)

耽古樓主 2024. 4. 1. 03:12

古文眞寶(고문진보)

上范司諫書(상범사간서)-歐陽修(구양수)

 



前月中, 得進奏吏報云:
“自陳州召至闕, 拜司諫.” 卽欲爲一書以賀, 多事匆卒, 未能也.
지난달에 院의 官報를 보니 陳州로부터 대궐로 불려가서 司諫에 임명되셨다 하매, 곧 편지라도 써서 축하드리려 하였으나 일이 많고 바빠서 하지 못하였습니다.
進奏吏報 : 進奏院官報. 진주원은 옛날 ·이 서울에 두었던 관청으로, 임금의 명령을 받아 지방에 하달하고 각 지방에서 올리는 글과 공문을 위에 올리는 연락사무소 같은 관청이다.
陳州 : 河南省에 있던 고을 이름.
匆卒(총졸) : 바쁘고 틈이 없음.

司諫七品官爾. 於執事得之不爲喜. 而獨區區欲一賀者, 誠以諫官者, 天下之得失, 一時之公議繫焉.
사간은 7品의 벼슬이니 선생에게는 그것을 얻음이 기뻐할 일이 아닐 터이나, 유독 곰상스럽게 축하드리려고 함은, 진실로 간관에게는 천하 정치의 잘잘못과 한때의 公論이 매여 있기 때문입니다.
執事 : 일을 하는 사람, 편지에서 상대방을 부르는 말로 흔히 쓰임.
區區 : 작은 모양. 곰상스러운 것.
得失 : 정치를 제대로 하고 잘 못함.
: 매어져 있다. 관계되어 있다.

今世之官, 自九卿百執事, 外至一郡縣吏, 非無貴官大職可以行其道也.
지금 세상의 벼슬로, 九卿과 관리들로부터 밖으로 한 郡이나 縣의 관리에 이르기까지, 그의 도리를 행할 수 있는 귀한 벼슬이나 큰 관직이 없음은 아닙니다.
九卿 : 아홉 명의 장관급 벼슬아치.
百執事 : 조정의 관리들.

然縣越其封, 郡踰其境, 雖賢守長, 不得行以其有守也.
그러나 현이라면 그 封界를 넘어서, 군이라면 그 지경을 넘어서는 비록 현명한 守令이라 할지라도 행할 수가 없는데, 그에게는 지키는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 封界. 의 경계

吏部之官, 不得理兵部, 鴻臚之卿, 不得理光祿, 以其有司也.
吏部의 관리는 兵部를 다스릴 수 없고, 鴻臚卿은 光祿에 관한 일을 처리할 수 없으니, 그들에게 맡긴 바가 있기 때문입니다.
吏部 : 옛 조정의 六部의 하나로 文官의 인사업무를 맡았다.
鴻臚之卿 : 홍려는 조정의 典禮를 주관하던 관청으로, 그곳의 장관이 鴻臚卿이다.
光祿 : 궁전의 건물과 음식을 관장하던 관청 이름.
: 맡은 일, 직책.

若天下之得失, 生民之利害, 社稷之大計, 惟所見聞而不係職司者, 獨宰相可行之, 諫官可言之爾.
천하 정치의 잘잘못, 백성의 이해, 社稷의 큰 계획 따위만은 보고 들은 바가 맡은 직책에 얽매이지 않는 것으로, 오직 재상이 실행할 수 있고 간관이 말할 수 있을 뿐입니다.

故士學古懷道者, 仕於朝, 不得爲宰相, 必爲諫官.
그러므로 선비가 古道를 배워 익혀 조정에 벼슬함에는 재상이 되지 못하면 꼭 간관이 되려 하였습니다.

諫官雖卑, 與宰相等.
간관은 지위가 낮기는 하지만 재상과 비등합니다.

天子曰: “不可” 宰相曰: “可”, 天子曰: “然” 宰相曰: “不然”, 坐乎廟堂之上, 與天子相可否者, 宰相也.
천자가 안 된다고 하는데 재상은 된다고 하거나, 천자가 그렇다고 하는데 재상은 그렇지 않다고 말하며, 廟堂에 앉아서 천자와 서로 가타부타하는 사람이 재상입니다.
廟堂 : 조정의 .

天子曰: “是” 諫官曰: “非” 天子曰: “必行” 諫官曰: “必不可行”
천자가 옳다고 하는데 간관은 그르다 하고, 천자가 꼭 행하겠다 하는데 간관은 꼭 행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立乎殿陛之前, 與天子爭是非者, 諫官也.
궁전의 섬돌 앞에 서서 천자와 是非를 다투는 사람이 간관인 것입니다.

宰相尊行其道, 諫官卑行其言, 言行道亦行也.
재상은 존귀하여 그의 도리를 실행하고, 간관은 비천하여 그의 諫言을 행하는데, 간언이 실행되면 도리도 실행됩니다.

九卿百司郡縣之吏, 守一職者, 任一職之責, 宰相諫官, 繫天下之事, 亦任天下之責.
구경과 온갖 유사와 군·현의 관리는 한 가지 직책을 지키는 자이라 한 가지 직책에 대한 책임을 지지만, 재상과 간관은 천하의 일에 연계되어 천하에 대한 책임을 집니다.

然宰相九卿而下失職者, 受責於有司, 諫官之失職也, 取譏於君子.
그런데 재상과 구경 이하 관리가 직책을 수행하지 못하면, 有司에게 책임추궁을 받으나, 간관이 직책을 수행하지 못하면 군자에게 비판을 받습니다.
: 꾸짖다. 비관하다.

有司之法, 行乎一時, 君子之譏, 著之簡冊而昭明, 垂之百世而不泯, 甚可懼也.
有司의 법은 한때 집행될 뿐이나 군자들의 비평은 簡冊에 기록하여 분명히 밝혀 百世를 내려가도 없어지지 않으니 매우 두려워할 만합니다.
() : 지워지다. 없어지다.

夫七品之官, 任天下之責, 懼百世之譏, 豈不重耶.
7품의 관리가 천하에 대하여 책임을 지고 百世의 비평을 두려워해야 하니 어찌 重職이 아니겠습니까?

非材且賢者, 不能爲也.
재능이 있고 어진 사람이 아니면 해내지 못합니다.

近執事始被召於陳州, 洛之士大夫相與語曰:
“我識范君, 知其材也. 其來不爲御史, 必爲諫官.”
근자에 선생께서 처음 陳州에서 召命을 받았을 적에 洛陽의 사대부들이 서로 말하였습니다.
“나는 范君과 面識이 있고 그의 재능도 압니다. 그분이 와서 御史가 되지 않으면, 틀림없이 諫官이 될 터입니다.”
: 洛陽. 河南省에 있던 이른바 東都. 북송의 수도인 汴京(지금의 開封縣)도 같은 하남성에 있었다.
御史 : 임금의 명령을 집행하고 관리들을 탄핵하는 등의 임무를 지닌 御史臺의 관리.

及命下果然. 則又相與語曰:
“我識范君, 知其賢也.
他日聞有立天子陛下, 直辭正色, 面爭廷論者, 非它人, 必范君也.”
詔命이 내리니 과연 그러하매, 또 서로 말했습니다.
“나는 범군을 알고 있고 그의 재능도 압니다.
훗날, 천자의 섬돌 아래에 서서 곧은 말과 단정한 얼굴빛으로 면전에서 조정의 논의를 다투는 자가 있다고 우리가 들을 사람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틀림없이 범군일 터입니다.”
面爭 : 천자의 면전에서 논쟁함.

拜官以來, 翹首企足, 竚乎有聞, 而卒未也.
선생께서 벼슬에 임명된 이후, 목을 빼고 발돋움하고 우두커니 서서 소문이 있기를 기대하였으나 끝내 허사였습니다.
翹首企足(교수기족) : 목을 길게 뽑고 발돋움을 함. 곧 어떤 일을 고대하는 모양.
() : 오래 서 있음.

竊惑之. 豈洛之士大夫能料於前, 而不能料於後也.
이 때문에 속으로 당혹하였으니, 어찌 낙양의 사대부들이 앞일은 제대로 예측하면서 뒷일은 제대로 헤아리지 못했다는 말입니까?

將執事有待而爲也.
선생께서 기다리는 바가 있어서 그렇게 하십니까?
有待而爲 : 기다리는 일이 있어서 그렇게 함.

昔韓退之作「爭臣論」, 以譏陽城不能極諫, 卒以諫顯.
옛적에 韓愈가 〈爭臣論〉을 지어 陽城이 極力으로 간하지 못함을 비판했는데, 결국은 간함으로써 유명해졌습니다.
爭臣論 : 한유가 지은 글로, 이 책의 앞에 실려 있다.
以諫顯 : 간함으로써 유명해지다.

人皆謂 城之不諫, 蓋有待而然, 退之不識其意而妄譏.
사람들은 모두 말하기를, 양성이 간하지 않았음은 아마 기다리는 바가 있어서 그랬었는데, 한유가 그 뜻을 알지 못하고 함부로 비평하였다고 합니다.

修獨以謂不然.
저만은 그렇지 않다고 여깁니다.
以謂 : 여기다. 생각하다. 는 대명사

當退之作論時, 城爲諫議大夫已五年. 後又二年, 始廷論陸贄及沮裴延齡作相欲裂其麻, 纔兩事耳.
한유가 〈쟁신론〉을 쓸 적에 양성은 諫議大夫가 된 지 이미 5년이었고, 그 뒤 또 2년이 지나서야 비로소 陸贄와 정론을 폄과 裴延齡이 재상이 됨을 막으며 그의 예복을 찢으려 함, 겨우 이 두 가지 일일 뿐입니다.
陸贄 : 나라 德宗 翰林學士로서 임금의 신임이 매우 두터웠던 사람임. 뒤에 재상에까지 올랐다.
: 막다.
延齡 : 덕종의 신임을 받았으며, 뒤에 육지를밀어냈다.
: 麻衣. 옛날 삼베로 만들었던 예복.

當德宗時, 可謂多事矣.
당나라 德宗 시대에 사건이 많았다고 말할 만합니다.

授受失宜, 叛將强臣, 羅列天下. 又多猜忌, 進任小人, 於此之時, 豈無一事可言而須七年耶?
벼슬을 주고받음이 適宜하지 않고, 반란을 일으킨 장수와 강권을 휘두르는 신하가 천하에 나열하였고, 또 시기심이 많아 소인을 임용하고 있었는데, 이러한 시대에 어찌 말해야 할 일이 한 가지도 없어서 7년을 기다렸다는 말입니까?
授受 : 주고받음. 주로 벼슬을 내림을 뜻함.
進任 : 임용하다. 추천하고 임명하다.
: 기다리다.

當時之事, 豈無急於沮延齡論陸贄兩事耶.
그때의 일에 어찌 배연령이 재상이 됨을 막고 육지와 논쟁하는 두 가지 일보다 다급한 것이 없었겠습니까?

謂宜朝拜官而夕奏疏也.
아침에 관직에 임명되었으면 저녁에는 奏疏해야 함이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幸而城爲諫官七年, 適遇延齡ㆍ陸贄事, 一諫而罷, 以塞其責.
요행히도 양성은 간관이 된 지 7년에 마침 배연령과 육지의 일을 만나서 한 번 간하고 그만둠으로써 그의 책임을 면하였던 것입니다
塞其責 : 그의 책임을 메꾸다. 그의 책임을 면하다..

向使止五年六年而遂遷司業, 是終無一言而去也, 何所取哉?
만약 단지 5년이나 6년에 맡았던 업무가 바뀌었더라면, 끝내 한마디 말도 없이 떠났을 터이니, 취할 바가 무엇입니까?
向使 : 전에 만약. 만약에.
司業 : 맡은 일. 직책.
何所取 : 취할 바가 무엇인가? 그를 평가해 줄 일이 무엇인가?

今之居官者, 率三歲而一遷, 或一二歲, 甚者半歲而遷也, 此又非可以待乎七年也.
지금의 벼슬살이는 대개 3년이 되면 한 번 전직하고, 혹은 1~2년 만에 옮겨지기도 하며, 심지어는 반년 만에 옮겨지기도 하니, 이래서는 더욱이 7년을 기다릴 수가 없습니다.

今天子躬親庶政, 化理淸明.
지금 천자께서는 庶政을 친히 처리하시어 교화와 다스림이 맑고 밝습니다.

雖爲無事, 然自千里, 詔執事而拜是官者, 豈不欲聞正議而樂讜言乎.
비록 무사하다고는 하지만, 천 리 밖에서 詔命을 내리어 이 벼슬에 임명하심은 어찌 바른 의론을 듣고 훌륭한 말을 즐기려 함이 아니겠습니까?
化理 : 백성을 교화하고 나라를 다스림.
讜言(당언) : 훌륭한 말.

然今未聞有所言說, 使天下知朝廷有正士, 而彰吾君納諫之明也.
그러나 선생의 주장을 말함으로써, 천하인이 조정에 바른 선비가 있음을 알게 하고, 우리 임금이 간언을 받아들이는 총명을 밝혔다고는 지금껏 들어보지 못하였습니다.

夫布衣韋帶之士, 窮居草茅, 坐誦書史, 常恨不見用. 及用也, 又曰:
“彼非我職, 不敢言.”
或曰:
“我位猶卑, 不得言.” 得言矣, 又曰:
“我有待,”
是終無一人言也, 可不惜哉.
베옷에 가죽 띠의 선비가 초가집에 궁색하게 살면서, 經書과 史書를 앉아서 읽으며 늘 임용되지 못함을 한탄하다가, 임용되면 또 말하기를
“이것은 나의 직책이 아니라 감히 말하지 못한다.”라고 하고, 혹은 말하기를
“내 지위가 아직도 낮아서 말할 수 없다.”라고 하다가, 말할 수 있게 되면 또 말하기를
“내게 기다리는 바가 있다.”라고 한다면, 끝내 말하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을 터이니, 애석하지 않겠습니까?
布衣韋帶 : 삼베옷에 가죽 띠, 벼슬 안한 서민들의 복장임.

伏惟執事, 思天子所以見用之意, 懼君子百世之譏, 一陳昌言, 以塞重望.

엎드려 바라옵건대, 선생께서는 천자께서 보고 기용한 뜻을 생각하고 군자의 百世의 비평을 두려워하여, 훌륭한 말씀을 한번 펴시어 두터운 人望에 보답하십시오.

且解洛之士大夫之惑則幸甚.
또 낙양 사대부들의 의혹을 해소하시면 심히 다행이겠습니다.
草茅 : 풀과 띠풀. 여기서는 초가집을 가리킴.
一陳昌言 : 훌륭한 말을 한번 펴내다.
重望 : 두터운 人望.

 

 

 

 해설


구양수가 당시의 名臣 중의 한 사람인 范仲淹이 司諫의 벼슬을 맡았을 때 보낸 편지이다편지의 내용은 앞권 韓愈의 〈爭臣論〉처럼 나라의 올바른 정치를 위하여는 특히 벼슬에 있는 사람들이 공정한 의견을 숨김없이 임금에게 아뢰어야 함을 강조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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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에는 구양수 자신도 諫官이 되어 자기의 이러한 의견을 실천하였다.
또 다른 간관인 蔡襄·余靖과 범중엄·구양수 네 사람을 통칭하여 慶曆四諫官이라 부르며 후인들이 칭송하였다慶曆은 송나라 仁宗의 연호(1041~1048)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