擊蛇笏銘(격사홀명)-石介(석개)
天地至大, 有邪氣干於其間, 爲凶暴, 爲殘賊, 聽其肆行, 如天地卵育之而莫禦也; 人生最靈, 或異類出於其表, 爲妖怪, 爲淫惑, 信其異端, 如人蔽覆之而莫露也.
천지란 지극히 큰데, 그 사이에 사악한 기운이 있어서 흉포한 짓을 하고 남을 해치는 데도, 방자한 행위를 놓아두매 마치 천지가 그것을 양육하며 막지 않는 듯하고, 사람이란 가장 영특한 존재인데, 간혹 특이한 부류가 겉으로 나타나서 妖邪와 怪異를 행하고 음란과 迷惑을 행하는데도 그 기이한 꼬투리를 맡겨두매, 마치 사람들이 그것을 덮어주어 드러나지 않게 하는 듯하다.
▶ 干 : 범하다. 끼다.
▶ 聽其肆行 : 그가 멋대로 행함을 내버려두다.
▶ 爲淫惑 : 음란하고 미혹된 짓을 함.
▶ 信其異端 : 그 기이한 꼬투리를 내버려둠. 그의 이단적인 행동을 버려둠.
▶ 祥符 : 宋나라 眞宗의 연호, 1008~1016.
▶ 寧州 : 지금의 雲南省에 있던, 고을 이름.
▶ 天慶觀 : 도교의 절 이름.
▶ 恭莊肅祗 : 공경스럽고 엄숙하게 절하고 모심.
祥符年, 寧州天慶觀有蛇妖, 極怪異.
祥符 연간(1008~1016)에 寧州의 天慶觀에 뱀으로 인한 요사가 있었는데 매우 괴이하였다.
郡刺史日兩至於其庭朝焉, 人以爲龍, 擧州人內外遠近 岡不駿奔於門以覲, 恭莊肅祗, 無敢怠者.
郡의 刺史는 하루에 두 번이나 그 마당에 찾아가서 뵈었고, 사람들이 용이라고 생각하여, 온 고을 사람들이 내외와 원근에서 모두 그 문으로 달려가 뵙고 공경스럽고 엄숙히 기도함에 감히 게을리하는 자가 없었다.
今龍圖待制孔公, 時佐幕在是邦, 亦隨郡刺史於其庭.
그런데 龍圖待制 孔公이 그때 이 고장에서 자사의 막료로 일하고 있어서 郡의 자사를 따라 천경관 마당에 따라갔다.
▶ 龍圖待制 : 龍圖閣의 直學士 바로 아래의 벼슬자리. 용도각은 송나라 眞宗 때 세워졌고, 임금의 글과 문서 따위를 다루는 곳이었다.
▶ 佐幕 : 그곳 刺史의 막료로 일하고 있음.
公曰:
“明則有禮樂, 幽則有鬼神, 是蛇不以誣乎.
惑吾民, 亂吾俗, 殺無赦.”
공공이 말하였다.
“밝으면 예악이 있게 되고, 어두우면 귀신이 있게 되나니, 이 뱀은 誣陷 때문이 아니겠는가?
우리 백성을 미혹시키고 우리 풍속을 어지럽히고 있으니 용서않고 죽여야만 하겠다.”
以手板擊其首, 遂斃於前, 則蛇無異焉.
手板으로 뱀의 머리를 쳐서 앞에서 죽였으나, 뱀에게 異變이 없었다.
▶ 手板 : 손에 든 판. 곧 笏을 뜻한다. 홀은 옛날 천자로부터 士에 이르기까지 예복을 갖추었을 때 손에 들던 작은 판때기. 신분에 따라 옥·상아·대쪽 등으로 만들어 신분을 나타내고, 또 임금의 명을 적는 등 여러 가지 용도가 있었다
郡刺史曁內外遠近庶民, 昭然若發蒙, 見靑天覩白日.
고을의 자사와 內外遠近의 백성이 몽매에서 환하게 깨어나 靑天과 白日을 보는 듯하였다.
▶ 曁 : ~과, ~ 및, 與의 뜻.
▶ 昭然 : 밝아지는 모양.
▶ 發蒙 : 몽매함으로부터 깨어나.
故不能肆其凶殘而成其妖惑.
그리하여 뱀이 凶殘을 멋대로 하지 못하고 요사와 미혹을 이루지 못하였다.
『易』曰:
“是故知鬼神之情狀.”
公之謂乎.
《易經》에
“이런 까닭에 귀신의 실상을 알게 된다.”
라고 하였는데, 공공을 이름인가?
▶ 易 : 《역경》 계사 상편에 보이는 말임.
夫天地間, 有純剛至正之氣, 或鍾於物, 或鍾於人, 人有死, 物有盡, 此氣不滅烈烈, 彌亘億萬世而長在.
天地間에 순수하고 굳세며 지극히 바른 기운이 있어서 혹은 물건에 뭉쳐져 있기도 하고, 혹은 사람에게 뭉쳐져 있어서, 사람에겐 죽음이 있고 물건에는 다함이 있으나, 이 기운은 멸망하지 않고 맹렬하여 억만 世에 걸쳐 장구히 존재한다.
▶ 純剛至正 : 순수하고 강직하고 지극히 바른 것.
▶ 鍾 : 모이다. 뭉치다.
▶ 彌亘 : 오래도록 이어짐.
在堯時爲指佞草, 在魯爲孔子誅少正卯刃, 在晉在齊爲董ㆍ史筆, 在漢武帝朝爲東方朔戟, 在成帝朝爲朱雲劒, 在東漢爲張綱輪, 在唐爲韓愈「論佛骨表」ㆍ「逐鰐魚文」, 爲段太尉擊朱泚笏, 今爲公擊蛇笏.
堯임금 시대에는 간사한 자를 가리키는 풀이 되었고, 魯에서는 孔子가 少正卯를 베는 칼날이 되었고, 晉와 齊에서는 董狐와 南史氏의 붓이 되었고, 漢武帝의 조정에서는 東方朔의 창이 되었고, 成帝의 조정에서는 朱雲의 칼이 되었고, 東漢에서는 張綱의 수레바퀴가 되었으며, 唐에서는 韓愈의 〈論佛骨表〉와 〈逐魚文〉이 되었고, 段太尉가 朱泚를 쳤던 笏이 되었고, 지금에는 공공이 뱀을 치는 笏이 되었.
▶ 指佞草 : 간사한 자를 지적해 내는 풀. 屈軼이라고도 부르는데, 요임금 때에 있었다고 하나《博物志》, 黃帝 때에 있던 풀이라고도 한다《宋書》符瑞志.
▶ 孔子誅少正卯 : 공자는 55세 때(기원전 497) 魯의 刑政을 관장하는 大司寇가 되었는데, 부임한 지 7일 만에 노의 대부 소정묘를 나라를 어지럽힌다는 죄목으로 죽여 그의 시체를 사흘 동안 저자에 내걸었다. 《史記》孔子世家.
▶ 董史筆 : 晉나라 董狐와 齊나라 南史氏의 史筆. 진나라 靈公 때, 영공이 趙盾을 죽이려 하니 그는 국외로 도망갔는데, 뒤에 趙穿이 영공을 죽이자 조순은 귀국하여 조천을 처벌하지 않았다. 이때 史官인 동호가 '조순이 그의 임금을 죽였다'라고 썼다《左傳》宣公 2년. 또 齊의 권신인 崔杼가 그의 임금을 죽이고 사관에게 그 사실을 기록하지 못하도록 위협하였으나 제의 사관이었던 남사씨는 목숨을 걸고 그 사실을 기록하였다《左傳》襄公 25년. 모두 훌륭한 사관의 본보기로 후세에까지 칭송되고 있다.
▶ 東方朔戟 : 동방삭의 창. 漢武帝 때 董偃이란 천한 출신의 사람이 잘생긴 용모와 여러 가지 놀이재주로 무제의 총애를 받고 있었다. 무제가 궁전에서 竇太后와 잔치를 벌이고 놀며 동언을 부르자, 동방삭은 섬돌 아래 창을 들고 있다가 나와서 동언이 나라의 정치를 어지럽히는 죄목을 하나하나 들며 간하면서 잔치를 그만두게 하였고, 이로 말미암아 동언은 황제의 총애를 차츰 잃어 서른 살에 죽었다 한다.
▶ 朱雲劍 : 주운의 칼. 한나라 成帝 때 張禹가 간사한 짓을 하자 성제에게 칼을 빌어 재상인 장우의 목을 치겠다고 나섰던 사람. 성제는 노하여 그를 죽이려다 결국은 그의 강직함을 알게 되었다.
▶ 張綱輪 : 장강의 수레바퀴. 後漢 順帝 때 환관들이 나라의 정치를 멋대로 주무르고 있었는데, 장강은 御史로서 민정을 살피고 오라는 명을 받았다. 그는 이미 여러 번 환관들의 횡포에 대하여 간했으나 효과가 없던 터라, 자기의 수레바퀴를 땅에 묻고 "승냥이와 이리가 조정에 있는데, 여우와 너구리는 따져 무엇하랴?"라고 하면서 환관인 대장군 梁冀를 탄핵하였다. 다만 양기의 세도는 너무 강하여 임금도 그를 어쩔 수가 없었다.
▶ 韓愈 : 그의 〈논불골표〉는 이단과 불교를 배척한 대표적인 글이며, 〈축악어문〉은 앞에 실려 있다.
▶ 段太尉 : 당나라 때의 段秀實. 德宗 때 司農卿이 되었는데, 朱泚가 모반하려 하자, 그의 얼굴에 침을 뱉고 욕하면서 들고 있던 笏로 그를 쳐서 다치게 하며 반란을 막았다 한다.
故佞人去堯德聰, 少正卯戮孔法擧, 罪趙盾晉人懼, 辟崔子齊刑明, 距董偃折張禹劾梁冀, 漢室乂, 佛老微聖道行, 鰐魚徙潮患息, 朱泚傷唐朝振, 怪蛇死妖氣散.
그 결과, 佞人이 떠나니 요임금의 德政이 밝아졌고, 소정묘를 죽임으로써 공자의 법이 행하여졌고, 趙盾의 죄를 밝히매 진나라 사람이 두려워하였고, 崔杼를 내쳐서 제나라의 刑政이 밝아졌고, 董偃을 막고 張禹을 꺾고 梁冀를 탄핵하여 한나라가 잘 다스려졌고, 불교와 도교가 쇠퇴하자 聖道가 행하여졌고, 악어가 도망가자 潮州의 환난이 종식되었고, 주자가 부상하자 당왕조가 떨쳤고, 괴이한 뱀이 죽자 妖氣가 흩어졌다.
▶ 乂 : 잘 다스려짐.
噫, 天地鍾純剛至正之氣, 在公之笏, 豈徒斃一蛇而已.
아아! 天地가 純剛至正之氣를 모아 공공의 홀에 있으니, 어찌 한갓 한 마리 뱀을 죽이고 말겠는가?
軒陛之下, 有罔上欺民, 先意順旨者, 公以此笏指之, 廟堂之上, 有蔽賢蒙惡, 違法亂紀者, 公以此笏麾之, 朝廷之內, 有諛容佞色, 附邪背正者, 公以此笏擊之.
궁전 섬돌 아래에서 임금과 백성을 속이고 의중을 미리 헤아려 아부하면, 공공은 이 홀로 그를 지적할 터이고, 廟堂 위에서 현자를 가리고 惡者를 덮어주며 법령을 어기고 기강을 어지럽히면, 공공은 이 홀로 그를 물리칠 터이고, 조정 안에 아첨하고 영합하며 사악한 자에 붙어 정도를 저버리면 공공은 이 홀로 그를 칠 터이다.
▶ 軒陛 : 殿陛. 궁전의 섬돌.
▶ 先意順旨 : 부모의 뜻을 미리 알아차리고 그 부모의 속뜻을 따라 효도를 지극히 잘 함. 先意承旨라고도 한다.
훗날 다른 사람의 의중을 미리 헤아려 아부함을 비유하는 말이 되었고 여기서도 그 뜻으로 쓰였다.
▶ 麾 : 휘두르다. 휘둘러 물리치다.
▶ 諛容佞色 : 아첨하는 얼굴과 뜻에 영합하는 얼굴빛.
夫如是, 則軒陛之下不仁者去, 廟堂之上無奸臣, 朝廷之內無佞人, 則笏之功也, 豈止在一蛇.
그렇게 하면 궁전 섬돌 아래에서 不仁者가 떠나고, 묘당 위에는 奸臣이 없고, 조정 안에는 간사한 위인이 없게 될 터이매, 홀의 공덕이다. 어찌 한 마리 뱀에 그치겠는가?
公以笏爲任, 笏得公而用, 公方爲朝廷正人, 笏方爲公之良器.
공공은 이 홀로써 책임을 수행하고, 홀은 공공을 만나 쓰여서, 공공은 지금 조정의 올바른 사람이 되었고, 홀은 지금 공공의 훌륭한 연모가 되었다.
敢稱德于公, 作笏銘
감히 공공에게 덕성을 찬양하며 〈笏銘〉을 짓는 바이다.
曰:
“至正之氣, 天地則有, 笏爲靈物, 笏乃能受.
笏之爲物, 純剛正直, 公惟正人, 公乃能得.
笏之在公, 能破淫妖, 公之在朝, 讒人乃消.
靈氣未竭, 斯笏不折, 正道未亡, 斯笏不藏.
惟公寶之, 烈烈其光.”
지극히 바른 기운 天地에 있는데, 홀은 신령스런 물건이라 홀이 그것을 받았네.
홀이란 물건이 순수하고 강직하며 바르고 곧은데, 공공은 正人이라 공이 얻을 수 있었네.
홀은 公所에서 음란과 요사를 깨뜨리고 공공은 조정에서 참소하는 자를 없애시네.
靈氣가 다하지 않는다면 이 홀 부러지지 않을 터이고, 正道가 없어지지 않는다면 이 홀 묻히지 않으리라.
오직 공공이 보배로 여겼나니, 맹렬히 불빛 발하라.
▶ 烈烈 : 불꽃이 타오르는 모양.
해설
이 글은 송나라 초기의 성리학자인 석개가 쓴 글로, 당시의 龍圖待制였던 孔道輔가 寧州刺史의 막료로 있을 적에 자신의 笏로 요사스런 뱀을 쳐 죽임으로써 미신과 이단을 깨치고 올바른 도를 밝혔던 일을 기린 글이다.
銘이란 돌 따위에 새기는 글이니, 뱀을 쳐 죽인 공도보의 홀의 덕을 기리는 글을 새겨놓음으로써 사람들에게 교훈을 주려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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