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文眞寶(고문진보)

後集69-岳陽樓記(악양루기)-范仲淹(범중엄)

耽古樓主 2024. 3. 31. 14:52

古文眞寶(고문진보)

岳陽樓記(악양루기)-范仲淹(범중엄)

 

 

慶曆四年春, 滕子京謫守巴陵郡, 越明年, 政通人和, 百廢具興.
慶曆 4년 봄, 滕子京이 유배되어 巴陵郡의 태수가 되었고, 이듬해가 되자 정치가 잘 행해져 인심이 화합하고, 온갖 폐단을 모두 다스렸다.
慶曆 : 나라 仁宗의 연호
滕子京 : 河南 사람으로, 이름은 宗諒, 자를 子京이라 한다. 범중엄과 같은 해의 進士. 公錢을 낭비한 혐의로 탄핵을 받았는데, 범중엄의 적극적인 변호로 큰 화는 면하고 관직을 낮추어 멀리 虢州知事로 갔다가 후에 岳州 巴陵郡의 태수가 되었다.
: 죄를 입어 귀양을 감.
巴陵郡 : 湖南省 岳州를 가리킴.
政通人和 : 정치가 올바르게 행해지고 인심이 화합함.
百廢俱興 : 피폐해졌던 많은 일을 다스림. 에는 다스리다의 뜻이 있다

乃重修岳陽樓, 增其舊制, 刻唐賢今人詩賦于其上, 屬予作文以記之.
이에 岳陽樓를 重修하였는데, 옛 규모를 늘리고 唐代의 賢者와 今人의 詩賦를 거기에 새기고, 나에게 부탁하기를 글을 지어 그 일을 기록하라고 하였다.

予觀夫巴陵勝狀, 在洞庭一湖, 銜遠山, 呑長江, 浩浩蕩蕩, 橫無際涯. 朝暉夕陰, 氣象萬千, 此則岳陽樓之大觀也, 前人之述備矣.
내가 보기에, 파릉의 뛰어난 경치는 오로지 洞庭湖 하나에 있으니, 먼 산을 머금고 長江을 삼켜 넓고 물결이 넘실거리며, 너비에 끝이 없으며, 아침 햇살이나 저녁 어스름에 기상이 천태만상으로 변화하니, 이것이 악양루의 위대한 경관으로서, 옛사람의 기술이 구비되어 있다.
勝狀 : 뛰어난 경치.
銜遠山 : 멀리 있는 산을 입에 문다는 뜻. 멀리 산을 끼고 호수가 펼쳐져 있는 모양.
吞長江 : 양자강을 삼킴. 양자강의 물이 洞庭湖로 흘러듦을 묘사한 것.
浩浩湯湯(호호상상) : 한없이 넓고도 큰 물이 넘실거림. 浩浩는 물이 넓고 큰 모양, 湯湯蕩蕩과 같은 뜻으로 물이 성하게 넘실거리는 모양.
: 악양루에서 보아 남북쪽, 동서를 이라 하고 남북을 이라 한다.
際涯 : .
朝暉夕陰 : 아침 햇빛과 저녁 구름.
前人之述備矣 : 악양루의 경치에 대하여 전대의 사람들이 남김없이 시문에 담아 표현하였음. 의 뜻.

然則北通巫峽, 南極瀟湘, 遷客騷人, 多會于此, 覽物之情, 得無異乎.
그리하여 북으로 巫峽에 통하고 남으로 瀟水와 湘水까지 이르매, 예부터 유배된 사람이나 시인이 이곳에 많이 모여들었으니, 景物을 보는 정회가 각기 다르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巫峽 : 湖北省 巴東縣의 서쪽에 있는 협곡. 兩岸이 절벽으로 된 아주 험준한 곳이다.
瀟湘 : 동정호 남쪽에 있는 瀟水湘水. 그 부근에는 瀟湘八景이 있어 절경을 이룬다.
遷客騷人 : 遷客은 죄를 입어 유배된 사람, 騷人은 우수에 젖은 시인.

若夫霪雨霏霏, 連月不開. 陰風怒號, 濁浪排空, 日星隱曜, 山岳潛形, 商旅不行, 檣傾楫摧, 薄暮冥冥, 虎嘯猿啼.
만약 장맛비가 계속 내려 몇 달이고 개지 않으면, 음산한 바람이 성난 듯 불어와서 흙탕물 파도가 하늘에 치솟아서, 해와 별이 빛을 감추고, 산악이 모습을 숨기며, 상인과 나그네의 발길이 끊어지고, 돛대가 기울고 櫓가 부러지며, 薄暮에 컴컴하면 호랑이가 으르릉거리며 원숭이가 울부짖는다.
霪雨霏霏 : 장맛비가 몹시 쏟아짐. 霪雨는 장맛비로 10일 이상 계속 내리는 비. 霏霏는 비나 눈이 많이 오는 모양.
陰風 : 음산한 바람.
隱曜 : 빛을 감춤.
潛形 : 모습을 감춤.
檣傾楫推 : 돛대는 기울고 노는 부러짐.
薄暮 : 땅거미질 무렵. 어둘녘.
虎嘯猿啼 : 호랑이 울부짖고 원숭이 울어댐.

登斯樓也, 則有去國懷鄕, 憂讒畏譏, 滿目蕭然, 感極而悲者矣.
이때 이 누각에 오르면, 國都를 떠나 고향을 그리고, 참소와 비방을 걱정하고 두려워하여, 눈에 가득 쓸쓸하여, 감정이 지극하여 슬픔을 가지게 된다.
憂讒畏譏 : 참소당함을 걱정하고 비난받을 두려워함. 은 있지도 않은 일을 꾸며내어 헐뜯음. 는 나무람.
滿目蕭然 : 눈에 보이는 것마다 모두가 쓸쓸하게 여겨짐.
感極而悲者 : 감정이 극에 달하여 슬퍼짐.

至若春和景明, 波瀾不驚, 上下天光, 一碧萬頃.
봄기운이 온화하고 경치가 청명하며 파도가 잔잔할 때면, 상하가 하늘빛으로 한가지로 푸르게 萬頃을 이룬다.
至若 : 만약 ~에 이르러서는. 至於와 같다
上下天光 : 위도 아래도 하늘빛. 위의 하늘이 아래 호수에 비쳐 분별하기 어려운 상태를 뜻함.
一碧萬頃 : 萬頃이 오직 푸른빛 일색임. 만경은 백만 이랑. 넓은 호수를 말함.

沙鷗翔集, 錦鱗游泳, 岸芷汀蘭, 郁郁靑靑. 而或長煙一空, 皓月千里.
물가의 갈매기 날아들고 비단물고기가 헤엄쳐 다니며, 언덕 위에 궁궁이풀 물가에는 난초가 푸릇푸릇 향기로우며, 때로는 긴 연무가 하늘 가득하고, 하얀 달빛이 천 리를 비춘다.
: 물가
() : 어수리, 궁궁이풀. 미나리과에 속하는 향초.
郁郁(욱욱) : 향기가 짙은 것을 형용하는 말.
長煙一空 : 하늘에 안개가 길게 드리워 있음.

浮光躍金, 靜影沈璧.
떠 있는 달빛은 올라오는 황금이요, 고요한 달그림자는 가라앉은 구슬이다.
浮光躍金 : 떠 있는 달빛은 떠오르는 황금이다. 詩的 表現.
靜影沈璧 : 고요한 그림자는 가라앉은 구슬이다. 詩的 表現.

漁歌互答, 此樂何極.
뱃노래 서로 답하니 이 즐거움 어찌 다하겠는가?

登斯樓也, 則有心曠神怡, 寵辱俱忘, 把酒臨風, 其喜洋洋者矣.
이때 이 누각에 오르면 마음이 넓어지고 정신이 편안해져서 寵辱을 모두 잊고 술잔을 들고서 바람을 쐬어, 그 기쁨이 크고 큼을 가지게 된다.
心曠神怡 : 마음속이 활짝 열리는 듯하고 정신이 즐거운 것.
寵辱 : 임금에게서 받은 총애와 치욕.

嗟夫, 予嘗求古仁之心, 或異二者之爲何哉.
아아! 나는 옛 어진 사람의 마음을 찾으려 한 적이 있는데, 아마도 앞의 두 가지와는 다른 듯하니 무엇 때문일까?
嗟夫 : ! 감탄사
不以物喜 : 景物을 보고 그것에 의하여 기뻐하지 않다.
不以己悲 : 자기 자신의 개인적인 일로 슬퍼하지 않다.

不以物喜, 不以己悲, 居廟堂之高則憂其民, 處江湖之遠則憂其君, 是進亦憂退亦憂, 然則何時而樂耶.
그들은 外物 때문에 기뻐하지 않고 개인적인 일로 슬퍼하지 않으매, 조정의 고위직에 있으면 백성을 걱정하고 江湖 멀리 거처하면 임금을 걱정하므로, 나아가서도 걱정 물러나서도 걱정할 뿐, 언제 즐거웠겠는가?
廟堂 : 조정.
江湖 : 隱者가 거처하는 곳. 전하여 민간, 세간이라는 뜻.

其必曰:
“先天下之憂而憂, 後天下之樂而樂歟.”
그들은 항상 말한다.
“천하인이 근심하기에 앞서서 근심하고, 천하인이 즐거워한 후에 즐긴다.”
先天下之憂而憂後天下之樂而樂 : 천하의 근심할 일은 제일 먼저 걱정하고, 천하의 즐거운 일은 가장 나중에 즐거워함.

噫, 微斯人, 吾誰與歸.
아아! 그런 이들이 없었다면 나는 누구를 의지하겠는가!
斯人 : 옛 어진 사람을 가리킨다.
吾誰與歸 : 내 누구와 더불어 돌아가리? 내가 누구를 본받고 의지하겠는가?

 

 

 해설


岳陽樓는 湖南省 악양현에 있는 누각으로, 중국 최대의 絶勝地인 洞庭湖를 한눈에 내려다보는 곳에 위치하고 있다. 누가 세웠는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唐 開元 4년 중서령 張說이 이곳 태수로 부임해 와서 날마다 才子와 이 누각에 올라 시를 읊었다고 한다.

滕子京이 慶曆 5년에 이것을 수리하였고 범중엄이 이 글을 지었으며, 蘇舜欽이 그 글을 쓰고, 邵疎가 篆額을 썼다. 당시 사람들이 이들 네 사람의 문장가와 명필이 쓴 작품을 칭송하여 四絶이라 불렀다 한다.

이 글은 樓上에서 바라다보이는 풍경을 기술하고서, 그것을 보는 사람의 마음이 쓸쓸하고 즐거운 것은 그 사람이 처해진 상황에 의한 것이라 서술한 다음 '不以物喜, 不以已悲, 先天下之憂 後天下之樂而樂'이라 하여, 군자된 자의 마음가짐을 밝히고 있다.

 

迂齋曰:
우재가 말했다.

“首尾布置與中間狀物之妙不可及已.
“首尾의 배치와 중간에 사물을 형상한 오묘함은 도달할 수가 없다.

然最妙處在臨了斷遣一轉語乃知此老胸襟宇量直與岳陽ㆍ洞庭同其廣大.
그러나 가장 오묘한 곳은 끝에 다다라서 한번 말을 전환했으니이것으로 노인의 흉금과 도량이 곧바로 악양루와 동정호와 함께 광대한 줄을 알겠다.

范仲淹字希文官至參政.
범중엄은 자가 희문이고 관직은 參知政事에 이르렀다.

與杜祁公衍ㆍ富鄭公弼ㆍ韓魏公琦齊名號杜富韓范宋之名臣也.
기공 두연과 정공 부필과 위공 한기와 명성을 나란히 하여 杜富韓范이라 불렸으니 송나라의 이름난 신하다.

德行文章政事功業兼有之.
덕행과 문장과 정사와 공업을 겸하여 지녔다,

公自爲布衣時已有經濟天下之大志常誦言曰:
‘士當先天下之憂而憂後天下之樂而樂’
공은 벼슬에 나가기 전부터 이미 천하를 경영하려는 큰 뜻을 소유하여항상 암송하였다.
‘선비란 응당 천하가 근심하기에 앞서 근심하고 천하가 즐거워한 후에 즐거워한다.’

此其素所蘊也.
이것이 평소의 素養이었다.

此篇爲滕宗諒作末段寫其素志妙甚.
이 작품은 등종량을 위해 지었으되끝부분에 평소의 뜻을 묘사한 것이 매우 오묘하다.

然前面分兩柱對說排比偶儷前輩謂傳奇體耳.
그러나 앞부분은 두 기둥에 나누어 견주어 배열하고 짝을 이뤘으니 선배들이 ‘傳奇體’라 했었다.

此乃宋初以來文體如此直待歐尹出而五代偶儷之體始變云.”
이에 송나라 초기 이래 문체가 이와 같아졌다가겨우 구양공이 나와서야 오대시대 변려의 문체가 비로소 변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