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文眞寶(고문진보)

後集67-黃州竹樓記(황주죽루기)-王禹偁(왕우칭)

耽古樓主 2024. 3. 31. 07:19

古文眞寶(고문진보)

黃州竹樓記(황주죽루기)-王禹偁(왕우칭)

 

 

黃岡之地多竹, 大者如椽.

黃岡지방에는 대나무가 많은데, 큰 것은 서까래만 하다.

 

竹工破之, 刳去其節, 用代陶瓦, 比屋皆然, 以其價廉而工省也.

竹工이 대나무를 쪼개고 그 마디를 긁어내어 기와 대신으로 쓰는데, 집집마다 모두 그러함은 그것이 값싸고 일하는 품이 절약되기 때문이다.

 

子城西北隅, 雉堞圮毁, 蓁莽荒穢, 因作小樓二間, 與月波樓通.

子城의 서북쪽 구석에 성 위의 벽이 허물어져 잡초가 우거져 황량하매 작은 樓臺 2간을 짓고 月波樓와 통하게 하였다.

黃岡 : 대나무로 유명한 湖北 黃州이름.

: 서까래.

刳去其節(고거기절) : 마디를 긁어냄.

陶瓦 : 오지기와.

比屋 : 집집마다. : 연이어

價廉 : 비용이 적게 듦.

工省 : 功力이 적게 듦.

子城 : 黃州府本城에 딸린 작은 성.

雉堞(치첩) : 성 위에 나지막하게 쌓은 담.

圮毁(비훼) : 허물어져 훼손됨.

蓁莽(진망) : 초목이 무성함.

荒穢 : 황량하고 잡초가 무성함.

月波樓 : 황주부의 군청 뒤에 있는 누각.

 

遠呑山光, 平挹江瀨. 幽闃遼夐, 不可具狀.

멀리는 산빛을 삼키고, 평평하여 강물을 손으로 뜰 듯한데, 그 그윽하고 고요하며 멀고 아득함을 일일이 형용할 수 없다.

() : 손으로 물을 뜸.

江瀨(강뢰) : 강여울.

幽関(유격) : 그윽하고 고요함.

遼夐(요형) : 멀고 아득함.

 

夏宜急雨, 有瀑布聲, 冬宜密雪, 有碎玉聲.

여름에는 소나기가 좋아서 폭포수 소리가 있고, 겨울이면 함박눈이 좋아서 옥을 부수는 소리가 난다.

: 形便이 좋다, 사정이 좋다. 아름답다, 선미하다.

急雨 : 갑자기 쏟아지는 소나기.

密雪 : 가루눈, 함박눈.

 

宜鼓琴, 琴調和暢, 宜詠詩, 詩韻淸絶, 宜圍棋, 子聲丁丁然, 宜投壺, 矢聲錚錚然, 皆竹樓之所助也.

琴을 타기에도 좋아서 그 가락이 맑고 부드러우며, 시를 읊기에도 좋아서 시의 운치 비할 바 없이 맑고, 또 바둑 두기에도 좋아서 바둑돌 놓는 소리가 땅땅하고 울리고, 投壺에도 좋아서 화살소리가 쩡쩡하고 울리니, 모두 竹樓의 도움이다.

圍棋 : 바둑.

子聲 : 바둑돌을 바둑판에 놓는 소리.

丁丁然 : 원래는 벌목할 때 산에 울려퍼지는 소리를 형용하는 말인데, 여기서는 바둑둘 때 바둑돌 소리가 크게 울림을 뜻한다.

投壺 : 어느 정도 떨어진 곳에 항아리를 놓고 거기에 화살을 던져넣어 승부를 가리는 놀이.

錚錚(쟁쟁) : 쇳소리가 맑게 울림을 형용, 항아리에 들어가는 화살소리를 가리킴.

 

公退之暇, 披鶴氅衣, 戴華陽巾, 手執『周易』一卷, 焚香黙坐, 消遣世慮.

관청에서 퇴청한 여가에 鶴氅衣를 걸치고 華陽巾을 쓰고, 손에는 《周易》 한 권을 들고 향을 태우며 조용히 앉아서 세상의 근심을 解消한다.

公退之暇 : 하루의 업무를 끝내고 퇴청한 뒤의 여가.

鶴氅衣(학창의) : 학의 깃털로 짠 옷으로 仙人이 입는 옷. 은 새의 깃털,

華陽巾 : 隱者가 쓰는 두건, 陶弘景華山 남쪽 기슭에 은거하면서 항상 이 두건을 쓰고 다녔다.

消遣 : 없애버림. 근심걱정 따위를 떨쳐버림.

 

江山之外, 第見風帆沙鳥, 煙雲竹樹而已.

江山 저편으로 다만 바람을 안은 돛단배, 모래톱의 물새, 煙靄와 雲霧, 대나무가 일 뿐이다.

 

待其酒力醒, 茶煙歇, 送夕陽, 迎素月, 亦謫居之勝槪也.

술기운이 가시고 차 연기가 그치기를 기다리며, 석양을 보내고 흰 달을 맞으니 또한 귀양살이의 뛰어난 풍경이다.

茶煙 : 차 끓이는 연기.

: 그침.

素月 : 희게 빛나는 달.

謫居 : 귀양살이.

勝概 : 훌륭한 흥취.

 

彼齊雲落星, 高則高矣, 井幹麗譙, 華則華矣, 止于貯妓女, 藏歌舞, 非騷人之事, 吾所不取.

저 齊雲樓나 落星樓는 높기는 높고, 井幹樓나 麗譙樓는 화려하기는 화려하나, 기녀와 가무를 저장하였을 뿐이매, 시인의 일이 아니므로 내 취하는 바가 아니다.

齊雲 : 누각의 이름. 五代 韓浦가 지은 것이라 하는데, 하도 높아 구름과 높이를 같이할 정도라 하여 齊雲이라 이름하였다.

落星 : 누각의 이름. 孫權이 지은 것으로 流星이 가까이에 떨어질 만큼 높다 하여 落星이라 이름한 것이다.

井幹 : 누각 이름. 漢 武帝가 지은 것으로, 井字 모양으로 나무를 쌓아 올려 지었다 하여 井幹이라 이름한 것이다.

麗譙 : 武帝 曹操가 지은 것. 는 성문 위에 있는 망루.

騷人 : 시인 또는 우수에 젖은 사람. 屈原離騷를 지은 다음부터는 은둔 시인을 뜻하게 되었다.

所不取 : 취할 바가 아님.

 

吾聞竹工, 云:

“竹之爲瓦僅十稔, 若重覆之, 得二十稔.”

나는 竹工에게 들었다.

“대나무를 기와로 만들면 겨우 10년 가지만 만약 겹으로 덮으면 20년 갈 수 있습니다.”

重覆 : 거듭 덮음. 대나무기와를 두 벌로 덮다. 은 엎어지다의 뜻일 때는 ''으로, 덮개를 덮다의 뜻일 때에는 ''로 읽는다.

 

噫! 吾以至道乙未歲, 自翰林出滁上, 丙申移廣陵, 丁酉又入西掖, 戊戌歲除日, 有齊安之命, 己亥閏三月到郡, 四年之間, 奔走不暇.

아! 나는 至道 乙未년에 한림원에서 滁州知事로 나갔다가 丙申년에 광릉자사로 옮겨가고, 丁酉년에 다시 中書省에 들어갔다가 戊戌년의 섣달 그믐날에 齊安으로 가라는 勅命을 받았으며, 己亥년의 윤삼월에 이 군에 왔으매, 4년 동안 분주하여 여가가 없었다.

至道 : 나라 太宗의 연호.

翰林 : 翰林學士의 관청인 翰林院.

滁上(저상) : 滁水 . 滁州를 뜻함.

廣陵 : 揚州廣陵.

西掖 : 은 곁에 있음. 겨드랑이. 궁정 곁의 掖庭이라고 한다. 서액은 中書省으로 詔勅을 기초하는 관청.

除日 : 섣달 그믐날

 

未知明年, 又在何處, 豈懼竹樓之易朽乎.

내년에 또 어디에 있을지 알지 못하니 어찌 죽루가 쉬이 썩음을 두려워하랴?

 

後之人與我同志, 嗣而葺之, 庶斯樓之不朽也.

후인이 나와 뜻을 같이하여, 계속하여 지붕을 이면 아마도 이 죽루가 썩지 않을 터이다.

: 지붕을 임.

 

咸平二年八月十五日記.

咸平 2년 8월 15일 쓰다.

 

 

 

 해설

 

이 글은 왕우칭이 죄를 지어 湖北省의 黃州로 유배되어 그곳 태수로 있을 때, 황주의 名産인 큰 대나무를 베어다가 기와 대신 그것으로 지붕을 덮은 樓를 만든 후 쓴 것이다.

 

竹樓 주변 사계절의 즐거움을 각각 죽루에서 들을 수 있는 소리를 중심으로 하여 이야기하고, 또 그곳에서의 雅趣와 아름다운 주변 풍경을 묘사하면서, 세상일에 초연한 맑고 깨끗한 풍정을 잘 나타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