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文眞寶(고문진보)

後集68-嚴先生祠堂記(엄선생사당기)-范仲淹(범중엄)

耽古樓主 2024. 3. 31. 14:48

古文眞寶(고문진보)

嚴先生祠堂記(엄선생사당기)-范仲淹(범중엄)

 

先生漢光武之故人也, 相尙以道.
선생은 漢나라 武帝의 친구로서 서로 道義로써 존경하였다.
故人 : 옛 친구.
相尙以道 : 서로가 올바른 道義로써 존경함.

及帝握赤符, 乘六龍, 得聖人之時, 臣妾億兆, 天下孰加焉.
황제가 赤符를 장악하고, 여섯 마리의 용을 타고, 聖人이 될 때를 얻고, 억조창생을 臣妾으로 삼게 되니, 천하에 무엇을 더하겠는가?
赤符 : 赤伏符. 는 예언서. 符書. 은 불[]의 빛깔. 오행설에 의해 왕조는 의 덕으로 일어났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에 을 존중한다. 옛 기록에 보면 彊華라는 유생이 훗날 후한의 광무제인 劉秀에게 적복부를 올렸다. 그것은 유수가 의 제위에 오르리라는 예언서였다.
乘六龍 : 천자의 수레는 여섯 마리의 용이 이끈다고 한다. 말의 키가 6척이 넘을 용이라고 한다는 설도 있고 또 왕의 상징이 용이므로 상징적인 표현이라고도 한다.
得聖人之時 : 성인이 되어야 할 때를 얻음.
臣妾 : 은 신하. 은 계집종. 남자는 신하로, 여자는 계집종으로 부린다는 뜻. 황제가 되어 천하 백성을 다스림.
億兆 : 億兆蒼生. 천하 백성을 총칭한 것.
孰加焉 : 누가 이보다 더할 수 있겠는가? 무엇을 거기에 더하겠는가?

惟先生以節高之.
오직 선생만은 절개로써 자신을 높였다.
以節高之 : 절조를 지켜 자신을 고상하게 만들다.

旣而動星象, 歸江湖. 得聖人之淸, 泥塗軒冕, 天下孰加焉.
별자리의 모양을 움직여 놓고 강호로 돌아와 성인의 淸靜을 얻어서, 大官의 수레나 冕旒冠을 진흙처럼 여겼으니, 천하에 누가 이보다 고고하겠는가?
動星象 : 嚴光光武帝가 황위에 오르자, 이름을 바꾸고 세상에서 자취를 감추었으나 광무제가 기어코 에서 찾아내었다. 광무제가 궁중에 머물게 하여 잠자리를 함께하며 그에게 벼슬하라고 권하였다. 밤에 함께 잠을 자는데 엄광이 일부러 그의 발을 황제의 배 위에 얹어 황제가 자신을 싫어하게 만들려고 했으나 황제는 개의치 않았다. 다음날 天文을 맡은 太史가 황급히 황제에게 上奏하기를 "지난 밤에 天象을 보았더니한 개의 客星이 북극성의 를 범하였으니 큰일났습니다."라고 하였다. 북극성좌는 바로 황제의 좌이다. 이에 광무제는 웃으면서, "나는 친구인 子陵과 함께 잤을 뿐이야."라고 대답하였다. 동성상은 바로 그 故事를 말한다.
歸江湖 : 강호는 지방의 총칭. 嚴光浙江 富春山으로 들어갔다.
泥塗 : 진흙. 가벼이 여긴다는 뜻.
軒冕 : 은 대부가 타는 수레, 은 대부 이상의 존귀한 사람이 쓰는 관, 높은 벼슬하는 것을 뜻한다.

惟光武以禮下之.
광무제만은 예의로써 자신을 낮추었다.
以禮下之 : 예우하여 자기를 상대방보다 낮춤.

在蠱之上九, ‘衆方有爲, 而獨不事王侯, 高尙其事.’ 先生以之.
《易經》의 蠱卦 上九에는 ‘대중이 뜻있는 일을 하고 있을 때, 홀로 왕후에 종사하지 않고 자기의 일을 고결하게 한다.’라고 하였는데, 선생께선 그 말을 실천하셨다.
蠱之上九 : 易經蠱卦 上九爻辭에는 '왕후에 종사하지 않고, 자신의 일을 고결하게 한다[不事王侯, 高尙其事]'라고 되어 있다. 이 구절 위의 衆方有爲는 상구의 효사는 아니나, 부연 강조하여 문맥을 잇기 위한 문구이다.

在屯之初九, ‘陽德方亨, 而能以貴下賤, 大得民也.’ 光武以之.
《역경》 屯卦의 初九엔 ‘밝은 덕이 마침 형통할 때, 귀한 몸으로 卑賤에 자신을 낮출 수 있으면 크게 민심을 얻는다.’라고 하였는데 광무제는 그 말을 실천하셨다.
屯之初九 : 역경屯卦 初九의 효사에는 '귀함으로써 비천함에 겸양하니, 민심을 크게 얻는다 [以貴下賤, 大得民也]’라고 되어 있다.
陽德方亨 : 밝은 덕이 통함. 앞의 효사와 문맥을 짓기 위한 문구.
: 도량.

蓋先生之心出乎日月之上, 光武之量包乎天地之外.
선생의 마음은 日月의 위에 나타나고, 광무제의 도량은 천지의 바깥까지 감싸 안았다.

微先生, 不能成光武之大.
선생이 아니라면 광무제의 위대함을 이룰 수 없었을 터이다.

微光武, 豈能遂先生之高哉.
광무제가 아니라면 선생의 고결함을 어떻게 이룩하였겠는가?

而使貪夫廉, 懦夫立, 是大有功於名敎也.
탐욕스러운 사람을 廉潔하게 하고 나약한 사람을 일으켜 세워주니, 명분과 교화에 커다란 공로가 된다.
貪夫 : 욕심이 많은 사람.
懦夫 : 나약하고 겁이 많은 사람.
名敎 : 명분과 교화.

仲淹來守是邦, 始構堂而奠焉, 乃復其爲後者四家, 以奉祠事.
나 仲淹이 이곳(嚴州)의 태수로 와서, 비로소 사당을 짓고 제사를 지내고, 선생의 후예인 4家門의 조세를 면제함으로써 선생의 제사를 받들도록 하였다.
: 죽은 사람의 영전에 제물을 바치고 제사 지내는 일.
: 조세를 면제해 줌.

又從而歌曰:
“雲山蒼蒼, 江水泱泱.
先生之風, 山高水長.”
또 이에 따라 노래를 지었다.
“구름 위에 솟은 산 푸르고 강물은 깊고 넓네.
선생의 德風은 산같이 높고 물처럼 장구하네.”
蒼蒼 : 짙게 푸름.
泱泱 : 물이 깊고 넓은 모양.
先生之風 : 선생의 德風. 원래 이 문구는 先生之德이었는데, 덕보다는 이 좋겠다는 친구 李泰伯의 의견을 쾌히 받아들여 고친 것이라고 한다.

 

 

 

 해설


범중엄이 浙江의 嚴州 태수였을 때, 嚴光의 사당을 짓고, 그 후손을 불러 제사를 지내도록 하였는데, 그때 이 글을 썼다.

엄광은 절강성 餘抗縣 사람으로 자는 子陵이다. 後漢 光武帝 劉秀와 동문수학한 사이였는데 유수가 제위에 오르자, 엄광은 이름을 바꾸고 몸을 숨겼다. 광무제는 齊에서 羊皮를 입고 낚시질하는 그를 찾아내어 벼슬자리를 주어서 궁중에 머무르게 하려고 하였으나, 끝내 황제의 간곡한 권유를 마다하고 절강의 富春山으로 돌아가서 밭갈고 낚시질하며 살았다. 이 글은 엄광의 고결한 덕을 기리기 위해 지은 것이다.

迂齋云:
우재가 말했다.

“字少詞嚴筆力老健.
“글자는 적지만 말은 엄정하며 필력이 노련하고 굳세다.

嚴光字子陵少與光武同學光武旣卽位避之釣于富春山中.
엄광의 자는 자릉인데 어려서 광무제와 동문수학하였고광무제가 즉위하고 나자 도망가서 부춘산에서 낚시질했다.

物色召之至卒不仕事見『後漢書』.
물색하여 그를 불러 왔으나 끝내 벼슬하지 않았으니이 일은 『후한서』에 보인다.

富春山中卽今嚴州桐廬縣之釣臺也.
부춘산 속이란 곧 지금의 엄주 동려현의 釣臺이다.

嚴州舊爲睦州後改爲嚴亦取嚴光所隱之義.
엄주는 예전엔 목주였는데 훗날에 고쳐 엄주가 되었으니또한 엄광이 은둔한 뜻을 취한 것이다.

范文正守嚴州首爲祠堂祠之首爲祠堂祠之擧千載之欠事唱萬世之靑風至今范公附祀嚴祠焉.
문정 范仲淹이 엄주를 맡았을 때 처음으로 사당을 짓고 그를 제사 지내어천년 동안 缺如한 일을 거행하고 만세의 맑은 풍조를 부르짖었으니지금까지 범문정은 嚴祠에 附祀되고 있다.
▶ 附祀配享

此篇辭甚簡嚴義甚宏闊天下之至文也.
이 글은 말이 매우 간단하고 엄하며 뜻이 매우 굉장하고 드넓으니 천하의 지극한 문장이다.

非嚴先生之事不能稱此文非范文正之文不能記此事.”
엄선생의 일이 아니면 이 글에 걸맞지 않고범문정의 문장이 아니면 이 일을 기록할 수 없다.”

『容齋隨筆』載
『용재수필』에 실려 있다.

“范公旣爲此文以示南豊李太白李讀之歎味不已起言曰:
범문공이 이 글을 짓고 나서 남풍의 李太白(李覯)에게 보이자이구가 읽고 歎賞하길 그치지 않다가 말했다.

‘公文一出必將名世妄意輒易一字以成盛美.’
‘공의 문장이 한 번 나오면 틀림없이 세상에 유명하리니망령된 뜻으로 즉각 한 글자를 바꿔 성대한 아름다움을 이루려 하네.’

公瞿然握手扣之答曰:
공은 놀라 손을 쥐고 두드리니, (이구가답하였다.

‘雲山江水之語於義甚大於辭甚悽而德字承之乃似趢趚.
‘雲山江水란 말이 뜻에 있어 매우 크고 말에 있어 심히 서글픈데德자로 이었으니 협소한 듯하네.

擬換作風字如何?’
風자로 바꾸는 건 어떻겠는가?’

公凝坐頷首殆欲下拜.”
공은 굳은 채 앉아 머리를 끄덕이며내려가 절하려 하였다.”
▶ 殆 : 1.거의대개(大槪대부분) 2.장차(將次) 3.반드시마땅히

按風字萬倍情神.
살펴보건대 風자는 정신의 만배나 된다.

孟子論伯夷ㆍ下惠皆以風言太史公亦云:
‘觀夫子遺風.’
맹자가 백이와 유하혜를 논함에 모두 風이라 말했고태사공 또한 말하였다.
‘夫子의 遺風을 본다’

風字不可易也范公偶初未之及耳.
風자는 빠뜨려선 안 될 것인데도범문공이 처음에 우연히 거기에 미치지 못하였을 뿐이다.
▶ 易 생략하다(省略--), 간략(簡略)하게 하다.

世有剽竊聞此而不審者乃謂:
세상에 표절하여 이 말을 들었으나 깊이 살피지 못한 사람들이 말하였다.

‘公初作德字恍惚間見一道人今改作風字.’
공은 애초에 德자로 지었으나황홀한 가운데 道士가 나타나서 風자로 고쳤다.’

似若傅會於子陵之神者好怪可哂也.
자릉 엄광의 정신에 牽强附會하려 한 듯하매好怪를 비웃을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