梓人傳(재인전)-柳宗元(유종원)
裵封叔之第在光德里, 有梓人款其門, 願傭隙宇而處焉.
裴封叔의 집은 光德里에 있었는데, 목수가 그 집 문을 두드리더니 품삯으로 빈방을 빌려 거처하기를 청하였다.
▶ 裵封叔 : 유종원의 妹夫로 이름은 瑾이다.
▶ 第 : 주택.
▶ 光德里 : 唐의 수도인 長安의 동리 이름.
▶ 梓人 : 《周禮》 考工記에 보면 '나무를 다스리는 工人은 대개 일곱 종류로 나뉘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梓人으로 주로 가래나무를 가지고 악기나 식기 또는 射侯 따위를 만든다.'라고 했는데 본문에서 말하는 재인은 오늘의 건축기사 정도로 볼 수 있겠으나 여기서는 편의상 '목수'로 풀이하였다.
▶ 款 : ‘欽’으로도 쓰며 문을 두드림.
▶ 傭 : 남에게 고용되어 품삯을 받음.
▶ 隙宇 : 빈 방. 傭隙宇는 자신의 품삯으로 빈방을 임차함을 말한다.
所職尋引規矩繩墨, 家不居礱斲之器.
짧은 자와 긴 자, 그림쇠와 曲尺, 먹줄과 먹통을 다루는 직업으로서, 그의 집에는 갈고 쪼개는 공구가 없었다.
▶ 尋引 : ‘八尺曰尋, 十丈曰引’ 각각 짧은 자와 긴 자를 말한다.
▶ 規矩 : 規는 원을 그리는 데 쓰이는 자. 矩는 正方形을 그리는 데 쓰이는 曲尺.
▶ 繩墨 : 繩은 먹줄. 墨은 먹통.
▶ 居 : ‘存’과 같은 뜻.
▶ 礱斲(농착) : 갈고 쪼갬. '之器'란 목공들이 흔히 사용하는 도끼나 톱 등의 공구를 말한다.
問其能曰:
그가 잘하는 일을 묻자 말하였다.
“吾善度材, 視棟宇之制, 高深圓方短長之宜, 吾指使而群工役焉, 捨我衆莫能就一宇.
“저는 목재를 잘 판단하매, 집의 규격을 보면 高低·圓方·長短을 적절히 하고, 제가 工人들에게 일을 시키므로, 저를 제쳐두고는 공인들은 한 채의 집도 짓지 못합니다.
▶ 棟宇 : 집의 마룻대와 추녀끝. 즉 가옥을 말한다.
▶ 役 : 작업을 함.
故食官府, 吾受祿三倍, 作於私家, 吾收其直大半焉.”
그런 까닭에 官府의 밥을 먹을 때는 다른 사람의 3배의 녹봉을 받고 私家에서 일할 때는 반을 더 받습니다.”
▶ 食官府 : 食 다음에 於자가 있는 판본도 있다. 관청에 고용되어 품삯을 받음.
▶ 祿 : 祿俸, 품삯․
▶ 直 : ‘値'와 통함. 工賃. 품삯.
他日入其室, 其牀闕足, 而不能理, 曰:
“將求他工.”
훗날, 그의 방에 갔더니 침대의 다리가 빠졌는데 수리하지 못하고 말하였다.
“다른 목수를 찾고 있습니다.”
▶ 闕 : ‘缺’과 통함.
余甚笑之, 謂其無能而貪祿嗜貨者.
나는 그를 심히 비웃으며 무능하면서도 공임과 돈만 탐낸다고 생각하였다.
其後京兆尹將飾官署, 余往過焉, 委群材, 會衆工, 或執斧斤, 或執刀鋸, 皆環立嚮之.
그 후 京兆尹이 관청을 수리함에 내가 그곳을 지나가는데, 많은 목재를 쌓아두고 많은 공인을 모았는데, 어떤 이는 도끼나 자귀를 잡고, 어떤 이는 칼이나 톱을 쥐고, 그 목수를 향하여 둘러 서 있었다.
▶ 京兆尹 : 唐代 京兆( : 서울인 장안)을 다스리던 관직.
▶ 飾 : 수리함.
▶ 委 : 쌓음. 목재를 한데 모아놓았다는 뜻.
梓人左執引, 右執杖, 而中處焉, 量棟宇之任, 視木之能擧, 揮其杖曰: “斧.” 彼執斧者奔而右, 顧而指曰: “鋸.” 彼執鋸者趨而左.
목수가 왼손엔 긴 자를 오른손엔 막대기를 쥐고 가운데서, 가옥에 소요될 목재의 양을 계산하고 목재를 쓸 수 있는지 살펴보더니, 막대기를 휘두르며 "도끼!" 하고 말하니 도끼를 잡은 공인이 오른쪽으로 뛰어갔고, 고개를 돌려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톱!”하고 말하니 톱을 쥔 공인이 왼쪽으로 뛰었다.
▶ 量棟宇之任 : 가옥에 소요될 목재를 계산하다. 任은 맞다. 당하다.
俄而, 斤者斲, 刀者削, 皆視其色, 俟其言, 莫敢自斷者, 其不勝任者, 怒而退之, 亦莫敢慍焉.
잠깐 새 자귀를 가진 자는 찍고 칼을 가진 자는 깎으며, 모두 목수의 기색을 살피고 지시를 기다리되 감히 멋대로 하는 자가 없었고, 맡은 일을 해내지 못하면 화를 내고 내쫓아도 아무도 감히 불평하지 못하였다.
畵宮於堵, 盈尺而曲盡其制, 計其毫釐而構大廈, 無進退焉.
건물의 설계도를 담에 그렸으니, 크기는 한 척이나 규격은 매우 상세하고 정확하였으며 치밀한 계산으로 커다란 건물을 짓는 데 조금의 오차도 없었다.
▶ 畵宮於堵 : 지으려고 하는 집의 설계도를 담에 그려놓음.
▶ 盈 : ‘滿’과 통함. '盈尺而曲盡其制'는 담에 그린 집의 설계도가 비록 한 척 정도에 불과하지만 집안 구석구석의 규격을 정확하고 상세하게 표시하고 있다는 뜻.
▶ 進退 : 오차
旣成書于上棟曰: ‘某年某月某建.’ 則其姓字也, 凡執用之工, 不在列.
집이 완성되자 올린 마룻대에 '몇년 몇월 몇일 아무개가 지음'이라고 썼는데 자신의 성명을 쓸 뿐 작업을 한 공인들은 열거하지 않았다.
余圜視大駭, 然後知其術之工大矣.
나는 두루 살펴본 뒤 매우 놀라고, 그제서야 그의 기술이 교묘하면서도 위대함을 알았다.
▶ 上棟 : 마룻대.
▶ 圜視 : 사방을 두루 살펴봄.
繼而歎曰:
이어서 탄식하였다.
“彼將捨其手藝, 專其心智, 而能知體要者歟.
“저 사람은 손기술을 버리고 오로지 마음속 지혜만을 사용하면서도 작업의 요체를 알고 있구나!
▶ 體要 : 대강과 요체.
吾聞勞心者役人, 勞力者役於人. 彼其勞心者歟.
내가 듣건대 정신을 수고롭게 하는 사람은 남을 부리고, 힘을 수고롭게 하는 사람은 남에게 부림을 당한다고 하던데 저 사람은 바로 정신을 수고롭게 하는 사람이구나!
▶ 勞心者役人, 勞力者役於人 : 《孟子》 滕文公上에는 '勞心者治人, 勞力者治於人'이다.
▶ 其 : 其는 부사로서 짐작, 추측, 불긍정을 표시한다. “아마도” “대략”
¶ “善不可失, 惡不可長”, 其陳桓公之謂乎? 《左傳 隱公6年》
“선은 잃어서는 안 되고, 악은 길러서는 안 된다.”라고 하더니, 아마도 陳桓公을 이름인가? <허사 其 참조>
能者用而智者謀, 彼其智者歟.
유능한 사람을 기용하고 지혜로운 사람은 謀劃한다고 하더니, 저 사람이 바로 지혜로운 사람이구나!
▶ 用 : 기용함.
是足爲佐天子, 相天下法矣, 物莫近乎此也.
이것은 천자를 보좌하여 천하를 돕는 본보기가 되기에 충분하니, 어떤 일도 이것만큼 卑近하지 않다.
彼爲天下者本於人, 其執役者, 爲徒隷爲鄕師里胥, 其上爲下士, 又其上爲中士爲上士, 又其上爲大夫爲卿爲公, 離而爲六職, 判而爲百役.
천하를 다스리는 자는 사람에 근본을 두고, 하급의 工役은 徒隷·鄕師·里胥이고, 그 위는 下士이며 또 그 위는 中士·上士이며 다시 위로는 大夫·卿·公이고, 중앙의 직분을 나누면 6官이 되고 세분하면 百官이 된다.
▶ 徒隷 : 감옥을 지키는 간수나 죄인을 잡기 위해 파견되는 差使 따위의 하급관리.
▶ 鄕師·里胥 : 모두 지방의 말단관직. 《周禮》에서의 閭胥·里宰 등이 그것이다.
▶ 其上爲下士 ~爲公 : 周나라 때에는 관직을 公卿·大夫·士의 3등급으로 나누었으며 士는 다시 상중하로 세분하였다.
▶ 離 : 나눔,
▶ 六職 : 중앙에 있는 여섯 개의 관직으로《주례≫天官 小宰편에 의하면 治職·敎職·禮·政職·刑職·事職이 그것이다.
▶ 判 : 나눔.
▶ 百役 : 百官.
外薄四海, 有方伯連帥, 郡有守, 邑有宰, 皆有佐政, 其下有胥史, 又其下有嗇夫版尹, 以就役焉, 猶衆工之各有執伎, 以食力也.
밖으로 사방의 변경에 이르기까지 方伯·連帥가 있고, 郡에는 守令, 邑에는 邑宰가 있으매 모두 보좌역을 가지며, 밑으로 다시 胥史가 있고 다시 그 밑으로는 嗇夫版尹 등이 잡역을 처리하니, 마치 많은 공인이 각기 자신의 기량을 가지고 생계를 위해 힘씀과 같다.
▶ 薄 : ‘至’와 통함.
▶ 方伯 : 殷·周시대에 한 지역의 제후를 총괄하던 大諸侯. 《禮記》 王制편에서는 '천리 밖에 방백을 둔다.'라고 하였다.
▶ 連帥 : 連率라고도 하며 고을의 태수나 按察使를 가리킨다.
▶ 守 : 태수.
▶ 宰 : 邑宰.
▶ 佐政 : 보좌관.
▶ 胥史 : ‘史’는 ‘吏’의 誤字.
▶ 薔夫 : 옛날 지방관청에서 소송이나 賦稅를 관장하던 하급직.
▶ 版尹 : 鄕廳에서 호적 등을 관리하던 하급직.
▶ 食力 : 자신의 능력에 의해 생계를 꾸려감.
彼佐天子相天下者, 擧而加焉, 指而使焉, 條其紀綱而盈縮焉, 齊其法度而整頓焉, 猶梓人之有規矩繩墨, 以定制也.
천자를 도와 천하에 재상이 된 자는 관리를 천거하여 임무를 부여하고 지시하여 부리면서, 정치의 기강을 바로잡아 신축성있게 운용하면서 법령과 제도를 통일하여 정돈하매, 마치 목수가 規矩와 繩墨을 가지고 규격을 정함과 마찬가지이다.
▶ 擧 : 부하관리를 천거함.
▶ 加 : 직책에 합당한 임무를 부여함.
▶ 條 : 일관되게 정리함.
▶ 盈縮 : 신축성있게 운용함.
擇天下之士, 使稱其職, 居天下之人, 使安其業, 視都知野, 視野知國, 視國知天下, 其遠邇細大, 可手據其圖而究焉, 猶梓人, 畵宮於堵而績于成也.
천하의 인재를 골라서, 그 관직을 걸맞게 부여하고, 천하의 사람이 편안히 생업에 종사하게 하매, 도성을 보면 민간생활을 알 수 있고 민간생활을 보면 그 나라를 알 수 있으며 그 나라를 봄으로써 천하를 알 수 있으니, 遠邇와 細大의 일을 계획에 따라 솜씨를 부려 추구함은 목수가 담에 그림을 그려놓고 집의 완성에 이어감과 같다.
▶ 都 : 도성. 임금이 거처하는 곳.
▶ 野 : 교외. 민간
▶ 績 : 잇다.
能者進而由之, 使無所德, 不能者退而休之, 亦莫敢慍, 不衒能, 不矜名, 不親小勞, 不侵衆官, 日與天下之英才, 討論其大經, 猶梓人之善運衆工而不伐藝也.
유능한 사람을 천거하여 직무를 부여하고도 그가 은덕으로 여기지 않게 하고, 무능한 사람은 물러나 쉬게 하여도 감히 불평하지 못하매, 자신의 재능을 뽐내지도 않고 명예를 자랑하지도 않으며, 사소한 일에 직접 관여하지 않고 관직들을 간섭하지 않고, 날마다 천하의 영재와 국가의 법도를 논의할 뿐이니, 마치 목수가 많은 공인을 적절히 운용하되 자신의 기예를 뽐내지 않음과 같다.
▶ 德 : 사사로운 은덕. 또는 그것으로 여김.
▶ 休 : 파면시킴.
▶ 不親小勞 : 세세한 일에는 직접 관여하지 않음.
▶ 不侵衆官 : 다른 직책에 대하여 월권행위를 하지 않음. 이는 모두 재상의 道를 설명한 것이다.
▶ 大經 : 나라의 큰 법도, 國道. 常道.
▶ 伐藝 : 자신의 기술을 지나치게 뽐냄.
夫然後相道得而萬國理矣.
그런 후에야 재상의 도리를 얻어 천하가 다스려진다.
▶ 相道 : 재상으로서 나라를 다스리는 도리.
相道旣得, 萬國旣理, 天下擧首而望曰:
“吾相之功也.”
後之人循跡而慕曰:
“彼相之才也.”
재상의 도리를 얻고나서 천하가 다스려지면, 세상 사람들이 재상을 우러러보며
“이는 우리 재상의 공적이다.”
라고 말하고, 후인이 발자취를 흠모하기를
“그는 재상의 재목이었다.”
라고 말할 터이다.
士或談殷周之理者曰伊傳周召 其百執事之勤勞, 而不得紀焉, 猶梓人自名其功而執用者不列也.
선비가 혹 殷·周의 善治者를 얘기함에 伊尹·傅說·周公·召公을 거론하되 무수한 관리의 공로는 기록하지 않음은, 마치 목수가 자신의 이름을 공로로 삼되 부렸던 공인을 열거하지 않음과 같다.
▶ 伊傅周召 : 殷나라의 賢臣인 伊尹·傅說과 周나라의 賢人인 周公·召公을 지칭함.
大哉. 相乎. 通是道者, 所謂相而已矣.
위대하도다, 재상이여! 이러한 도리에 통달한 사람이 所謂 재상일 뿐이다.
其不知體要者反此, 以恪勤爲公, 簿書爲尊, 衒能矜名, 親小勞侵衆官, 竊取六職百役之事, 听听於府庭而遺其大者遠者焉, 所謂不通是道也.
그 요체를 모르는 사람은 이와 정반대이니, 삼가며 애씀을 공공연히 드러내고, 관청의 장부를 지나치게 존중하며, 자신의 능력을 뽐내고 명성을 자랑하며 사소한 일에 관여하고, 잡다한 직무에 간섭하고 6개 부처 관리의 일을 몰래 빼앗으며, 조정에서는 끊임없이 논쟁하되 원대한 일은 빠뜨리니, 소위 ‘이 도리를 통달하지 못한 자’이다.
▶ 恪勤 : 삼가며 정성껏 일함.
▶ 公 : 공공연히 드러냄. ‘功’으로 된 판본도 있음.
▶ 簿書 : 관청에서 쓰이는 書冊이나 表報 또는 出納따위의 문서.
▶ 听听(은은) : 논쟁하는 모양.
猶梓人而不知繩墨之曲直, 規矩之方圓, 尋引之短長, 姑奪衆工之斧斤刀鉅, 以佐其藝, 又不能備其工, 以至敗績用而無所成也, 不亦謬歟.”
마치 목수이되 먹줄의 曲直과 規矩의 方圓과 尋引의 長短을 모른 채, 우선 공인들의 斧斤刀鉅를 빼앗아 자신의 기예를 보충하나 공교로움을 갖추지 못하여 功用에 실패하여 성공이 없음과 같으니, 잘못된 일이 아닌가!”
▶ 績用 : 功用
或曰:
“彼主爲室者, 儻或發其私智, 牽制梓人之慮, 奪有世守, 而道謀是用, 雖不能成功, 豈其罪邪.
亦在任之而已.”
어떤 사람이 말하였다.
“만약 집을 짓는 주인이 자신의 지혜를 발휘하여 목수의 계획을 견제하매, 목수는 대대로 이어온 경험을 빼앗기고 길 가던 사람의 계획을 사용하였다면 비록 성공하지 못하여도 어찌 그의 죄이겠는가?
일을 맡김에 달렸을 뿐이다.”
▶ 私智 : 집주인의 개인적인 지혜.
▶ 世守 : 목수의 집안 대대로 전해오는 경험적 기술.
▶ 道謀 : 길 가던 사람과 도모함. ‘道謀是用’은 門外漢의 견해를 받아들여 사용한다는 뜻.
余曰:
내가 말하였다.
“不然.
“그렇지 않다.
夫繩墨誠陳, 規矩誠設, 高者不可抑而下也, 狹者不可張而廣也.
繩墨과 規矩를 정말 눈앞에 펼쳐두고는, 높은 것을 눌러 낮게 하지 못하고 좁은 것을 펴서 넓히지 못한다.
▶ 陳 : 진열되어 있음.
由我則固, 不由我則圮, 彼將樂去固而就圮也, 則卷其術, 黙其智, 悠爾而去.
내 방법을 따르면 견고하고 내 방법을 버리면 망치는데, 목수가 견고한 방법을 버리고 망치는 편을 좋아하면 자신의 기술과 지혜를 감추고 유유히 떠나는 셈이다.
▶ 圮(비) : 무너짐.
▶ 卷 : ‘捲'과 통함. 숨김.
▶ 悠爾 : 유유히. 기꺼이.
不屈吾道, 是誠良梓人耳.
자기의 법도를 굽히지 않음이 진실로 뛰어난 목수이다.
其或嗜其貨利, 忍而不能捨也, 喪其制量, 屈而不能守也, 棟撓屋壞, 則曰非我罪也, 可乎哉?”
간혹 재화를 탐하여 차마 그만두지 못하여, 집을 짓는 법칙을 잃고 뜻을 굽혀 지키지 못함으로써 마룻대가 휘고 집이 무너졌는데도 내 잘못이 아니라고 말한다면 옳겠는가?”
▶ 棟橈 : 마룻대가 휨.
▶ 可乎哉 : 이 다음에 같은 구절이 되풀이되는 판본도 있다.
余謂梓人之道類於相, 故書而藏之.
내 생각으로는 목수의 도는 재상의 그것과 비슷하므로 적어서 보존하고자 한다.
梓人蓋古之審曲面勢者, 今謂之都料匠云.
목수는 대개 옛날에는 목재의 曲直과 面勢를 살펴내는 사람으로, 지금은 都料匠이라고 부른다.
▶ 審曲面勢 : 《周禮》考工記에는 '혹은 曲直이나 面勢를 잘 관찰함으로써 五材(:金木水火土)를 갖추고 백성이 사용할 농기구 등을 만드는 사람을 일컬어 百工이라고 한다'라고 했는데 여기서는 목수의 경우에만 한정하여 말한 것이다.
▶ 都料匠 : 건축기사 혹은 목공의 우두머리.
余所遇者楊氏潛其名.
내가 만난 사람은 성이 楊氏이며 이름이 潛이다.
해설
이 글은 지금으로 말하면 건축기사라고 할 수 있는 梓人을 비유로 하여 재상의 治國之道에 대하여 설명하고 있다.
제목은 〈梓人傳〉이지만 傳狀體의 문장으로는 볼 수 없으며 유종원이 중앙의 정치무대에서 밀려나기 전에 쓴 글인 듯, 곳곳에 천자를 보좌하여 이상적인 국책을 펼치고자 하는 작자의 포부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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