後集16-北山移文(북산이문)-孔稚圭(공치규)
鍾山之英, 草堂之靈, 馳煙驛路, 勒移山庭.
鍾山의 英氣과 草堂의 精靈이 안개를 시켜 驛路를 달려가서 移文을 山庭에 새기게 하였다.
▶ 鍾山 : 北山을 가리킨다. 南京 동북쪽에 있는 산으로 府城의 동북에 있으므로 북산이라고 한다.
▶ 英 : 정령. 초목이나 무생물에 깃들어 있다는 혼령을 말한다.
▶ 草堂 : 옛날에 蜀의 法師가 종산에 와서 그 산수의 빼어남을 보고 지었다고 한다. 草堂寺를 가리킨다. 일설에는 주옹이 은거할 때 지었다고도 한다.
▶ 馳煙驛路 : 안개를 시켜 驛路로 달리게 함. 산신령이 안개를 시켜 驛路에 移文을 돌리게 함.
▶ 勒 : 돌이나 쇠에 새김. 刻과 같은 뜻이다.
▶ 移 : 移文. 사람들이 돌려보도록 만든 공문의 일종.
▶ 山庭 : 산림의 정원. 山林庭园
夫以耿介拔俗之標, 蕭洒出塵之想, 度白雪以方潔, 干靑雲而直上.
무릇 隱者는 지조와 절개가 세속에서 빼어난 풍모가 있어야 하고, 마음이 씻은 듯이 맑고 깨끗하여 紅塵을 뛰어넘는 사상이 있어야 하며, 몸은 흰 눈을 건너서 온 것처럼 결백하여야 하며, 뜻은 하늘의 푸른 구름을 능가하여 곧바로 하늘 위에 다다라야 한다.
▶ 夫 : 대저, 무릇.
▶ 耿介 : 지조가 굳은 것.
▶ 拔俗之標 : 속세를 뛰어넘는 풍모가 드러남. 標는 남보다 드러나는 풍채를 말한다.
▶ 蕭洒 : 名利를 탐하지 않고 마음이 씻은 듯이 깨끗한 것.
▶ 度 : 渡의 뜻. 건너다.
▶ 方 : 비교하다.
▶ 干 : 능가함.
吾方知之矣.
나는 은자를 그렇게 알아왔다.
▶ 吾方知之矣 : 나는 모름지기 그러해야 한다고 알고 있다. 즉 그도 그러한 사람이라고 알아왔다는 뜻.
若其亭亭物表, 皎皎霞外.
은자란 세속의 밖에 우뚝 솟아있고 밝게 노을 같은 속세 밖에 빛나고 있어야 한다.
▶ 亭亭 : 사람의 인격 등이 높음.
▶ 物表 : 세속의 밖․ 物外,世俗之外
▶ 咬旼 : 희고 깨끗함.
▶ 霞外 : 놀 밖. 속세에서 벗어남을 뜻한다.
芥千金而不眄, 屣萬乘其如脫.
천금을 초개같이 여겨 돌아보지 않고, 萬乘을 신발처럼 여겨 벗어버린다.
▶ 芥 : 티끌, 사소한 것.
▶ 屣萬乘其如脫 : 萬乘을 짚신처럼 여겨 가볍게 버림. 屣(사)는 짚신, 만승은 수레 만 대를 거느린다는 뜻으로 천자의 지위를 뜻한다.
聞鳳吹於洛浦, 値薪歌於延瀨, 固亦有焉.
周 靈王의 태자 晉이 洛浦에서 생황으로 봉황의 울음소리를 내는 것을 듣고, 蘇門先生이 延瀨에서 나무꾼의 노래를 들었듯이, 참 은자도 이 세상에 있었다.
▶ 聞鳳吹於洛浦 : 洛浦에서 봉황의 울음소리를 들음. 周나라 靈王의 태자 晉은 笠을 불어 봉황새 소리를 내며 伊水와 洛水가에 놀면서 신선이 되었다고 한다.
▶ 値薪歌於延瀨 : 延瀨에서 나무꾼의 노래를 들음. 値는 만나다의 뜻, 薪은 나무꾼. 晉나라 孫登이 蘇門山에 은거하였기 때문에 蘇門先生이라 칭하였다. 하루는 연뢰에서 노닐다 한 나무꾼을 만나자 “그대는 이곳에서 평생을 보낼 것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나무꾼은 “나는 이렇게 들었노라. 성인은 모든 상념을 끊고 다만 도덕만을 마음의 기둥으로 삼는다고. 무엇을 이상히 여기고 슬퍼할 것인가?”라고 답하고는 사라졌다. 나무꾼의 말을 빌어 隱士의 굳은 지조를 말하려 하였다.
豈期始終參差, 蒼黃反覆, 淚翟子之悲, 慟朱公之哭.
어찌 기약하였으랴! 周顒의 마음은 처음부터 끝까지 가지런하지 못하여 푸르름과 누름이 반복하였으니, 墨子가 흰 실이 염색됨을 보고 눈물을 흘림이나, 楊朱가 갈림길에서 통곡함과 같다.
▶ 參差 : 가지런하지 못함. 마음이 한결같지 않음을 말한다.
▶ 蒼黃 : 푸른색과 누른색, 변덕이 심함을 말한다.
▶ 翟子之悲: 翟子는 전국시대 魯나라의 사상가인 墨濯. 墨家의 선구자이다. 그는 흰 바탕의 실이 노랗게도 검게도 염색됨을 보고, 사람 본연의 선한 마음도 악에 물든다고 생각하여 슬퍼하였다. 墨悲絲染이라고도 한다.
▶ 朱公之哭 : 楊朱의 통곡. 양주가 岐路를 보고, 사람이 마음을 쓰기에 따라 이 길처럼 남으로 북으로 마음대로 갈 수 있다고 생각하여, 선과 악의 갈림길에 대하여 슬퍼함. 楊朱泣岐라고도 한다.
乍廻迹以心染, 或先貞而後黷, 何其謬哉.
잠깐 발걸음을 돌렸으나 마음은 속세에 물들고, 혹 전에는 지조가 곧았으나 후에는 더러워졌으니 어찌 그렇게도 그릇되었는가!
▶ 乍廻迹 : 잠깐 발걸음을 돌림, 乍는 잠깐의 뜻, 주옹이 은자인 척하여 잠시 입산했음을 이른다.
▶ 心染 : 마음이 물듦.
▶ 黷 : 더럽고 추악함.
嗚呼, 尙生不存, 仲氏旣往, 山阿寂寥, 千載誰賞.
아아, 尙生은 이 세상에 있지 않고 仲長統은 이미 가버렸으니, 산언덕이 고요하고 적막한데 천년을 두고 누가 讚賞할 것인가?
▶ 尙生不存 : 後漢 尙長의 일을 가리킨다. 상장의 자는 子平으로 자녀들을 결혼시키고 나자 산에 들어가 은거하면서 밖에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 仲氏 : 후한의 仲長統을 말한다. 독립불굴의 의지가 있었고 언행이 일치하였다. 郡에서 부를 때마다 병을 핑계로 나가지 아니하였다고 한다. 《後漢書》에 그에 대한 기록이 보이며 〈樂志論〉을 지었다.
▶ 山阿 : 산 언덕.
世有周子, 雋俗之士.
세상에 주옹이라는 사람이 있는데, 세속에서는 아주 뛰어난 선비였다.
▶ 周子 : 周顒을 가리킨다.
▶ 雋俗之士(준속지사) : 속세에서 뛰어난 선비, 雋은 儁과 통용되며 俊의 뜻이다.
旣文旣博, 亦玄亦史.
글을 잘 지을 뿐만 아니라 博學하였고, 현묘한 철학에 통달할 뿐만 아니라 역사에도 밝았다.
▶ 旣文旣博 : 旣A 且B, 旣A 又B, 旣A 終B의 형식으로 양자를 병렬적으로 묶어 “A뿐만 아니라 B도”를 뜻한다.
¶ 旣無叔伯, 終鮮兄弟. 《李密: 陳情表》
저에게는 숙부나 백부도 없을 뿐만 아니라, 형제도 없습니다.
<허사 旣 참조>
▶ 玄 : 현묘한 진리. 老莊의 철학을 말한다.
▶ 史 : 역사에 밝음. 또는 화사함. 장식이 있어 아름다운 것. 〈論語》 雍也편에 '바탕이 문사보다 뛰어나면 야해지고, 문사의 수식이 바탕보다 뛰어나면 수식적이 된다[質勝文則野, 文史]'고 하였다.
然而學遁東魯, 習隱南郭, 竊吹草堂, 濫巾北岳.
그런데 東魯 顔闔의 은둔사상을 배웠고 南郭子綦의 無我境을 익혀서, 竊吹하며 초당에 起居하였고, 北岳에서 은자들이 쓰는 두건을 濫用하였다.
▶ 學遁東魯 : 安闔의 은둔의 도를 배움. 東魯는 동로의 道人 안합을 가리킨다. 〈莊子》 襄王편에 ‘魯나라 임금은 안합이 도를 터득한 사람이라는 말을 듣고 使者를 시켜 그에게 예물을 보내려 하였다. 사자가 안합의 집에 도착하여 임금이 보내는 예물을 내놓자, 길을 잘못 들었다고 하고 다시 가서 잘 알아보고 오라고 하였다. 사자가 예물을 받아야 할 사람을 확인한 뒤 다시 안합의 집을 찾았을 때 안합은 이미 떠나고 없었다.’라고 하였다.
▶ 南郭 : 《莊子》 內篇 齊物論에 나오는 은자 南郭子綦를 가리킨다. 제물론에는 은자인 南郭子綦가 책상에 기대앉아 하늘을 쳐다보고 망연자실하고 있는데, 그것은 마치 자기와 대립하고 있는 모든 사물을 잊고 있는 듯하였다고 한다.
▶ 竊吹草堂 : 주옹이 은자도 아니면서 초당에서 은거함. 竊吹라는 말은 《韓非子》 內儲說 上篇에 나온다. 齊나라 宣王은 피리[竽] 부는 소리를 즐겨, 피리 부는 사람을 3백 명이나 두었다. 南郭先生은 피리를 전혀 불 줄 모르면서 그들 사이에 끼어 녹을 먹었다. 선왕이 죽고 愍王이 즉위하자 樂人을 한 사람씩 불러 竽를 불게 하였다. 이에 남곽선생이 도망쳐 버렸다. 여기서는 주옹이 은자도 아니면서 초당에 은거한 일을 남곽선생이 피리도 불지 못하면서 거짓으로 악인 사이에 있었던 일로 비유한 것이다.
▶ 濫巾 : 巾은 은자들이 쓰고 다니는 두건, 주옹이 은자도 아니면서 두건을 함부로 쓰고 다닌 것을 말한다.
▶ 北岳 : 北山, 즉 鍾山.
誘我松桂, 欺我雲壑, 雖假容於江皐, 乃纓情於好爵.
나[北山]의 소나무와 계수나무를 유혹하였고, 나의 구름과 골짜기를 속였으니, 비록 강호에서 은자를 假裝하였으나 마음은 좋은 爵祿에 얽매어 묶어 두었다.
▶ 我 : 北山.
▶ 假容 : 가장하다
▶ 江皐 : 江湖.
▶ 纓 : 얽힘. 얽매여 있음.
▶ 好爵 : 좋은 爵祿.
其始至也, 將欲排巢父, 拉許由, 傲百世, 蔑王侯,
그가 처음 왔을 때는 巢父를 밀어낼 듯하였으며, 許由를 꺾어버릴 듯하였고, 백세를 두고 오만하였으며 王侯도 멸시했었다.
▶ 巢父 : 堯임금 때의 은자. 나무 위에 둥우리를 틀고 살아서 소보라 불렀다.
▶ 許由 : 堯임금 때의 은자. 요임금이 그에게 천하를 선양하려 하자 몹쓸 소리를 들었다 하여 穎川에서 귀를 씻었다고 한다.
風情張日, 霜氣橫秋, 或歎幽人長往, 或怨王孫不游.
풍류스런 마음은 해보다도 왕성하고, 서릿발 같은 기상은 가을을 덮었으니, 은자들이 오래전에 가버렸음을 탄식하는가 하면, 王孫이 이곳에 노닐지 않음을 원망하기도 하였다.
▶ 風情 : 풍류스런 마음.
▶ 霜氣 : 서릿발 같은 기상.
▶ 幽人 : 세상을 피해 숨어 사는 은자
談空空於釋部, 覈玄玄於道流, 務光何足比, 涓子不能儔.
그는 佛家 분야에서 一切皆空을 담론하는가 하면, 道家의 유파에서 현묘한 진리를 탐구하기도 하였으니, 務光이 어찌 족히 주옹과 비견하겠는가! 涓子조차도 짝할 수 없었다.
▶ 空空 : 모든 것이 空이라는 불교의 宗旨. 一切皆空
▶ 釋部 : 석가의 가르침, 佛書. 部: 분야. 문서
▶ 覈(핵) : 탐구함.
▶ 玄玄 : 현묘한 진리. 老莊의 가르침
▶ 務光 : 夏시대의 은자. 湯王이 夏의 폭군을 치고자 무광에게 상의하자, 세상일은 자신이 관여할 바가 아니라며 상대하지 않았다. 후에 탕왕이 천하를 그에게 물려주려 하였는데, 이를 피해 멀리 숨어버렸다.
▶ 涓子 : 齊나라 사람으로 약초를 캐 먹으며 宕山(탕산)에서 은거하여 仙術을 익혔다고 한다.
▶ 儔(주) : 짝하다.
及其鳴騶入谷, 鶴書赴隴, 形馳魄散, 志變神動.
그러나 말을 울리며 마부가 골짜기에 들어오고, 鶴頭書가 산 언덕에 오자, 육신이 치달리고 넋이 흩어져서 지조는 변하고 정신은 동요되었다.
▶ 鳴騶(명추) : 울부짖으며 오는 사자가 타고 오는 말. 騶:마부
▶ 鶴書 : 옛날에 천자가 은자를 부를 때 보내는 조서. 漢代에는 ‘尺一簡’이라 하였다. 그 문서 모양이 학의 머리처럼 생겼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鶴頭書'라고도 한다.
爾乃眉軒席次, 袂聳筵上, 焚芰製而裂荷衣, 抗塵容而走俗狀, 風雲悽其帶憤, 石泉咽而下愴, 望林巒而有失, 顧草木而如喪.
그리고는 눈썹을 치켜올리고 자리 잡고, 소맷자락을 펄럭이며 자리에서 춤추더니, 芰製를 불사르고 荷衣을 찢어버리고 먼지 낀 얼굴을 꼿꼿하게 들고 속된 모습으로 달려나가매, 바람과 구름은 슬퍼하며 분노를 띠었고 돌 사이를 흐르는 시냇물은 嗚咽하며 구슬프게 흘러내리고, 수풀 우거진 산봉우리를 바라보니 실망하는 듯하였고 초목을 돌아보니 상실한 듯하였다.
▶ 眉軒 : 눈썹이 높이 올라감. 기뻐하는 모양을 형용.
▶ 袂聳筵上(몌용연상) : 소맷자락이 돗자리 위에서 춤을 춘다.
▶ 芰製(기제) : 마름풀을 엮어 만든 은자들의 옷.
▶ 荷衣 : 연잎을 엮어 만든 은자들이 입는다는 옷.
▶ 抗塵容 : 먼지 낀 얼굴을 꼿꼿하게 쳐들다.
至其紐金章, 綰黑綬, 跨屬城之雄, 冠百里之首.
金章을 묶어 검은 인끈을 꿰니, 屬城의 두목을 차지하고 백리인 현의 우두머리가 되었다.
▶ 紐(뉴) : 끈으로 묶음.
▶ 金章 : 銅으로 만든 印으로 현령이 차.
▶ 綰(관) : 꿰다.
▶ 黑綬 : 검은 인끈.
▶ 跨(과) : 걸터앉다.
▶ 屬城 : 本州에 딸려 있는 성.
張英風於海甸, 馳妙譽於浙右, 道帙長擯, 法筵久埋.
바닷가 縣에 德風을 펴고 浙江의 오른쪽에서 영예를 휘날리니, 道家의 책은 오랫동안 擯斥하고, 불법을 강론하는 자리를 오랫동안 버려두고 쓰지 않았다.
▶ 海甸(해전) : 바닷가에 가까운 지역. 여기서는 海鹽縣을 말한다.
▶ 浙右 : 浙江의 오른쪽, 會稽를 가리킨다.
▶ 擯道帙 : 도가의 학설에 관한 책을 물리치다. 擯:물리치다. 사신을 접대하다(儐)
▶ 法筵 : 불법을 강론하는 자리.
敲扑諠囂, 犯其慮, 牒訴倥傯, 裝其懷, 琴歌旣斷, 酒賦無續, 常綢繆於結課, 每紛綸於折獄.
죄인을 매질하는 시끄러운 소리가 그의 思慮를 침범하고, 공문서와 송사의 바쁨이 그의 情懷를 묶어 두니, 가야금과 노랫소리가 이미 끊기고 술 마시고 시를 읊음도 지속하지 못하였으며, 항상 관리의 업적 평가에 마음이 묶여있고 매양 獄事의 재판에 마음이 어지러웠다.
▶ 敲扑(고복) : 죄인을 심문하기 위하여 매질함.
▶ 諠囂(훤효) : 매우 시끄럽고 떠들썩함.
▶ 牒訴 : 공문서와 송사.
▶ 倥傯(공총) : 몹시 바쁨.
▶ 琴歌 : 거문고와 노랫소리.
▶ 酒賦 : 술마시며 시를 읊음. 모두 은자의 嗜好이다.
▶ 繆(무) : 얽매임.
▶ 結課 : 관리들의 업적을 조사함.
▶ 紛綸 : 매우 어지럽고 바쁨.
▶ 折獄 : 재판을 함.
籠張趙於往圖, 架卓魯於前籙, 希蹤三輔豪, 馳聲九州牧.
張敞과 趙廣漢의 옛 기록을 새장에 넣어두고, 卓茂와 魯恭의 옛 기록을 書架에 얹어두고, 三輔 장관의 발자취를 좇으려 하고, 온 천하의 지방 장관 중에서 이름을 떨치려 하였다.
▶ 張趙 : 漢代의 고을 수령으로 명망이 높았던 張敞과 趙廣漢.
▶ 往圖 : 지난 법도. 옛 법도 圖 : 법도. 서적
▶ 卓 : 후한의 卓茂. 縣令이 되어 어진 정치를 폈기 때문에 屬吏들이 속이지 못했다 한다.
▶ 魯 : 후한의 魯恭. 中牟縣의 현령이 되어 치적이 높았다고 한다.
▶ 前錄 : 전대의 모범이 될 기록.
▶ 三輔豪 : 京兆府·左馮翊·右扶風의 세 곳을 말한다.
▶ 九州 : 천하.
使其高霞孤映, 明月獨擧, 靑松落陰, 白雲誰侶.
높이 뜬 노을이 외롭게 비치고, 밝은 달이 홀로 떠 있고, 푸른 소나무 그늘을 내리고, 흰 구름 떠 있더라도 누구를 벗할 것인가?
磵戶摧絶無與歸, 石逕荒凉徒延竚.
산골짜기의 집은 부서져서 더불어 돌아가는 이가 없고, 돌길 황량한데 헛되이 목을 빼고 기다리고 있다.
▶ 磵戶(간호) : 은자가 살던 골짜기의 집.
▶ 延竚(연저) : 목을 빼고 기다리며 서있음.
至於還颷入幕, 寫霧出楹, 蕙帳空兮夜鶴怨, 山人去兮曉猿驚.
회오리바람이 장막으로 불어 들어오고, 쏟아지는 안개가 기둥 사이로 나오게 되자, 蕙帳은 텅 비어 학이 밤마다 원망하고 山人이 떠나버려 원숭이 새벽에 놀란다.
▶ 寫霧(사무) : 토해내듯이 솟아나는 안개, 寫는 瀉의 뜻.
▶ 蕙帳(혜장) : 혜초로 엮어 만든 장막.
昔聞投簪逸海岸, 今見解蘭縛塵纓.
옛적에 듣기를 비녀를 던져버리고 해안에 은거하였다고 하던데, 지금 보니 蘭의 띠를 풀어 던지고 먼지 묻은 갓 끈을 매었구나!
▶ 投簪逸海岸 : 簪은 冠을 고정시키는 비녀. 곧 벼슬을 버리고 바닷가에서 은거함. 漢나라 宣帝 때의 疏廣의 일을 말한다.
▶ 縛 : 속박됨. 묶음
▶ 塵纓 : 속세의 먼지 묻은 갓끈을 매다.
於是南獄獻嘲, 北隴騰笑, 列壑爭譏, 攢峰竦誚, 慨遊子之我欺, 悲無人以赴弔.
이에 남쪽의 산이 조롱을 보내고, 북쪽의 언덕이 비웃음소리를 높이고, 줄지은 골짜기가 다투어 꾸짖고, 옹기종기 모인 봉우리가 소리높여 비난하며, 떠나갔던 사람이 속였음을 분개하고 위로하러 오는 사람이 없음을 슬퍼하였다.
▶ 騰笑 : 크게 웃어젖힘.
▶ 竦誚(송초) : 꾸짖는 소리를 높임.
▶ 赴弔 : 위로하러 옴.
故其林慙無盡, 澗愧不歇, 秋桂遣風, 春蘿擺月, 騁西山之逸議, 馳東皐之素謁.
그래서 숲의 치욕은 끝이 없고 시냇물의 부끄러움은 그치지 않아서, 가을의 계수나무는 바람을 피하여 보내고 봄의 荔蘿는 달을 밀쳐 버리매, 伯夷·叔齊의 은일의 뜻을 널리 펴고, 東皐의 소박한 사귐을 선포한다.
▶ 歇 : 멈추다.
▶ 騁 : 달리다. 선포하다. 선언하다. 馳도 비슷한 뜻임.
▶ 西山之逸議 : 서산은 수양산. 일의는 백이와 숙제가 은거하던 뜻.
▶ 東皐之素謁 : 동고에서 阮籍이 은일했던 소박한 사귐의 뜻.
今乃促裝下邑, 浪栧上京, 雖情投於魏闕, 或假步於山扄.
이제 너는 下邑에서 행장을 재촉하여 배를 타고 京師로 향할 터이니, 비록 뜻은 대궐에 두었으나 혹시 북산의 입구에 발을 들여놓을지 모른다.
▶ 下邑·上京 : 하읍은 지방 현을 말하고, 상경은 京師(:서울)로 감을 말한다.
▶ 魏闕 : 높은 대궐의 문.
▶ 扄(상) : 문 지도리, 문 어귀.
豈可使芳杜厚顔, 薜荔無耻, 碧嶺再辱, 丹崖重滓, 塵遊躅於蕙路, 汚淥池以洗耳.
어찌 향기로운 杜若을 얼굴을 두껍게 하며, 薜荔를 수치를 모르게 하며, 碧嶺을 다시 욕보이며, 丹崖를 다시 더럽히며, 속진에 노닐던 발길이 蕙草의 길을 밟으며, 귀를 씻어서 맑은 연못을 더럽히도록 하겠는가?
▶ 躅 : 머뭇거리다. 밟다
宜扃岫幌掩雲關, 斂輕霧藏鳴湍, 截來轅於谷口, 杜妄轡於郊端.
산의 동굴에 장막을 쳐서 막고 구름으로 관문을 가리고, 가벼운 안개를 거두어들이고 소리 내며 흐르는 시냇물을 감추고, 골짜기 입구에서 오는 수레의 끌채를 잘라버리고 망령된 말고삐를 교외에서 막아야 한다.
▶ 岫幌 : 산 동굴에 장막을 침.
▶ 鳴湍 : 소리 내며 흐르는 여울.
▶ 截(절) : 끊다.
▶ 杜 : 막다.
於是叢條瞋瞻, 疊潁怒魄, 或飛柯以折輪, 乍低枝而掃迹.
이에 떨기를 이룬 나뭇가지는 눈을 부릅뜨고 보고, 수많은 풀 이삭이 노하여 혼백이 되어, 가지를 날려 수레바퀴를 부러뜨리기도 하고, 갑자기 가지를 낮추어 발자국을 쓸어 없애라.
▶ 叢條 : 떨기를 이룬 나뭇가지.
▶ 瞋 : 성내어 눈을 부릅뜨다.
▶ 乍 : 갑자기.
請廻俗士駕, 爲君謝逋客.
청컨대 속된 선비의 수레를 돌려보내어, 산신인 나를 위하여 거짓 隱者를 사절하라.
▶ 逋客 : 세상에서 도망하여 사는 사람. 은자. 여기서는 주옹을 말한다.
해설
北山은 南京 동북쪽에 있는 산 이름으로 鍾山이라고도 부른다. 移文은 공문의 일종으로 정부의 廻狀을 가리킨다.
六朝의 宋나라 사람인 周顒은 자가 彦倫인데, 처음 江蘇省 江寧府에 있는 종산에서 은거하다가 北齊의 조정에 불려나가 會稽郡의 海鹽縣令이 되었다. 해염현령의 임기를 마치고 都城으로 가는 길에 주옹이 다시 종산에 들르려 하였는데, 이때 그와 함께 종산에서 은거 생활을 하던 孔稚圭는 은자의 생활을 버리고 벼슬길에 나선 주옹을 심히 못마땅하게 여겼다.
그래서 종산의 신령 이름을 가탁하여 관청의 移文을 본떠 이 글을 써서, 주옹이 두번 다시 종산에 발을 들여놓지 못하게 하였다. 종산은 일명 북산이라고도 하며, 정부의 회장을 移文 또는 移書라고 하므로, 이 글을 〈北山移文〉이라 한 것이다.
공치규의 자는 德璋으로 남북조시대 회계 사람이다. 문장에 뛰어나고 세속에 초탈한 성격이었으나, 그도 역시 벼슬길에 나가 齊나라에서 太子詹事까지 하였다.
북산의 신령과 초당의 정령의 뜻을 빌어 이문 형식으로 쓴 착상이 매우 기발한 글이다. 고사가 많이 인용되고, 대구를 겹친 句法과 隔句押韻이 사용되어 완벽한 운문적 아름다움을 보이고 있다.
글이 騈儷體이지만, 그 중에 〈楚辭〉의 구법도 볼 수 있고 賦의 성질도 있는 변화가 많은 문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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