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文眞寶(고문진보)

後集13-陳情表(진정표)-李密(이밀)

耽古樓主 2024. 3. 4. 07:34

古文眞寶(고문진보)

後集13-陳情表(진정표)-李密(이밀)

 

臣以險釁, 夙遭愍凶, 生孩六月, 慈父見背, 行年四歲, 舅奪母志.
臣은 불행하게도 일찍이 부모를 잃었으니, 생후 6개월 된 갓난아이 때 아버님과 사별하였고, 나이 네 살 때 외삼촌이 어머니의 수절하려는 뜻을 빼앗아 버렸습니다.
險釁(험흔) : 운수가 좋지 않음. 불행함.
愍凶 : 부모를 잃는 불행.
生孩 : 갓난아이.
見背 : 등지다. 사별하다.
行年 : 그때의 나이.
舅奪母志 : 외삼촌이 어머니의 뜻을 빼앗다. 곧 수정하려는 어머니를 외삼촌이 강제로 개가시켰다는 뜻.

祖母劉閔臣孤弱, 躬親撫養.
조모 劉氏께서 臣이 고아가 되고 몸이 약함을 불쌍히 여기시어 몸소 다독이며 키워주셨습니다.
躬親 : 몸소 친히.
撫養 : 어루만져 키움.

臣少多疾病, 九歲不行, 零丁孤苦, 至于成立.
臣은 어릴 적에 병이 많아서 아홉 살이 되어도 걷지 못했고, 외롭고 쓸쓸하게 홀로 고생하면서 성인이 되었습니다.
零丁 : 외롭고 쓸쓸함.
孤苦 : 혼자서 고생함.
成立 : 성인이 됨.

旣無叔伯, 終鮮兄弟, 門衰祚薄, 晩有兒息.
臣에게는 숙부나 백부가 없을 뿐만 아니라 형제도 없고, 가문이 쇠퇴하고 薄福하여 늦게서야 자식을 두었습니다.
旣無叔伯, 終鮮兄弟 : A B, A B, A B의 형식으로 양자를 병렬적으로 묶어 “A뿐만 아니라 B를 뜻한다.

旣有聽之之明, 又有振之之力. 韓愈: 上兵部李侍郞書
그대는 내 말의 가부를 가려서 들을 줄 아는 총명함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내가 내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일깨워주는 역량도 가지고 있다.

<허사 참조>

 

 

한문의 허사(虛詞) 旣

한문의 허사(虛詞) 旣 旣而 오래지않아 旣已 이미 旣는 예를 들면 旣高且大[키가 클 뿐만 아니라 몸도 크다.]의 용례에서와 같이 일반적으로 부사로 쓰인다. (1) 旣는 시간부사로 쓰여, 성어 旣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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外無朞功强近之親, 內無應門五尺之童.
밖으로는 朞服이나 功服을 입을 만한 가까운 친척도 없고, 안으로는 문 앞에서 손님을 응대할 어린 侍童 하나 없습니다.
朞功 : 朞服功服. 모두 喪服의 이름이다. 기복은 조부모나 伯叔父母의 상을 당하여 1년 동안 입는 상복. 공복은 大功小功이 있는데, 대공은 종형제의 상을 당하여 9개월간 입는 상복, 소공은 再從兄弟나 외조부모의 상을 당하여 5개월간 입는 상복.
强近之親 : 억지로라도 가까이 따질만한 친척.
應門 : 문앞에서 손님을 응대함.
五尺之童 : 두 살 반이 1이므로 5척은 12세가량. 12세가량의 어린 侍童을 말함.

焭焭孑立, 形影相吊, 而劉夙嬰疾病, 常在牀蓐, 臣侍湯藥, 未嘗廢離.
홀로 외롭게 살아 몸과 그림자가 서로 위로할 따름인데, 조모 유씨도 일찍이 병에 걸려 늘상 자리에 누워 계시매, 臣은 탕약을 시중들며 한 번도 侍湯을 폐하고 떠난 적이 없습니다.
焭焭孑立(경경혈립) : 홀로 외롭게 살아가다.
影相弔 : 자기의 몸과 그림자가 서로 위로한다는 뜻으로 매우 외로워서 의지할 곳이 없음을 말함.
: 병에 걸림.
牀蓐(상욕) : 平牀과 이부자리.
侍湯藥 : 탕약을 달여 올리며 모시다.

逮奉聖朝, 沐浴淸化, 前太守臣逵, 察臣孝廉, 後刺史臣榮, 擧臣秀才.
지금의 조정을 받들게 되면서 맑은 교화를 온몸에 입어서, 前任 태수 賈逵는 臣을 孝으로 발탁하였고, 후의 刺史 顧榮은 臣을 秀才로 천거해 주셨습니다.
聖朝 : 當代의 조정에 대한 존칭으로 지금 세상. 당대라는 뜻. 여기에서는 나라가 망한 뒤 새로 선 나라를 말함.
沐浴 : 머리를 감고 몸을 씻듯이 은혜를 온 몸에 흠뻑 입음을 말함.
淸化 : 맑은 교화. 맑은 덕화.
臣逵 : 나라 때의 賈逵를 말함.
察臣孝廉 : 신을 효렴으로 발탁하다. 은 발탁·선발의 뜻. 효렴은 漢代에 채택된 과거시험 과목의 하나임.
臣榮 : 나라 사람으로 刺史를 지낸 顧榮을 말함.
秀才 : 漢代 때 채택된 과거시험 과목의 하나임.

臣以供養無主, 辭不赴, 會詔書特下, 拜臣郞中, 尋蒙國恩, 除臣洗馬.
그러나, 臣은 조모의 공양을 맡을 사람이 없어서 사양하고 부임하지 않았는데, 마침 조서를 특별히 내려서 臣을 郎中으로 임명하였고, 얼마 안 있어 나라의 은혜를 입어 신에게 洗馬의 벼슬을 내렸습니다.
: 때마침.
詔書 : 천자의 명령을 적은 글.
: 拜受하다. 벼슬을 주다.
郎中 : 尙書를 보좌하여 정무에 참여하는 벼슬.
: 이윽고, 얼마 안 있어.
: 벼슬을 줌.
洗馬(선마) : 太子宮屬官으로 태자를 모시는 벼슬.

猥以微賤, 當侍東宮 非臣隕首所能上報.
외람되게도 미천한 몸으로 東宮을 모시게 되니, 신이 목을 바침도 임금께 보답함이 되지 못합니다.

臣具以表聞, 辭不就職.
臣은 이런 사정을 갖추어 表를 올리고 사양하여 관직에 나가지 않았습니다.

詔書切峻, 責臣逋慢, 郡縣逼迫, 催臣上道, 州司臨門, 急於星火.
다시 조서를 내리시어 절실하고도 준엄하게 臣이 책임을 회피하고 태만함을 책망하고, 郡과 縣에서는 다그쳐서 臣이 길을 떠나도록 재촉하며, 州의 관리도 문 앞에서 星火같이 조르고 있습니다.
東宮 : 태자의 궁. 흔히 태자를 가리키는 말로 쓰임.
隕首 : 목이 떨어지다. 곧 죽는다는 뜻.
切峻 : 절실하고 준엄한
逋慢 : 책임을 회피하고 태만함.
逼迫 : 억지로 하게 함. 다그침.
急於星火 : 星火보다 더 서두르다. 流星의 빛처럼 빨리 서두른다는 뜻.

臣欲奉詔奔馳, 則以劉病日篤, 欲苟順私情, 則告訴不許, 臣之進退, 實爲狼狽.
臣이 조서를 받들어 빨리 달려가려 하나 조모 유씨의 병환이 날로 危篤하므로, 구차히 私情을 따르고자 하소연해도 들어주지 않으니, 臣의 진퇴가 참으로 낭패입니다.
奔馳 : 빨리 달림.
進退 : 나아감과 물러남. 벼슬을 함과 그만둠.

伏惟聖朝以孝治天下, 凡在故老, 猶蒙矜育, 況臣孤苦特爲尤甚.
엎드려 생각하오니, 지금의 조정은 효도로써 천하를 다스려서 노인들이 동정을 받아 양육되고 있으며, 더욱이 臣은 홀로 고생함이 남보다 더욱 심합니다.
伏惟 : 엎드려 생각하옵건대.
故老 : 노인.
矜育 : 가엾게 여겨 양육함. :불쌍히여기다

且臣少事僞朝, 歷職郞暑, 本圖宦達, 不矜名節.
또 臣은 젊었을 때 僞朝를 섬겨 郞暑에서 근무하며, 본래 출세하기를 도모하였을 뿐, 명예나 절개도 중히 여기지 않았습니다.
僞朝 : 正統이 아닌 조정이라는 뜻으로 망한 나라를 가리킴.
郎署 : 尙書郞이 있는 관사.
宦達 : 출세함. 벼슬하여 영달함.

今臣亡國之賤俘, 至微至陋, 過蒙拔擢, 豈敢盤桓, 有所希冀.
지금 臣은 망국의 천한 포로로 지극히 미천하고 지극히 비루한데도 과분하게 발탁되니, 어찌 감히 주저하며 바라는 것이 있겠습니까!

但以劉日薄西山, 氣息奄奄, 人命危淺, 朝不慮夕.
단지 조모 유씨가 해가 서산에 지듯이 숨이 곧 끊어지려고 하여 사람의 목숨이 위태로우매, 아침에 저녁 일을 예측하지 못합니다.
盤桓 : 뜻을 결정하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모양. 주저하는 모양.
希冀 : 바람, 원함.
日薄西山 : 해가 서산에 가까워지듯 남은 목숨이 얼마되지 않음. : 가까워지다. 임박하다
氣息奄奄 : 숨이 곧 끊어지려고 함.

臣無祖母, 無以至今日, 祖母無臣, 無以終餘年, 母孫二人, 更相爲命, 是以區區不能廢遠.
신에게 조모가 없었으면 신이 오늘에 이르지 못하였을 터이고, 조모께 臣이 없으면 여생을 마칠 수 없을 터이니, 조모와 손자 두 사람이 서로 목숨을 의지하고 있으며, 그런 까닭에 소심하여져서 놔두고 멀리 떠날 수가 없습니다.
區區 : 소심해지는 모양.

臣密今年四十有四, 祖母劉今九十有六, 是臣盡節於陛下之日長, 報劉之日短也.
신 密은 지금 나이 44세이고, 조모 유씨는 금년에 연세가 96세이니, 臣이 폐하께 충절을 다할 날은 길고 유씨께 은혜를 보답할 날은 짧습니다.

烏鳥私情, 願乞終養.
烏鳥의 私情으로 조모가 돌아가시는 날까지 봉양하게 해주십시오.
烏鳥私情 : 까마귀가 자기를 길러준 어미새의 은혜를 갚듯이 자식이 어버이에게 효도를 다하고자 하는 마음.


臣之辛苦, 非獨蜀之人士, 及二州牧伯所見明知. 皇天后土實所共鑑.
臣의 괴로움은 蜀의 人士만이 아니라, 梁州와 益州 2주의 장관들도 훤히 아는 바이며, 천지신명께서 실로 모두 보고 있는 바입니다.
辛苦 : 매운맛과 쓴맛. , 괴로움이나 고생을 비유함.
二州 : 梁州益州.
牧伯 : 지방장관.
皇天后土 : 하늘의 신과 땅의 신. 천지.

願陛下矜憫愚誠, 聽臣微志, 庶劉僥倖, 卒保餘年, 臣生當隕首, 死當結草.
원하옵건대, 폐하께서는 어리석은 臣의 정성을 가엾게 여기시어, 臣의 작은 뜻을 들어 주십시오. 臣의 바램은 조모 유씨가 다행히 여생을 끝까지 유지하고, 臣은 살아서 목숨을 바쳐 충성하고, 죽어서 結草報恩하는 것입니다.

臣不勝怖懼之情, 謹拜表以聞.
臣은 두려운 마음을 이기지 못하매, 삼가 재배하고 표를 올려 아룁니다.
: 바라다. 원하다.
結草 : 結草報恩, 춘추전국시대에 나라 魏武子가 아들 魏顆에게 자기 첩을 개가시키지 말고 자기를 따라 殉死하게 하라고 유언하였는데, 위과는 인정에 끌려 庶母를 개가하게 하였다. 그 후 나라와의 전쟁에서 서모의 아버지의 혼백이 나타나서 풀을 묶어[結草] 적장을 걸려 넘어지게 함으로써 위과의 포로가 되게 하였다는 고사이다. 죽어서 혼백이 되어도 은혜를 갚는다는 말이다.

 

 

 

 

 해설


《蜀志》 孝友傳에 李密(?~285?)의 전기가 실려있다.
“아버지는 일찍 죽고, 어머니 何氏는 개가하였으므로, 이밀은 조모의 손에 양육되었다. 효심이 두터워서 조모의 병을 간호하며 밤새 띠를 풀지 않았다. 晉의 武帝가 조칙을 내려 太子洗馬로 임명하였으나, 李密은 〈진정표〉를 올려 사퇴했다. 무제는 그의 성심에 탄복하여 노비 두 사람을 하사하고 군현의 관리에게 명령하여 밀의 조모에게 衣食을 제공하게 하였다. 조모가 죽은 후 이밀은 漢中의 태수가 되었다.”

 

그렇듯 이 글의 구절구절에 90이 넘은 조모를 위하는 지극한 효심이 스며 있다.

예로부터 제갈공명의 出師表를 읽고 눈물을 흘리지 않는 사람은 忠臣이 아니며, 李密의 陳情表를 읽고 눈물을 흘리지 않는 사람은 孝子가 아니고, 韓愈의 祭十二郞文을 읽고 눈물을 흘리지 않는 이는 우애가 없는 사람이라고 하였다.(世稱 3대 名文)

陳情表는 四六駢儷體의 문장으로, 四字句와 六字句를 조합시켜 對句를 겹친 律文體의 문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