後集12-蘭亨記(난정기)-王羲之(왕희지)
永和九年歲在癸丑暮春之初, 會于會稽山陰之蘭亭, 修禊事也.
永和 9년 계축년(353년), 3월 초승에 會稽 山陰縣의 蘭亭에 모여서 禊事를 행하였다.
▶ 永和九年 : 353년, 영화는 東晉의 다섯 번째 穆帝의 연호.
▶ 歲在癸丑 : 그 해의 간지가 계축임.
▶ 暮春 : 음력 3월, 晩春.
▶ 初 : 3일을 말한다.
▶ 修禊事 : 3월 삼짇날 물가에 가서 흐르는 물에 몸을 깨끗이 씻고 신께 빌어 재앙을 없애고 복을 기원하는 祭祀를 행함. 修는 행함. 禊事는 계제사의 일.
群賢畢至, 少長咸集.
賢士들이 다 모이고 소년과 장년이 모두 모였도다.
▶ 畢至 : 모두 모임.
此地有崇山峻嶺, 茂林修竹, 又有淸流激湍, 映帶左右, 引以爲流觴曲水, 列坐其次.
이곳은 높은 산과 가파른 고개, 무성한 숲과 길게 자란 대나무가 있으며, 또 맑은 물과 격동치는 여울이 허리띠를 두른 듯이 좌우로 이어지고, 春光이 그 위에 반짝이며 흐르고 있으매, 이 물줄기를 끌어다가 流臨曲水를 만들고 차례에 따라 벌려 앉았다.
▶ 崇山峻嶺 : 높은 산과 험준한 고개.
▶ 茂林脩竹 : 무성한 숲과 긴 대나무.
▶ 淸流激湍 : 맑은 시냇물과 급격히 흐르는 여울.
▶ 映帶 : 서로 비치고 어울려 있음.
▶ 流觴曲水 : 음력 삼월 삼짇날, 九曲의 流水에 잔을 띄워놓고, 술을 마시며 시를 짓는 놀이. 觴은 술잔, 曲水는 이리저리 구부러져 흐르는 물.
▶ 其次 : 각자가 앉아야 할 자리. 순서
雖無絲竹管絃之盛, 一觴一詠, 亦足以暢敍幽情.
비록 絲竹管絃의 성대한 연주는 없으나 술 한 잔 마시고 시 한 수 읊조리니 그윽한 마음속 情懷를 풀어내기에 足하도다.
▶ 絲竹管絃 : 絲는 현악기, 竹은 관악기. 통칭 음악을 말한다.
▶ 一觴一詠 : 술 한 잔에 시 한 수. 자기 앞에 흘러온 잔을 받아 술을 마신 다음, 그 잔을 물에 띄워 보내고, 다시 그 잔이 돌아오기 전까지 시를 완성하는 流觴의 놀이를 말한다.
▶ 暢敍幽情 : 그윽한 정을 충분히 펴냄.
是日也天朗氣淸, 惠風和暢, 仰觀宇宙之大, 俯察品類之盛, 所以遊目騁懷, 足以極視聽之娛, 信可樂也.
이날이야말로 하늘은 구름 한 점 없고 大氣는 맑았으며, 봄바람은 따스하고 부드럽게 불었는데, 우러러 宇宙의 넓음을 觀望하고, 굽혀서 만물의 풍성함을 살펴보니, 눈가는 대로 바라보다가 想念의 나래를 펴기도 하며, 보고 듣는 즐거움을 마음껏 누리니, 실로 즐겁기 그지없노라.
▶ 惠風 : 봄바람. 향기로운 바람.
▶ 品類之盛 : 만물이 한없이 무성함. 品類는 禽獸와 草木을 비롯한 만물을 가리킨다.
▶ 遊目騁懷 : 눈길을 들어 자유로이 바라보고, 마음에 품은 생각을 자유로이 마음껏 구사함.
▶ 視聽之娛 : 눈으로 보고 귀로 듣는 즐거움. 여기서는 경치를 즐김을 말한다.
▶ 信 : 진실로
夫人之相與俯仰一世, 或取諸懷抱, 悟言一室之內; 或因寄所託, 放浪形骸之外.
무릇 사람들이 서로 더불어 一世를 俯仰함에, 어떤 이는 마음속에 품은 생각을 가지고 마주 앉아 깨달은 바를 이야기하기도(悟言) 하고, 또 어떤 이는 자신이 처한 상황에 자신을 맡겨, 육체의 밖에서 자유롭게 노닐기도 한다.
(무릇 인간이 서로 더불어 한 세상을 살아감에, 어떤 사람은 유교의 가르침을 따라 좁은 방 안에서 깨달은 바를 토론하며 살아가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도교의 가르침을 받아 세상이나 육신의 속박을 벗어나 유유자적하며 살아가기도 한다.)
▶ 俯仰一世 : 아래를 보기도 하고, 위를 보기도 하면서 살아가는 인간생활. 1世는 사람이 생존해 있는 한 세상.
▶ 取諸懷抱 : 자기 마음속에 품고 있는 생각을 끌어냄.
▶ 悟言 : 晤言과 같음. 晤는 만나서 이야기함.
▶ 因寄所託 : 자기에게 기탁되어 있는 사상을 근거로 하여.
▶ 放浪形骸之外 : 육체의 밖에서 마음대로 떠돌게 함. 현실의 여러 가지 속박에서 벗어나 마음을 자유롭게 한다는 뜻.
雖取舍萬殊, 靜躁不同, 當其欣於所遇, 暫得於己, 快然自得, 曾不知老之將至.
비록 취향은 만 가지로 다르고 성격에 따라 조용함과 시끄러움(靜操)이 같지 않지만, 자신이 처한 경우가 기쁘면, 잠시나마 자신의 뜻을 얻었다고 自得하여, 곧 늙음이 닥쳐옴도 모르고 지낸다.
▶ 取舍萬殊 : 나아가고 물러서는 취향이 만 가지로 다름. 인심의 進退가 하나같지 않음을 뜻함.
▶ 靜蹂不同 : 고요함과 시끄러움이 같지 않음. 사람들의 각기 다른 몸가짐을 말한다.
▶ 所遇 : 만나는 일.
▶ 暫得於己 : 잠시 자신의 기분에 듦. 暫은 蹔과 같은 글자임.
▶ 快然 : 매우 즐거워함, 유쾌한 모양.
▶ 不知老之將至 : 늙음이 다가옴을 모름.
及其所之旣倦, 情隨事遷, 感慨係之矣.
그러나 그의 위치에 권태를 느끼거나, 감정이 사태에 따라 옮겨가면, 여러 가지 감회가 이어 나온다.
▶ 倦 : 권태로움. 흥이 가심.
▶ 感慨係之 : 감개가 그를 따라 일어남.
向之所欣, 俛仰之間, 以爲陳迹, 尤不能不以之興懷.
이전의 즐거웠던 일이 잠깐 사이에 낡은 자취가 되어버리니, 감회가 일어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 向之所欣 : 지난날의 즐거움. 向은 響과 같은 뜻으로, 전의.
▶ 俛仰之間 : 머리를 숙였다 다시 드는 사이. 즉 짧은 시간. 俛은 俯와 같은 뜻.
▶ 陳述 : 오랜 옛 자취.
況修短隨化, 終期於盡, 古人云死生亦大矣, 豈不痛哉.
하물며 (목숨이) 길건 짧건 자연의 조화를 따라 마침내 다함을 기약함에랴! 옛사람이 生死는 매우 큰 일이라고 말하였으니, 어찌 가슴 아프지 않겠는가!
▶ 脩短隨化 : 생명의 긺과 짧음이 모두 자연의 조화를 따른다.
▶ 死生亦大矣 : 삶과 죽음은 인생의 중대사임. 《莊子》 德充符에 나오는 말.
▶ 豈不痛哉 : 어찌 가슴 아프지 않겠는가.
每攬昔人興感之由, 若合一契, 未嘗不臨文嗟悼, 不能諭之於懷.
나는 옛사람들이 감회를 일으켰던 까닭을 알게 될 적마다, 마치 두 개의 符節을 하나로 맞춘 듯 내 생각과 똑같음을 깨달으매, 고인의 문장을 대할 때마다 탄식하고 슬퍼하지 않을 수 없고, 정회를 달랠 수가 없다.
▶ 若合一契 : 하나의 符節을 맞춘 것 같음. 契는 符契, 또는 부절. 나무쪽 또는 대나무로 만든 符信으로 한쪽은 조정에 두고, 한쪽은 使臣 등이 지니고 다녔던 것. 부절을 맞춘 것 같다 함은 똑같다는 뜻.
▶ 嗟悼 : 탄식하고 슬퍼함.
▶ 不能諭之於懷 : 마음을 타일러 달랠 수 없음. 슬퍼하지 않으려 해도 그렇게 되지 않는다는 뜻.
固知一死生爲虛誕, 齊彭ㆍ殤爲妄作.
生死를 同一視함이 虛荒되고, 彭祖와 殤을 같다고 함도 망언임을 잘 알고 있다.
▶ 固 : 참으로
▶ 一死生 : 살고 죽음이 하나임. 죽음도 삶도 본질적으로는 같다고 할 수 있다는 것이 黃老의 사상이다.
▶ 虛誕 : 虛荒되고 근거없음.
▶ 齊彭殤 : 장수한 彭祖와 일찍 죽은 아이가 같음. 齊는 같다는 뜻. 彭은 堯임금 때부터 殷까지 7백년을 살았다는 팽조. 殤은 어려서 죽음. 《莊子》齊物論에 7백세를 산 팽조도 무한한 본체의 세계에서 본다면 지극히 짧은 인생이며, 어려서 죽은 아이도 하루살이와 비교한다면, 오래 산 것이라 하였다.
▶ 妄作 : 망령된 짓.
後之視今, 亦猶今之視昔, 悲夫.
후세 사람들이 지금의 우리를 보는 것이, 지금의 우리가 옛날 사람을 보는 것과 같으리니, 슬프도다!
▶ 猶今之視昔 : 마치 지금 우리가 옛것을 봄과 같음.
故列敍時人, 錄其所述.
그래서 이곳에 모인 사람들의 이름을 순서대로 적고 그들의 시를 수록하였다.
▶ 列敍時人 : 蘭亭의 잔치에 모인 사람들의 이름을 차례로 기록함.
雖世殊事異, 所以興懷, 其致一也, 後之覽者, 亦將有感於斯文.
비록 세상이 달라지고 사정도 변하겠지만, 감회를 일으키는 이치는 한가지이매, 후세에 이 글을 읽는 사람도 이 문장에 대하여 감회가 없을 수 없을 터이다.
▶ 世殊事異 : 세상이 달라지고 세태가 변함.
▶ 其致 : 감흥을 일으키는 이치.
해설
蘭亭은 지금의 浙江省 紹興縣 남서쪽에 있는 정자의 이름이다. 정자는 없어지고 天章寺라는 절만이 지금까지 남아있다고 한다.
東晉 穆帝 永和 9년(353) 3월 3일, 당시 그곳 會稽內史로 있던 王羲之(321~379)를 비롯하여 孫綽·謝安 등 당시의 명사 42인이 모여 禊事를 행하고는 여럿이 모여 曲水에 띄운 술잔을 마시며 시를 짓는 曲水流觴을 베풀어 그때 지은 시를 모아 시집을 만들고, 그 서문으로 쓴 것이 난정기이다. 따라서 〈蘭亭集序〉라 함이 옳은데, 후세에 잘못 난정기로 전해져 記類에 들어가게 되었다.
이 글은 왕희지가 鼠鬚筆(쥐의 수염으로 만든 붓)로 蠶絹紙에 쓴 글씨로 더욱 유명하다. 술에 취하여 즉석에서 썼으므로 마음에 들지 않았던지, 왕희지가 술이 깨어 淨書하려 하여, 여러 번 반복하여도 원래의 글씨보다 낫게 써지지 않았다고 한다.
이 글을 쓴 왕희지의 글씨는 고금에 다시없는 명필인데, 왕희지의 글씨 중에서도 이 난정집서가 뛰어나다고 한다.
이 글은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 인생을 즐기면서 영원을 동경하는 인간의 애절한 소망, 유한한 인생의 덧없음을 슬퍼하는 마음이 통절히 표현된 名文이다.
桑世昌의 《蘭亭考》 上에는 이 서문 다음에, 그날 지어진 시를 싣고 있는데, 4언·5언의 시를 한 수씩 지은 사람으로 왕희지·사안 등 11인(모두 22수), 4언이나 5언시 중 하나만 지은 王豊之 등 15인, 도합 37수가 실려있다. 王獻之 등 16인은 시를 짓지 못해 당시의 관습대로 罰酒 三巨觥(: 벌주를 큰 잔으로 석 잔 마심)에 처해졌다고 기록되어 있다.
작자 왕희지는 晉 會稽 사람으로 자를 逸少라고 한다. 벼슬은 右軍將軍·회계내사 등을 지냈으매 王右軍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무엇보다도 서예의 대가로 이름이 높다.
아들 獻之도 명필이어서 더불어 二王이라 일컫는다.
'古文眞寶(고문진보)' 카테고리의 다른 글
後集14-歸去來辭(귀거래사)-陶淵明(도연명) (17) | 2024.03.05 |
---|---|
後集13-陳情表(진정표)-李密(이밀) (0) | 2024.03.04 |
後集11-酒德頌(주덕송)-劉伶(유령) (1) | 2024.03.03 |
後集10-後出師表(후출사표)-諸葛亮(제갈량) (0) | 2024.03.03 |
後集9-出師表(출사표)-諸葛亮(제갈량) (0) | 2024.03.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