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文眞寶(고문진보)

後集11-酒德頌(주덕송)-劉伶(유령)

耽古樓主 2024. 3. 3.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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古文眞寶(고문진보)

後集11-酒德頌(주덕송)-劉伶(유령)

 

有大人先生, 以天地爲一朝, 萬期爲須臾, 日月爲扃牖, 八荒爲庭衢.
大人先生은 천지개벽 이래의 시간을 하루아침으로 삼고, 만백년을 순간으로 삼으며, 日月을 창문으로 삼고, 광활한 천지를 뜰이나 길거리로 삼았다.
大人先生 : 작자 유령이 자신을 가리켜 한 말이다. 大人老莊에서 말하는 천지자연의 大道를 얻은 사람. 곧 작자가 자신의 志氣의 광대함을 나타낸 말이다.
萬期 : 는 백년을 뜻함. 만백년은 헤아릴 수 없는 오랜 세월.
須叟 : 잠깐, 아주 짧은 시간.
扃牖(경유) : 창문.
八荒 : 광활한 천지.

行無轍跡, 居無室廬. 幕天席地, 縱意所如.
길을 감에 바퀴 자국이 없고, 거처함에 한정된 집이 없이, 하늘을 천막으로 삼고 땅을 자리로 삼으며 마음이 가는 대로 맡긴다.
轍跡 : 수레바퀴의 자취, 즉 사람이나 수레가 언제고 다니는 길.
縱意所如(종의소여) : 마음이 가는 대로 놓아 둔다.

止則操巵執觚, 動則挈榼提壺, 唯酒是務, 焉知其餘.
머물러 있을 때는 크고 작은 술잔을 잡고, 움직일 때는 술통과 술병을 들고 오직 술 마시는 데 힘쓰니 어찌 그 밖의 일을 알겠는가?
操巵執觚(조치집고) : 크고 작은 술잔을 잡음. 는 큰 술잔이고, 는 모가 난 작은 술잔이다.
挈榼提壺(설합제호) : 술통을 끌어당기고 술병을 듦은 술통. 의 뜻.

有貴介公子, 搢紳處士. 聞吾風聲, 議其所以.
귀족 公子 및 고위관리와 隱者들이 대인선생의 소문을 듣고서 그러한 행동을 따지러 왔다.
貴介 : 신분이 귀한 사람. 의 뜻.
公子 : 귀족의 자제.
縉神 : 본디는 을 조복의 大帶에 꽂는다는 뜻인데, 전하여 貴顯한 사람. 즉 높은 벼슬아치.
處士 : 초야에 묻혀 사는 덕이 높은 선비.

乃奮袂揚衿, 怒目切齒, 陳設禮法, 是非鋒起.
곧 소매를 떨치고 옷깃을 걷어붙이고 눈을 부라리고 이를 갈면서, 예법을 늘어놓고는 칼끝처럼 날카롭게 시비를 따졌다.
是非鋒起 : 옳고 그름을 따짐이 칼날의 끝으로 찌르듯 날카롭다.

先生於是, 方捧甖承槽, 銜盃漱醪, 奮髥踑踞, 枕麴藉糟. 無思無慮, 其樂陶陶.
대인선생은 이에 바로 술단지를 들고 술통을 받들고는 술잔을 입에 대고 탁주를 마시고서, 수염을 떨고 두 다리를 쭉 뻗고 앉아서는 누룩을 베개로 삼고 술지게미를 깔고 누웠는데, 생각도 없고 걱정도 없으며 오직 즐거움만이 도도하였다.
捧罌承槽(봉앵승조) : 술단지를 들고 술통을 받듦. 은 작은 술단지. 는 술을 저장해 놓는 통.
漱醪(수료) : 濁酒로 양치질함. 즉 탁주를 마신다는 뜻이다.
奮髥(분염) : 수염을 떨침. 일설에는 술이 묻은 수염을 손으로 쓰다듬는다는 뜻이라고 함.
踑踞(기거) : 두 다리를 쭉 뻗고 앉음.
枕麴籍糟(침국자조) : 누룩을 베개삼고 지게미를 깔고 누움. 은 누룩. 는 술을 거른 지게미.
陶陶(도도) : 화락한 모양. 요도

兀然而醉, 恍爾而醒. 靜聽不聞雷霆之聲, 熟視不見泰山之形. 不覺寒暑之切肌, 嗜慾之感情.
멍청히 취해 있는가 하면 어슴푸레 깨어있기도 하는데, 조용히 들어보아도 우렛소리가 들리지 않고, 자세히 보아도 태산의 형상이 보이지 않으며, 피부에 파고드는 추위와 더위나 기호와 욕심의 감정도 느끼지 못하였다.
兀然(올연) : 아무것도 모르는, 멍청한.
侊爾(황이) : 희미한.
泰山 : 山東省에 있는 중국 제일의 명산, 太山이라고도 함.
寒暑之切肌 : 살가죽을 파고드는 추위와 더위.

俯觀萬物擾擾焉, 如江漢之浮萍.
만물을 굽어보니 어지럽기만 하여, 마치 장강이나 漢水에 떠있는 부평초와 같았다.

二豪侍側焉, 如踝蠃之螟蛉.
따지러 온 두 호걸이 옆에 서 있어도 마치 나나니벌과 배추벌레나 같았다.
擾擾 : 많은 것이 뒤섞여 어지러운 모양.
江漢 : 長江漢水.
浮萍 : 부평초, 개구리밥.
蝶嬴(과라) : 나나니벌. 가늘고 작은 벌.
螟蛉(명령) : 나비나 나방류의 유충, 배추벌레. 나나니벌이 명령을 잡아다 새끼에게 먹이는데, 옛사람들은 나나니벌이 명령을 잡아다가 나나니벌로 길러낸다고 생각했다.

 

 

 해설


劉伶(, ?~300?)은 자가 伯倫으로 晉나라 建威參軍을 지냈다. 竹林七賢의 한 사람으로 阮籍·嵆康 등과 교우하였다. 술을 매우 좋아하여 죽으면 술 한 병과 함께 묻어 달라고 유언할 정도였다.

이 글은 술을 찬송하면서 그 속에 그의 인생관과 철학을 담고 있다. 그의 사상은 老莊思想의 영향을 받아서 無爲自然의 인생관을 술의 세계에 담아 逸脫의 삶을 노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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