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文眞寶(고문진보)

後集105-王者不治夷狄論(왕자불치이적론)-蘇軾(소식)

耽古樓主 2024. 4. 11. 16:49

古文眞寶(고문진보)

王者不治夷狄論(왕자불치이적론)-蘇軾(소식)

 

 


論曰:
논하노니,

“夷狄不可以中國之治, 治也, 譬若禽獸然, 求其大治, 必至於大亂.
夷狄을 중국의 정치로써 다스릴 수는 없으니, 정치란 비유하면 마치 禽獸와 같아서, 그들을 크게 잘 다스리기를 추구한다면 필시 크게 혼란에 빠질 터이다.
夷狄(이적) : 오랑캐. 동쪽 오랑캐는 , 남쪽은 , 서쪽은 , 북쪽은 이라 했다 하나, 여기서는 오랑캐의 총칭.
中國之治 : 중국의 다스림. 중국을 다스리는 방법의 정치.

先王知其然, 是故以不治治之, 治之以不治者, 乃所以深治之也.
先王들은 그러함을 알았으매, 다스리지 않음으로써 그들을 다스렸으니, 다스리지 않음으로써 다스린다는 것이 바로 그들을 철저히 다스리는 방법이 된다.
深治(심치) : 깊이 다스리다. 철저히 다스리다.

『春秋』書公會戎于潛, 何休曰:
‘王者不治夷狄, 錄戎, 來者不拒, 去者不追也.’
《春秋》에 '公이 오랑캐를 潛에서 만났다'라고 쓰여 있는데, 何休가 말하였다.
“왕자는 夷狄을 다스리지 않는데, 오랑캐에 대하여 기록한 것은, 오는 자는 거절하지 않고, 떠나는 자는 쫓아가 말리지 않음이다.”
春秋(춘추) : 춘추隱公 2년에 보이는 구절임.
() : 나라에 있던 땅 이름.
何休 : 後漢 때 사람. 春秋公羊傳解詁의 작자. 여기에 인용한 글도 거기에 보이는 글귀임.
() : 뒤쫓아가 떠남을 말리다.

夫天下之至嚴而用法之至詳者, 莫過於『春秋』, 凡『春秋』之書公書侯書字書名, 其君得爲諸侯, 其臣得爲大夫者, 擧皆齊晉也, 不然則齊晉之與國也;
천하에서 가장 엄격하며 用法이 가장 상세한 것으로 《춘추》보다 더한 것이 없되, 《춘추》를 통털어 公·侯·字·名을 써서 그 임금을 제후로 여기고 그 신하를 대부로 여김은 모두가 齊·晉이되,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齊·晉의 동맹국들이다.
書公書侯(서공서후) : 춘추에서 제후를 기록할 때, 죽은 뒤에는 나라 이름과 밑에 ''을 붙여 예를 들면 晉文公·齊桓公처럼 부르고, 살아있는 동안에는 나라 이름에 를 붙여 예를 들면 晉侯·齊侯(그들은 모두 侯爵이었음)라 부른 것을 가리킨다.
書字書名(서자서명) : 신하인 대부를 기록할 때, 이름을 부름이 통례이나 가끔 도 사용함으로써 그들을 존중함을 가리킨다.
齊晉(제진) : 춘추시대에 제나라는 지금의 山東省, 진나라는 山西省에 있으면서, 桓公文公이 각각 覇者로서 제후를 이끌며 '尊王攘夷'의 대세를 이룩하였던 中原의 중심을 이루었던 두 나라임.
與國(여국) : 함께하는 나라. 동맹국. ···등의 나라처럼 '존왕양이' 정책에 적극 참여했던 나라를 가리킴.

其書州書國書氏書人, 其君不得爲諸侯, 其臣不得爲大夫者, 擧皆秦楚也, 不然則秦楚之與國也.
『春秋』에 州·國·氏·人을 써서, 그 임금을 제후로 여기지 않고, 그 신하를 대부로 여기지 않음은 모두가 秦·楚이되,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곧 秦·楚의 동맹국들이다.
書州書國書氏書人(서주서국서씨서인) : 는 중국을 9로 나눌 때의 주여서, 은 그 안에 있다. 公羊傳莊公 10년에, 나라를 州名으로 부른 데 대하여 이라 호칭함만 못하고, 라 호칭함만 못하고, 이라 호칭함만 못하고, 을 호칭함만 못하고, 를 호칭함만 못하고, 라 호칭함만 못하다.(州不若國, 國不若氏, 氏不若人, 人不若名, 名不若字, 字不若子)”라고 설명하고 있다. 宗族制하에 에서 갈려나간 씨족의 호칭인데, 후세에는 대체로 모두 성이 되었다.
이를테면
州不若國”, 言荆不如言楚(
國不若氏”, 言楚不如言潞氏·甲氏
氏不若人”, 言潞氏不如言楚人
人不若名”, 言楚人不如言介葛盧
名不若字”, 言介葛盧不如言邾婁儀父
(진초) : 춘추시대에 왕을 하며 오랑캐들 비슷하게 '존왕양이'의 명분에 벗어나는 행동을 하던, 중원으로부터 약간 벗어난 두 나라. 진은 지금의 陝西省, 초는 湖北省에 있었다.

夫齊晉之君, 所以治其國家, 擁衛天子而愛養百姓者, 豈能盡如古法哉.
齊·晉의 임금이 그의 나라를 다스리고 천자를 옹위하며 백성을 사랑하고 보양하는 방법이 어찌 모두가 옛날 법도와 같을 수 있겠는가?

蓋亦出於詐力而參之以仁義, 是齊晉亦未能純爲中國也.
대체로 詐術과 권력을 쓰면서 仁義를 혼용했던 듯하매, 齊·晉도 순수한 중국이라 할 수 없다.
出於詐力(출어사력) : 詐術과 권력으로 나오다. 속임수와 권력 곧 권모술수를 씀.
() : 섞다. 혼용하다.

秦楚者亦非獨貪冒無恥, 肆行而不顧也, 蓋亦有秉道行義之君焉, 是秦楚亦未至於純爲夷狄也.
秦·楚도 탐욕스럽고 수치를 몰라서 멋대로 행동하며 돌아보지 않기만 한 것이 아니라, 거기에도 도의를 지키며 행하는 임금이 있었던 듯하매 秦·楚도 순수한 夷狄에 이르지 않았다.
貪冒(탐모) : 탐욕스러운 것. 이익을 함부로 취하려 듦.
無恥(무치) : 부끄러움을 모름.
肆行(사행) : 자기 멋대로 행동함.

齊晉之君, 不能純爲中國, 而『春秋』之所與者常嚮焉, 有善則汲汲而書之, 惟恐其不得聞於後世; 有過則多方而開赦之, 惟恐其不得爲君子,
齊·晉의 임금이 순수히 중국이 되지 못하는데도 《춘추》의 허여함이 언제나 그쪽으로 향하여, 선행이 있으면 급급히 그것을 써서 오직 그것이 후세에 알려지지 않을까 걱정하고, 허물이 있으면 다방면에서 널리 용서하여 오직 그들이 군자로 여겨지지 못할까 염려하고 있다.
所與(소여) : 함께 하고 있다. 편들고 있다.
常嚮(상향) : 언제나 그 편으로 향하다. 언제나 그러함이 드러나다.
汲汲(급급) : 서두르는 모양. 애쓰는 모양.
多方(다방) : 많은 방향. 여러 가지 방법.
開赦(개사) : 널리 용서하다. 너그러이 용서하다.

秦楚之君, 未至於純爲夷狄, 而『春秋』之所不與者常在焉, 有善則累而後進, 有惡則略而不錄, 以爲不足錄也,
秦·楚의 임금은 순수한 夷狄에 이르지 않았는데도 《춘추》에서 용납하지 않음은 늘 그쪽에 있어서, 선행이 있으면 쌓이고 나서야 추천하고, 악행이 있으면 생략하고 기록하지 않았는데, 기록할 가치가 없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累而後進(누이후진) : 선행이 쌓여진 뒤에야 드러내 주다. 착한 일을 거듭하여야만 기록해 주다.

是非獨私於齊晉而偏疾於秦楚也, 以見中國之不可以一日背, 而夷狄之不可以一日嚮也.
이것은 齊·晉에게 유독 개인적인 호의를 품고 秦楚에게 치우친 미움을 지님 때문은 아니라, 그것으로 중국을 하루라도 등져서는 안 되고, 夷狄을 하루라도 지향해서는 안 됨을 보여주고 있다.
獨私(독사) : 오직 개인적으로 좋아하고 봐줌.
偏疾(편질) : 치우치게 미워함. 한편만을 싫어함.
() : 향하다. 그쪽으로 몸을 돌림.

其不純者, 不足以寄其褒貶, 則其純者, 可知矣.
그중에서도 불순한 것은 褒貶을 붙일 가치가 없다고 여겼으니, 순수한 것에 대하여는 어떠했을지 알 수 있다.
褒貶(포폄) : 칭찬하여 드러내고 비판하여 깎아내림.

故曰 天下之至嚴而用法之至詳者, 莫如『春秋』.
그러므로 천하에서 가장 엄격하며, 用法이 가장 상세한 것으로 《춘추》만한 것이 없다고 하는 것이다.

夫戎者, 豈特如秦楚之流入於夷狄而已哉.
오랑캐란 것이 어찌 秦·楚가 타락하여 夷狄에 들어감 뿐이겠는가?
流入(유입) : 흘러들어가다. 타락하여 그 속으로 끼어들게 되다.

然而『春秋』書之曰: ‘公會戎于潛.’ 公無所貶而戎爲可會, 是獨何歟.
그런데 《춘추》에서는 ‘公이 潛에서 오랑캐와 만났다'라고 쓰고 있으매, 隱公에 대한 폄하가 없고 오랑캐를 만나도 된다고 여기니, 이것은 어째서인가?

夫戎之不能以會禮會公, 亦明矣, 此學者之所以深疑而求其說也.
오랑캐가 회견의 예로써는 은공을 만날 수 없음이 분명하매, 이 점이 학자들이 깊이 의혹을 품고 그 설명을 구하는 이유이다.
會禮 : 회견의 예의.
求其說(구기설) : 그 이론을 추구하다. 그 이유를 추구하다.

故曰:
‘王者不治夷狄, 錄戎, 來者不拒, 去者不追也.’
그래서 말하였다.
“왕자는 오랑캐를 다스리지 않는다. 오랑캐를 기록함에는 찾아오는 자는 거절하지 않고, 떠나가는 자는 쫓아가 말리지 않는 법이다.”

夫以戎之不可以化誨懷服也, 彼其不悍然執兵以與我從事於邊鄙, 固亦幸矣, 又況知有所謂會者而欲行之, 是豈不足以深嘉其意乎.
오랑캐란 교화하고 가르치고 달래고 복종시킬 수가 없으매, 그들이 사납게 무기를 들고 우리와 변경에서 전쟁하지 않음만으로도 진실로 다행한데, 게다가 소위 ‘會見의 예법’이 있음을 알고 행하려 한다면, 어찌 그 뜻을 매우 가상히 여기기에 부족하겠는가?
化誨懷服(화회회복) : 교화하고 가르치고 달래고 복종시키.
悍然(한연) : 사나운 모양, 거친 모양.
從事(종사) : 전쟁을 함을 뜻함.
(변비) : 변경, 국경지역.
會者(회자) : 회견의 예법.
深嘉其意(심가기의) : 그 뜻을 깊이 가상하게 여기다. 그 뜻을 매우 훌륭하게 여기다.

不然將深責其禮, 彼將有所不堪, 而發其暴怒, 則其禍大矣.
그렇게 하지 않고 그들의 예법을 깊이 책망하면 그들은 견디지 못하여 그 사나운 노여움을 터뜨려서 그 화가 막대할 터이다.

仲尼深憂之, 故因其來而書之以會, 曰: ‘若是足矣.’ 是將以不治深治之也.
공자께서도 이것을 매우 걱정하셨으므로 그들이 魯나라로 왔음을 ‘만났다’라고 기록하고 그만하면 충분하다고 생각하셨으니, 그것이 다스리지 않음으로써 철저히 다스리려 함이다.


由是觀之, 『春秋』之疾戎狄者, 非疾純戎狄也, 疾其以中國而流入於戎狄者也.”
이로써 본다면 《춘추》가 戎狄를 미워함은 단순히 戎狄을 미워함이 아니라, 중국이면서도 타락하여 오랑캐로 흘러 들어감을 미워한 것이다.

 

 

 해설


이 글은 작자 소식이 21세 되던 嘉祐 6년(1061) 과거에 합격할 당시 썼던 답안이다. 이때의 시험문제가 '王者不治夷狄을 논하라'이었다. '왕자는 오랑캐를 다스리지 않는다'라는 뜻의 이 구절은 《춘추》隱公 2년 기록에 ‘공[魯 隱公]이 潛에서 오랑캐를 만났다[公會戎潜]'고 기록한 글에 대한 《공양전》의 何休(: 後漢人)의 〈解詁〉에 보이는 글이다.

이 글에서는 중국 사람의 中華思想과 함께 이른바 微言大義를 추구하려던 중국학자들의 《춘추》에 대한 연구 태도를 엿볼 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