稼說送同年張琥(가설송동년장호)-蘇軾(소식)
蓋嘗觀於富人之稼乎.
부자의 농사를 본 적이 있는가?
▶ 稼(가) : 농사. 곡식을 심다.
其田美而多, 其食足而有餘, 其田美而多, 則可以更休而地力得完, 其食足而有餘, 則種之常不後時, 而斂之常及其熟.
전답은 좋고 많으며 식량은 넉넉하고 남음이 있으니, 전답이 좋고 많으면 번갈아 놀려서 地力이 온전할 수 있고, 식량이 넉넉하고 남음이 있으면 씨 뿌림이 언제나 철에 뒤지지 않고 수확이 언제나 잘 익은 철에 이루어진다.
▶ 更休 : 번갈아가며 쉬게 하다. 매년 농사를 짓지 않고 번갈아 땅을 놀리어 땅의 비옥을 유지함.
▶ 斂(염) : 거두다. 수확하다.
故富人之稼常美, 少秕而多實, 久藏而不腐.
그래서 부자의 농산물은 늘 좋아서, 쭉정이는 적고 열매가 많으며, 오래 저장하여도 썩지 않는다.
▶ 秕(비) : 쭉정이.
今吾十口之家而共百畝之田, 寸寸而取之, 日夜而望之, 鋤耰銍刈, 相尋於其上者如魚鱗, 而地力竭矣, 種之常不及時, 而斂之常不待其熟.
지금 우리는 열 식구의 가정인데 100畝의 밭을 함께 경작하면서 한 치 한 치 농사를 지어 밤낮으로 바라보면서, 호미·고무래·낫질·곡식베기가 농지에 계속 이어짐이 고기 비늘 같아. 지력이 다하고, 씨 뿌림은 늘 제 때에 하지 못하고 수확은 늘 익기를 기다리지 못한다.
▶ 十口之家(십구지가) : 열 식구의 집안.
▶ 畝(묘) : 넓이의 단위. 대략 우리나라의 마지기와 비슷한 넓이였음.
▶ 寸寸而取之(촌촌이취지) : 한 치의 땅도 남기지 않고 이용하다. 한 치 한 치 모두 경작하다.
▶ 鋤耰銍刈(서우질예) : 鋤는 호미 또는 호미질. 優는 고무래 또는 고무래질, 질은 낫 또는 낫질 J는 곡식 베기.
▶ 相尋於其上(상심어기상) : 尋은 계속 이어진다는 뜻. 밭에 계속 이어지다.
▶ 如魚鱗(여어린) : 물고기 비늘처럼 연이어 있음. 쉴 새 없이 농사지음을 말함.
▶ 竭(갈) : 다하다.
此豈能復有美稼哉.
이래서야 어찌 또 좋은 농산물이 있을 수 있겠는가?
古之人, 其才非有大過今之人也.
옛사람이라고 재능이 지금 사람보다 훨씬 뛰어났음은 아니다.
其平居, 所以自養而不敢輕用, 以待其成者, 閔閔焉如嬰兒之望長也, 弱者養之, 以至於剛; 虛者養之, 以至於充, 三十而後仕, 五十而後爵; 伸於久屈之中, 而用於至足之後, 流於旣溢之餘, 而發於持滿之末, 此古人之所以大過人, 而今之君子所以不及也.
평소에 자신을 수양하여 함부로 가벼이 쓰지 않고 그 완성을 기다림은, 걱정하기가 어린아이가 성장을 바라보는 듯하여, 약한 자는 수양하여 강해지고 허한 자는 수양하여 충실해져서, 서른 살이 된 후에야 벼슬하여 쉰 살이 된 후에야 爵位를 받았고,
오랫동안 구부려 있다가 펴고, 충분해진 이후에야 쓰이며, 넘쳐서 남게 된 뒤에야 흐르고, 시위를 한껏 당긴 끝에 쏘매, 이것이 옛 君子가 남보다 훨씬 뛰어나고, 지금의 군자가 미치지 못하는 까닭이다.
▶ 閔焉(민민언) : 걱정하는 모양, 근심함.
▶ 伸(신) : 뻗다.
▶ 久屈(구굴) : 오랫동안 굽혀 있음. 곧 오랫동안 고생함을 뜻함.
▶ 旣溢之餘(기일지여) : 물이 넘치고도 남음이 있게 된 뒤.
▶ 發(발) : 발사하다. 쏘다.
▶ 持滿(지만) : 활시위를 당길 수 있음. 잔뜩 잡아당김.
吾少也, 有志於學, 不幸而早得與吾子同年, 吾子之得, 亦不可謂不早矣.
나는 어려서 학문에 뜻을 두었으나, 불행히도 일찍 그대와 같은 해에 과거에 급제하였으니 그대의 급제가 늦다고 말할 수 없다.
▶ 早得(조득) : 일찍 과거에 급제하다. 소식은 일찍 과거에 급제하였기 때문에 학문에 정진할 수 없었다고 여긴 것이다.
▶ 與子同年(여오자동년) : 그대와 같은 해에 進士에 급제하다. 子는 상대방을 지칭하는 말로 그대.
吾今雖欲自以爲不足, 而衆且妄推之矣.
나는 지금 비록 스스로 부족하다고 여기려 하나, 사람들이 망령되이 밀어주고 있다.
▶ 妄推(망추) : 망령되이 벼슬길로 밀어주다. 벼슬함이 오히려 불행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嗚呼! 吾子其去此, 而務學也哉.
아! 그대는 이곳을 떠나게 되었으니 학문에 힘쓰게.
博觀而約取, 厚積而薄發.
널리 보고 요약하여 취하며 두텁게 쌓되 얇게 드러내게.
吾告吾子, 止於此矣.
내가 그대에게 일러주는 말은 여기서 그치네.
子歸過京師而問焉, 有曰轍子由者, 吾弟也, 其亦以是語之.
자네가 돌아가다가 서울을 지나게 되거든 찾아주게나. 蘇轍 子由라는 자로서 내 동생이니, 그에게도 이것을 말해 주게.
▶ 轍子由(철자유) : 소식의 아우 蘇轍. 자유는 그의 자임.
해설
'稼說'이라 간단히 제명을 부르기도 하는데, 그것은 '농사에 대한 논설'이란 뜻이다.
소식이 친구 張琥와 이별하면서 고향으로 돌아가는 그를 격려하기 위해 쓴 글이다. 농사일을 들어 학문 수양에 비유하면서 낙향하는 친구의 불행한 처지를 학문수양을 위한 좋은 기회라고 설득하고 있다.
현실적인 불행을 거시적인 안목에서 차원 높은 행복으로 전환시키는 지혜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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