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文眞寶(고문진보)

後集107-上樞密韓太尉書(상추밀한태위서)-蘇轍(소철)

耽古樓主 2024. 4. 16. 10:11

古文眞寶(고문진보)

上樞密韓太尉書(상추밀한태위서)-蘇轍(소철)

 

轍生好爲文, 思之至深, 以爲文者, 氣之所形.
저는 타고난 성격이 글짓기를 좋아하여 거기에 대하여 깊이 생각해 본 결과 글이란 氣가 형성된 것이라 여기고 있습니다.
() : 기운氣量, 才氣 같은 것을 말한다.

然文不可以學而能, 氣可以養而致.
그런데 글이란 배움으로써 잘할수 있는 것이 아니나, 기란 養成함으로써 얻을 수 있습니다.
養而致(양이치) : 保養함으로써 얻다.

孟子曰:
“我善養吾浩然之氣.”
孟子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나의 浩然之氣를 잘 기른다.”
孟子(맹자) : 맹자公孫丑편에 보이는 말임.
浩然之氣(호연기기) : 자연에 어울리는 커다란 사람의 기운.

今觀其文章, 寬厚宏博, 充乎天地之間, 稱其氣之小大.
지금 그 문장을 보면 넓고도 두텁고 크고도 박식하여 天地에 가득 차 있어 그분의 기의 크기와 어울립니다.
寬厚宏博(관후굉박) : 관대하고 온후하고 宏遠하고 博識한 것. 여유있고 두텁고 크고 넓은 것.
() : 어울리다.
小大 : 크기.

太史公行天下, 周覽四海名山大川, 與燕趙間豪俊交遊, 故其文疏蕩, 頗有奇氣.
太史公이 천하를 여행하면서 四海와 名山大川을 두루 유람하고, 燕·趙의 호걸 명사와 교유하였으매, 그의 글은 疏蕩하고 매우 남다른 기운이 있습니다.
太史公 : 나라 司馬遷. 유명한 史記130권의 작자.
燕趙) : 연나라는 지금의 河北省 지방, 조나라는 山西省 일대임.
疏蕩(소탕) : 탁 트이고 거침없이 자유로운 것.

此二子者, 豈嘗執筆, 學爲如此之文哉.
이 두 분이 어찌 붓을 들고 이러한 글을 짓기를 배운 적이 있겠습니까?

其氣充乎其中而溢乎其貌, 動乎其言而見乎其文而不自知也.
기가 마음에 차서, 외모에 넘쳐흐르며 말에서 생동하며 글에 드러나나, 그분들 자신은 알지 못하고 있습니다.
其中(기중) : 그의 몸 가운데
() : 드러나다.

轍生十有九年矣, 其所居家與遊者, 不過其鄰里鄕黨之人, 所見不過數百里之間.
저는 나이 열아홉 살로 집에서 살며 더불어 交遊한 사람이라야 불과 鄰里鄕黨의 사람들이고, 본 것이란 불과 수백 리 사이입니다.
鄰里鄕黨(인리향당) : 이웃마을과 한 고장. 본시 옛날 행정단위로는 '다섯 집이 , 5가 되었고'(周禮地官 遂人), ‘500, 12500을 이루었다'(周禮地官 大司徒 注) 라고 하였다.

無高山大野可登覽以自廣, 百氏之書, 雖無所不讀, 然皆古人之陳迹, 不足激發其志氣, 恐遂汨沒.
高山大野에 올라 자신을 넓힌 적도 없었고, 諸子百家의 책에 비록 읽지 않은 것이 없지만 모두가 옛사람의 낡은 발자취이어서 저의 志氣를 격발하기에는 부족하여, 이에 거기에 매몰될까 염려하였습니다.
▶ 自廣 : 자신의 견식을 넓히.
百氏(백씨) : 諸子百家를 가리킴.
陳迹(진적) : 낡은 발자취, 과거의 흔적.
汨沒(골몰) : 멸망되. 없어짐.

故決然捨去, 求天下之奇聞壯觀, 以知天地之廣大.
그래서 결연히 고향을 떠나 천하의 奇聞·壯觀을 찾아서 천지의 광대함을 알려 하였습니다.
捨去(사거) : 고향을 버리고 딴 고장으로 떠나는 것.

過秦ㆍ漢之故都, 恣觀終南嵩華之高, 北顧黃河之奔流, 慨然想見古人之豪傑, 至京師, 仰觀天子宮闕之壯, 與倉廩府庫城池苑囿之富且大也而後, 知天下之巨麗.
秦·漢의 옛 도읍에 들러서는 終南山·嵩山·華山의 높음을 실컷 구경하였고, 북으로 黃河의 세찬 흐름을 둘러보며 강개하여 옛날의 호걸을 생각하여 보았으며, 京師에 가서는 천자의 궁궐의 장대함과 倉廩·府庫·城池·苑囿의 부유함과 광대함을 우러러 관람하여, 천하의 거대하고 화려함을 알게 되었습니다.
秦漢之故都(진한지고도) : 진나라와 한나라의 옛 도읍. 진나라는 咸陽, 陝西省, 한나라는 長安, 陝西省이 수도였다.
恣觀 : 마음껏 구경하다.
終南 : 산 이름. 陝西省남쪽에 있음.
: 산 이름, 하남성 북쪽에 있음.
() : 산 이름. 섬서성 남쪽에 있음.
慨然(개연) : 감개를 느끼는 모양.
京師(경사) : 北宋의 수도 汴京. 지금의 하남성 開封縣.
倉庫(창름) : 곡식을 저장하는 창고, 곡식을 저장하는 곳이 , 쌀을 저장하는 곳이 (禮記月令 疏)
府庫(부고) : 는 문서 같은 것을 보관하는 창고, 는 무기나 수레 같은 것을 보관하는 창고임說文.
城池(성지) : 성과 해자[].
苑囿(원유) : 숲과 호수를 보호하여 새와 짐승을 돌보아 기르는 곳(說文段注)

見翰林歐陽公, 聽其議論之宏辨, 觀其容貌之秀偉, 與其門人賢士大夫遊而後, 知天下之文章, 聚乎此也.
翰林 歐陽公을 뵈고 그분 이론의 굉장한 論辨을 듣고, 그분 용모의 빼어나고 위대함을 보고, 그분 문인인 현명한 士大夫들과 교유하여, 천하의 문장이 모두 여기에 모여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歐陽公(구양공) : 歐陽修. 翰林學士 등의 벼슬을 하였고, 蘇軾·蘇轍 형제뿐만이 아니라 그들 아버지 蘇洵까지도 구양수의 추천으로 벼슬을 하고 그를 스승으로 받들었다.
宏辨(굉변) : 이론의 내용이 광대하고 또 말 표현에 조리가 있음.

太尉以才略, 冠天下, 天下之所恃以無憂, 四夷之所憚而不敢發.
태위께서는 才略에서 천하의 으뜸이시매, 천하가 의지하는 바이어서 걱정이 없고, 사방의 오랑캐가 꺼리는 바이어서 감히 싸움을 걸지 못합니다.
才略(재략) : 재능과 지략.
四夷(사이) : 사방의 오랑캐들.
() : 꺼리다. 두려워하다.
() : 전쟁을 발동함.

入則周公ㆍ召公, 出則方叔ㆍ召虎, 而轍也未之見焉.
조정에 들면 周公·召公이고, 나가서는 方叔ㆍ召虎이시나 저는 아직도 뵙지 못했습니다.
周公召公(주공소공) : 나라 武王을 보좌하여 천하를 평정하였던 현명한 사람들. 모두 무왕의 형제들이며 주공은 이름이 , 소공은 이름이 이었다.
方叔召虎(방숙소호) : 나라 宣王 荊蠻·淮夷를 정벌하여 중국 영토를 개척하고 주나라를 중흥시키는 데 큰 공헌을 했던 두 사람. 詩經에는 이들의 활동과 관계되는 작품이 여러 편 들어 있다.

且夫人之學也, 不志其大, 雖多而奚爲?
또 사람의 학문이 광대함에 뜻을 두지 않으면, 비록 많이 배워도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奚爲 : 무엇을 하나? 何爲.

轍之來也, 於山見終南嵩華之高, 於水見黃河之大且深, 於人見歐陽公, 而猶以未見太尉也.
제가 고향을 떠나옴에, 산에서는 종남산·숭산·화산의 높음을 보았고, 물에서는 황하의 크고도 깊음을 보았고, 사람에게서는 구양공을 뵈었으나 아직 태위를 뵙지 못하였습니다.

故願得觀賢人之光耀, 聞一言以自壯, 然後可以盡天下之大觀而無憾者矣.
그러므로 賢人의 광채를 뵙고 한 말씀을 듣고 자신의 기상을 키우기를 바라오니, 그런 뒤에야 천하의 壯觀을 다 구경하여 유감이 없겠습니다.
光耀(광요) : 광휘, 광채.
大觀(대관) : 위대한 경관, 장관
無憾(무감) : 유감이 없음

轍年少, 未能通習吏事.
저는 나이가 젊어 아직 관청의 일에 다 익숙하지 못합니다.

嚮之來, 非有取於升斗之祿. 偶然得之, 非其所樂.
고향을 떠남이 升斗之祿을 받으려 함에 있지 않았으매, 우연히 녹을 받아도 그것을 즐거워하고 있지 않습니다.
() : 전날. 옛날
升斗之祿(승두지록) : 몇 되 몇 말의 봉록. 적은 녹.

然幸得賜歸待選, 使得優游數年之間, 將以益治其文, 且學爲政.
그러니 고향으로 돌아가 벼슬에 뽑히기를 기다리게 허락하여, 몇년 동안 여유를 얻어서 저의 글을 더욱 닦고 또 정사를 배우게 해주시기를 바랍니다.
待選(대선) : 뽑히어 벼슬에 임용되기를 기다림.
優游(우유) : 여유있게 지내. 한가롭게 잘 지냄.

太尉苟以爲可敎而辱敎之, 又幸矣.
태위께서 진실로 가르칠 만하다고 여기시고 외람되지만 가르쳐 주신다면 더욱 다행이겠습니다.

 

 

 해설


‘樞密'은 벼슬 이름으로, 송나라 추밀원은 군사와 국방에 관한 업무를 장악하였다. '太尉'는 秦·漢대에 있어서 군사를 맡은, 지위가 丞相과 같았던 벼슬이었다. '韓太尉’는 韓琦(1008~1075)를 가리키며, 그가 나라의 최고 군사 책임자인 당시의 樞密이었으므로 그렇게 부른 것이다.

이 글에는 작자 소철의 문론, 인물론 같은 것들도 보이지만 요점은 당시의 고관인 한기에게 한번 뵈올 수 있게 해 달라는 뜻을 완곡히 표현한 것이다. 한편 앞으로 자신을 門生으로 받아들여 잘 이끌어 달라는 간접적인 당부도 곁들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