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설조의 노래(百舌吟)-유우석(劉禹錫)
▶ 百舌吟 : 백설조의 노래.
백설은 反舌이라고도 하며 갖가지 새소리를 내며 우는 새 이름.
《劉夢得文集》 권2에 실려 있음.
曉星寥落春雲低, 初聞百舌間關啼.
새벽별 점점 사라지고 봄날의 구름 나직할 때, 百舌鳥 짹짹 우는 소리 들리기 시작하네.
▶ 寥落 : 드물어지다. 점점 사라지다.
▶ 間關 : 새가 우는 모양.
花枝滿空迷處所, 搖動繁英墜紅雨.
꽃가지 허공에 가득하니 몸 둘 곳을 알지 못하겠고, 많은 꽃 흔들어 붉은 비처럼 꽃잎 떨어뜨리네.
笙簧百囀音韻多, 黃鸝呑聲燕無語.
생황이 갖가지 소리 내듯 우는 소리 다양하니, 꾀꼬리도 소리 죽이고 제비도 조용하네.
▶ 笙簧 : 악기 이름. 둥근 통 위에 열세개의 관이 달려 있고 입으로 부는 오르간 같은 악기. 笙이라고도 하며 관 밑의 얇은 혀를 불면 진동하는 簧이 붙어 있어 笙簧이라고도 함
▶ 百囀 : 백 가지로 소리내다. 여러 가지로 지저귀다.
▶ 黃鸝 : 꾀꼬리.
▶ 呑聲 : 소리를 삼키다 소리를 죽이다.
東方朝日遲遲升, 迎風弄景如自矜.
동녘에 아침해 뉘엿뉘엿 떠오르니, 바람맞아 그림자[景 : 影]를 희롱함이 자신을 뽐내는 듯하네.
▶ 自矜 : 스스로 뽐내다. 자신을 자랑하다.
數聲不盡又飛去, 何許相逢綠楊路.
몇 번 우는 소리 다하기 전에 또 날아가 버리어, 어디에서 만나는가 하니 푸른 버드나무 자란 길이네.
緜蠻宛轉似娛人, 一心百舌何紛紜.
날렵하게 이리저리 날아다니며 사람을 즐겁게 하되, 마음은 하나인데 혀로는 백 가지 소리 내니 얼마나 요란한가?
▶ 緜蠻 : 작은 새모양 [《시경》小雅 緜蠻. 毛傳]. 작은 새가 날아다니는 모양.
▶ 宛轉 : 유순하게 잘 따름. 날렵하게 잘 움직임.
▶ 一心百舌 : 마음은 하나인데 혀는 백 가지 소리를 내다.
▶ 紛耘 : 어지러운 것. 요란한 것.
酡顔俠少停歌聽, 墮珥妖姬和睡聞.
술 취한 얼굴의 협기있는 젊은이가 노래를 멈추고 듣고, 옥 귀고리를 떨어뜨린 아름다운 여자가 잠결에 듣네.
▶ 酡顔(타안) : 술에 취하여 붉은 얼굴.
▶ 俠少 : 俠氣있는 젊은이.
▶ 珥 : 옥 귀고리. 이 귀장식을 떨어뜨리고 잠자는 것도 술에 취함을 뜻한다고 볼 수 있다.
▶ 和聞 : 잠결에 듣다. 자면서 듣다.
可憐光景何時盡, 誰能低回避鷹隼.
사랑스런 봄빛은 언제나 다하려나? 그 누가 왔다갔다하다가 매나 새매를 피할 수 있겠는가?
▶ 可憐 : 아름다운 可愛의 뜻.
▶ 低回 : 왔다 갔다 하다. 배회하다.
▶ 鷹隼(응준) : 매와 새매.
廷尉張羅自不關, 潘郞挾彈無情損.
廷尉가 그물을 쳐놓아도 상관없다 여기고, 潘岳이 彈弓을 들고 있어도 다칠까 마음 쓰지 않네.
▶ 廷尉張羅 : 廷尉가 그물을 쳐놓다. 漢대의 翟公이 정위[형벌을 관장하는 권세 있는 관리]가 되자 문앞이 손님들로 메어지더니, 벼슬을 그만두자 문밖에 새그물을 쳐놓을 정도로 한산하였다는 고사[《史記》汲黯傳贊]에서 인용한 말.
▶ 潘郎挾彈 : 晉나라 潘岳이 彈弓을 들고 있다. 반악이 〈射雉賦〉에서 탄궁으로 꿩을 쏘아 잡는 모습을 노래한 것을 인용한 표현임.
▶ 無情損 : 손상받는 것에 마음이 없다. 다칠까 마음 쓰지 않다.
天生羽族爾何微, 舌端萬變乘春輝.
하늘이 낳은 鳥類 중 그대는 얼마나 미세한 존재인가? 그러나 혀끝을 만 가지로 변화시키며 봄빛을 타고 있구려.
▶ 羽族 : 鳥類. 새의 무리.
▶ 乘春輝 : 봄빛을 타다. 권세가에 붙어 잘 지냄을 비유함.
南方朱鳥一朝見, 索寞無言蒿下飛.
남쪽의 朱雀이 나타나면, 소리내지 못하고 쑥대 밑으로 날게 되리라.
▶ 朱鳥 : 남방의 불을 대표하는 새[《淮南子》天文訓], 朱鳥가 나타난다 함은 더운 여름이 됨을 뜻함.
▶ 索寞(삭막) : 조용함. 적막함.
▶ 蒿 : 쑥, 쑥대.
해설
이 시에서, 말이나 번드르하게 잘하며 권세가에게 아부하는 간사한 인간을 百舌에 비유한 것이 틀림없다.
중국적인 시큰한 풍자를 대표하는 작품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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