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청의 노래(丹靑引)-두보(杜甫)
▶ 丹靑引 : 단청의 노래.
단청은 붉은 물감과 푸른 물감으로 그림을 뜻하며, 《杜少陵集》 권13에도 실려 있는데 題下에 ‘贈曹將軍覇’이라 自註하고 있다. 곧 曹覇의 그림 솜씨를 노래한 시이다.
將軍魏武之子孫, 於今爲庶為淸門.
將軍은 魏 武帝의 자손으로 지금은 庶民이 되어 청빈한 가문이 되어 버렸네.
▶ 將軍 : 조패를 가리킴. 玄宗 때 左武衛將軍벼슬을 지내다 죄를 지어 削籍되어 서민이 되었다. 말그림을 잘 그려 유명했다.
▶ 魏武 : 魏나라 武帝 曹操.
▶ 爲庶 : 官籍을 削奪당하여 서인이 됨.
▶ 淸門 : 청빈한 집안.
英雄割據雖已矣, 文彩風流今尚存.
영웅의 割據는 비록 끝났으나, 그때의 文彩와 風流는 지금도 아직 남아 있네.
▶ 文彩風流 : 문장 실력과 예능의 멋. 魏나라 조조와 그 아들 曹丕, 曹植이 모두 시문에 뛰어났고, 조패의 조상인 조비의 손자 曺髦는 문학뿐만 아니라 그림에도 뛰어났었다.
學書初學衛夫人, 但恨無過王右軍
글씨를 배움에는 처음에 衛夫人을 익히되, 오직 王羲之를 뛰어넘지 못함을 한하였다네.
▶ 衛夫人 : 晉나라 衛夫人. 이름은 鑠. 廷尉 展之의 누이동생이며, 汝陰太守 李矩之의 처. 隸書를 잘 썼고[張懷瓘《書斷》], 서법을 鍾繇에게서 배워 王羲之에게 전하였다 한다《書法要錄》.
▶ 王右軍 : 晉나라 왕희지. 右軍은 그의 벼슬.
丹靑不知老將至, 富貴於我如浮雲.
丹靑에 있어서는, 늙음이 닥쳐옴을 모를 정도로 열심이어서, 소위 ‘부귀는 나에게 뜬구름 같네’이었지.
▶ 不知老將至 : 늙음이 다가오고 있음도 알지 못한다. 어떤 일에 열중하여 세월의 흐름조차도 의식하지 않음[《論語》 述而].
▶ 富貴 : 《論語》 述而편에서 ‘의롭지 않으면서도 부하고 귀한 것은 나에게 있어 뜬구름과 같다[不義而富且貴, 於我如浮雲]’라고 한 표현을 인용한 말.
開元之中常引見, 承恩數上南薰殿.
開元 연간에는 늘 불려 들어가 천자 뵈옵고, 은총을 받아 자주 南薰殿에 올랐네.
▶ 數 : 자주
▶ 南薰殿 : 長安의 興慶宮 안에 있던 전각 이름.
凌煙功臣少顔色, 將軍下筆開生面.
凌煙閣의 공신 초상화가 얼굴 채색이 희미하매, 조장군이 붓을 대어 생생한 면모를 드러내었네.
▶ 凌煙 : 凌煙閣. 唐 太宗이 貞觀 17년(643) 閻立本에게 명하여 능연각에 24명의 당나라 공신 초상화를 그리게 하고 太宗 스스로 贊을 지었다. 太極宮 안에 있었다.
▶ 少顏色 : 얼굴 채색이 엷어지다.
▶ 開生面 : 생생한 얼굴을 드러내다.
良相頭上進賢冠, 猛將腰間大羽箭, 褒公鄂公毛髮動, 英姿颯爽來酣戰.
良相 머리에는 進賢冠이요, 猛將 허리에는 大羽箭이라. 褒公과 鄂公은 머리털이 움직이고, 영웅다운 모습은 바람을 일으키며 격전에서 돌아오네.
▶ 進賢冠 : 예전에 검은 천으로 만든 관으로, 文儒의 服色임[《後漢書》輿服志下].
▶ 大羽箭 : 큰 깃이 달린 화살. 태종이 長弓과 대우전을 만들었는데 보통 것의 두 배였다 한다.
▶ 褒公: 段志玄. 齊州 臨淄 사람으로 뒤에 褒國公에 봉해졌다. 능연각에는 열 번째 순위.
▶ 鄂公 : 尉遲恭. 자는 敬德. 많은 武功으로 鄂國公에 봉해졌으며, 능연각의 순위는 일곱 번째.
▶ 颯爽 : 바람 부는 모양. 여기서는 바람을 일으키는 것.
▶ 來酣戰 : 심한 전쟁에서 돌아오다.
先帝天馬玉花驄, 畫工如山貌不同.
先帝의 명마인 玉花驄은, 畫工이 산처럼 많았으나 모습이 같지 않았네.
▶ 先帝 : 玄宗을 가리킴.
▶ 玉花驄 : 현종의 말 이름. 花驄은 푸른 털과 흰 털로 얼룩무늬를 이룬 말.
是日牽來赤墀下, 迥立閭闔生長風.
어느 날 궁전 붉은 섬돌 아래로 끌고 왔는데, 멀리 궁전 문 앞에 서서 긴 바람 일으키네.
▶ 赤墀(적지) : 궁전의 섬돌 윗자리에 붉은 칠을 하여 놓은 곳. 丹墀라고도 함.
▶ 閶闔(창합) : 천자의 궁전 문. 天帝의 궁전 문․
詔謂將軍拂絹素, 意匠慘澹經營中.
詔命으로 장군에게 흰 비단에 그리도록 하자, 마음속으로 구도를 고심하듯 열심히 구상하더니,
▶ 拂絹素 : 흰 비단 위를 붓으로 쓸듯 그리는 것.
▶ 意匠慘澹 : 마음속으로 구도를 고심하듯 열심히 생각하는 것. 慘澹은 고심하는 모양.
▶ 經營 : 계획을 세우다. 설계하다.
斯須九重眞龍出, 一洗萬古凡馬空.
잠깐 사이에 궁궐에 진짜 용마를 만들어 놓아, 일거에 예부터의 범상한 말 그림을 씻어 없애네.
▶ 斯須 : 잠깐 사이. 짧은 동안.
▶ 九重 : 아홉 겹. 여기서는 구중궁궐. 곧 궁전 안을 뜻함.
玉花却在御榻上, 榻上庭前屹相向.
옥화총이 도리어 천자의 걸상 옆에 있게 되니, 걸상 옆과 뜰 앞에서 옥화총이 우뚝 서로 마주보네.
▶ 御榻 : 천자의 걸상. 榻은 길고 좁으면서도 낮은 걸상.
▶ 屹(흘) : 산이 우뚝 솟은 모양.
至尊含笑催賜金, 圉人太僕皆惆悵.
지존께서 웃음 머금고 상금 내려주기를 재촉하시니, 옥화총을 기른 사람과 돌보던 사람 모두 맥을 잃네.
▶ 圉人 : 말을 먹여 기르는 관리[《周禮》夏官].
▶ 太僕 : 말과 수레를 돌보는 관리 [《漢書》百官表].
▶ 惆悵 : 뜻을 잃은 모양. 맥을 잃고 섭섭히 여기는 모양.
弟子韓幹早入室, 亦能畫馬窮殊相.
제자 韓幹은 일찍이 스승의 기법 터득하여, 역시 말을 그림에 있어 뛰어난 모습을 다 표현할 수 있었는데,
▶ 韓幹 : 大梁 사람으로 벼슬은 태부시승을 지냈다. 王維가 그의 그림을 보고 推漿하였는데 사람과 말을 잘 그렸다. 처음에는 曹覇를 스승으로 그림을 배웠으나, 뒤에는 발전하여 독보적 존재가 되었다《名畵記》.
▶ 入室 : 방에 들어가다. 기법의 오묘한 경지를 터득한 것을 뜻함. 《論語》 顔淵편에 ‘由는 堂에는 올랐으나 방[室]에는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由也升堂, 未入室]’라고 한 표현에서 나온 말.
▶ 窮殊相 : 특수한 모양을 다 그려내다. 뛰어난 모습을 다 표현하다.
幹惟畫肉不畫骨, 忍使驊騮氣凋喪.
한간은 단지 근육이나 그렸지 뼈는 그리지 못하여, 부득이 驊騮의 기운을 잃게 했네.
▶ 畫骨 : 뼈를 그리다. 여기서는 말 내부의 재질이나 기세 같은 것까지도 표현하는 것을 뜻함. 따라서 앞의 肉은 말의 외부만을 그려놓는 것임.
▶ 忍 : 할 수 없이. 부득이.
▶ 驛騮 : 준마의 이름, 周 穆王의 八駿의 하나.
▶ 凋喪 : 시들어 죽는 것. 기운을 잃는 것.
將軍盡善盖有神, 必逢佳士亦寫真.
조장군이 솜씨를 발휘함에는 神助가 있는 듯, 훌륭한 사람 만나면 반드시 초상화도 그렸다네.
▶ 寫眞 : 초상화를 그림.
卽今漂泊干戈際, 屢貌尋常行路人.
지금은 전쟁터 주변을 떠돌아다니며, 보통 길가는 사람 모습도 자주 그리네.
▶ 漂泊 : 떠돌아다니다.
▶ 干戈 : 방패와 창, 전쟁을 뜻함.
▶ 厦貌 : 자주 그리다. 자주 묘사하다.
途窮返遭俗眼白, 世上未有如公貧.
앞길 궁한데 다시 속인의 질시까지 받으니, 세상에는 장군만큼 가난했던 이가 없을 터이네.
▶ 返 : 다시. 그 위에
▶ 俗眼白 : 속인의 질시를 받다. 속세의 미움을 받다. 眼白은 옛날 晉나라 阮籍이 세속적인 사람이 오면 흰 눈[白眼]으로 대하고, 좋아하는 사람이 오면 푸른 눈으로 대했다는 데서 나온 말[《晉書》本傳].
但看古來盛名下, 終日坎壈纏其身.
다만 보아하니, 예부터 융성한 명성의 밑에는, 언제나 불우함이 닥쳐서 그의 몸을 얽네.
▶ 坎壕 : 뜻을 잃음. 불우한 처지에 있음.
▶ 纏 : 얽다. 묶다.
해설
曹覇의 유명한 그림 솜씨와 그의 불우함이 잘 표현된 시이다.
자신도 불세출의 詩才를 지니고도 어렵게 살았기 때문에, 이렇게 뛰어난 인물의 처지에는 누구보다도 공감하고 있었을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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