顔氏家訓曰
夫所以讀書學問 本欲開心明目 利於行耳 《顔氏家訓》
《顔氏家訓》에 말하였다.
“책을 읽고 학문을 하는 까닭은 본래 마음을 열고 눈을 밝혀 행함에 이롭고자 함이다.”
【集解】
熊氏曰
夫學 在乎知行二者而已 能知而不能行 與不學同.
然欲行之 必先知之也 故 必讀書學問 開心明目而後 可利於行耳
熊氏가 말하였다.
“배움은 知와 行 두 가지에 있을 뿐이니, 능히 알기만 하고 행하지 못하면 배우지 않음과 같다.
그러나 행하고자 하면 반드시 먼저 알아야 하므로, 반드시 독서하고 학문하여 마음을 열고 눈을 밝힌 뒤에야 행함에 이로울 수 있다.”
未知養親者 欲其觀古人之先意承顔 怡聲下氣 不憚劬勞 以致甘腝 惕然慙懼 起而行之也
부모를 봉양할 줄을 알지 못하는 자는 古人들이 <부모의> 뜻에 앞서 안색을 받들며, 목소리를 화하게 하고 기운을 낮추며, 수고를 꺼리지 아니하여 달고 연한 음식을 바쳤음을 보고, 惕然히 부끄러워하고 두려워하여 흥기하여 행하고자 해야 한다.
【集解】
人子養親 先意而承順顔色 怡聲而低下其氣 所謂養志也 不憚己之疲勞 以營奉甘軟之飮食 所謂養口體也 此皆古人之所行者 今因讀書學問而知之.
자식이 부모를 봉양할 적에 뜻에 앞서 안색을 받들어 따르며 목소리를 화하게 하고 기운을 낮춤은 이른바 ‘뜻을 봉양함’이요, 자신의 피로를 꺼리지 않고 달고 연한 음식을 장만하여 바침은 이른바 ‘口體를 봉양함’으로, 이는 모두 古人이 행했던 것인데, 이제 독서와 학문으로 인하여 알게 되었다.
故 必然慙懼 興起而必欲行之也
그러므로 반드시 惕然히 부끄러워하고 두려워하여 흥기하여 행하고자 해야 한다.
未知事君者 欲其觀古人之守職無侵 見危授命 不忘誠諫 以利社稷 惻然自念 思欲效之也.
임금을 섬길 줄을 알지 못하는 자는 古人들이 직책을 맡아 침해함이 없으며, 위태로움을 보고 목숨을 바치며, 정성껏 간함을 잊지 않음으로써 社稷을 이롭게 하였음을 보고, 측은하게 스스로 생각하여 본받으려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增註】
守職 有官守者修其職 有言責者盡其忠也.
守職이란 관직이 있는 자가 그 직책을 닦고, 말할 책임이 있는 자는 그 충성을 다함이다.
見危授命 知有君而不知有身也
見危授命은 임금이 있음만 알고 자신이 있음을 알지 못하는 것이다.
素驕奢者 欲其觀古人之恭儉節用 卑以自牧 禮爲敎本 敬者身基 瞿然自失 斂容抑志也
평소 교만하고 사치한 자는 古人이 恭儉節用하며, 몸을 낮춤으로 자처하며, 禮를 가르침의 근본으로 삼으며, 공경을 立身의 터전으로 삼음을 보고, 놀라 自失하여 용모를 거두고 뜻을 억제하고자 해야 한다.
【增註】
自牧 自處也.
自牧은 자처함이다.
禮以律人 敬以立己.
禮로써 남을 다스리고, 敬으로써 자신을 확립한다.
瞿然 自失貌.
瞿然은 자신을 잃은 모양이다.
收斂其容 抑下其志 則不驕奢矣
그 용모를 거두고 그 뜻을 낮추면 교만하고 사치하지 않게 된다.
素鄙者 欲其觀古人之貴義輕財 少私寡慾 忌盈惡滿 窮賙卹匱 赧然悔恥 積而能散也.
평소 비루하고 인색한 자는 古人이 의리를 귀하게 여기고 재물을 가볍게 여기며, 사사로움을 적게 하고 욕심을 줄이며, 가득 참을 꺼리고 충만함을 싫어하며, 곤궁한 사람들을 도와주고 없는 사람들을 불쌍히 여겼음을 보고, 얼굴을 붉혀 뉘우치고 부끄러워하여 <재물을> 쌓되 흩어주고자 해야 한다.
【集說】
陳氏曰
盈則溢 故可忌 滿則覆 故可惡.
匱乏也.
赧然 慚而面赤之貌.
積財而能散施 則不鄙矣.
陳氏가 말하였다.
“차면 넘치매 꺼리고, 충만하면 엎어지매 싫어한다.
匱는 궁핍함이다.
赧然은 부끄러워 얼굴이 붉어진 모양이다.
재물을 쌓되 능히 흩어서 베풀면 비루하거나 인색하지 않게 된다.”
素暴悍者 欲其觀古人之心小黜己 齒弊舌存 含垢藏疾 尊賢容衆 苶然沮喪 若不勝衣也
평소 사납고 강한 자는 古人이 小心하고 자신을 억제하며, 이는 빠져도 혀는 남아 있으며, 남의 오점을 감싸주고 남의 과실을 숨겨주며, 어진 사람을 높이고 대중을 포용하였음을 보고, 맥없이 沮喪되어 마치 입고 있는 옷도 감당하지 못할 듯이 하고자 해야 한다.
【集說】
陳氏曰
暴 猛暴也 悍 强悍也.
黜己 自退抑也.
齒弊舌存 喩强死而弱生也.
含垢謂包含人之垢穢 藏疾謂藏隱人之過惡.
苶然 沮喪貌 謂自沮喪其暴悍之氣也
陳氏가 말하였다.
“暴는 사나움이요, 悍은 강하고 굳셈이다.
黜己는 스스로 겸퇴하고 억제함이다.
齒弊舌存은 강한 것은 죽고 약한 것은 생존함의 비유이다.
含垢는 남의 오점을 감싸줌을 이르고, 藏疾은 남의 과실과 악을 숨겨줌을 이른다.
然은 沮喪하는 모습이니, 스스로 그 사납고 강한 기운을 沮喪한다는 말이다.”
素怯懦者 欲其觀古人之達生委命 强毅正直 立言必信 求福不回 勃然奮厲 不可恐懼也
평소 비겁하고 나약한 자는 古人이 생사의 이치에 통달하여 천명에 맡기며, 굳세고 정직하며, 말을 세움에 반드시 미더우며, 복을 구함에 간사하지 않음을 보고, 발연히 떨치고 힘써서 두려워하지 없고자 해야 한다.
【集說】
陳氏曰
怯 畏怯也 懦 懦弱也.
達生委命 謂通達生死之常理而付之於命也.
毅 强忍也.
不回 不爲回邪之行也
勃然 奮厲貌 謂奮發振厲 以去其怯懦也
陳氏가 말하였다.
“怯은 두려워하고 겁냄이요, 懦는 나약함이다.
達生委命은 生死의 불변하는 이치에 통달하여 천명에 맡김을 이른다.
毅는 강인함이다.
不回는 간사한 행위를 하지 않는 것이다.
勃然은 떨치고 힘쓰는 모양이니, 분발하고 떨쳐 힘써서 그 비겁하고 나약함을 제거함이다.”
歷玆以往 百行皆然 從不能淳 去泰去甚 學之所知 施無不達.
世人 讀書 但能言之 不能行之 武人俗吏 所共嗤詆 良由是耳.
이것을 거친 이후로는 百行이 다 그러하여, 비록 순전하지는 못하더라도 지나침을 없애고 심한 것을 없애면 배워서 아는 바를 시행함에 이르지 않음이 없을 터이다. 世人이 글을 읽되 말하기만 하고 실행하지 못하니, 武人과 俗吏 모두에게 조소와 비방을 받음은 진실로 이 때문이다.
【增註】
玆 指上文六者而言.
玆는 윗글의 여섯 가지를 가리켜 말한 것이다.
皆然 謂皆如此取法古人也.
皆然은 모두 이처럼 古人에게서 본보기를 취함을 이른다.
人能勇於力行 雖或未至盡善 而氣習之偏駁泰甚者 亦必克而去之 學之所知者 能力行之 自無不達也.
사람이 力行에 용감할 수 있으면, 비록 혹 극진한 善에는 이르지 못하더라도, 기질과 습관의 편벽과 잡됨이 지나치고 심함을 또 틀림없이 이겨서 제거할 터이매, 배워서 아는 것을 능히 힘써 행함에 자연히 도달하지 않음이 없을 터이다.
達 卽周子所謂行之利也
達은 곧 周子가 이른바 ‘행함의 이로움’이다.
又有讀數十卷書 便自高大 凌忽長者 輕慢同列 人疾之如讐敵 惡之如鴟梟 如此 以學求益 今反自損 不如無學也
또 수십 권의 책을 읽고 곧 자신을 높고 크게 여겨, 長者를 능멸하고 소홀히 여기며, 同列을 경멸하고 업신여기매, 사람들이 원수와 적처럼 미워하며 올빼미처럼 싫어하니, 이와 같다면 배움으로 유익함을 구하려다가 도리어 자신을 해치니, 배움이 없음만 못하다.”
【集解】
熊氏曰
此 言借讀書爲名而務己傲人者.
夫不能使人親愛而使人疾惡 是 學本求益 今反自損也.
鴟梟 惡鳥也.
熊氏가 말하였다.
“이는 독서를 빌려 명분으로 삼아서 자신을 자랑하고 남에게 오만함을 말한 것이다.
남이 자신을 친애하게 하지 못하고 남이 미워하고 싫어하게 함은, 배워서 본래 유익함을 구하려다가 도리어 자신을 해치는 것이다.
鴟梟는 싫어하는 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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