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은 측백나무(古栢行)-두보(杜甫)
▶ 古栢行 : 오래 묵은 측백나무 노래.
栢은 柏으로도 씀. 이 시는 夔州(:四川省 奉節縣)의 諸葛孔明 廟堂 앞에 있는 늙은 측백나무를 노래한 것이다. 기주에는 蜀主 劉備의 묘와 제갈공명의 묘가 따로 있는데, 成都의 묘당에는 두 분이 함께 모셔져 있다. 本書 注에 성도의 제갈공명 묘 앞의 측백나무를 노래한 것이라 함은 잘못이다.
《杜少陵集》엔 권15에 실려 있다.
孔明廟前有老柏, 柯如靑銅根如石.
諸葛孔明의 廟 앞에 늙은 측백나무 있는데, 가지는 청동 같고 뿌리는 돌 같네.
▶ 孔明 : 삼국 蜀나라의 제갈량. 자가 孔明. 襄陽에 숨어 살았는데 촉주 유비가 三顧草廬하여 불러내고 뒤에 승상으로 삼았다. 제갈량은 知略이 뛰어나 무수히 曹操軍을 패배시켰고, 유비가 죽은 뒤 後主를 보좌하여 武鄕侯에 봉해졌다. 中原을 회복하여 漢室을 부흥시하려 하였으나 끝내 뜻을 이루지 못하고 54세로 죽었다.
霜皮溜雨四十圍, 黛色參天二千尺.
서리에 견딘 껍질 빗물에 젖어 마흔 아름이나 되고, 검푸른 색은 하늘로 퍼져 2천 척이나 되네.
▶ 霜皮 : 서리맞은 껍질, 여러 해 서리를 맞으며 자란 껍질.
▶ 溜雨 : 빗물이 흘러내림. 빗물에 젖어 있음.
▶ 黛色(대색) : 검푸른 색깔. 눈썹 그리는 화장품 색깔.
▶ 參天 : 하늘로 퍼지다.
君臣已與時際會, 樹木猶爲人愛惜.
君臣이 이미 함께 시국을 위해 만났으니, 나무조차 사람들의 아낌을 받네.
▶ 君臣 : 蜀 유비와 승상 제갈량을 가리킴.
▶ 時際會 : 시국을 위해 만나다. 際會는 우연히 만나는 것.
雲來氣接巫峽長, 月出寒通雪山白.
구름이 몰려오면 그 기운은 巫峽으로 길게 연해지고, 달이 뜨면 싸늘함이 雪山의 흰 빛으로 통하네.
▶ 雲來氣接巫峽長 : 측백나무 가지 끝에 구름이 몰려 오면 그 기운은 巫峽으로 길게 이어진다. 무협은 長江 상류에 있는 급류인 三峽의 하나로 사천성 巫山縣의 무산을 뚫고 흐르는 곳이다.
▶ 月出寒通雪山白 : 달이 떠 나무에 비치면 싸늘함이 雪山의 흰빛으로 통한다. 여기의 설산은 사천성 松潘縣 남쪽에 있는 岷山의 主峰을 가리킨다.
億昨路繞錦亭東, 先主武侯同閟宮.
생각해보니 옛날에 錦亭 동쪽으로 길을 돌아갔는데, 先主와 武侯가 같은 묘당에 모셔져 있었네.
▶ 錦亭 : 사천성 成都에 있는 錦江亭을 가리킴.
▶ 先主武侯 : 先主는 蜀의 선주 유비. 武侯는 제갈량, 後主에게서 武鄕侯에 봉해져 武侯라고도 부른다. 무향은 섬서성 褒城縣의 옛 이름.
▶ 閟宮(비궁) : 조용히 닫혀져 있는 궁[《시경》 魯頌 閟, 毛傳]으로 묘당을 뜻함.
崔嵬枝幹郊原古, 郊原古丹靑戶牖空.
높다랗게 가지와 줄기가 자라 있어 郊外의 들판도 오래된 듯하였고, 으슥한 속에 丹靑은 남아 있었으나 문과 창 안은 텅 비어있었네.
▶ 崔嵬(최외) : 산이 높이 솟은 모양. 여기서는 나무가 높이 자란 모양.
▶ 郊原古 : 성 밖의 들판도 오래된 듯하다.
▶ 郊原古 : 으슥한 동굴의 모양. 여기서는 묘당이 깊고 으슥한 모양.
▶ 戶牖(호유) : 문과 창.
落落盤踞雖得地, 冥冥孤高多烈風.
측백나무 가지 퍼지고 뿌리 서리어 비록 좋은 땅 얻고 있으나, 잎새 자욱하고 외로이 높이 자라 사나운 바람 많이 받네.
▶ 落落 : 성글고 틈이 있는 모양, 나뭇가지가 성글게 퍼져 있는 모양.
▶ 盤踞 : 뿌리가 서려 있는 것. 뿌리가 꾸불꾸불 엉겨붙어 있는 것.
▶ 冥冥 : 자욱한 모양. 나뭇가지와 잎새가 높이 무성하게 자라 자욱하게 보이는 것.
扶持自是神明力, 正直元因造化功.
자신을 지탱하여 온 것은 말할 것도 없이 神明의 힘일 것이고, 바르고 곧게 자란 것은 본시 조물주의 공로이리라.
▶ 扶持 : 지탱해 오다. 넘어지지 않고 버티어 오다.
▶ 神明力 : 천지신명의 힘.
▶ 正直 : 측백나무가 바르고 곧게 자란 것. 造化 : 조물주.
大廈如傾要梁棟, 萬牛回首丘山重.
큰 집이 만약 기울어 만약 들보나 기둥이 필요하다 해도, 언덕이나 산처럼 무거워서 만 마리 소도 고개를 돌리리라.
▶ 大厦 : 큰 집․ 큰 건물.
▶ 梁棟 : 기둥과 들보
▶ 萬牛回首 : 만 마리의 소도 너무 무거워 끌기를 단념하고 머리를 돌린다는 뜻.
不露文章世已驚, 未辭剪伐誰能送.
아름다운 나무 무늬 드러내지 않았어도 세인이 이미 놀라고, 베어 가기를 사양하지 않아도 누가 운반하겠는가?
▶ 文章 : 나무의 아름다운 무늬.
▶ 未辭剪伐 : 측백나무를 자르고 베는 것을 아무도 사양하지 않는다. 베는 것을 거부하지 않는다.
苦心未免容螻蟻, 香葉終經宿鸞鳳.
땅강아지나 개미집을 면할 수 없음을 고심하고, 향기로운 나무 잎새는 마침내 鸞새나 鳳凰새 깃든 적 있었을 것이네.
▶ 苦心 : 괴로워하는 마음. 고난을 겪어온 나무의 중심을 가리킴.
志士幽人莫怨嗟, 古來材大難爲用.
뜻있는 선비나 속세를 숨어 사는 사람들 원망하고 탄식하지 마라, 예부터 재목이 크면 쓰이기 어려웠다네.
▶ 志士幽人 : 뜻있는 선비와 속세로부터 숨어 사는 사람. 杜甫는 끝머리에서 이 측백나무를 뜻을 얻지 못한 뛰어난 큰 인물에 비유하였다.
해설
나무 자체의 묘사로는 이 시의 표현에 과장이 느껴진다.
그러나 측백나무의 겉모양이나 자란 기세를 이처럼 과장이라 느껴질 만큼 강한 기세로 표현한 것은 세상에서 뜻을 이루지 못한 큰 인물에 비유하기 위함인 듯하다.
杜甫는 은근히 자신을 측백나무에 견주고 싶었을 것이다. 그렇게 본다면 宋대의 沈括이 《夢溪筆談》에서 이 측백나무 둘레가 사십 아름이고 높이가 2천 척이라 하였음을 있을 수 없다고 비판하는 따위는 무의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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