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인들(麗人行)-두보(杜甫)
▶ 麗人行 : 미인들을 노래함.
題下에 ‘天寶 13년(754) 楊國忠이 虢國夫人(:楊貴妃의 언니)과 이웃에 살며 수시로 왕래하고 있었다. 혹 나란히 앉아 入朝할 때에도 장막을 치지 않아 길거리 사람들이 눈을 가려야 할 지경이었다. 杜甫는 그래서 〈麗人行〉을 지었다.’고 注를 달고 있다.
《杜少陵集》권2에 실려 있음.
三月三日天氣新, 長安水邊多麗人.
삼월 삼짇날 날씨는 봄기운 새로우니, 장안의 물가에 놀러나온 미인 많네.
▶ 三月三日 : 음력 3월 3일은 삼짇날, 곧 上巳이라 하여, 물가에 나가 놀이를 하며 災厄을 씻어 버리는 습관이 었었다.[《晉書》禮志]
▶ 天氣新 : 날씨가 봄기운이 새롭다. 날씨가 淸新하다.
態濃意遠淑且眞, 肌理細膩骨肉勻.
容態는 색깔 짙고 뜻은 속세에서 멀리 떨어져 훌륭하고 참되며, 살결은 곱고 매끄러우며 뼈와 살 균형잡혔네.
▶ 態濃意遠 : 態는 용태, 외모와 태도. 濃은 짙음. 색깔이나 행동 등이 분명하고 자신있게 보이는 것. 意는 뜻, 생각. 遠은 속세의 일이나 보통사람들의 일에서 초연하여 멂. 따라서 이 구절은 귀족들이 의젓하고 존귀하게 보임을 형용한 말임.
▶ 淑且眞 : 훌륭하고도 참되다. 淑·眞은 예부터 여자들의 미덕으로 알려졌음.
▶ 肌理 : 살결.
▶ 細賦 : 곱고 매끄러움.
▶ 勻(균) : 가지런하다. 고르다. 균형이 잡히다.
繡羅衣裳照暮春, 蹙金孔雀銀麒麟.
수놓은 비단옷 늦봄 경치에 비치는데, 금실로 공작을 수놓고 은실로 기린을 수놓았네.
▶ 蹙金孔雀(축금공작) : 蹙金은 금실을 대어 주름이 잡히게 수를 놓음. 따라서 금실로 공작 무늬의 수를 놓음.
頭上何所有, 翠爲㔩葉垂鬢脣.
머리 위엔 무엇이 있는가? 비취 깃으로 나무 잎새 장식 만들어 귀밑머리 끝에 드리웠네.
▶ 翠爲㔩葉(취위압엽) : 㔩葉은 나뭇잎 머리장식. 따라서 비취새의 깃으로 만든 나뭇잎 머리장식.
▶ 垂鬢脣 : 귀밑머리 끝에 드리우다.
背後何所見, 珠壓腰衱穩稱身.
등 뒤에는 무엇이 보이는가? 구슬들이 허리 옷자락 누르고 있어 몸매와 잘 어울리네.
▶ 腰衱 : 허리의 옷자락.
▶ 穩稱身 : 안정되게 몸매에 어울리다. 옷이나 장식이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몸매도 아름다움을 뜻함.
就中雲幕椒房親, 賜名大國虢與秦.
이들 중에서도 雲幕에 있는 황후의 肉親은, 큰 나라 名號를 하사받아 虢國夫人·秦國夫人으로 불리네.
▶ 椒房親 : 황후[여기서는 양귀비]와 육친들. 椒房은 황후의 거처. 황후의 거실 벽은 흙에 山椒을 개어 발랐기 때문에 이런 호칭이 생겼음.
▶ 虢與秦 : 虢國夫人( : 양귀비의 셋째 언니)과 秦國夫人(:양귀비의 여덟째 언니). 이 밖에 큰언니는 韓國夫人에 봉해졌다.
紫駝之峰出翠釜, 水精之盤行素鱗.
자줏빛 낙타의 등 봉우리 고기 요리가 비취빛 솥에서 나오고, 수정 쟁반에는 흰 물고기 요리가 담기어 있네.
▶ 紫駞之峰 : 자주색 털빛 낙타의 등 봉우리. 여기서는 낙타의 등 봉우리 고기로 만든 요리. 낙타의 등 봉우리 고기는 맛이 좋기로 유명하다. 駞는 駝로도 씀.
▶ 翠釜 : 비취색 솥. 비취빛 나는 아름다운 솥․
▶ 水精之盤 : 수정 쟁반.
▶ 素鱗 : 흰 비늘. 흰 비늘이 달린 깨끗한 생선.
犀箸饜飫久未下, 鑾刀縷切空紛綸.
외뿔소 뿔로 만든 젓가락은 음식에 싫증이 나 오래도록 손대지지 않고, 방울 달린 칼로 잘게 썰어 공연히 번잡하기만 하네.
▶ 犀箸 : 외뿔소 뿔로 만든 젓가락.
▶ 饜飫(염어) : 좋은 음식에 싫증이 나 먹기 싫은 것.
▶ 鑾刀 : 난새 소리가 나는 방울이 달린 칼[《시경》 小雅 信南山·陳奐《詩毛氏傳疏》].
▶ 縷切(누절) : 잘게 써는 것.
▶ 紛綸(분륜) : 어지러운 것. 번잡한 것.
黃門飛鞚不動塵, 御廚絡繹送八珍.
내시는 나는 듯 말을 몰고 오는데 먼지를 일으키지 않고, 궁중의 부엌에선 연이어 갖가지 珍味 보내오네.
▶ 黃門 : 中書에 속하던 환관의 관청 이름[《漢書》千官公卿表] 궁전 안의 황문에 있는 내시들[顔師古注].
▶ 飛 鞚 (비공) : 본시 鞋은 말굴레. 여기서는 나는 듯이 말을 몲.
▶ 御廚 : 궁중의 부엌. 궁중의 음식 만드는 곳. 絡繹 : 끊이지 않고 이어짐.
▶ 八珍 : 여덟 가지 珍味[《周禮》天官 膳夫]. 갖가지 진귀한 음식.
簫鼓哀吟感鬼神, 賓從雜遝實要津.
퉁소 소리 북소리 슬피 울려 귀신을 감동시키고, 손님들과 從者들 몰려와 요소요소에 차있네.
▶ 簫鼓哀吟 : 퉁소와 북소리가 슬프게 나다. 여러 가지 악기가 애상을 띤 음악을 연주함을 뜻함.
▶ 賓從雜遝 : 손님과 從者들이 많이 모임.
▶ 實要津 : 요소요소에 차 있다. 津을 정치의 실력자로 보고, 정치적 실력자들이 모여 가득 차 있다는 뜻으로 보아도 좋다.
後來鞍馬何逡巡, 當軒下馬入錦茵.
뒤에 오는 말안장 위의 분은 어찌 천천히 움직이는가? 장막 문 앞에 와서 말을 내려 비단 방석 위로 들어가네.
▶ 鞍馬 : 안장이 놓인 말을 타는 것.
▶ 逡巡(준순) : 뒷걸음치듯 우물우물하는 것. 여기서는 여유있게 천천히 행동하는 모양.
▶ 當軒 : 집 문 앞에 당도함. 장막 앞에 당도함.
▶ 錦茵 : 비단 방석.
楊花雪落覆白蘋, 青鳥飛去銜紅巾.
버들 솜 눈처럼 떨어져 흰 개구리밥 위를 덮고, 푸른 새 날아가서 빨간 손수건을 들고 있네.
▶ 楊花 : 버들꽃. 여기서는 버들솜.
▶ 白蘋 : 흰 개구리밥. 水草의 일종으로 잎이 물 위에 떠있음.
▶ 靑鳥 : 파랑새. 옛날 西王母의 심부름하던 새[《漢武故事》]. 그러나 여기서는 물새의 일종으로 봄이 좋겠다.
▶ 街紅巾 : 빨간 손수건을 물다. 물새도 여자들의 빨간 손수건을 물고 갈 만큼 물가에 화려한 치장을 한 부인들이 많이 나왔음을 형용한 말로 봄이 좋겠다.
炙手可熱勢絕倫, 慎莫近前丞相嗔.
손을 델 정도로 뜨거워 권세가 뛰어나니, 앞으로 가까이 갔다가 丞相께서 화내실라 조심하게나.
▶ 炙手可熱 : 대면 손을 델만큼 뜨겁다. 잘못 건드리면 혼남을 뜻함.
▶ 絶倫 : 달리 비길 곳 없이 뛰어난 것.
▶ 丞相 : 楊國忠을 가리킨다.
해설
이 시는 삼월 삼짇날 물가에 나와 노니는 귀족들의 화려한 놀이를 묘사한 시이다. 語勢로 보아 귀족들의 화려함을 단순히 칭송한 게 아니라 풍자의 뜻을 담고 있는 듯하다. 그러기에 중국 학자들은 흔히 이시는 楊國忠과 虢國夫人의 불륜을 풍자한 것이라 풀이하였다[仇兆鰲《杜詩詳注》등].
특히 ‘楊花雪落覆白蘋, 靑烏飛去街紅巾’이란 말은 이들의 淫事를 직접 암시하며 풍자한 것이라 한다. 그러나 이것은 중국식의 지나친 해석이 아닐까 한다. 오히려 文面대로 시를 읽을 때 더욱 좋은 시임이 실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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