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 그림(虎圖行)-왕안석(王安石)
▶ 虎圖行 : 호랑이 그림의 노래.
《臨川先生文集》 권5에는 〈虎圖〉란 제목으로 이 시가 실려 있다.
壯哉非熊亦非貙,目光夾鏡當坐隅。
웅장하도다, 곰도 아니요 또 이리도 아닌데, 눈빛은 두 개의 거울로 모퉁이에 앉아 있네.
▶ 貙(추) : 이리 종류의 짐승.
▶ 夾鏡 : 두 개의 거울. 양눈을 비유한 것.
橫行妥尾不畏逐,顧盼欲去仍躊躇。
꼬리 늘어뜨리고 멋대로 다니며 사람이 쫓아도 두려워하지 않고, 돌아보며 떠나려 하다가도 여전히 우물거리고 있네.
▶ 妥尾(타미) : 꼬리를 늘어뜨림.
▶ 顧盻(고혜) : 돌아보다. 곁눈질하다. 盻는 盼·眄과 뜻이 통함.
卒然一見心爲動,熟視稍稍摩其鬚。
갑자기 한번 봄에 심장이 뛰다가, 자세히 들여다보니 조금씩 그 수염을 만지게 되네.
▶ 卒然 : 갑자기. 졸지에.
▶ 稍稍 : 조금씩 점점.
固知畫者巧爲此,此物安肯來庭除。
진실로 화공이 기교 다해 이것을 그렸음을 알리니, 그렇지 않다면 이놈이 어찌 마당 섬돌에 오겠는가?
▶ 庭除 : 뜰의 섬돌 마당과 섬돌. 除는 섬돌의 뜻.
想當槃礴欲畫時,睥睨衆史如庸奴。
두 다리 뻗고 앉아 그림을 그리려 할 적 상상해 보면, 다른 화공들 흘겨보며 하인처럼 여겼으리라.
▶ 盤礡(반박) : 두 다리를 쭉 펴고 털썩 앉음[《莊子》 外篇 田子方 司馬彪 注], 盤은 般·槃 등으로도 쓴다. 馬敍倫은 곧 膀賻으로 膀은 겨드랑이, 賻은 어깻죽지를 뜻한다고 《莊子》의 글을 달리 풀이하였다.
▶ 脾睨衆史(비예중사) : 화공들을 흘겨보다. 곁눈질해 보다. 脾睨는 무시하는 태도로 보는 모양. 衆史는 여러 화공.
▶ 庸奴 : 하인. 庸은 傭과 통함.
神閒意定始一掃,功與造化論錙銖。
정신 가라앉고 마음 안정되자 비로소 한번 붓을 휘두르니, 그 결과는 조물주의 솜씨와 큰 차이가 없네.
▶ 論錙銖 : 錙銖를 따지다. 치수는 극히 작은 것을 뜻함. 錙는 6銖이고, 銖는 한 돈쭝 정도. 따라서 ‘치수의 차이를 따진다.’라 함은 별 차이가 없는 것임.
悲風颯颯吹黄蘆,上有寒雀驚相呼。
처절한 바람은 소리내며 누런 갈대에 불고, 위에는 추워 뵈는 참새들 놀라 짹짹 우네.
▶ 悲風颯颯(비풍삽삽) : 슬픈 바람[처절한 바람]이 살랑살랑 불다. 호랑이가 울부짖음은 바람을 일으킨다고 하며 《易經》 乾卦에 ‘風從虎’라 하였다.
槎牙古樹鳴老烏,向之俛噣如哺雛。
앙상한 죽은 나무에는 늙은 까마귀 울고 있는데, 나무 향해 몸 굽혀 부리로 쪼기를 새끼에게 벌레 먹이듯 하네.
▶ 槎牙(사아) : 잎새가 다 떨어지고 나뭇가지만 앙상한 모양.
▶ 俛噣(면주) : 몸을 굽혀 부리로 쪼다.
▶ 哺雛(포추) : 새끼에게 벌레나 먹이를 물어다 먹이는 것.
山牆野壁黄昏後,馮婦遥看亦下車。
산속의 담이나 들판의 벽에 황혼에 걸어놓으면, 馮婦가 멀리서 보고 수레 몰고 오리라.
▶ 馮婦 : 춘추시대 晉나라 사람으로 호랑이를 잘 잡던 사람. 《孟子》 盡心하에 그는 호랑이가 있다는 말을 듣자 ‘팔뚝을 걷어올리며 수레에서 내렸다.’라는 말이 있다.
해설
《詩人玉屑》의 卷上 7에서는 《漫叟詩話》를 인용하여 ‘荊公(:王安石)이 일찍이 歐陽公(:歐陽修)과 사람들과 함께 앉아 있는 자리에서 다같이 〈虎圖〉를 읊은 일이 있었다. 다른 사람은 아직 붓도 대지 못하고 있는 판인데, 형공은 벌써 다 지었다고 했다. 구양공이 즉시 그걸 읽어보고는 무릎을 치며 찬탄하였다.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그 글을 보고는 붓을 놓고 감히 글을 짓지 못하였다.’라고 하였다.
《苕溪漁隱叢話》·《西淸詩話》 등에도 이 얘기가 실려 있다 한다.
王安石은 정치에 있어서 뿐만 아니라 학문이나 문학에서도 蘇軾의 敵手라 할만한 인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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