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의심하지 마세(莫相疑行)-두보(杜甫)
▶ 莫相疑行 : 의심하지 말아 달라는 노래.
杜甫는 안녹산의 난 뒤 50세 가까이 되는 무렵부터 成都에서 살면서 成都尹 嚴武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그러나 永泰 원년(765) 엄무가 죽고 전부터 알던 30여세의 郭英乂가 성도윤이 되니, 두보는 그와 뜻이 맞지 않아 결국 성도의 浣花草堂을 떠나게 되었는데, 그때 지은 시라 한다.
男兒生無所成頭皓白, 牙齒欲落真可惜.
남아로 태어나 이룬 일 없이 머리만 희어지고, 이빨도 빠져가고 있으니 정말 애석한 일일세.
憶獻三賦蓬萊宮, 自恠一日聲輝赫.
생각해보니, 三大禮賦를 蓬萊宮에 바쳐서 하루아침에 명성과 영예가 빛났음이 괴상하게 여겨지네.
▶ 獻三賦 : 天寶 10년(751) 두보가 현종에게 〈三大禮賦〉를 지어 바쳤음을 말함. 〈삼대례부〉란 현종이 太淸宮에 朝獻하고, 太廟에 朝享하고, 南郊에 제사지낸 일을 읊은 세 부를 말함[杜甫〈進三大禮賦表〉].
▶ 蓬萊宮 : 당나라 궁전 이름. 전에는 大明宮이라 불렀고 西內에 있었다.
▶ 聲輝 : 명성과 영광.
集賢學士如堵墻, 觀我落筆中書堂.
集賢殿 學士들이 담처럼 나를 둘러쌌었고, 내가 中書堂에서 붓 들어 글 쓰는 것을 구경했었네.
▶ 集賢學士 : 집현전 학사. 당 현종 때 集仙殿을 마련하고 학사를 두었는데, 뒤에 집현전이라 이름을 고쳤다 [《通典》].
▶ 如堵墻 : 담과 같다. 담벽처럼 둘러싸다. 많은 사람이 둘러서서 구경함을 형용.
▶ 中書堂 : 재상이 있는 궁중의 堂 이름.
往時文彩動人主, 此日飢寒趨路傍.
지난날에는 文彩가 임금을 감동시켰건만, 오늘날에는 굶주리고 헐벗으며 길가를 다니게 되었네.
▶ 超路傍 : 길가를 걸어다니다. 몸을 기탁할 곳이 없음을 표현함.
晚將末契託年少, 當面輸心背面笑.
만년에는 말석의 젊은이 의탁하려 했는데, 얼굴을 대하고는 마음을 주다가도 얼굴 돌려서는 나를 비웃네.
▶ 末契 : 교우관계에 있어서의 말석.
▶ 託年少 : 젊은 사람에게 의탁하다. 젊은 사람이란 郭英乂를 가리킨다.
▶ 心 : 마음을 주다. 친근감을 보여주는 것.
寄謝悠悠世上兒, 不爭好惡莫相疑.
수많은 세상 사람에게 말 전하여 인사드리나니, 好惡를 다투지 않음을 의심하지 말기를!
▶ 寄謝 : 말을 전하여 인사하다.
▶ 悠悠 : 수많은 모양.
▶ 不爭好惡 : 좋아하고 싫어함을 탓하지 않는 것.
해설
글로 세상을 울린 杜甫도 그의 생전에는 몸 붙일 곳도 없던 경우가 허다했다.
젊은 尹의 마음과 어긋나 그곳을 떠나야만 했던 노시인의 서글픈 정경이 눈에 보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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